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혼례를 올리기 전이었지만, 혜민 군주의 마음속에서 고준형은 이미 제 사내였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준형에게 다가갔다.“이상하네요. 왜 이렇게 마음이 불안한지 모르겠어요.”말을 하며 그녀는 발끝을 들어 고준형의 얼굴 가까이 다가갔다.고준형은 피하지 않았다.입맞춤이 닿기 직전, 오히려 멈춘 것은 혜민 군주였다.코앞까지 가까워진 거리에서, 혜민 군주는 탐욕스럽게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정말 알고 싶어요. 부왕께서 대체 당신을 건드리셨는지 아닌지.”이토록 모욕적인 질문에도 고준형의 반응은 담담했다. 그의 시선은 그녀를 향해 있었지만, 정작 그녀를 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밤이 깊었습니다. 군주께서는 이제 처소로 돌아가셔야 합니다.”혜민 군주는 차갑게 웃었다.“부왕께서 당신을 위해 청을 올리게 만들어 목숨을 건지고, 이제는 딸까지 당신에게 시집보내게 만들었군요. 고준형, 당신은 참 대단한 사람이에요. 소문처럼 부왕께서 당신에게 홀려 분별을 잃으신 건 아닐까 두려울 정도예요. 우리를 혼인시키려는 것도, 어쩌면 당신을 오래 곁에 두기 위해서일지도 모르지요.”“하지만 그게 또 무슨 상관이겠어요.”“부왕도 개의치 않으시겠지요. 나와 부왕이 같은 사람을 탐한다 해도…….”말을 하며, 그녀가 손을 들어 고준형의 얼굴을 어루만지려 했다.고준형은 한 걸음 물러나 거리를 벌리며 혜민 군주의 말을 끊었다.“군주, 말씀이 지나치셨습니다.”혜민 군주는 웃었다.“제 부왕을 몹시도 신경 쓰는군요. 솔직히 말해, 나는 부왕께서 누군가를 이토록 총애하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당신이 처음이에요.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 두세요. 나 또한 진심으로 당신을 좋아해요. 처음 당신을 본 순간부터 알았지요. 당신은 하늘이 내게 내려 준 사람이라는 걸.”“다음 달 혼례가 무척 기대돼요.”고준형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다시 한 걸음 물러서며 손을 들어 예를 갖추었다.“예.”혜민 군주는 그가 이렇게 순순히 따르는 모습을 보면서도, 정복했다는 만족감은 느끼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