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부군의 형님: Bab 771 - Bab 780

878 Bab

제771화

“지금 뭐라고……”유소영은 목에 가시가 박힌 듯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하니 고준형을 바라보았다.화리?화리를 하자고?!고준형이 지극히 엄숙한 어조로 말을 되풀이했다.“나와 화리해 주시오. 미안하오, 그대를 이용했소.”유소영의 귓가에 웅웅거리는 소리가 파고들었다.“이용……했다고요?”“그대는 늘 내가 왜 그대와 혼인했는지 궁금해했소. 이제야 사실을 말할 수 있게 되었군.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내가 언젠가는 떠나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오. 내 명의로 된 재산이 흥청망청 탕진될까 걱정되어, 후작부를 위해 적당한 안주인을 찾아 재산을 지키게 하려 한 것이오. 그대와 아이를 갖지 않으려 했던 것은, 모든 것을 고씨 가문의 혈육에게 물려주고 싶었기 때문이오. 그들이 나를 길러주었으니, 이는 그들에 대한 보답이오.”고준형이 느긋하게 그 말을 마치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유소영의 눈빛은 온통 허무로 가득했다.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굴었다“화리서는 서재 탁자 위에 있소. 유씨, 그대와 나는 이제 더 이상 아무런 관계도 아니오.”유소영의 마음이 순식간에 산산이 부서졌다.눈앞의 사람이 낯설게만 느껴졌다.도대체 어느 쪽이 진짜 그란 말인가.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믿고 싶었다……유소영은 애써 참았지만,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그녀는 고준형의 팔을 붙잡았다.“부군이 어쩔 수 없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정말 이렇게 포기할 셈인가요?”자신을 포기하고 버려두는 것도 모자라, 자신에게 조금의 믿음도 기대도 없이 그 어떤 계획에도 자신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그렇게 떠나 버리겠다는 말인가……고준형의 눈빛이 순간 복잡하게 흔들렸다.그 순간, 그는 차마 대답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유소영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그는 더 모질어져야 했다.하지만 그녀의 눈을 마주하자, 그 말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마치 그것이 두 사람 사이에 남은 마지막 실 같았다. 한 번 끊어 버리면 다시는 이어 붙일 수 없을 것만 같은 실......고준형은 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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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2화

고준형이 재상 자리에서 파직되자, 조정 대신들은 한동안 탄식을 금치 못했다.하지만 그들이 고준형을 두고 분개한 것도 고작 이틀뿐이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조정은 다시 평소처럼 돌아갔고,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다음 재상이 누가 될지로 옮겨 갔다.사흘도 채 지나지 않아 황제는 새 재상을 임명했다.조정의 정무는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차질 없이 흘러갔다.오히려 선나라와 맺은 맹약 덕분에 양나라는 더는 후방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는 선나라가 언제 쳐들어올지 매일같이 마음을 졸이는 대신, 안심하고 조운을 복구하는 데 힘을 쏟을 수 있었다.고준형의 출신이 밝혀진 뒤, 충용 후작부의 세자 자리도 순식간에 주인이 바뀌었다. 그 자리는 고장훈의 것이 되었다.충용 후작은 큰 충격을 받고 완전히 주저앉았다.그는 수치심에 고개도 들지 못한 채, 문밖출입을 삼가고 찾아오는 모든 이의 방문을 사양했다.그는 몹시 예민해지고 의심이 많아졌다. 찾아오는 이들이 자신을 위로하러 온 것이 아니라, 비웃으러 온 것이라고 여겼다.선나라와 맹약을 맺은 일도 따지고 보면 고준형의 일이 터졌기에 유난히 순조롭게 진행된 셈이었다. 선나라는 사씨 혈통을 없애고 싶어 했다. 겉으로는 고고한 척 위세를 떨쳤지만 정작 양나라가 그를 풀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였다.그러니 대국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고준형의 출신을 밝혀낸 고장훈은 이번에 큰 공을 세운 것이나 다름없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구품 말단 관리에서 본래의 관직으로 복직되었다.황제는 고장훈의 공을 치하하며 황금 만 냥을 특별히 하사했다.그 덕에 고장훈은 한순간에 빚을 모조리 청산하고 온몸이 가벼워졌다.군영에서도 이 장군이 그를 밀어 주려 했다.“다음 달 신왕 전하께서 황성에 오시면 자네를 전하께 추천해 주겠네.”고장훈은 과분한 총애에 몸 둘 바를 모르는 한편, 마침내 고생 끝에 낙이 찾아왔음을 실감했다.“장군, 감사드립니다!”그는 두 손을 맞잡아 예를 올렸다. 반드시 손에 넣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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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3화

복양 군주는 유소영이 몹시 걱정되었다.당연히 괴로워하고 무너져 있을 거라 생각했건만, 막상 마주한 유소영은 슬픔도 기쁨도 모두 비워 낸 사람처럼 아무 일 없다는 듯 담담했다.“괜찮으세요?”복양 군주가 걱정스레 물었다.임유정도 조용히 유소영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의 시선을 받으며, 유소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차를 우려 주었다.“두 분 모두 마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미 많이 좋아졌습니다.”예전의 복양 군주는 벗을 사귈 때도 상대의 출신과 지위를 따지곤 했다. 하지만 지금 유소영이 더는 세자 부인이 아니어도, 복양 군주는 여전히 그녀와 왕래하고 싶었다.이유는 단순했다.그녀가 유소영을 진심으로 친구라 여겼기 때문이다.“진작 오고 싶었어요. 그런데 위명이 말려서……”복양 군주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한 손을 배 위에 얹었다.“제가 아이를 가졌어요. 그런데 얼마 전까지 태가 불안해서 밖에 나올 수가 없었고, 이틀 전쯤에야 겨우 좀 안정됐어요. 마침 오늘 임유정이 먼저 찾아와서 함께 부인을 보러 가자고 하기에 이렇게 왔어요. 혹시…… 저를 원망하지는 않겠지요?”유소영은 옅게 미소를 지었다.“제가 어찌 원망하겠습니까? 아직 축하 인사도 드리지 못했군요. 날을 잡아 제가 직접 찾아뵙겠습니다.”임유정의 눈빛이 가라앉았다.“고장훈만 아니었어도 형님과 아주버님이 이렇게 되지는……”복양 군주가 곧장 팔꿈치로 그녀를 툭 쳤다.“차나 마셔!”유소영은 그저 침착하고 온화할 뿐, 조금도 불쾌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괜찮습니다. 부인께서도 사실 그대로를 말씀하신 것뿐이니까요.”임유정은 더욱 몸 둘 바를 몰라 했다.“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제가 군주님과 함께 온 것은 순전히 체면을 빌린 것뿐이에요. 고장훈의 일 때문에 형님이 저를 보고 싶어 하지 않을 테니까요.”유소영은 담담하게 말했다.“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부인은 부인입니다. 그 사람 때문에 부인에게 화를 돌리지는 않아요. 게다가 이 일이 전부 그 사람의 잘못 때문에 벌어진 것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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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4화

임유정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아버님. 그리고 그분은 이미 아주버님…… 아니, 고준형과 화리했습니다.”옆자리에 앉아 있던 고장훈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그가 곧바로 되물었다. “정말 화리한 거요?”임유정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별다른 감정의 기복도 없었다.“예. 화리서를 제가 직접 확인했습니다.”충용 후작이 찻상을 거칠게 내리쳤다. “화리해야 할 때는 하지 않더니, 하지 말아야 할 때는 도리어…….”“아버지.”고장훈이 그의 말을 잘랐다. “이 일은 사람을 보내 다시 확인해 보는 편이 좋겠습니다.”충용 후작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 “뭘 더 확인한단 말이냐! 그만두어라! 어차피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유소영이 시집을 가든, 과부가 되든 이제는 제 일 아니냐!”고장훈이 고개를 돌려 임유정에게 말했다. “먼저 난향원으로 돌아가시오.”“예, 부군.”임유정이 예를 올리고 물러났다.앞채 안.고장훈이 아버지에게 고했다.“두 사람이 이미 갈라섰다고 하니, 제가 유소영을 부인으로 맞이하고 싶습니다.”충용 후작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그 말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알고나 하는 말이냐!”“저와 고준형은 친형제가 아닙니다. 제가 과부 하나를 들인다 해서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그래도 좋은 소리 들을 짓은 아니다!”충용 후작은 속으로 몹시 불안했다.고장훈의 태도는 단호했다.“이 일은 이미 제가 결정했습니다.”“유소영이 가진 재산을 위해서라도, 저는 반드시 그녀를 들여야 합니다.”“게다가 그녀는 원래 제 부인이었어야 할 사람입니다.”“이제야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뿐입니다. 아버지, 부디 허락해 주십시오.”말을 마친 그는 두 손을 모아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충용 후작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결국 한발 물러섰다.“후작부에 들어오려거든 첩으로밖에는 안 된다.”……문 밖.임유정은 멀리 가지 않고 어둠 속에 숨어 부자의 대화를 전부 엿들었다.순간 속에서 역겨움이 치밀어 올랐다.남의 등골까지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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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고장훈이 거칠게 발걸음을 옮기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유소영을 발견하고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 물었다.“왔소?”유소영은 그런 그를 안중에도 두지 않고 곧장 노부인께 말했다.“제가 아까 말씀드렸던 제안을 받아들이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이씨 어멈을 보내 알려주세요. 그 뒤 일은 제가 다 마련하겠습니다. 아무리 슬프고 괴로우시더라도...... 살아야만 희망이 있습니다, 할머님.”이 말을 조금 더 일찍 어머니께 해 드렸다면, 어머니도 그 길을 택하지 않으셨을까……하지만 곧 그녀는 생각을 거두었다. 어머니가 어떤 절망 속에 있었는지 다 알지도 못하면서, 어찌 함부로 견디라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유소영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노부인을 바라보며 덧붙였다.“어떤 결정을 내리시든, 할머님은 언제나 제게 친할머님 같은 분이십니다. 제가 끝까지 곁에서 보살피고 모시겠습니다.”노부인은 떨리는 입술로 유소영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유소영은 말을 마치자마자 곧장 물러났다. 고장훈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고장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었지만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내가 바래다주겠소.”그는 뻔뻔하게도 그녀를 따라 나섰다.서원 밖.고장훈은 유소영을 따라잡아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요즘 공무가 바빠 그대를 보러 갈 틈이 없었소. 잘 지냈소?”유소영은 앞만 바라본 채 차갑게 말했다.“비키십시오.”고장훈의 눈에는 집착이 가득했다.“나는 이제 세자요! 관직도 되찾았고, 머지않아 더 높은 자리에도 오를 것이오. 유소영, 나는 더이상 예전처럼 그대가 얕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오!”“이제 내 곁으로 돌아오시오. 그대가 한때 고준형의 사람이었던 것도, 나는 문제 삼지 않겠소…….”그가 말을 이으며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다.그러자 아민이 즉시 앞으로 나서 유소영을 대신해 막아섰다.그와 동시에 유소영도 싸늘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설마 아직도 제가 세자 부인 자리를 탐냈다고 생각하십니까?”고장훈의 입꼬리가 씰룩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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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고장훈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그 후 며칠 동안 그는 유씨 가문의 장사를 끈질기게 괴롭혔다.아민은 이런 상황이 분하고 답답할 노릇이었다.“아씨, 요즘 맨날 누군가가 저희 점포에 와서 난동을 피워요! 분명 고장훈이 뒤에서 꾸민 짓이 틀림없어요!”유소영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때마다 막아 내는 수밖에.”아민이 다시 물었다. “아씨, 큰아씨께서 살아 계신 일을 나으리께 서신으로 알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아씨는 양주에서 돌아온 뒤로 나으리와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으셨다. 어쩌면 자신의 출신을 숨겨 온 나으리를 원망하고 계신지도 몰랐다.유소영은 신중하게 말을 꺼냈다. “지금은 좋은 시기가 아니야. 신왕이 어머니의 일을 조사하고 있을 텐데, 만약 그들이 나와 아버......”그녀는 갑자기 목에 가시가 박힌 듯 말을 잇지 못하고 억지로 고쳐 말했다. “나와 외숙이 주고받은 서신이라도 찾아낸다면, 모든 게 탄로 나고 말 거야.”기억을 되찾은 이후로 유소영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오랫동안 친아버지라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외숙이 되어 버렸다.그녀는 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게다가 어머니의 일을 외숙께 어떻게 꺼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요즘 유소영은 겉으로만 침착해 보였을 뿐, 속은 줄곧 흐릿하고 어지러웠다. 마치 온통 엉켜 버린 실타래 같았다.고준형이 곁에 없으니, 누구와 의논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모든 골칫거리들이 한순간에 그녀의 어깨를 짓눌렀다. 너무나 무거웠다.그러나 그녀는 반드시 그 모든 짐을 홀로 짊어지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다.이제 더 이상 기댈 곳이라곤 없었다.유소영이 그 자리에서 홀연히 일어났다.“나랑 점포에 좀 다녀오자.”“예, 아씨!”……유소영은 점포의 소란을 해결하느라 밤이 되어서야 재상부로 돌아왔다.그녀가 마차에서 내릴 때, 저 멀리에서 이씨 어멈이 보였다.“세자 부인.”이씨 어멈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 “노부인께서 저를 보내셨습니다.”유소영이 직접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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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전하를 뵙습니다!”신왕은 마차 안에 앉은 채 내리지 않았다.그는 휘장 한쪽을 살짝 걷어 올리고, 위엄 있고 차가운 눈길로 밖에 선 몇 사람을 훑어보았다.이 장군은 이번에 몇 사람을 데려와 신왕에게 소개하려 했다.고장훈은 그중 한 명에 불과했지만, 누구보다 눈에 띄고 싶어 했기에 은근슬쩍 앞으로 나섰다.이 장군이 말했다.“전하, 이미 망강루에 연회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전하께서 먼 길 오신 피로를 풀어 드리고자 합니다.”신왕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폐하의 뜻인가?”“예, 전하.”신왕은 다시 휘장을 내리며 말했다.“망강루로 가라.”……망강루.별실 안.신왕은 상석에 앉았다.이 장군과 또 다른 심복 하나가 좌우에서 시중을 들었다.고장훈은 말석으로 밀려났다. 그는 어떻게든 신왕의 눈에 들고 싶었다. 하지만 신왕의 매서운 눈빛을 마주할 때마다 저절로 두려움이 밀려왔다.그것이 바로 지위 높은 자가 뿜어내는 압박감이었다.이 장군처럼 지위가 높은 사람조차도 신왕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몸을 낮춰야 했다. 하물며 고장훈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고장훈은 이를 악물고 혼자 술을 마시며 음식을 집어먹었다. 이 장군이 자신을 소개해 주기만을 얌전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마침내 이 장군이 신왕에게 사람들을 하나씩 소개했다.고장훈의 차례가 되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애써 태연한 척하며 신왕께 술잔을 올렸다.“전하, 소장은 오래전부터 전하의 명성을 우러러보았습니다! 특히 송 장군의 억울함을 풀어 주신 일은…….”신왕의 눈 밑에는 짙은 그늘이 어려 있었다. 그는 천천히 눈을 들어 고장훈을 바라보았다.“네 이름이 무엇이냐?”이 장군이 소개한 사람 중 신왕이 반응을 보이고 이름을 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고장훈은 감격하여 두 손으로 술잔을 받쳐 들었다.“소장은 고장훈입니다! 예전에 병사를 이끌고 평담 전쟁에 참전한 적이 있습니다!”신왕의 시선은 무심했다.“고준형이 네 형이냐?”고장훈의 얼굴이 굳어졌다.또 고준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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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8화

신왕이 모습을 드러내자, 고장훈은 고양이를 만난 쥐처럼 곧장 굳어 버렸다. 술기운이 남아 있던 눈빛도 순식간에 맑아졌다.“저, 전하…….”신왕이 유소영 곁으로 다가왔다. 그가 가까워지자, 유소영의 몸이 저도 모르게 가늘게 떨렸다.지금 당장이라도 저 원수를 찔러 죽이고 싶었다……신왕이 고장훈을 향해 명했다.“이 낭자에게 사과하라!”고장훈은 이를 악물고 두 손을 모아 예를 올렸다.“내가 무례했소. 방금 술을 과하게 마셔 말이 지나쳤소.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오.”유소영은 무심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비꼬듯 말했다.“과하신 말씀입니다. 저희 같은 이들이 어찌 감히 장군님께 책임을 묻겠습니까.”신왕은 고개를 돌려 유소영을 바라보았다. 사랑했던 여인과 꼭 닮은, 앳되고 생기 어린 얼굴이었다.조금 전 호위가 연정과 꼭 닮은 여인을 보았다고 아뢰었을 때, 그는 단번에 그 인물이 유소영임을 직감했다.그런데 이렇게 빨리 마주치게 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신왕은 자연스럽게 유소영에게 말을 이었다.“본왕이 너를 수양딸로 삼겠다. 앞으로는 이런 자들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유소영은 순간 얼어붙었다.고장훈은 더욱 믿을 수 없었다.신왕께서 유소영을 수양딸로 삼으시겠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유소영에게 신왕이라는 뒷배가 생긴다면, 그럼……아민은 고개를 들어 신왕을 한 번 보고, 다시 제 아씨에게 시선을 돌렸다.이,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신왕은 대체 무슨 속셈인 걸까?신왕의 얼굴이 엄숙하게 굳었다.“어찌 말이 없느냐. 본왕이 농이라도 하는 줄 아는 것이냐!”유소영은 눈 밑에 싸늘한 기운을 감춘 채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소녀, 전하를 뵙습니다.”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그녀는 신왕에게 맞서기 위해 온갖 방법을 생각했다.하지만 신왕의 권세는 거대한 산과 같았다. 그녀가 온 힘을 다해도 그 산을 조금도 흔들 수 없었다.그런데 그 신왕이 황성에 나타나고, 심지어 자신을 수양딸로 삼겠다고 나서다니…….“소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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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9화

신왕은 차갑게 고장훈을 돌아보았다.“본왕이 네게 물었느냐?”고장훈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가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답했다.“아, 아닙니다.”신왕에게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흘렀다. 아래 사람을 벌레처럼 내려다보는 듯한 차갑고도 무심한 기색이었다.“그렇다면 어찌 감히 나서서 입을 놀리는 게냐!”고장훈은 순간 보이지 않는 힘에 짓눌린 듯 온몸을 떨며 무릎을 꿇었다.“전하, 노여움을 거두어 주십시오! 소장이 잘못했습니다!”신왕의 날카로운 눈빛이 곧장 유소영에게 향했다.“너는 아직 본왕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네 아비의 뜻은 차치하고, 네 본심은 어떠냐? 진정 본왕의 수양딸이 되고 싶은 게냐?"그 모습은 수양딸을 들이려는 것이 아니라 죄인을 추궁하는 것에 가까웠다.고장훈은 여전히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두 눈에 불만이 가득했다.어째서 좋은 일은 하나도 제게 떨어지지 않는단 말인가!자신은 그토록 갈망하던 신왕이라는 뒷배를 얻지 못했는데, 유소영은 원하지도 않는 것을 억지로 얻고 있었다!고장훈은 고개를 들어 유소영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그는 유소영이 거절하기를 바랐다.그래야 앞으로도 자신이 유소영을 손아귀에 쥐고 흔들며 괴롭힐 수 있을 테니까……아민은 애가 타는 듯 가슴을 졸였다. 신왕은 아씨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였다. 그런 사람을 의부로 모신다면, 그것이야말로 원수를 아버지로 받드는 꼴이 아닌가!하지만 지금 신왕은 권세를 앞세워 아씨를 압박하고 있었다. 아씨가 거절할 수 없도록 몰아붙이는 것이나 다름없었다.유소영은 오랫동안 장사를 해 온 사람답게, 물러서고 나아갈 때를 잘 알았다.특히 흥정을 할 때는 더욱 그랬다.흥정을 할 때는 먼저 상대가 어디까지 물러설 수 있는지를 알아내야 한다.그 과정에서 지나치게 약하게 굴어 상대에게 끌려다녀서도 안 되고, 지나치게 강하게 밀어붙여 판을 깨뜨려서도 안 되었다.거듭되는 신왕의 추궁에 유소영은 한없이 공손해 보이는 태도를 취했다.“소녀는 더없이 기쁠 따름입니다.”입으로는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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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0화

앞채.신왕은 상석에 앉아 있었고, 유소영은 곁에 서서 직접 차를 올렸다.다른 한쪽에는 신왕의 측근 호위가 서 있었다. 한순간도 신왕 곁을 떠나지 않고 지키는 자였다.유소영이 이토록 가까이 서 있다 해도 암살에 성공하기란 어려워 보였다.신왕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의 심란한 기색을 꿰뚫어 보았다.“본왕의 수양딸이 된 것이 기쁘지 않으냐?”유소영은 고개를 숙였다.“어찌 감히 그러겠습니까. 다만…… 전하께서 어찌하여 소녀를 수양딸로 삼으려 하시는지 알 수 없어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요즘 부군께 일이 생긴 탓에, 아직 경황이 없어서 그렇습니다.”신왕은 그녀가 우린 차를 들어 한 모금 마셨다.“본왕은 세상의 고통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도울 수 있다면 돕는 편이지. 네 부군 고준형의 일도 들었다. 사씨 가문의 잔당은 실로 선나라가 용납할 수 없는 존재이니, 본왕이라 해도 그를 도울 수는 없다.”“다만……”그는 찻잔을 내려놓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 자신은 할 수 있을 것이다.”유소영이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그 말씀이 무슨 뜻이신지요…….”“본왕은 그와 만나본 적이 있다. 그는 결코 남이 베는 대로 목을 내줄 사람이 아니야. 선나라가 그를 잡아가고도 곧장 죽이지 않은 것은, 아직 숨어 있는 사씨 잔당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고준형을 미끼로 그들을 끌어내 한꺼번에 없애려는 속셈이지. 그러니 당장은 고준형의 목숨이 위태롭지 않을 게다.”말을 마친 그는 유소영에게 일렀다.“차가 식었구나. 찻잎도 그리 신선하지 않고. 다음에 손님을 대할 때는 이러지 말거라.”유소영은 순종하는 척 고개를 숙였다.“예.”곧이어 신왕은 말을 돌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듣자 하니, 네가 기억을 잃었다고 하더구나.”유소영은 두 손을 살짝 움켜쥐었다. “예, 일곱 살 이전의 일은 모두 기억하지 못합니다.”“기억을 되찾고 싶다면 본왕이 의원을 불러 주마.”그 말을 하며 신왕은 의도적으로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유소영은 침착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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