조심스러운 제안에 허아연은 주현우가 오전에 전서진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허아연이 깨어나지 않는 꿈을 꾼 그날 밤 내내 잠도 못 자고 떨었다고 했다.잠시 주현우를 내려다보던 허아연이 조용히 말했다."아직 며칠 남았잖아요? 며칠 지나서 그때 결정해요. 지금 급하게 결정할 필요 없어요."사실 주현우가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허아연은 알고 있었다.오랜 정 때문인지, 동정심 때문인지, 아니면 주건영과 박민정이 준 압박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하지만 지난 3년이 다시 반복되는 건 싫었다.그리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주현우 자신조차 마음을 다잡고 오지은과 깨끗하게 끝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며칠 동안 주현우가 전화를 몇 번이나 받지 않은 것도 눈치채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지금은 병원이라는 비상 상황이라 가능할지 몰라도 퇴원하고 나서도 이렇게 마음을 굳게 먹을 수 있을까? 오지은은 포기할 수 있을까? 아니, 두 사람의 진흙탕에 발을 들일 생각은 없었다.눈이 마주치고 주현우가 뭔가 더 얘기하려는 눈치를 보내자 허아연이 먼저 말했다."때가 되면 그때 얘기해요."그러고 덧붙였다."며칠 동안 돌봐줘서 고마웠어요."허아연의 감사 인사 한마디에 다시 거리감이 생겼다.주현우는 아무 말 하지 않고 그저 오른손을 들어 허아연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그래,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그 뒤로 이틀 동안 허아연은 눈에 띄게 회복해서 뭔가 잡지 않아도 혼자 걸을 수 있었다. 그날 오전, 밖에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허아연이 정아 이모에게 말했다."이모, 오늘은 밑에 내려가서 좀 걸어볼게요. 오랫동안 못 내려간 것 같아서 바람 좀 쐬고 싶어요."이불을 정리하던 정아 이모가 말했다."내려가도 되는데 해가 좀 따가워요. 양산이라도 쓸래요?"허아연이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칼슘 보충하는 거라고 생각해요."정아 이모는 침대 정리를 마치고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주현우는 오늘 중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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