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인은 분에 못 이겨, 부들부들 떨리는 팔을 들어 고장훈을 매섭게 가리켰다.“그때 준형이가 오진으로 죽었다고 여겨졌을 적에, 너는 그 아이의 몸이 채 식기도 전에 형수와 놀아났다!”“게다가 소영이, 저 아이는 그때 네 부인으로서 너에게 할 도리를 다했거늘, 너는 도리어 임유정을 위해 저 아이를 욕보이고, 끝내는 내치려고까지 하지 않았더냐!”주위의 백성들은 하나같이 경악했다.황성 안에 묵은 일이란 없는 법이었다.오늘 이 집에서 추문이 터지면, 내일은 또 저 집에서 한바탕 소동이 인다.그해 충용 후작부의 추문을 기억하는 이가 이제 몇이나 남아 있겠는가?그러니 권세를 쥔 지금의 고장훈을 다들 떠받들 뿐, 그가 과거에 저지른 더러운 짓 따위는 잊은 지 오래였다.게다가 속사정의 태반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특히 고장훈과 형수 사이의 일은 더더욱 그러했다.삽시간에 수군거리는 소리가 파도처럼 고장훈에게 밀려들었다.고장훈의 안색이 더없이 험악해졌다.그는 원망 어린 눈으로 노부인을 노려보았다.“그만하십시오! 그만하시란 말입니다! 할머님의 친손자는 저이거늘, 어찌 이토록 저를 해하려 하십니까!”할머님은 정녕 제 체면도, 충용 후작부의 명예도 안중에 없으시단 말인가!그러나 노부인은 이미 얼굴을 붉히며 모든 것을 까발린 뒤였고,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다.이미 반쯤 땅에 묻힌 늙은 몸인데, 이제 와 망신 따위가 무슨 대수겠는가?하물며 망신당할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바로 저 못난 손자였다!“네가 내 친손자인 건 맞다만, 이 할미를 대하는 꼴을 보면 남만도 못하구나!”“내가 여러 해 동안 중병을 앓는 동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거라. 네가 나를 단 한 번이라도 살뜰히 보살핀 적이 있더냐?”“보살피기는커녕 네가 저지른 추한 짓을 덮어 달라며, 죽은 숙부의 전공을 앞세워 너와 임유정의 혼인을 허락하는 성지를 받아내라고 이 할미를 몰아붙이지 않았더냐!”구경하던 사람들은 조모와 손자가 얼굴을 붉히며 맞서는 이 소동을 입을 떡 벌린 채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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