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씨 노부인의 말을 들은 계연수는 순간 몸이 굳었다.그녀는 심씨 노부인의 얼굴을 가만히 살폈다. 농담으로 꺼낸 말은 아닌 듯했다. 저 표정이라면, 정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계연수는 더 말을 보태 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싫다고 말한들 심씨 노부인의 뜻이 바뀔 리 없었다.심씨 노부인의 처소를 나선 뒤, 최씨가 어느새 곁으로 다가와 나란히 걸었다.최씨는 어제 본 연극이 재미있지 않았냐며, 다음에도 함께 보러 가자고 권했다.계연수는 속으로 난처한 웃음을 삼켰다.어제 공연 한 번 보러 갔다가 심서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았던가. 또 나갔다가는 정말 얼굴빛이 솥바닥처럼 새까맣게 변할지도 몰랐다.게다가 최근 들어 두 사람 사이에 사소한 신경전도 몇 번 있었기에, 굳이 일을 더 만들고 싶지 않았다.“나중에 기회가 되면. 요즘은 주방 일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따로 시간을 내기가 어렵구나.”최씨는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사실 그녀는 계연수와 몇 번 더 함께 외출하고 싶었다. 심정민에게도 오숙부가 오숙모를 어떻게 대하는지 직접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다. 조정에서 보이는 냉정한 모습만 따라 하지 말고, 부인을 아끼고 챙기는 모습도 좀 배웠으면 했다.어젯밤, 그녀는 처음으로 부군의 품에 안겨 보았다.그 순간, 메말랐던 마음에 다시 온기가 스며드는 것 같았다.후원 생활이 답답하고 시어머니가 까다롭다고 해도, 부군이 제 편을 들어 주고 조금만 더 마음 써 준다면 충분히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다만 심정민의 어젯밤 행동은 어디까지나 심서준을 따라 한 것에 불과했다.만약 조금만 더 배운다면...하지만 최씨는 더 이상 권할 수는 없었다.대신 시간이 나면 꼭 자신의 처소에 들르라며 거듭 당부했다. 자신에게는 회임에 도움이 되는 비방도 있다고 덧붙였다.계연수는 회임 이야기만 나오면 괜히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 되곤 했다.아직은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그저 때가 되면 오겠거니 생각할 뿐, 조급한 마음이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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