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บทที่ 311 - บทที่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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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1화

허아연이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나름 괜찮아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무실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창밖 하늘은 변함없이 파랬고 하얀 구름도 여전했다. 주현우가 찻잔을 들고 허아연 앞으로 다가와 여유롭게 바라보았다. 마주 선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고 허아연은 조용히 서 있는 게 왠지 어색했다.서둘러 다시 주현우를 향해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 "당신은요? 요즘 어때요?"그리 오랜만에 보는 것도 아닌데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기류는 몇 년을 못 만난 사람처럼 낯설었다.주현우는 화제를 찾느라 애쓰는 허아연을 보며 웃었다. "나도 괜찮아."다만…… 허아연이 너무 보고 싶었다.바쁠 때도 한가할 때도, 의도하든 아니든 자꾸만 떠올랐다.오예은이 떠난 뒤에도 이렇게 심각하게 그리워한 적 없었다. 다행히 주민경한테서 허아연 소식을 들을 수 있어서 그리움을 조금 달랠 수는 있었다. 떨어질 줄 모르는 주현우의 시선에 민망해진 허아연은 고개를 돌려 자기 책상을 보고는 말을 이었다. "저 데이터 정리하던 중이었어요. 곧 회의가 있어서요."주현우는 바로 허리를 숙여 찻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럼 계속해, 나는 먼저 회의실에 가 있을게."허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따 봬요."주현우가 밖으로 나가자 허아연이 뒤를 따라가며 배웅했다.문이 닫히는 순간 주현우가 다시 고개를 들며 돌아보자 허아연은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 문이 완전히 닫히고 나서야 허아연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큰 사무실을 다시 한번 바라보던 주현우는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 아무렇지 않은 듯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제야 허아연도 책상으로 돌아가 하던 일을 다시 시작했다.잠시 후, 행정팀 직원이 회의 시간이 되었다고 알리자 허아연은 복사해 둔 자료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회의는 유건희가 주로 발언하고 투자자들이 질문하며 의견을 나누는 방식이었다. 허아연은 뒤쪽에 앉아 조용히 들으며 메모하곤 했다. 다른 몇몇 투자자들은 질문을 했지만 주현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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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유건희는 스타라이트 테크 대표로서 회사 운영 외에도 프로젝트까지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라 권승준에게 직접 전문 지식을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그래서 권승준이 약속을 잡으려 하자 바로 허아연에게 넘겨버린 것이다. 그리고…… 마침 권승준이 원하는 바였다.유건희의 부탁을 들은 허아연이 말했다."네, 대표님. 제가 이따가 비서실장님께 연락할게요."유건희에게 답하고 사무실로 막 돌아온 허아연의 가방 속 휴대폰이 울렸다.권승준이었다.허아연은 전화를 받고 깍듯하게 인사했다."비서실장님."전화기 너머로 권승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허 선생님, 오늘 퇴근 후에 시간 괜찮아요?"허아연은 가방을 캐비닛에 넣으며 답했다."괜찮아요, 비서실장님. 대표님한테 방금 얘기 들었어요. 보고서 마무리하고 연락드리려고 했는데 먼저 연락 주셨네요."권승준이 웃으며 말했다."먼저 볼일 봐요. 퇴근 후에 데리러 갈게요.""직접 데리러 안 오셔도 돼요, 비서실장님. 제가 찾아뵐게요.""괜찮아요, 마침 스타라이트 근처에 있어요."권승준이 근처에 있다는 말에 허아연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 5시 반에 퇴근한 허아연은 사무용 건물 정문 앞에서 권승준을 기다렸다.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기다리는데 검은색 랜드로버 한 대가 불쑥 앞에 멈춰 섰다.고개를 들자 차창이 천천히 열리며 권승준의 잘생긴 얼굴이 드러났다. 권승준이 허아연을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허 선생님, 타요."흰색 폴로 셔츠를 입은 권승준은 헤어스타일도 평소와 좀 달랐는데 훨씬 세련되어 보였다.여전히 아우라는 압도적이라 한눈에 봐도 높은 사람 같았지만 평소보다는 딱딱한 느낌이 덜했다. 허아연은 평소 이미지와 다른 권승준의 모습에 잠시 놀란 듯했다. 보는 사람도 덜 긴장되고 편해 보이는 지금 모습이 훨씬 좋았다. 조수석 문을 열고 차에 탄 허아연이 깍듯하게 물었다. "오늘은 유 기사님이 같이 오지 않았네요?" 허아연은 말을 하며 안전 벨트를 잡아당겼다.그 모습을 본 권승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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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매니저가 허아연과 권승준을 오른쪽 프라이빗 룸 앞으로 안내했다.두꺼운 자동문이 열리자 안은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었고 프라이버시도 철저했다. 모르고 보면 무언가 비밀스러운 대화라도 나누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이 레스토랑은 고급 회원제로 운영됐다. 아무나 회원권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었고 일반 손님은 아예 받지 않았다.원형 테이블 앞에 나란히 앉자 매니저가 직접 차를 따라줬다. 용안과 대추를 넣어 우린 특제 차로, 물도 별도로 공급받는 것이었다.자리를 잡고 앉은 허아연이 고개를 돌려 창밖 풍경을 바라봤다. 이 빌딩 안에 이런 고급 레스토랑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매니저가 권승준과 메뉴를 확인하자, 권승준이 메뉴판을 허아연에게 건네며 가볍게 물었다."허 선생님, 이 메뉴들 괜찮아요? 더 추가하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요."허아연이 사양하며 말했다."비서실장님이 알아서 시켜주세요. 처음 와보는 곳이라서요."어차피 온 목적은 일 이야기였고 무엇을 먹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허아연이 맡긴다고 하자 권승준이 매니저에게 메뉴판대로 올려달라고 했다.잠시 후.매니저가 서빙 직원들과 함께 샥스핀 요리, 불도장, 두부 요리 등 음식을 올리기 시작했다. 권승준이 주문한 건 모두 클래식한 요리였다. 하지만 이 레스토랑 특유의 방식으로 조리했는지 훨씬 품격 있어 보이고 빛깔이 좋았다.허아연은 권승준이 떠준 불도장을 한 숟가락 먹어보았다. 맛이 아주 일품이었는데 전에 먹어봤던 것들과는 확연히 달랐다.허아연이 권승준을 보며 말했다."비서실장님, 이 레스토랑 음식들 정말 맛있네요."권승준이 웃으며 말했다."입맛에 맞다니 다행이에요. 더 들어요."권승준은 말하며 또 허아연에게 요리를 집어줬다.음식을 맛보던 허아연이 가방에서 자료를 꺼내 권승준에게 건네며 말했다."비서실장님, 전문 서적 대여섯 권에서 중요한 내용만 뽑아서 제가 정리한 거예요.""이 정도 내용이면 충분해서 따로 책 읽으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요." 일 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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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허아연이 공손하게 맞장구를 쳤다."맞는 말씀이에요."권승준의 식사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허아연은 조금 전처럼 쉴 새 없이 말을 하지 않고 밥도 먹으면서 더 알고 싶은 것이 있는지 의견을 물어보기도 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식사를 마쳤을 때는 밤 아홉 시였다.허아연도 아주 배부르게 식사를 마쳤다. 허아연을 차로 바래다주는 권승준은 기분이 아주 좋았다. 원래 잠깐 같이 산책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내일이 평일인 데다 허아연이 평소에도 바쁘다는 걸 떠올리고 생각을 접었다.무엇보다 허아연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차가 한옥집 앞에 멈추자 권승준이 차에 내려 허아연을 배웅했다. 허아연이 깍듯하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오늘 저녁 잘 먹었습니다, 비서실장님."권승준이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허 선생님이 설명해 주신 전문 지식과 정리해 준 자료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그럼 저 먼저 들어갈게요. 비서실장님, 조심해서 들어가세요.""다음에 또 봐요."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허아연이 집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권승준은 오늘 기분이 너무 좋았다. 집으로 돌아온 허아연은 정아 이모에게 인사를 하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자기 전에는 주민경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있었던 일을 전하고는 잠을 청했다.……이후 이틀 동안 허아연은 실험실 숙소에서 이틀 밤을 보냈다.수요일 저녁이 돼서야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시내로 돌아오는 길은 멀고 쓸쓸했다.핸들을 두 손으로 잡은 채 앞쪽 도로를 바라보던 허아연은 왠지 앞으로 남은 삶은 내다보는 것 같았다. 이렇게 멀고 외롭겠지. 차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달렸다. 허아연은 여덟 살에 엄마가 떠나고 6년 전에 아빠가 떠난 기억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빨개졌다.매일 일에 파묻혀 지내도 잠시 한가해지는 순간마다 마음이 허전해져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눈을 깜빡이자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허아연은 빠르게 눈물을 닦고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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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5화

주현우의 다정한 행동에 허아연은 손목을 살며시 잡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오는 길에 잠깐 할아버지 생각이 난 것뿐이에요.""오래 기다렸죠? 볼 일 있으면 전화하지 그랬어요, 이렇게 직접 올 필요 없이요."허아연이 말하며 주현우의 손을 치우려 했다.하지만 주현우는 놔주지 않았다.고개를 낮추어 거리감을 드러내는 허아연을 바라보던 주현우가 엄지손가락으로 볼을 살짝 만지작거리며 부드럽게 말했다."보고 싶어서 왔어."그 말에 허아연은 고개를 들고 주현우를 바라봤다.눈이 마주치고 허아연이 말을 하려는 순간 주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주현우는 천천히 허아연 볼에 얹었던 오른손을 내리며 차분하게 말했다."서진이랑 애들이 주말에 너한테 밥 사주고 싶대."잠시 멈췄던 주현우가 이어 말했다."다들 많이 걱정하고 있어."주현우는 바로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허아연의 조금 전 질문에 답을 했다. "주말 지나서 월요일에 데리러 갈게, 같이 절차 마무리하러 가자."고집스레 이혼을 원하는 허아연을 더는 억지로 강요하기 싫었다. 허아연이 너무 우울해할까 봐 걱정되었다.주현우의 말에 허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시간이랑 장소 정해요." 식사 약속도 사람들의 의견을 따르고 월요일 절차 마무리하는 것도 동의했다.두 사람이 약속한 시간이었다.허아연이 고개를 끄덕이고 답을 마치자 집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쥐 죽은 듯 고요했다.마당에서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만 들렸다.잠시 정적이 흐르고 허아연이 무슨 말을 하려는 찰나 주민경이 부랴부랴 달려와 대문을 열어젖히며 소리쳤다."아연아, 집에 왔지?"허아연이 이틀 동안 실험실에서 지낸 탓에 주민경도 찾아오지 않았었다. 허아연이 대답했다."응, 왔어."대문 안으로 들어선 주민경은 주현우도 있는 걸 보고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히죽 웃으며 주현우를 훑어보고는 말했다."현우 오빠도 왔네."주민경의 등장에 한결 부드럽던 주현우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그래도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주민경이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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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허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응."주민경을 안은 채 허아연은 어릴 때부터 둘이 자주 함께 잠을 잤던 기억을 떠올렸다.주민경이 어릴 때 말썽을 부려 혼날 때마다 허아연이 더 서럽게 울면서 무릎까지 꿇고 빌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유서희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됐어, 둘 다 그만 울어. 누가 보면 우리 집에서 애 잡는 줄 알겠다."옛 기억이 밀려오자 허아연은 주민경의 어깨에 턱을 얹고 부드럽게 말했다."민경아, 고마워."주민경은 조용히 등을 토닥이며 위로를 전했다.하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지은, 주씨 집안에 들어오려고? 어림도 없어!' 절대 가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한참 안고 있던 허아연이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화장실에서 나오던 허아연은 침대에 앉은 주민경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아 꼼짝하지 않았다.곧이어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순간 숨조차 쉬기 힘들어졌다.침대에 앉아 휴대폰을 보던 주민경은 갑자기 꼼짝 않고 굳어버린 허아연을 보고 화들짝 놀라서 휴대폰을 내팽개치고 맨발로 달려왔다. 주민경은 허아연 앞에 쪼그려 앉아 팔을 살며시 잡으며 물었다."아연아, 왜 그래?"허아연은 고개를 들고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히니 119에 전화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갑자기 말이 나오지 않았다.그저 눈만 부릅뜬 채 주민경의 팔을 꼭 잡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그 모습에 주민경은 다리에 힘이 풀렸다.침을 꿀꺽 삼키고 허아연을 달래며 말했다."아연아, 겁내지 마. 지금 바로 119에 전화해서 의사 선생님 오시라고 할게."주민경은 허아연의 팔을 살며시 놓고 거의 기어가듯 침대 머리맡으로 가서 휴대폰을 들고 119를 눌렀다.허민수가 금방 떠났는데 허아연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는 절대 안 되었다. 전화가 연결되자 주민경은 빠르게 허아연의 상태를 설명하고 허씨 본가 주소를 알렸다.전화를 끊고 허아연 곁으로 돌아온 주민경은 곧장 주현우에게 전화를 걸어 횡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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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주현우의 품에 꼼짝 않고 안긴 허아연은 눈물은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말을 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맨발로 주현우 뒤를 따라가던 주민경도 눈물을 훔쳤다.평소 주민경은 늘 허아연에게 힘들면 울어버려서 쌓인 감정을 풀어야 한다고 했지만 허아연은 늘 괜찮다며, 다 그런 거라고 말했다.그렇게 혼자 꾹꾹 참다가 결국 병이 나버린 것이다.주민경이 손으로 눈물을 훔치는데 주현우가 돌아보며 말했다. "나는 구급차 따라서 병원 갈게. 너는 아연이 생필품 챙겨서 병원으로 와."주민경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아연이 짐 챙겨서 운전해서 갈게.""그 상태로 운전하지 마. 서진이한테 데리러 오라고 할게.""알겠어."주민경은 두 사람이 구급차에 타자 허아연의 손을 잡고 말했다."아연아, 무서워하지 마. 내가 아까 한 말 잊지 마, 너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그리고 내가 있잖아."여전히 말을 할 수 없었던 허아연은 뻣뻣하게 고개를 끄덕여 주민경을 안심시켰다.허아연의 의젓한 모습에 주민경은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주현우는 고개를 숙여 허아연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췄다.마음이 너무 무거웠다.구급차가 출발하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주민경은 방으로 돌아가 허아연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정아 이모도 옆에서 도우며 자기 옷가지를 챙겼다. 병원에서 간호할 생각이었다.……구급차 안에서 주현우는 허아연을 품에 안고 있었고 의사가 산소를 연결해 주었다. 서서히 숨이 막히던 느낌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주현우는 허아연을 안은 채 얼굴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볼에 입을 맞추며 부드럽게 말했다."아연아,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내가 무조건 아무 일 없게 할 거야."주현우의 위로에 허아연은 고개를 들고 바라봤다. 헝클어진 머리에 심지어 잠옷 차림인 주현우를 빤히 바라봤다.눈빛이 아주 부드러웠다.허아연이 전하는 위로를 느낀 주현우는 허아연을 조금 더 꼭 껴안고 고개를 숙여 다시 머리카락에 입을 맞췄다.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차가 병원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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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화

눈이 마주친 뒤에도 허아연이 계속 바라보자 주현우가 다시 나지막하게 말했다."먼저 좀 자. 내일 일어나면 괜찮을 거야."허아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을 감았다.주현우는 손을 뻗어 큰 불을 끄고 침대 머리맡 작은 조명만 남겨두었다.그 뒤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계속 허아연의 손을 잡은 채 곁을 지켰다.새벽 두 시가 넘어 전서진이 주민경과 정아 이모를 데리고 병원에 도착했다.주현우는 허아연의 짐만 받고 전서진에게 두 사람을 다시 데려가라고 했다.허아연의 병은 시끄러워서는 안 되었다. 조용히 쉬어야 했다.주민경과 정아 이모 모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있어봤자 도울 것도 없는 데다 오히려 허아연이 두 사람을 위로하느라 신경 써야 한다는 말을 듣고 돌아갔다.두 사람이 나가자 병실이 다시 조용해졌다. 주현우만 남아 허아연 곁을 지켰다.어두운 조명의 병실 안, 잠옷 차림의 주현우는 허아연에게서 눈 한 번 떼지 않았다. 조금도 방심할 수 없었다.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겁났다.……다음 날 아침 일찍 정아 이모는 죽을 끓여 가져왔다.회진을 온 의사는 허아연의 상태가 어젯밤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했다. 아직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몸이 너무 뻣뻣하게 굳어 있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세수를 시켜주고 머리를 묶어준 뒤 빨간 리본 머리띠를 씌워주던 주현우가 웃으며 말했다. "딱 10대 때 모습 같네."얼굴이 창백하고 이목구비가 또렷한 허아연은 아픈 와중에도 너무 예뻐 보였다.허아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극정성으로 챙기는 주현우를 계속 바라봤다.허아연이 빤히 바라보자 주현우는 볼을 어루만지고는 정아 이모가 챙겨온 죽을 한 숟가락 떠서 후후 불어 식힌 뒤 입가에 가져다주며 말했다."오늘은 일단 담백한 거 먹고 내일 의사한테 뭘 먹을 수 있는지 다시 물어볼게."주현우가 죽을 입가에 가져다 대도 허아연은 말없이 계속 바라보기만 했다. 그 모습을 본 주현우가 다정하게 설명해 주었다. "의사 말로는 감정 억제로 인한 신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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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화

주현우의 물음에 허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주현우가 허아연의 볼을 어루만지며 안심시켰다."아무 일도 없을 거야. 절대 아무 일 없어."허아연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주현우는 몸을 살짝 기울여 허아연의 이마에 이마를 맞대고 눈을 감으며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허아연, 제발 아무 일 없어야 해."주현우의 숨결이 가까이 느껴지자 허아연은 눈만 깜빡일 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그 뒤 며칠 동안 주현우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병원에만 머물렀다.허아연의 일거수일투족을 직접 챙겼고 정아 이모와 유서희도 옆에서 도왔다.주민경과 전서진도 매일 병문안을 온 덕분에 두 사람도 사이가 많이 가까워졌다.스타라이트 테크에는 주현우가 허아연 대신 병가를 냈는데 병명은 따로 얘기하지 않았다. 병문안을 왔던 유건희와 한민규는 회사로 돌아가서 휴식이 부족해서 그런 것뿐이니 좀 쉬면 복귀할 수 있다며 동료들에게 따로 병문안 가지 말라고 전했다.그 뒤로 병문안을 와서 휴식을 방해하는 사람도 없었다. 병원에 입원한 4~5일 동안 링거도 맞고 나니 허아연의 상태는 처음 입원했을 때보다 훨씬 좋아져 있었다. 말을 할 수 있게 됐고 짧게나마 천천히 움직일 수도 있었다.다만 아직 힘이 없어 재활 치료 중이었다.……병실 안.조금 전 허아연은 혼자 아침을 먹었다. 거동이 불편하고 힘들었지만 주현우에게 먹여달라고 하지 않았다. 스스로 밥을 먹으려 했다. 남에게 온전히 의지하면 자립 능력이 전부 퇴화해서 나중에 완전히 회복하지 못할까 봐 걱정됐다.아침을 먹고 나서는 걷기 연습을 시작했고 주현우가 옆에서 함께했다.허아연은 침대 옆에서 굳은 몸으로 두 발을 조심조심 내딛고 균형을 잡으려 두 팔을 양옆으로 곧게 폈다.딥그레이 홈웨어 차림의 주현우는 앞에 마주 서서 허아연이 언제든 잡을 수 있도록 손을 받쳐주었다. 주현우는 며칠 동안 외모에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허아연이 환자복, 주현우는 홈웨어옷 차림이었다. 일을 비롯해 모든 것을 병실에서 해결하니 집에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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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창밖에는 두 사람의 옷이 걸려 있었고 식탁에는 주현우의 노트북과 업무 서류가 놓여 있었다. 며칠째 병원을 떠나지 않은 주현우를 조용히 바라보던 허아연이 말했다."며칠 동안 고생했어요."아주 느리고 작은 목소리였다. 주현우가 고개를 들더니 손을 뻗어 허아연의 볼을 어루만지며 웃었다."바보 아냐?"말이 끝나자마자 회진을 돌던 의사가 들어왔다. 주현우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허아연의 상태를 설명하고 몇 가지 더 물었다.검진을 마친 의사가 말했다."환자분 회복이 잘 되고 있어요. 보호자분이 곁에 많이 있어 주시고 재활도 계속 도와주세요.""네."주현우는 답을 하고 의사를 배웅한 뒤, 문을 닫고 다시 허아연 곁으로 돌아왔다.의사와 주현우의 노력으로 허아연의 상태도 하루하루 좋아지고 있었다.이제 복도 손잡이를 잡고 한 블록쯤은 걸을 수 있었다.토요일이 되자 전서진은 병문안을 온 김에 주현우와 업무 얘기도 나눴다.두 사람은 복도 끝 작은 테라스에서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나눴다.허아연은 정아 이모와 함께 재활 치료를 하고 있었다.반원형의 작은 테라스에서 따스한 햇살을 온몸으로 느낀 주현우는 편한 기분이 들었다. 뒤쪽 유리문은 꽉 닫히지 않은 상태였다. 그동안 허아연이 병실을 벗어나지 않으니 주현우도 따라서 병실을 떠나지 않았고 아래층에 내려갈 일도 없었다. 업무 얘기가 끝나갈 무렵 주현우는 전서진이 건네는 담배를 받아 들었다. 며칠째 피우지 않고 있었다.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인 주현우는 몸을 돌려 두 팔을 난간에 걸치고 앞으로 살짝 기울였다.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는 주현우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그 모습에 전서진도 담배에 불을 붙이고 난간에 팔을 걸친 채 주현우 옆에 섰다.가볍게 연기를 내뿜으며 주현우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너 아연이랑은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기한 안에 아연이가 퇴원할 수 있겠어?"전서진이 말하는 기한이란 숙려 기간이 끝난 뒤 이혼 서류를 제출할 수 있는 유효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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