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부군의 형님: Bab 861 - Bab 870

874 Bab

제861화

장공주는 다소 격앙된 모습이었다.그녀는 탁자 모서리를 부여잡은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막북 전쟁에서 부마는 일부러 죽음을 택한 것입니다! 그저 저를 고통스럽게 만들려고요! 그이는 차라리 죽을지언정 제 곁에 남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토록 오랜 세월 그리워한 사내가 저에게 이리도 잔인할 줄은, 정말이지 꿈에도 몰랐습니다!”황제의 낯빛은 차가웠다.“아상, 그자는 이미 죽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면, 짐이 그 유골이라도 파내게 해 주마…….”장공주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저는 그이가 밉지 않습니다. 제가 미운 건 바로 당신들입니다!”그녀가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분노 어린 손끝으로 황제의 등 뒤에 놓인 왕좌를 가리켰다.“저는 저 왕좌가 밉습니다! 부황이 밉습니다! 그토록 잔혹하게 일을 처리하시고, 모든 것을 제멋대로 결정하신 그분이 밉습니다…….”장공주의 눈에서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졌다. 그대로 울다 혼절할 것만 같았다.그 모습을 보고도 황제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그 역시 이제 같은 자리에 앉고 보니 부황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사랑하는 딸을 위해서라면, 사람 몇쯤 죽이는 것이 무슨 대수랴?오히려 부마야말로 공주에게 불임약을 몰래 먹였으니, 그 죄야말로 죽어 마땅한 것이었다!황제가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그자에게 조금이라도 기개가 있었다면, 애초에 처자식과 함께 죽음을 택했어야 했다.”“너와 혼인한 뒤로, 선제께서는 그 가문을 결코 박대하지 않으셨다.”“그 일족의 자제들이 얼마나 많이 덩달아 출세하여, 그 얼마나 위세를 떨쳤더냐!”“아상, 너는 사내라는 것을 모른다. 사내란 죽은 처자식을 두고 슬퍼하고 원통해할 수는 있으나, 그 뿌리에는 결국 제 무능이 자리하고 있어, 머잖아 스스로 현실을 깨닫게 마련이다.”“너는 선제를 원망해선 안 된다. 선제께 잘못이 있었다 한들, 그 모두가 너를 위한 것이었다.”“차라리 너 자신을 원망하거라. 어찌하여 그런 사내를 사랑했는지, 어찌하여 그자의 본색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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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신왕은 자초지종을 낱낱이 캐고 나서야, 이번에 황제가 손을 쓴 것이 유소영에게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었다.유소영은 신왕부의 이름을 빌려 연강 조운 일에 부정한 행위를 저질렀고, 그렇게 부당하게 얻은 재물을 죄다 남몰래 양주 군영으로 빼돌렸다.그녀는 일개 여인이라, 본래 군영과는 얽힐 일이 없는 몸이었다.그러니 다들 그녀의 배후에서 신왕이 지시를 내리고 있으리라 여겼다.앞뒤 인과를 모두 파악하고 나자, 신왕의 낯빛이 서늘하게 굳었다.그는 밀서를 탁자 위에 내려놓고 탁한 숨을 토해 냈다.이제 그는 확신했다. 유소영은 이미 오래전에 기억을 되찾은 것이었다.그녀는 그를 상대하려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제 친부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왕부의 수양딸로 거두어진 일 년 남짓, 그녀는 줄곧 은밀히 판을 짜 왔던 것이다.그녀가 이 한 수를 두는 것은 시간문제였고, 마침 황제 또한 그의 권세를 약화시키려던 참이었으니, 두 사람의 이해가 그대로 맞아떨어진 셈이었다.참으로 대단한 계략이었다!신왕은 촛불을 바라보며 나직이 혼잣말을 내뱉었다.“송청명, 네 딸은 너와는 다르구나…….”송청명은 평생을 떳떳하고 정정당당하게 살아왔다. 자신이 모함당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벼랑 끝에 몰린 순간까지 끝내 배반만은 생각하지 않았다.그러나 유소영은 달랐다.그를 무너뜨리기 위해, 유소영은 죄를 뒤집어씌워 모함하는 짓까지 서슴지 않았다!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신왕은 차갑게 실소했다.“네 딸은 그래도 본왕을 더 닮았구나.”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유소영, 그 아이야말로 마땅히 자신과 연정 사이에서 났어야 할 딸이었다.……양주.고준형과 유소영은 이미 성안에 이르러 거처를 잡았다.그들은 객관에 잠시 머물렀다.객관 안팎으로 관군이 지키고 있어 무척 안전했다.이후 며칠간, 양주 군영은 샅샅이 조사를 받았다.위아래를 막론하고 안팎 구석구석까지.양주의 병권은 설령 고준형의 손에 들어가지 않는다 해도, 날개 꺾인 새처럼 더는 양주 밖으로 벗어나지 못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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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황제가 승하하고, 태자는 갇혔다.황궁 전체가 신왕의 손아귀에 들어갔으나 감히 맞서려는 자는 없었다.그가 황제의 유조를 손에 쥐고 있어, 떳떳하게 황위에 오를 명분이 있었던 까닭이다.문무백관 중에는 신왕이 반역을 꾀해 궁을 압박한 것이라 의심하는 자도 있었으나, 감히 이의를 제기하는 관원은 하나같이 피비린내 나는 진압을 당했다.그와 동시에, 신왕은 고준형이 누명을 씌우고 모함을 저질러 이미 양주에서 붙잡혔다고 공표했다.신왕은 유조를 빌미로 선제의 장례를 마친 뒤, 유월에 정식으로 즉위하기로 결정했다.그 무렵 양주에서 소식이 전해졌다. 양주 군영은 순조롭게 주권을 넘겨받았으나, 고준형과 유소영은 끝내 붙잡지 못했다는 것이었다.신왕은 속이 타들어 갔다.고준형만은 반드시 없애야 했다.그자야말로 가슴에 박힌 큰 우환이었다!……동궁.태자 일가가 갇혔다.궁인들은 새 황제의 즉위를 준비하느라 분주하여 그들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그들이 보기에 조원서는 이미 폐위된 태자나 다름없었다.동궁은 봉쇄되어 아무도 함부로 드나들 수 없었다.조원서는 어둑한 내전에 갇힌 채 분노와 슬픔에 몸을 떨었다.신왕이 감히 이런 짓을 벌이다니......부황께서는 신왕에게 살해당하신 것이 분명했다!그러나 애석하게도 조원서는 미처 손쓸 틈도 없이 당한 터라, 바깥과 연락할 길도 없었고 조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 수 없었다.신왕은 피비린내 나는 수단으로 자신에게 반대하는 목소리를 짓눌렀다.조정에는 제 한 몸 지키기에 급급한 관원들이 대다수였다.그들은 급여를 받고 조정을 위해 일할 뿐, 왕좌에 앉은 황제가 누구인지는 개의치 않았다.……청주.사도 장군 저택.백발이 성성한 노장군이 오래도록 칼집에서 뽑지 않았던 검을 닦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비통함이 서려 있었다.수하가 방으로 들어와 아뢰었다.“장군, 장 장군에게서 회신이 왔습니다. 한데……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장 장군의 말인즉슨, 정세가 아직 확실치 않으니 지금 신왕에게 맞서는 것은 곧 반역이 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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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황성, 초왕부.한 검은 그림자가 서재로 들어섰다.“전하, 예상하신 대로 사도 장군이 손을 썼습니다.”초왕은 자리에 앉은 채, 잔뜩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사도남은 피 끓는 기개가 있는 자지.”궁에서 변고가 일어난 뒤로, 그는 사람을 풀어 각 세력의 동향을 살펴 왔다. 특히 장씨 가문, 이씨 가문, 사도 가문을 눈여겨보았다.이들은 대대로 무장을 세습해 온 가문이라, 그들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했다.이 세상에서 권력의 정점에 있는 것은 결국 병권이었다.천하가 태평할 때라면 병권이 그리 도드라지지 않는다.하지만 일단 세상이 어지러워지면, 병권을 쥔 자야말로 난세를 거슬러 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었다.지금 신왕에게 맞설 수 있는 것은, 오직 병권을 쥔 몇몇 가문뿐이었다.오직 그들만이 백관을 움직일 수 있었다. “전하, 저희는 이제 어찌해야 합니까?”초왕이 고개를 들어 앞을 응시했다.“바깥의 전쟁이 이제 막 끝났는데, 또다시 내란이 일었구나. 본왕은 그저 누군가 나서서 이 혼란을 하루빨리 끝내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하지만 그 누군가가 자신이 될 수는 없었다.초왕은 제 분수를 잘 알았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전하, 사도 장군이 곧장 황성으로 진격할 작정이라 하니, 그때가 되면 황성에서 필시 한바탕 싸움이 벌어질 것입니다. 외람되오나, 부디 미리 대비하시어 황성을 떠나심이 어떠하겠습니까.”초왕은 다소 씁쓸한 기색이었다.“본왕은 떠날 수 없다.”“황성 바깥에 깔린 탐지꾼들이 그저 허수아비로 보이느냐?” “신왕은 이미 오래전부터 본왕을 주시해 왔다. 사도남 쪽의 움직임도, 신왕은 본왕과 마찬가지로 이미 모두 꿰고 있을 것이다.”수하가 걱정스레 물었다.“그렇다면 신왕이 미리 대비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초왕이 나직이 중얼거렸다.“그렇지. 이번 싸움은 사도남 혼자만으로는 결코 이길 수 없다.”적어도 안팎에서 호응하며 사도남과 손발을 맞춰 줄 누군가가 있어야 했다.하지만 남아 있는 세습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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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궁녀들이 신왕을 도와 곤룡포를 입혔다.이는 그의 체구에 맞추어 새로 지은 곤룡포였다.수놓는 여인들은 기한을 맞추느라 무리를 지어 밤을 새우다시피 하며 몸을 혹사해야 했다.황제의 곤룡포는 겉으로는 눈부신 황금빛으로 찬란하고 존귀해 보였으나, 그 이면은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즉위 대전은 궁중에서 거행되었다.어찌 된 영문인지, 오늘따라 하늘이 유난히 음산하게 잔뜩 흐렸다.흠천감에서는 분명 길일이라 점쳤건만.신왕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이미 황위를 손에 넣었으니, 그 누구도 그의 발걸음을 막을 수 없었다.그런데 즉위 대전이 막 시작되려던 참에, 시위가 달려와 아뢰었다.“폐하, 조원서가 달아났습니다!”신왕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동궁에 갇혀 있던 그 태자 조원서가 도망을 쳤다고?황궁 곳곳이 죄다 제 사람들인데, 조원서가 달아나 봤자 어디로 간단 말인가.“그 혼자 힘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다. 필시 누군가 도운 것이니, 샅샅이 뒤져라!”“예!”조원서를 빼돌리도록 손을 쓴 것은 다름 아닌 초왕이었다.오늘 새 황제의 즉위식을 틈타, 초왕은 위험을 무릅쓰고 승부수를 던졌다.그 넓은 동궁에서도 겨우 조원서 한 사람만을 구해 낼 수 있었다.그는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를 실어 나르는 나무통 속에 몸을 숨긴 채, 더없이 무거운 심정에 잠겼다.한편으로는 동궁에 남은 다른 이들이 걱정스러웠다.자신이 달아났으니 그들 역시 필시 연루되어 화를 입을 터였다.하지만 빠져나간다 해도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밖으로 나간들 그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부황은 시해당했고, 신왕은 순조롭게 황위에 올랐으며, 조정에는 감히 맞서려는 자가 없었다. 세력을 잃은 태자 하나가 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걷잡을 수 없는 막막함에 빠져들었다…….그때.짐을 실은 나무 수레가 급작스레 멈춰 섰다.나무통 속에 숨어 있던 조원서의 눈동자가 움츠러들었다.들킨 것인가......이윽고.나무통 뚜껑이 열렸다.조원서는 숨을 죽였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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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선제가 살아 있을 뿐 아니라, 직접 나서서 신왕이 궁을 압박하고 유조를 위조했다고 고발한 셈이었다.이는 그 어떤 죄증보다도 강력해, 신왕이 반역을 꾀했다는 사실을 단숨에 못 박아 버렸다.신왕에게 입이 열 개라 한들, 결코 발뺌할 수 없었다.신왕 역시 변명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이 황궁도, 조정도 이미 모두 그의 사람들로 채워져 있었다. “선제께서는 진작 황릉에 안장되셨다! 이자가 선제를 사칭하고 있으니, 당장 잡아라!”대전 안의 시위들은 새 황제의 명을 따라 선제를 향해 달려들었다.천우위가 선제를 호위했고, 양편은 순식간에 뒤엉켜 격전을 벌였다.대전 안의 문무백관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거나, 사방으로 달아나며 칼날을 피하기에 바빴다.그중 몇몇 대신은 직접 나서서 선제를 지키며 새 황제에게 맞섰다.고장훈은 재빨리 눈알을 굴렸다.그는 이미 후작부의 작위를 잃은 몸이었으니, 이제 남은 길은 새 황제의 다리를 단단히 붙드는 것뿐이었다.이토록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고장훈은 재빨리 선택을 내렸다.그는 새 황제를 택했다…….그리하여 그는 그 자리에서 곧장 충심을 드러냈다.“폐하를 보호하라! 선제를 사칭한 저 반역자를 잡아라!”그는 맨주먹뿐인 몸으로 그 싸움에 뛰어들었다.대전 안의 몇몇 무장은 좀처럼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방금 나타난 이가 남이 사칭한 가짜가 아니라 진짜 선제라는 것을, 그들이 어찌 알아보지 못하겠는가.비록 선제가 어찌하여 죽었다 살아났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그러나 진짜라 해서 사정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늘 이 판국에서는 한 산에 두 호랑이가 함께 살 수 없듯, 새 황제와 선제 가운데 오직 하나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그들 역시 어느 편에든 서야 했다.고장훈은 새 황제를 택했다.그렇다면 그들은 누구를 택해야 한단 말인가?무장들의 시선이 모두 장여훈과 이 장군에게로 향했다.이 대전 안에서 가장 큰 병권을 쥔 자는 바로 저 두 사람이었다.그들이 누구를 택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터였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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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그 검은 그리 깊이 박히지 않았다.검이 더 깊이 파고들려는 찰나, 신왕이 상대를 높은 단 아래로 힘껏 걷어차 버렸다.곁에 있던 호위가 황급히 그를 부축했다. 그 눈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왕…… 폐하!”신왕은 금위군들을 차갑게 노려보았다.이자들이 자신을 배신했다......자신이 방심한 탓이었다.……태평군은 양주 바로 옆에 자리한 곳이었다.고준형은 높은 성벽 위에 서서, 무심하고 공허한 눈빛으로 멀지 않은 양주를 바라보았다.그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아수라장이 된 양주군이 있었다.수많은 화살이 날아들어 그들은 어디로도 피할 수 없었다.성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성 밖에는 수만 대군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적군을 상대하듯 양주성을 겹겹이 에워쌌다. 일말의 자비도 없었다.두 달여 전, 양주군이 신왕을 따라 반란을 일으킨 뒤로 백성들은 앞다투어 성을 빠져나갔다.달아나려 하지 않는 자들마저 양주군에게 내쫓겼다.어차피 양주군은 양주에 방어성을 쌓아야 했으니 말이다.그러나 그것이 도리어 스스로 살길을 끊는 꼴이 될 줄 누가 알았으랴.바로 그 때문에, 성 밖의 대군은 아무 거리낌 없이 공격을 퍼부을 수 있었다.그들은 화살을 쏘고 투석기를 동원했으며, 심지어 화공까지 감행했다.이 기세라면 아예 성 하나를 통째로 몰살하려는 듯했다.양주군은 이런 사태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첫째는 성 밖에 대군이 있으리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둘째는 상대가 이토록 가차 없이 몰아붙일 줄 몰랐다는 데 있었다. 어떠한 협상도 경고도 없이, 일말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곧바로 무차별하게 베어 없애려 들다니, 이는 조정의 방식답지 않았다.성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나가도 죽음이요, 나가지 않아도 살아남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양주군은 절체절명의 궁지에 몰렸다.바깥으로 소식을 전할 방도조차 없었다.그들을 몰살하라 명한 자가 신왕일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누구란 말인가?선제께서 이미 승하하셔서 신왕께서 곧 황위에 오르신다 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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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황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유소영과 고준형은 소식 하나를 전해 들었다. 승하한 줄 알았던 선제가 즉위 대전에 나타나, 신왕이 반역을 꾀하고 궁을 압박했음을 직접 지목했으며, 금위군에게 포위된 신왕은 붙잡혀 대리시에 갇힌 채 심리를 기다리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이는 분명 반가운 소식이었다.신왕을 붙잡는 데서 끝날 일이 아니었다. 천하 사람들이 모두 진심으로 승복하고, 그가 용서받지 못할 대역 죄인임을 알게 해야 했다.그리해야 송씨 가문의 억울함도 씻을 길이 열릴 터였다.유소영은 하루빨리 황성으로 돌아가 신왕의 말로를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보름 뒤.황성.신왕에 대한 심리는 대리시가 맡아 진행했다.황제는 엄히 조사하여 신왕이 저지른 모든 죄를 낱낱이 밝혀내라 명했다.신왕이 옥에 갇히자, 이제는 황제가 그동안의 죗값을 따질 차례였다.신왕을 옹호하던 무리들은 하나같이 조사를 받았다.당초 대전에서 목숨을 걸고 황제를 지켰던 몇몇 관원은 그 충성심을 인정받아 포상을 받았다.그 가운데에는 이리저리 갈피를 못 잡던 장여훈도 끼어 있었다.장여훈이 입으로는 신왕을 지키겠다 외쳤으나, 정작 결정적인 순간 황제를 지켜 낸 것만은 사실이었다.행적을 따질 뿐, 속내까지 캐묻지는 않는 법이었다.황제는 그래도 그에게 상을 내려 황금과 저택을 하사했다.사도남이 청주에서 전 병력을 이끌고 먼 황성까지 달려와 반란과 조정의 혼란을 바로잡으려 한 일 또한 황제의 눈에 들었다.황제는 사도남 역시 도리를 지키려는 다급한 마음에서 그리한 것임을 헤아려, 함부로 직무를 이탈한 죄를 사면하고 따로 상을 내렸다.공로를 헤아려 상을 내리고 나자, 이번에는 죄를 물을 차례였다.대전 안.황제의 시선이 좌중을 훑고 지나가더니 한 사람에게 멎었다.바로 고장훈이었다.“고장훈, 그날 그대는 누구를 지켰는가?”고장훈은 이미 혼비백산해,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쿵!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폐하, 부디 죄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신은…… 신은 그날 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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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쓰러진 담은 누구나 밀어젖히는 법이니, 하물며 신왕이라는 저 굳건한 성벽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사람들은 그 담을 밀어 넘어뜨린 뒤, 그 주검을 짓밟고 서서 저마다 한몫씩 챙기려 들었다.무장들이 특히 그러했다.그들은 진작부터 신왕이 쥔 병권에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그토록 커다란 고깃덩이는 누구 한 사람의 손에 떨어지든, 탐하다가는 배가 터져 죽을 만한 것이었다.장여훈은 희색을 감추지 못한 채 제 발로 유소영을 찾아왔다.그는 당초 유소영이 아이를 낳는 틈을 타 그녀를 죽이고 아이만 남기려 했던 일을 까맣게 잊은 듯했다.“얘야, 이렇게 무사히 돌아왔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네 아버지가 하늘에서 보살핀 게로구나.” 유소영이 옅게 웃어 보였다. 그 눈빛에는 서늘한 냉담함이 서려 있었다.“장 장군, 하실 말씀이 있으면 어려워 말고 바로 하시지요.”장여훈이 껄껄 웃었다.“좋다! 그럼 나도 터놓고 말하지! 지난번 우리가 계약서를 쓰고 손을 잡아 신왕을 상대하기로 했을 때, 네가 약조하지 않았느냐. 신왕의 병권을……”유소영이 그의 말을 잘랐다.“장 장군, 오해하셨습니다. 저에게는 신왕의 병권을 누구에게 나눌지 정할 만한 권한이 없습니다.”장여훈은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뻔뻔하게 말했다.“우리 몇 가문만 한마음으로 뭉치면, 신왕의 병권쯤은 얼마든지 나눠 가질 수 있다.”“너도 알다시피, 이 양나라의 병권은 본디 다섯 가문의 것이어야 마땅해.”“다른 자들이야 우리 밑에서 밥술이나 얻어먹으면 그만이고.”“이번에 신왕이 궁을 위협하는 난리를 일으켜 하마터면 나라의 근간을 뒤흔들 뻔했으니, 이를 빌미로 폐하께 모든 병권을 다섯 가문에 돌려 달라 청할 수 있다. 네 생각은 어떠냐?”유소영은 매우 담담했다.“장 장군께서는 아직 소식을 못 들으신 모양입니다. 신왕에게 남은 병권은 이제 얼마 없습니다.”장여훈이 미간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말이냐?”“오만이 넘는 양주군이 모조리 죽었으니까요.”장여훈은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너, 너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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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신왕은 고개를 숙인 채 음산하고 소름 끼치는 웃음을 흘렸다.그는 어깨가 들썩일 만큼 웃어 댔다.옥사 밖에 선 황제는 차분하고 태연했다.“짐이 네게 온전한 시신만은 남겨 줄 수 있다.”신왕이 홱 고개를 쳐들었다. 그는 음험한 눈빛으로 사납게 황제를 노려보았다.“네 뜻대로 되게 두지는 않겠다.”황제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힘없이 기침을 했다.이내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또 애달프다는 듯 신왕을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짐이 기회를 주었건만 네가 마다하는구나. 그래도 짐은 얼마든지 뜻을 이룰 수 있다. 다만 그리되면 네 말로가 그리 좋지는 못할 것이야. 게다가 네 처자식까지 하나같이 네 고집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되겠지.”신왕이 서늘하게 웃었다.“증거도 내놓지 못하면서, 정말 내게 죄를 씌울 수 있을 것 같으냐? 세간의 입을 막으려 해도 그럴듯한 명분은 있어야 할 텐데.”황제의 눈에는 오직 살기만이 어려 있었다.“이것이 네 선택이란 말이지.”……유씨 저택.유소영은 언니 유설요의 서신을 받았다. 신왕이 송씨와 염씨 두 가문에 누명을 씌운 사건에 대해, 유설요가 선나라에서 몇 가지 증거를 찾아냈다는 내용이었다.그녀는 지금 양나라로 오는 길이었다.유소영은 조심스러운 마음에 사람을 보내 마중하도록 했다.조정 안팎에는 아직도 신왕의 앞잡이들이 숨어 있었다. 그자들은 어떻게든 신왕을 구해 낼 방도를 찾고 있었으니, 신왕에게 불리한 죄증이 나타나는 것을 결코 그냥 두고 볼 리 없었다.한편, 유설요는 말을 재촉해 달렸다.가는 도중, 그녀는 아니나 다를까 매복을 만났다.다행히 유소영이 마중 보내 둔 이들이 때맞춰 당도한 덕에, 자객들은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날은 무더웠다. 유설요는 가벼운 상처를 입은 터라 곧장 강가에 앉아 팔의 상처를 씻어 냈다.피가 강물에 스며들어 이내 옅게 흩어졌다.그녀는 채비를 마치고 몸을 일으켰다.“산길로 간다!”……칠월 초.유설요가 양나라 황성에 도착했다.유 대감은 그녀를 보고 몹시 감격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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