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주문춘귀: Bab 751 - Bab 760

809 Bab

제751화

계연수는 심서준이 왜 그런 걸 묻는지 의아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앞채에서 온 사람이 그러더군요. 넷째 오라버니께서 술을 많이 드셨다고요. 그래서 부군께서도 분명 술을 꽤 드셨을 것 같아 먼저 해장탕을 끓여 두라고 시킨 겁니다. 돌아오시면 바로 드실 수 있게 말입니다.”심서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계연수가 마침내 자신을 걱정해 주었으니 오늘 밤만큼은 기분이 더없이 좋았다.사랑하는 사람에게 걱정받고 보살핌을 받는다는 것이 이런 기분이었구나.예전의 그는 그런 마음쯤은 별것 아니라고 여겼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감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느껴졌다.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계연수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눈가에는 옅은 웃음이 번졌고, 다정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불렀다.“부인.”계연수는 멍하니 그를 올려다봤다.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지금껏 들었던 것 가운데 가장 다정한 음성이었다.심서준도 이렇게 부드럽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졌다. 그녀는 넋을 잃은 채 그의 눈을 바라봤다.어느새 따뜻한 입술이 계연수의 입술을 덮쳤고, 눈앞의 검은 눈동자가 점차 흐릿해졌다.살며시 벌어진 입술 사이로 그의 입맞춤이 스며들었다. 그리고 귓가에는 다시 다정한 목소리가 속삭였다.“부인…”조심스럽게 다가와 입술을 포개었다.지금까지 두 사람이 함께한 어떤 밤보다도 더 부드럽고 따뜻한 입맞춤이었다.계연수는 몽롱한 정신으로 반쯤 감긴 눈을 뜬 채 심서준을 바라봤다.웃음기를 머금은 그의 눈동자가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이토록 다정하게 '부인'이라 불러 준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낯설기는 했지만, 오늘 밤의 심서준이 늘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침상 휘장이 내려오자 그녀는 더욱 나른해졌다.풍한이 아직 가시지 않은 탓인지 몸은 뜨겁고 눈꺼풀은 무거웠다.오후부터 밤까지 줄곧 분주하게 움직인 탓에 온몸이 욱신거려 손가락 하나 움직이고 싶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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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2화

명씨는 의아하기 그지없었다. 세상 욕심 하나 없어 보이고, 딱히 잔꾀를 부릴 사람 같지도 않은데, 제 동서가 이런 사람 하나를 상대하지 못했다니.아마도 뒤에서 심서준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겠지.그리 짐작한 명씨는 곧 얼굴에 웃음을 띠고 계연수와 적당히 인사를 나누었다.계연수는 명씨와 몇 마디 주고받은 뒤, 백씨에게 심정우의 상처가 어떤지 물었다. 백씨의 말을 듣고서야 심정우가 온몸에 칼상을 입었으며, 몇 번이나 산적들의 손에 죽을 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백씨는 이야기하다 끝내 눈물까지 떨구며 목이 메어 말했다.“그 아이가 대체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다.”계연수는 조용히 위로했다.“그래도 다행히 견뎌 냈잖아요. 셋째 도련님께서는 공도 세웠고, 폐하께서도 중히 여기고 계시니 앞으로는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백씨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좀 더 몸을 추스르게 하고 싶었는데, 그 아이는 하루라도 빨리 부임하겠다고 하는구나. 마음이 너무 급해서 문제다. 무릎이 그 지경인데 어떻게 임지로 간단 말이냐. 그나마 정우 아버지가 겨우 말렸으니 망정이지. 예전에는 이런 일에 저리 마음을 쓰는 아이가 아니었는데, 이번 일을 겪고 나더니 그래도 좀 철이 든 모양이더구나.”명씨가 곁에서 말했다.“좋은 일이구나.”백씨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게 말이에요.”계연수는 백씨의 처소에 조금 더 머물며 덤덤하게 몇 마디를 더 나누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가 떠나자마자 명씨는 곧장 백씨를 안쪽 방으로 끌고 들어갔다.“보아하니 그렇게 속이 깊고 음험한 사람 같지는 않던데, 너는 어쩌다 저 사람한테 밀린 것이냐?”백씨가 냉소를 흘렸다.“형수님께서는 그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신 겁니다. 저 사람이 주방 일을 맡자마자 묵은 장부를 들춰내더니, 어머님께 가서 은근히 일러바치기까지 했습니다. 어머님께 자기가 능력 있다는 걸 보여줌과 동시에 제 발목을 잡으려는 속셈이 아니고 뭐겠습니까?”명씨는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낮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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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3화

명씨는 백씨의 말을 듣는 순간 얼굴빛이 확 달라졌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백씨를 바라보더니 목소리를 낮춰 나무랐다.“정말 제정신인 것이냐? 심 후작이 어떤 사람인데! 혼인한 지 얼마나 됐다고 그 사람의 부인에게 손을 대려고 한 것이냐? 결국 셋째 동생까지 네 일에 휘말린 것이지 않느냐.”백씨의 얼굴이 굳어졌다.“전 흔적 하나 남기지 않았어요. 누구도 제 소행이라는 걸 밝혀낼 수 없었고, 부군도 제 편이었단 말입니다. 원래는 나 소실까지 한꺼번에 치워 버리려던 계획이었는데, 다섯 째 도련님께서 끝까지 물고 늘어질 줄은 누가 알았겠습니까. 증거도 하나 없으면서 하필 제 동생을 잡아갔잖아요. 그렇다고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겉으로는 법대로 처리한 거니 사람들은 오히려 대의멸친이라며 칭찬하고, 심 후작은 철면무사의 명성만 더 얻게 됐습니다.”명씨는 그제야 모든 사정을 깨달은 듯 미간을 찌푸렸다.“그래서였구나. 원한이 깊은 것도 아닌데 왜 사람을 계속 풀어 주지 않는다 했다. 애초에 셋째 동생을 가둔 건 너한테 경고하려는 것이었구나. 그런데도 네가 또 움직인다면, 셋째 동생 목숨 하나쯤은 그 사람 손에서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그 말에 백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럼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어머님께서는 갈수록 연수를 더 아끼십니다. 형수님 말대로 일을 맡겨 보냈더니 그 아이는 뭐든 척척 해내는 데다 오히려 저를 궁지로 몰아넣었어요. 이제는 정말 물러설 곳도 없는 것 같아요.”명씨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무슨 벌써 궁지야.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나 많은데.”잠시 뜸을 들인 그녀가 차분히 말을 이었다.“앞으로 삼 년 동안은 절대 손대지 말거라. 지금은 때가 아니다. 아직 분가도 하지 않았으니 기회는 얼마든지 생길 것이다. 심 후작은 쉽게 속아 넘어갈 사람이 아니란 말이다. 그 사람의 눈은 피할 수가 없지. 지금도 증거 하나 없이 널 손아귀에 넣고 있지 않느냐. 증거가 없을 뿐이지, 범인이 너라는 걸 이미 알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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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4화

백씨는 겁에 질린 명씨의 얼굴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그러고는 이내 조용히 말했다.“형수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냥 해 본 말이에요. 저도 그런 짓까지 할 배짱은 없습니다.”그 말은 사실이었다.지금의 백씨에게는 정말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심서준처럼 치밀한 수단도 없었고, 무엇보다 자신의 분수를 모를 만큼 어리석지도 않았다.명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타일렀다.“내 말 명심하고. 앞으로 삼 년은 절대 움직이지 말거라.”잠시 말을 끊은 그녀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덧붙였다.“대신 계연수라면 다른 방법을 써볼 수는 있지.”백씨가 눈을 크게 떴다.“무슨 방법이요?”명씨는 그녀를 가까이 불러 귓가에 몇 마디를 낮게 속삭였다.그 말을 들은 백씨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명씨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차분히 설명을 이었다.“셋째 동생을 구하고 싶다면, 먼저 계연수가 우리에게 빚을 졌다고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정면으로 밀어붙일 필요는 없다. 돌아가는 길도 있는 법이니까. 예전의 고씨 집안은 경성에서도 변변치 못한 집안이었다. 지금 계연수가 심씨 가문에 시집왔다고 해도, 아직은 고씨 집안을 대단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다들 심씨 가문의 덕을 얼마나 입게 될지 지켜보고 있는 거겠지. 헌데 한 가지는 분명하다. 계연수의 어머니는 계씨 집안이 몰락한 뒤 줄곧 고씨 집안에서 지냈고, 계연수 역시 사씨 집안과 화리한 뒤 가장 먼저 돌아간 곳이 외가였다. 그만큼 고씨 집안은 모녀에게 은인이기도 하고, 정 또한 각별할 수밖에 없지.”명씨는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고씨 집안에 셋째 아가씨가 있지 않느냐. 지난번엔 노부인께서도 잠시 마음에 들어 하셨다면서? 차라리 그 아이를 혁선이와 혼인시키는 건 어떠느냐? 그 아이는 서자이긴 해도 서자들 가운데서는 가장 뛰어난 아이다. 지난해 과거에도 급제했으니, 고씨 집안 입장에서는 오히려 과분한 혼처지. 무엇보다 두 집안이 사돈을 맺게 되면 백씨 집안과 고씨 집안도 한 식구가 된다. 너도 백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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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5화

“지금은 아직 고씨 집안이 평범할 때 혼인을 성사시켜야 한다. 그래야 고씨 집안도 우리에게 크게 은혜를 입었다고 여기게 되지.”명씨의 말을 끝까지 들은 백씨는 그녀의 속셈을 금세 알아차렸다.결국 서자가 너무 좋은 혼처를 얻어 정실 자식을 위협하는 일만은 막고 싶다는 뜻이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나쁠 것도 없었다.지금 이 혼사가 성사된다면 고씨 집안 입장에서는 더없이 큰 은혜였다. 고씨 집안 셋째 규수가 영국공부에 시집가는 것만으로도 몇 대에 걸쳐 쌓은 복이라 할 만했다.게다가 자신은 고씨 집안에 은혜를 베푸는 셈이 되고, 고씨 집안 규수는 백씨 집안의 며느리가 된다.그렇다면 훗날 계연수를 움직일 패 하나쯤 손에 쥐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더구나 고씨 집안이 은혜를 입었다고 여기게 되면, 계연수에게 나서서 그녀의 셋째 동생을 풀어 달라고 설득해 줄지도 몰랐다.남들이 보기에도 이 혼사는 고씨 집안이 높은 집안과 인연을 맺은 것이고, 백선혁 역시 재주와 인품을 두루 갖춘 인물이니 흠잡을 이유가 없었다.한참 생각에 잠겼던 백씨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형수님 말씀이 맞아요. 오라버니만 설득하실 수 있다면 저도 찬성이에요. 모레 공훈 연회에는 친정어머니도 오실 테니, 저도 함께 말씀을 드려 보겠습니다.”명씨는 백씨가 뜻을 이해한 것을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애초에 고씨 집안 셋째 규수가 정말 뛰어난 아가씨였다면 자신도 이 혼사를 선뜻 밀어붙이지 않았을 것이다.“그럼 그렇게 하자.”*한편 계연수는 돌아오는 길에 심서준의 서재 앞을 지나게 되었다.그때 곁에 있던 방 어멈이 말했다.“후작께서 서재에 있는 책은 부인께서 심심하실 때 언제든 가져다 읽으셔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잠시 둘러보시겠습니까?”계연수는 처음에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한 번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문득 고개를 들자 누각 위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지난번 이곳에 왔을 때는 밤이라 밖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었다.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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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6화

그림 속 여인은 얼굴이 그려져 있지 않았다. 심지어 배경조차 텅 비어 있었다.계연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심서준 같은 사람이 미인도를 그린단 말인가. 이건 심서준이 직접 그린 그림일까, 아니면 그저 수집해 둔 것일까?그녀는 다른 그림들도 차례로 펼쳐 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같은 여인을 그린 것은 분명한데, 얼굴이 그려져 있지 않아 누구인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계연수는 그림을 창가로 가져가 빛에 비추어 보았다. 그러자 그림 속 여인의 모습이 조금 더 또렷해졌다. 목덜미에 찍힌 작은 점까지 선명하게 드러났다.하지만 그 점 말고는 여인의 신분을 짐작할 만한 단서가 보이지 않았다.여인은 긴 머리를 풀어 내리고 있었고, 그림마다 분홍빛 치마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머리에는 장신구 하나 꽂지 않았고, 맨발인데다 손목에는 옥팔찌 하나만 끼고 있었다.흰 옥팔찌는 흔한 물건이었다. 그것만으로는 여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계연수는 그림을 다시 말아 원래 자리에 넣었다.그림 상자를 닫고 나가려던 순간, 그녀의 시선이 옆에 놓인 또 다른 그림 상자로 향했다. 무언가에 홀린 듯 계연수는 다시 그 상자를 열고, 안에 있던 그림 한 폭을 꺼냈다.그림이 천천히 펼쳐졌다.계연수가 고개를 숙여 그림을 들여다본 순간, 손끝이 가볍게 떨렸다.그림 속 여인은 흰 속옷 차림으로 침상 위에 앉아 있었다. 어깨가 드러나 있었고, 목덜미의 작은 점도 여전히 또렷했다.사실 어깨 한쪽이 살짝 드러난 것 말고는 특별히 노골적인 그림은 아니었다. 하지만 계연수는 가슴이 불쑥 내려앉는 느낌에 더 이상 볼 수 없었다.이것도 심서준이 그린 것일까?확실한 것은, 이 그림들이 모두 같은 여인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그리고 그 작은 점…방 어멈은 계단 어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후작의 서재에는 감히 함부로 들어갈 수 없어, 그저 계연수의 분부만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계연수는 방 어멈을 보자 아무 말 없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돌아가는 길, 한참을 걷던 계연수가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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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7화

백씨는 곁에 앉아 그 광경을 묵묵히 지켜보았다.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그녀만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심씨 노부인은 규율을 무엇보다 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는 것을. 며느리가 아침 문안을 오지 않는 것은 곧 불효였고, 그 자체로 하늘이 무너질 만큼 큰일이었다. 설령 몸이 아파도 일단 와서 얼굴을 비쳐야 했고, 노부인이 직접 오지 말라고 해야 비로소 빠질 수 있었다.그런데 계연수에게만은 달랐다.심서준이 매번 와서 계연수가 병이 나 문안을 올 수 없다고 한마디만 전하면 그만이었다. 혼인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계연수는 벌써 여러 차례 몸져누웠다. 아침 문안에 나오지 않은 날도 적지 않았는데, 심씨 노부인이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한 적이 있었나. 지금도 고작 입으로만 가볍게 타박할 뿐이었다.예전에 백씨가 한 번 크게 앓아 문안을 빠진 적이 있었다. 그때 그녀는 심씨 노부인에게 예법을 모른다며 한참을 꾸지람 들어야 했다.가슴속에 답답한 울분이 고이던 그때, 심씨 노부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어제 연회는 연수가 제법 잘 치렀더구나. 예전에 네 넷째 형수가 맡았을 때와 견주어도 모자라지 않았다.”심씨 노부인은 조금 뜻밖이라는 듯 말을 이었다.“처음 맡은 일인데도 혼자 그 정도로 해낼 줄은 나도 몰랐다.”백씨는 속이 또 한 번 뒤집혔다.어제까지만 해도 그녀는 계연수가 찾아와 경험을 묻지 않을까 걱정하며, 온갖 핑계를 대어 모른척 할 궁리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계연수는 그녀를 찾아오기는커녕 혼자서 모든 일을 빈틈없이 처리했다. 사소한 실수 하나 없었다는 사실이 백씨로서는 도무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집안일을 맡아 본 적도 없는 젊은 부인이 어떻게 그토록 매끄럽게 연회를 치렀단 말인가. 더구나 주방의 하인들은 또 어찌 그리 말을 잘 들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본래는 가만히 있다가 계연수가 실수하기만 기다렸다가 옆에서 바람을 넣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바람을 일으키기는커녕, 불똥이 도리어 자신에게 튄 꼴이 되고 말았다.백씨는 얼굴에 억지웃음을 띠고 맞장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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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8화

어젯밤 연회 하나만으로도 계연수는 숨 돌릴 틈조차 없이 지쳐 버렸다. 그런데 내일부터는 또다시 경축연 준비에 매달려야 했다. 만약 그녀의 속마음을 묻는다면, 분명 사양했을 것이다. 원래부터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 성정이었기에 맡겨진 일이 있으면 성심껏 해냈지만, 그렇지 않다면 굳이 스스로 일을 떠안지는 않았다.하지만 이곳은 심씨 가문이었다. 명문대가인 데다 심서준은 신분 또한 남달랐다. 그의 정실부인인 이상, 계연수가 한가롭게만 지낼 수 있는 날은 애초에 없었다.*그날 저녁, 평소보다 일찍 돌아온 심서준은 마중 나온 계연수를 보았다. 분홍빛 치맛자락을 흩날리며 걸어오는 모습은 마치 나비가 날아드는 듯 가볍고도 화사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품으로 끌어안더니, 오늘 밤은 교외 별장으로 가 하룻밤 묵자고 했다. 마침 내일은 휴무일이기도 했다.“지금 바로요?”계연수가 되묻자 심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지금 출발하자.”계연수는 잠시 망설였다. 심씨 노부인이 맡긴 일이 머릿속을 스쳤다. 내일은 백씨의 처소로 가 경축연 준비를 배워야 했다. 빠졌다가는 심씨 노부인이 또 트집을 잡을 것이 뻔했다.사정을 들은 심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어머니께 말씀드리지. 경축연 준비는 네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계연수는 깜짝 놀라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아니에요, 저도 배우고 싶은 마음으로 하는 일이에요.”그녀는 심서준이 심씨 노부인을 찾아가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막고 싶었다. 심서준이 무슨 말을 하든 심씨 노부인은 결국 그녀가 부군을 부추겨 이간질한다고 여길 테니까. 겉으로는 알겠다고 해 놓고 뒤에서는 부군을 시켜 고자질했다는 말까지 나올지도 몰랐다.계연수는 그런 오해를 감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괜한 일을 만들어 좋을 것은 없을 테니까. 심씨 노부인은 원래부터 자신을 탐탁지 않아 했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흠을 잡으려 들 터였다. 게다가 어렵게 조금씩 누그러진 지금의 관계마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심서준은 미간을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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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9화

“안 힘들어요.”계연수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사실 지금도 충분히 편한 편이었다. 그렇다고 집안일을 전혀 하지 않고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맡아야 할 일이라면, 차라리 지금부터 하나씩 익혀 두는 편이 나았다.심서준은 그런 계연수를 잠시 바라보았다. 피곤한 기색 대신 새로운 일을 배우겠다는 의지가 얼굴 가득 번지고, 눈빛마저 반짝이고 있었다. 괜히 무리하다 지칠까 걱정했던 마음도 조금 누그러졌다. 본인이 원해서 하는 일이라면 굳이 더 말릴 이유는 없었다.계연수는 다시 장부에 집중했다.곁에 있던 용춘이 과일을 조심스레 내오자, 계연수는 배를 한입 베어 물며 장부를 넘겼다. 중요한 부분은 붓으로 하나하나 표시해 가며 꼼꼼히 살폈다.심씨 가문의 재력은 역시 상상 이상이었다.연회 한 번 치르는 데 들어간 은자의 액수만 봐도 절로 혀가 내둘러질 정도였다. 하물며 이런 명문가에서는 진귀한 산해진미를 끊이지 않게 올릴 테니, 지방에서 관리들이 매달 식재료를 들여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 막대한 살림살이를 떠올리니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어느새 배도 두 개째 비워 버렸다.장부를 모두 덮었을 무렵에는 이미 술시를 훌쩍 넘긴 뒤였다. 피곤함이 밀려온 계연수는 느긋하게 몸을 씻고 단장을 마친 뒤 침실로 향했다.계연수는 심서준이 아직도 서재에 있을 거라 생각했다. 늘 그녀보다 늦게 잠자리에 드는 사람이었으니까.그런데 침실에 들어서자 침상에 기대앉아 책을 읽고 있는 심서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계연수가 다가오자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덮고 그녀를 바라봤다.“다 봤느냐?”계연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심서준이 올라오라는 듯 자리를 내어 주자 계연수는 천천히 안쪽으로 들어갔다.심서준이 읽고 있던 것은 권책으로 엮어 놓은 사건 기록이었다. 아직 다 읽지 못한 듯 다시 시선을 권책으로 돌렸지만, 계연수는 옆에 누운 채 자꾸만 그의 옆모습을 훔쳐보았다.빛을 받은 옆얼굴은 더없이 반듯하고 수려했다. 몸짓 하나에도 타고난 품격이 배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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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0화

계연수는 심서준의 말을 듣는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그림 속 여인은 어딘지 요염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고, 옷차림도 단정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런 모습은 자신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었다. 애초에 그림 속 인물이 자신일 거라고 생각해 본 적조차 없었다.계연수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 없어요.”심서준은 붉게 물든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어떻게든 선을 긋고 싶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사실 그가 보고 싶었던 것은 계연수의 반응이었다. 그 그림을 본 뒤에도 아무렇지 않을지, 아니면 마음에 걸려 할지를 알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녀는 그런 그림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듯했다.그는 조용히 물었다.“그럼 넌 어떻게 생각했느냐? 혹시 그 그림이 마음에 걸리는 것이냐? 네가 보기 싫다면 내가 전부 없애겠다.”계연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자신이 정말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녀도 선뜻 설명할 수 없었다.거슬리냐고 묻는다면 아주 그렇다고 할 수도 없었다. 애초에 심서준의 과거를 두고 자신이 왈가왈부할 자격이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무엇보다 심서준이 처음 자신과 혼인한 이유도 그녀는 알고 있었다.계연수는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그림을 없애 달라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그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했을 뿐이에요.”심서준은 그녀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렇다면 괜한 생각은 하지 말거라.”그 한마디에 계연수의 가슴 한쪽이 답답하게 막혀 왔다.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용기를 내 조심스레 물었다.“혹시 예전에는 최씨 집안 둘째 아가씨를 좋아하셨나요?”심서준은 다시 권책으로 향했던 시선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봤다. 그의 미간이 천천히 좁혀졌다.“누구에게 들었느냐?”그 짧은 한마디만으로도 그가 언짢아졌다는 것을 계연수는 금세 알아차렸다. 심장이 조여 왔지만, 이미 여기까지 꺼낸 이상 물러설 수도 없었다.“우연히 듣게 됐어요.”심서준은 미간을 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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