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왕이 모습을 드러내자, 고장훈은 고양이를 만난 쥐처럼 곧장 굳어 버렸다. 술기운이 남아 있던 눈빛도 순식간에 맑아졌다.“저, 전하…….”신왕이 유소영 곁으로 다가왔다. 그가 가까워지자, 유소영의 몸이 저도 모르게 가늘게 떨렸다.지금 당장이라도 저 원수를 찔러 죽이고 싶었다……신왕이 고장훈을 향해 명했다.“이 낭자에게 사과하라!”고장훈은 이를 악물고 두 손을 모아 예를 올렸다.“내가 무례했소. 방금 술을 과하게 마셔 말이 지나쳤소.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오.”유소영은 무심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비꼬듯 말했다.“과하신 말씀입니다. 저희 같은 이들이 어찌 감히 장군님께 책임을 묻겠습니까.”신왕은 고개를 돌려 유소영을 바라보았다. 사랑했던 여인과 꼭 닮은, 앳되고 생기 어린 얼굴이었다.조금 전 호위가 연정과 꼭 닮은 여인을 보았다고 아뢰었을 때, 그는 단번에 그 인물이 유소영임을 직감했다.그런데 이렇게 빨리 마주치게 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신왕은 자연스럽게 유소영에게 말을 이었다.“본왕이 너를 수양딸로 삼겠다. 앞으로는 이런 자들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유소영은 순간 얼어붙었다.고장훈은 더욱 믿을 수 없었다.신왕께서 유소영을 수양딸로 삼으시겠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유소영에게 신왕이라는 뒷배가 생긴다면, 그럼……아민은 고개를 들어 신왕을 한 번 보고, 다시 제 아씨에게 시선을 돌렸다.이,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신왕은 대체 무슨 속셈인 걸까?신왕의 얼굴이 엄숙하게 굳었다.“어찌 말이 없느냐. 본왕이 농이라도 하는 줄 아는 것이냐!”유소영은 눈 밑에 싸늘한 기운을 감춘 채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소녀, 전하를 뵙습니다.”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그녀는 신왕에게 맞서기 위해 온갖 방법을 생각했다.하지만 신왕의 권세는 거대한 산과 같았다. 그녀가 온 힘을 다해도 그 산을 조금도 흔들 수 없었다.그런데 그 신왕이 황성에 나타나고, 심지어 자신을 수양딸로 삼겠다고 나서다니…….“소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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