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아버지는 늘 그녀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 그녀 같은 성정은 고생이나 고단한 일과는 맞지 않으니, 애초에 그런 삶을 지게 할 생각도 없었다고. 집안에서는 그녀를 너무 편하게 키운 탓에 게으른 성격이 되었지만, 괜찮다며 웃어넘기곤 했다.그리고 언젠가, 온갖 풍족함을 다 담은 혼수를 마련해 주겠다고도 했다. 설령 시집을 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편하게 지내는 ‘게으른 며느리’로 살아도, 손에 쥔 돈으로 평생 부족함 없이 살 수 있을 거라고. 아버지는 진심으로 그게 가장 좋은 미래라고 믿고 있었던 듯했다.그런 삶은 제법 완벽해 보였다. 평생 한 사람만 바라보는 듯한 부군, 겉으로 보기엔 성품도 괜찮아 보이는 사위감, 그리고 평생 써도 남을 만큼의 혼수. 거기에 그녀는 외동딸이었기에 언제든지 돌아갈 친정도 있었고, 눈치 볼 필요도 없었다. 그저 예의만 지키고 크게 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평생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세상은 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건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것이었고, 처음부터 정해둔 설계처럼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굴러가는 삶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계연수는 자신이 원래부터 게으르고, 큰 뜻도 없으며, 누구처럼 대단한 능력이나 출신을 가진 사람도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마음 한쪽에서는 늘 바랐다. 아무 걱정 없이, 그저 조용하고 평온하게 한평생을 보내고 싶다고.그걸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끔은 이유 없이 마음이 허전해지고, 때때로는 자신이 지금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조차 모를 만큼 막막해지곤 했다.발아래로 번지는 달빛을 바라보며,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아버지와 함께 달 아래에서 차를 마시던 밤, 그가 들려주던 이야기들. 그때의 그녀는 먹고 자는 일이 전부였고, 아버지 서재에 있는 책 중 무엇이 재미있을지 고민하며 끝까지 읽어보는 게 전부였다. 가끔은 몰래 어머니 품으로 들어가 잠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그 시절 그녀에게 가장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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