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영은 서신을 거두고 면사포를 쓴 채, 아민의 부축을 받으며 방을 나섰다.밖에서는 신부를 맞으러 온 행렬로 몹시 떠들썩했다.행렬 맨 앞에 선 유호진의 눈빛은 차분했다. 혼인의 기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오직 깊이 가라앉은 쓸쓸함만이 서려 있었다.그는 어려서 집안이 풍비박산 나 부모를 잃었고, 유성천에게 거두어졌으나 유씨 가문에 오래 머물지도 못했다.그의 지금까지의 삶은, 거의 밖을 떠도는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할 수 있었다.마치 뿌리 없는 부평초처럼 어디로 돌아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이 모든 것이 다 신왕 때문이었다……유소영 역시 처지가 딱하기는 마찬가지였다.두 사람은 서로 처지가 같아 동병상련을 느꼈고, 한 가지 목적을 위해 오늘 반드시 혼인을 치러야 했다.……장씨 가문에서는 손님들을 청해 연회를 베풀었는데, 자리가 꽉 찰 정도로 성황이었다.사람들은 담소를 나누며 웃고 떠들었다.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신랑 신부는 예를 마치자, 곧바로 신방으로 안내되었다.혼례를 지켜보는 이들 중에는 고장훈도 있었다.노부인에게 호되게 꾸짖음을 당한 뒤로, 고장훈은 유소영을 건드리지 않았다.하지만 유소영이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보자니, 마음이 복잡하게 뒤엉켰다.노부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유소영에 대해 그는 예전에는 분명 미안함과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기에 미움까지 뒤섞여 있었다.그는 그녀를 데려다가, 지금 자신이 얼마나 잘나가고 있는지 보여 주고 싶었다. 그런 다음 그녀를 괴롭혀 굴복시키고 싶었다.고준형에게서 겪은 좌절을, 유소영에게서 되찾고 싶었다……술을 몇 잔 들이켜자, 고장훈의 마음속 울분은 한층 더 깊어졌다.특히 술을 권하러 온 신랑을 보자, 그의 얼굴에는 경멸이 가득했다.저 비쩍 마른 사내가 어찌 자신에게 비할 수 있단 말인가!유소영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사내에게 시집을 가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고장훈은 분을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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