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극 로맨스 / 부군의 형님 / 챕터 781 - 챕터 790

부군의 형님의 모든 챕터: 챕터 781 - 챕터 790

878 챕터

제781화

어서방.황제가 붓을 멈추었다. 그 눈빛은 유난히 차가웠다.그는 고개를 들어 그 탐지꾼을 바라보며 말했다. “계속해서 신왕을 감시하라.”감히 황성으로 돌아오려 하다니. 고준형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신왕은 과연 야심이 컸다.황제가 고개를 돌려 또 다른 탐지꾼을 불러냈다. “고준형 쪽에서는 아직 소식이 없느냐?”탐지꾼이 고개를 저으며 아뢰었다.“고준형은 이미 선나라에 도착했습니다만, 감시가 워낙 삼엄하여 저희에게 서신을 전할 수 없는 듯합니다.”황제가 한숨을 내쉬었다.“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않고서야 어찌 새끼 호랑이를 잡겠느냐. 이번에는 참으로 그에게 어려운 일을 맡겼구나.”“짐의 명을 전하라. 반드시 고준형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선나라의 군사 상황을 알아낼 수 있든 없든, 가장 중요한 것은 고준형이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다.”“명을 받들겠습니다!”황제는 고개를 돌려 벽에 걸린 지도를 바라보았다.한 달여 전, 바로 저 지도 아래에서 고준형은 세상을 놀라게 할 그 계획을 말했었다.“폐하, 신에게 한 가지 계책이 있습니다. 성공한다면 선나라 남쪽의 방어선을 단숨에 무너뜨릴 수 있고, 동시에 신왕의 세력도 견제할 수 있습니다. 폐하께 있는 두 가지 큰 근심을 한꺼번에 덜어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황제는 지금껏 그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피가 끓어오르는 듯한 흥분을 느꼈다.그가 고준형과 함께 꾸민 이 연극이, 부디 만족스러운 결말을 맞이하기를 바랐다.……선나라.사씨 가문의 잔당인 고준형이 끌려오자, 조정 안팎이 크게 술렁였다.사영진에게 아들이 있었단 말인가?!침전 안.무창제는 용포 자락을 풀어헤친 채 미인을 품에 안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음침하게 가라앉아 있었다.“그놈을 성문에 매달아라. 그래도 사씨 놈들이 구하러 오지 않는지 보겠다!”“예!”황제의 말이 막 끝나기 무섭게, 밖에서 태감이 아뢰었다.“폐하, 강왕 전하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무창제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들라 해라!”강왕은 무창제의 친동생으로,
더 보기

제782화

신왕의 명이 떨어지자, 유성천은 애주에서의 고된 유배 생활을 끝내고 황성으로 돌아오게 되었다.자신을 사면하라 명한 이가 신왕이라는 말을 들은 순간, 그는 정신이 아득해졌다.이유를 채 알아내기도 전에, 그는 곧장 신왕부로 끌려갔다.먼 길에 지친 유성천은 화려한 옷차림에 위엄마저 압도적인 신왕을 보자, 절로 한없이 비굴해졌다.그는 애써 웃음을 지었다. 마치 등뼈가 산산이 부서진 사람처럼 곧장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소인, 전하의 은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전하의 이 큰 은혜를 소인이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그는 극진히 감사해했고, 심지어 아첨하는 듯한 태도까지 보였다. 마치 신왕이 제 누이 일가를 해친 원흉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사람 같았다.그를 바라보는 신왕의 표정은 매우 무심했다.“네 딸을 내가 이미 수양딸로 삼았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느냐?”유성천의 두 눈동자가 순간 세차게 흔들렸다.수양딸이라니……바닥을 짚고 있던 손이 저도 모르게 꽉 쥐어졌다.마치 파도에 휩쓸렸다가 순식간에 기슭에 내던져진 기분이었지만, 유성천은 고개를 들 때면 여전히 얼굴 가득 아첨하는 미소를 지었다. “소녀에게는 더없는 복이지요!“소인이 감히 여쭙겠습니다만…… 전하, 그렇다면 앞으로 저희도 한집안 사람이 되는 것입니까?”신왕은 눈을 가늘게 뜨고 유성천을 살폈다.“본왕은 네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상관하지 않는다. 네가 소영이에게 무엇을 말하든 두렵지도 않다.”“너희 목숨은 오직 본왕의 마음 하나에 달려 있다.”“살지 죽을지는 네가 직접 선택해라.”유성천은 겁에 질린 듯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얼굴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당혹스러운 기색을 띠고 있었다. “소인은 당연히 살고 싶습니다! 전하, 이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부디 분명히 알려 주십시오! 소인이 대체 무엇을 말해야 한단 말입니까?”……반 시진 후.유씨 저택.유소영은 일부러 서둘러 돌아와 아버지를 위한 환영 자리를 마련했다.그러나 유성천은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젓가락
더 보기

제783화

“방금 나를 뭐라고 불렀느냐?”유성천이 쉰 목소리로 물었다.유소영은 자리에 앉은 채, 비통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저는 전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황성에 남아야 합니다.”유성천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너…… 너 언제 기억이 돌아온 것이냐? 설마 그래도 신왕에게 맞서려는 게냐?”순간 그의 머릿속은 충격과 혼란으로 가득 찼다.자신이 애주로 유배 가 있던 사이,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고준형의 출신이 드러나 선나라로 압송되었고, 소영이는 기억을 되찾았다. 게다가 하필 신왕이 소영이를 찾아오기까지 했다니…….유성천은 목이 턱 막혔다.이미 기억을 되찾은 유소영을 마주하자,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이 아이는 참으로 기구한 운명이었다.그는 차라리 그녀가 모든 것을 잊은 채 아무 근심 없이 살아가기를 바랐다. 원한을 짊어지고 평생 그늘 속에서 살아가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그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했다.하지만 결국 막지 못했다……유성천은 가슴이 찢어질 듯 괴로웠다.그가 갑자기 유소영의 어깨를 붙잡았다.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고, 목소리는 간절했다.“내 딸…… 너는 영원히 내 딸이다. 네가 무엇을 기억해 냈든, 내가 너를 속인 일을 원망하든 말든, 이번만큼은 반드시 내 말을 들어야 한다. 우리 함께 황성을 떠나자. 계란으로 바위를 치려는 어리석은 마음을 품지 말거라.” “네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세상을 떠났다. 너는 유씨 가문과 송씨 가문을 통틀어 유일하게 살아남은 혈육이야.”“너마저 사라진다면, 이 세상에 그 누가 송씨 가문의 억울함을 알아주겠으며, 또 누가 그들을 기억하겠느냐…….”유소영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억울한 일이 있다면 세상에 밝혀져야 하지요. 그리고 언니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설령 자신이 억울함을 밝히는 이 길에서 목숨을 잃는다 해도, 외숙이 의지할 사람 하나 없이 남겨지지는 않을 터였다.유성천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굳어버렸다.“뭐라…… 설요가 살아 있다고? 그게 어찌
더 보기

제784화

봄이 가고 가을이 오고, 다시 가을이 지나 겨울이 되었다.눈 깜짝할 사이 또 한 해가 흘렀다.때는 봄, 선나라 황도.강왕부 밖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백성들은 목을 길게 빼고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강왕부의 혜민 군주가 혼인을 한다더군!”“진작 들었지! 강왕의 미래 사위라는 자가 보통 인물이 아니래. 사씨 혈통에다, 양나라에서 재상까지 지냈다더군. 선나라로 압송된 뒤에는 강왕과도 영 수상쩍은 사이라지.”“나도 그 얘기 들었네! 다들 강왕이 색에 눈이 멀어 그 사람을 위해 몇 번이나 변호해 줬고, 그래서 폐하께서 그를 사면하셨다고 하더군. 그런데 듣자 하니 그자는 이미 사씨 가문과 연을 끊었다지. 참으로 사씨 다운 기개라곤 눈곱만큼도 없구먼.”“기개가 다 무슨 소용인가? 목숨을 구해 주나? 나라도 그렇게 했을 걸세!”“그래도 한때 재상까지 지낸 사람이 갑자기 강왕부에 데릴사위로 들어가다니. 앞으로 남은 평생을 그 부녀의 위세 아래 눌려 살아야 할 텐데, 차라리 죽는 편이 낫지 않겠나. 사씨 가문은 백 년을 이어 온 명문 세가라더니, 이제 완전히 몰락했구먼. 그 옛날 사영진이 얼마나 비장하고 참혹하게 죽었는데. 아들은 그 아비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군.” “그러게 말이오! 강왕을 섬기더니 이제는 그 딸까지 섬기게 생겼으니, 사씨 가문의 체면이 말이 아니오!”사방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와, 그 자리에 있는 한 듣지 않으려야 들을 수가 없었다.아민은 걱정스레 고개를 돌려 제 아씨를 바라보았다. 유소영은 위모를 쓰고 있어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유소영은 얇은 비단 너머로 강왕부를 바라보았다.오늘은 혼례 예물을 보내는 날이었다.그리고 그 예물을 보내 혜민 군주를 맞이하려는 사람은 다름 아닌 고준형이었다……“아씨,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우선 객잔으로 돌아가시는 게 어떨까요?”아민은 더는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그때, 왕부 안에서 몇 사람이 걸어 나왔다.아민도 다른 사람들처럼 저도 모르게 그쪽을
더 보기

제785화

유설요는 남장을 하고 있었다. 머리 모양도 사내처럼 꾸민 모습이었다.자매가 마주했지만 익숙한 안부 인사 따위는 없었다. 곧장 본론으로 들어갈 뿐이었다.유소영이 말문을 열었다. “외숙께서 전해 주라 하신 인장이에요. 앞으로 선나라 쪽 장사는 모두 언니에게 맡기겠다 하셨어요.”유설요는 비단 상자를 열어 그 안의 인장을 집어 들고 대충 훑어보았다.“솔직히 말하면, 나는 줄곧 아버지를 원망했어.”“너라는 조카딸 때문에 나와 어머니를 한없이 소홀히 했으니까.”“그래서 일찍 집을 뛰쳐나와 밖에서 장사를 시작한 거야.”“나중에 오라버니 일까지 터지고 나서는 더더욱 아버지가 미웠어. 아버지 눈엔 오로지 조카딸만 보이는 것 같았거든.”유소영의 표정은 더없이 담담했다.“저는 외숙께 깊이 감사하고 있어요.”“외숙이 아니었다면 저는 이미 밖에서 죽었을지도 모르죠.”“외숙모와 언니, 그리고 큰오라버니께도 똑같이 감사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언니와 외숙 사이에 계속 골이 남아 있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외숙은 겉으로는 늘 아무렇지 않은 사람처럼 보여서, 저도 한때는 큰오라버니와 언니 일에도 슬퍼하지 않는 무정한 분이라 여긴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분이 몇 번이나 술에 취해 정신을 잃고 주정을 부리신 건, 모두 언니와 오라버니를 그리워하기 때문이었어요. 외숙은 너무 잘 참으시는 분일 뿐이에요. 그런데 감정을 그렇게 눌러 삼키는 사람일수록, 속은 더 괴로운 법이지요.”유설요는 그런 유소영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너도 그러니?”유소영의 눈빛은 평온했다.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그녀는 못 알아들은 듯 유설요의 물음에 대꾸하지 않았다.유설요는 인장을 거두며 의미심장하게 말을 이었다.“고작 인장 하나 전해 주자고 네가 직접 선나라까지 올 필요는 없었을 테니...... 역시 그 사내 때문에 온 거지? 곧 혼인한다던데, 신경 쓰여?”유소영은 의연하게 입을 열었다.“언니의 말을 부정하진 않겠어요. 하지만 그게 제가 이번에 온 주된 목적은 아니에요.”“몇
더 보기

제786화

고준형이 이곳에 나타난 것은 전혀 예상 밖의 일이었다.마치 꿈만 같았다……그녀는 멍하니 문밖의 남자를 바라보았다.그는 많이 야위어 있었다. 얼굴의 윤곽도 전보다 훨씬 또렷했다.그 순간, 유소영은 저도 모르게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고준형은 그녀를 밀어내지 않았다. 한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고 몸을 돌려 방 안으로 들어서면서, 다른 손으로는 자연스럽게 문을 닫고 걸어 잠갔다.유소영은 발끝을 들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더는 아무 말도 필요 없었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그저 그리움과 슬픔, 그리고 지난 일 년 동안의 원망을 쏟아낼 뿐이었다.유소영은 두 팔로 그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입맞춤이 깊어질수록 눈물도 함께 흘러내렸다.그러나 잠시 뒤, 사내가 얼굴을 돌려 그녀의 표현을 거절했다.고준형은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그의 어깨에 감겨 있던 팔을 내려놓게 했다.“왜 선나라에 온 거요.”그가 진지하게 물었다.하지만 유소영은 그저 그에게 입을 맞추고 싶었고, 그를 안고 싶었다. 그의 질문 따위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다.“왜 저를 버리고 가셨어요…….”그녀의 목소리가 메었다. 지난 일 년 동안 그녀는 줄곧 참고 또 참아 왔다. 오직 고준형 앞에서만, 그녀는 비로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있었다.“왜 아무 설명도 없이 저와 화리하고 떠나신 겁니까? 왜 다른 여인을 맞으려 하시는 거예요! 이 거짓말쟁이! 영원히 첩을 들이지 않겠다고, 평생 저 하나뿐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어찌 제게 이러실 수 있어요!”그녀는 분노와 억울함을 쏟아냈다. 고준형의 옷깃을 붙든 채 몇 번이고 그에게 따져 물었다.고준형은 깊고 어두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일찍이 말했을 텐데. 사람 마음은 쉽게 변하는 법이라고.”유소영은 거세게 고개를 저었다.“저는 알아요! 당신에게는 분명 계획이 있을 겁니다. 목적도 있겠지요…… 하지만 제게 분명히 말해 줄 수 없었나요? 왜 우리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거냐고요!”그녀는 고준형의 평온한 눈을 바라볼수
더 보기

제787화

아직 혼례를 올리기 전이었지만, 혜민 군주의 마음속에서 고준형은 이미 제 사내였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준형에게 다가갔다.“이상하네요. 왜 이렇게 마음이 불안한지 모르겠어요.”말을 하며 그녀는 발끝을 들어 고준형의 얼굴 가까이 다가갔다.고준형은 피하지 않았다.입맞춤이 닿기 직전, 오히려 멈춘 것은 혜민 군주였다.코앞까지 가까워진 거리에서, 혜민 군주는 탐욕스럽게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정말 알고 싶어요. 부왕께서 대체 당신을 건드리셨는지 아닌지.”이토록 모욕적인 질문에도 고준형의 반응은 담담했다. 그의 시선은 그녀를 향해 있었지만, 정작 그녀를 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밤이 깊었습니다. 군주께서는 이제 처소로 돌아가셔야 합니다.”혜민 군주는 차갑게 웃었다.“부왕께서 당신을 위해 청을 올리게 만들어 목숨을 건지고, 이제는 딸까지 당신에게 시집보내게 만들었군요. 고준형, 당신은 참 대단한 사람이에요. 소문처럼 부왕께서 당신에게 홀려 분별을 잃으신 건 아닐까 두려울 정도예요. 우리를 혼인시키려는 것도, 어쩌면 당신을 오래 곁에 두기 위해서일지도 모르지요.”“하지만 그게 또 무슨 상관이겠어요.”“부왕도 개의치 않으시겠지요. 나와 부왕이 같은 사람을 탐한다 해도…….”말을 하며, 그녀가 손을 들어 고준형의 얼굴을 어루만지려 했다.고준형은 한 걸음 물러나 거리를 벌리며 혜민 군주의 말을 끊었다.“군주, 말씀이 지나치셨습니다.”혜민 군주는 웃었다.“제 부왕을 몹시도 신경 쓰는군요. 솔직히 말해, 나는 부왕께서 누군가를 이토록 총애하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당신이 처음이에요.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 두세요. 나 또한 진심으로 당신을 좋아해요. 처음 당신을 본 순간부터 알았지요. 당신은 하늘이 내게 내려 준 사람이라는 걸.”“다음 달 혼례가 무척 기대돼요.”고준형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다시 한 걸음 물러서며 손을 들어 예를 갖추었다.“예.”혜민 군주는 그가 이렇게 순순히 따르는 모습을 보면서도, 정복했다는 만족감은 느끼
더 보기

제788화

지난 한 해 동안 유소영은 줄곧 아버지가 살해당한 사건을 조사해 왔다.신왕은 먼저 아버지에게 적과 내통했다는 누명을 씌웠고, 아버지를 죽게 만든 뒤에는 도리어 아버지와 송씨 가문 군사들의 억울함을 풀어 주는 척하며 군심을 끌어들였다.그 모든 일이 너무도 빈틈없이 처리되어, 허점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일 년에 걸쳐 조사했지만, 유소영이 알아낸 것은 고작 신왕의 옛 부하 하나가 이름과 신분을 숨긴 채 선나라로 들어왔다는 사실뿐이었다.그녀는 그자를 찾으면 무언가 단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가 떠난 시기가 공교롭게도 아버지께서 변을 당하신 직후였기 때문이다.유소영은 조사해 둔 주소를 따라 복산진이라 불리는 곳을 찾아갔다.그리고 한 의방에서 그 사람을 만났다.그는 마흔이 넘은 나이로, 이미 양쪽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했다.의방 안에는 환자들이 꽤 많았는데, 대부분 평범한 백성들이었다.유소영이 들어갔을 때, 그는 다친 사냥꾼을 진료하고 있었다.“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습니다. 살갗이 찢어진 것뿐이니, 곧 나을 겁니다.”사냥꾼의 부인이 미심쩍은 얼굴로 물었다.“정 의원, 제대로 보신 것 맞습니까? 제가 보기엔 상처가 꽤 깊어 보이는데요.”정 의원은 끝까지 차분한 태도로 말했다.“별일 아닙니다. 잠시 뒤 약 몇 첩만 지어 가시면 됩니다.”부부는 다소 난처한 기색이었다.“정말 큰 문제가 없는 거라면, 그 약은…… 안 먹어도 되지 않겠습니까?”그들은 사냥으로 생계를 이어 가는 사람들이었다. 형편이 넉넉할 리 없었다.게다가 황제가 사냥을 좋아해 많은 산을 차지하고 사냥꾼들의 출입을 금지한 탓에, 그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정 의원은 그들의 사정을 알아차리고 온화하게 말했다.“그 약에는 은자를 받지 않습니다. 어디서든 캘 수 있는 흔한 약초들이라서요.”사냥꾼 부부는 크게 감동해 황급히 정 의원에게 감사 인사를 올렸다.“정 의원은 정말 좋은 분이십니다! 다른 의방에서는 이렇게 약을 그냥 주지 않는데 말입니다!”방 안의 다른
더 보기

제789화

정 의원은 멍하니 유소영을 바라보았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유소영은 평소처럼 담담했다. 그러나 눈빛에는 슬픔이 어려 있었다.“의원님, 제게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어째서 제 아버지와 그분들이 죽으셔야만 했습니까?”정 의원은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그는 딱딱하게 굳은 채 고개를 저었다.“저…... 저는 모릅니다.”유소영은 태연하게 탁자 위의 은침을 집어 들고, 손끝으로 가볍게 굴렸다.“의원님은 알고 계실 겁니다.”“이곳에 숨어들어 선한 사람 행세를 하며 살아온 것도, 결국 속죄하기 위해서가 아닙니까?”“정말 속죄해야 할 사람이 눈앞에 나타났는데, 어째서 이제 와 물러서시는 겁니까?”정 의원은 유연정과 무척 닮았으면서도, 어딘가 알 수 없는 독기까지 서린 그 얼굴을 바라보다가 안색이 창백해졌다.그러나 그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낭자의 병은 제 능력 밖입니다. 다른 의원을 찾아가 보십시오.”그 말을 남기고 그는 밖으로 나가려 했다.그러나 유소영은 조금도 다급해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한마디 던졌다.“환자를 여기 버려두고 가시게요? 그러고도 의원이라 할 수 있습니까?”정 의원의 발걸음이 멈췄다.유소영이 다시 말을 이었다. “이름과 신분을 숨기고 이곳까지 와서, 지금껏 부인도 들이지 않으셨지요. 스스로도 좋은 삶을 누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아닙니까?”“당신은 도대체 누구요.” 정 의원이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녀는 살짝 웃었다. 겉으로는 조금도 해로울 것 없는 얼굴이었다.“제가 누구인 것 같습니까?”정 의원은 깊이 숨을 들이켰다. 그러고는 밖에서 약을 짓고 있던 제자에게 분부했다.“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이미 해가 기울었지만, 이 의방은 평소 늦은 시각까지 문을 열어 두곤 했다.오늘은 분명 평소와 달랐다.환자들이 하나둘 떠나고, 약을 짓던 제자도 정 의원이 돌려보냈다.의방 안에는 유소영과 그녀가 데리고 온 이들만 남았다. 아민과 일행이었다.정 의원은 애
더 보기

제790화

반 시진쯤 지나, 유소영은 지장이 찍힌 진술서를 손에 쥐고 의방을 나섰다.정 의원은 문 앞에 선 채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는 마차가 어둠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가, 점차 숨이 가빠지는 것을 느꼈다.저토록 여린 여인이 신왕을 상대하려 하다니.대체 저 여인이 미친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늙고 무력해져 이제는 꿈조차 꾸지 못하게 된 것인가?……마차 안.유소영은 그 진술서를 손에 꼭 쥔 채, 어느샌가 마차 벽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어젯밤 한숨도 자지 못한 데다, 오늘 큰일 하나를 마치고 나니 비로소 긴장이 조금 풀린 탓이었다……“아씨? 아씨!”아민의 다급한 부름에 유소영은 잠에서 깨어났다.눈을 뜨니 뺨이 축축했다.눈물이었다……아민은 손수건으로 그녀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눈에는 걱정과 근심이 가득했다.“아씨, 악몽을 꾸셨나 봐요. 계속 무어라 외치셔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유소영은 자신이 무슨 꿈을 꾸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다만, 낮에 생각한 것이 밤에 꿈으로 나타난 것이 분명했다.어느덧 밖은 어두워질 대로 어두워진 시간이었다.유소영은 창가의 휘장을 걷고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잊으려 해도 마음 한구석이 저릿하게 아려 왔다.분명 모두 잊으려 했건만, 끝내 다시 떠오르고 말았다. 고준형이 곧 다른 여인과 혼인한다는 사실이……그녀는 볼일을 다 마쳤으니 이제 양나라로 돌아가야 했다.어쩌면 앞으로 두 사람은 다시는 만나지 못할지도 몰랐다……희래 객잔.유소영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문을 닫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억지로라도 푹 자려고 애썼다.잠들어야만 더는 많은 생각을 하지 않을 터였다.마음속에 걸려 있던 큰일 하나를 해결한 덕분인지, 유소영은 그날 밤 깊이 잠들었다.다음 날.유소영이 잠에서 깨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진술서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짐을 챙겨 양나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하지만 진술서가 사라져 있었다!분명 진술서를 넣어 두었던 궤짝이 텅 비어 있었다.유소영의 가슴이 철렁
더 보기
이전
1
...
7778798081
...
88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