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어전 서재.황제가 은밀히 고준형을 불러들였다. 황제의 표정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그대의 상소문은 짐이 보았다. 허나 짐은 못 본 것으로 해 줄 수도 있다.”고준형이 두 손을 모아 예를 올렸다.“폐하, 신은 이미 처자식과 남은 생을 함께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신은 타고나기를 몸이 약하고 병치레가 잦아, 조정의 일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신의 신분은 폐하께서 아무리 그럴듯한 명분을 세워 주신다 한들, 사람들의 의심을 막을 길이 없습니다. 하여 신은 폐하를 곤란하게 해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황제는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그를 바라보았다.“고준형, 짐은 진심을 듣고 싶구나.”고준형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신은 그저 한낱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습니다. 벼슬살이에 진저리가 나, 사랑하는 이와 서로 의지하며 살고자 할 따름입니다. 당초 강씨 가문의 사건만 아니었다면, 신 또한 두 번째로 벼슬길에 나서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 양나라가 안정되었으니, 신도 공을 이루고 물러날 때가 되었습니다.”황제가 한 손을 상소문 위에 얹은 채, 고준형을 찬찬히 살폈다.“그러니 그대가 데릴사위로 들어갈 곳은 유씨 가문이지 송씨 가문이 아니라는 말이겠지.”고준형이 고개를 숙였다.“그러합니다.”황제의 눈빛이 한순간 어둡게 가라앉았다.“딸아이의 이름은 지었느냐?”고준형은 조금도 거리낌이 없었다.“아이의 이름은 송서아라 합니다.”황제가 짐짓 말을 꺼냈다.“송서아라. 보아하니 외조부의 뜻을 잇게 할 셈이로구나.”고준형은 이를 반박하지 않았다.“송씨 가문에 뒤를 이을 이가 없으면 남방성은 우두머리를 잃어 반드시 큰 혼란에 빠질 것이고, 다른 나라가 그 틈을 노려 파고들기 십상입니다. 이는 첫째, 하늘에 계신 송청명 장군의 넋을 위로하기 위함이고, 둘째, 남방성의 군심을 안정시키기 위함입니다. 남방성의 장병들은 비록 멀리 있으나, 황성의 일 또한 익히 알고 있습니다.”황제의 손이 옥새를 어루만졌다.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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