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을 택한 너에게, 나는 네 라이벌을 택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531 - 챕터 540

578 챕터

제531화

도성은 병원 쪽 일을 어느 정도 정리한 뒤 곧 떠날 생각이었다. 세미가 지금은 자신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계속 곁에 머무르면 세미에게 더 큰 부담이 될지도 몰랐다.그때 도성이 준모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일이 생겨서 너랑 같이 못 돌아갈 것 같아. 너 먼저 돌아가서 부모님께는 내가 아직 지방 출장 중이라고 말해 줘.” “세미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백혈병일 가능성이 크대.”준모는 말을 잃었다. 이렇게 큰일이 생길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받아들이기조차 어려웠다.“그런데 네가 여기 남으면 장인어른과 장모님도 눈치채실 수 있어. 지금도 두 분이 계속 이상하게 여기고 계시잖아. 우리도 이제 슬슬 버티기 힘들어.”준모가 다시 말했다.“채이도 계속 집에 있잖아. 매일 부모님을 마주해야 하니까 이 일은 빨리 정리하는 게 좋아.”“세미 씨에게 더 좋은 치료 환경을 마련해 주고 싶으면 데려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세미 씨 성격상 그렇게 쉽게 따라가진 않을 거야.”“그 부분은 너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해.”맞는 말이었다. 진해강과 김유미가 알게 되면 분명 강하게 반대할 것이다. 아들이 이 일에 관여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으려 할 게 뻔했다.하지만 모든 일이 너무 갑작스러웠다. 도성도 뭐부터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이 일은 나도 좀 더 생각해 봐야 해. 너무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지금은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아.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세미가 최대한 빨리 치료를 받게 하는 거야.”“그게 제일 급해. 난 세미가 저렇게 있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어.”도성의 목소리는 단단했다. 이미 마음을 정한 사람의 얼굴이었다.“알았어. 나도 같이 방법을 찾아볼게. 다만 오늘은 나도 돌아가야 해. 내가 안 돌아가면 장인어른과 장모님도 더 의심하실 거야.”준모도 도성을 돕고 싶었지만 어떤 일은 결국 당사자가 직접 마주해야 했다. 다른 사람이 대신 결정해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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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2화

준모가 도성을 대신해 결정해 줄 수는 없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도성의 일이었다. 아무리 옆에서 조언을 해도, 결국 감당해야 하는 사람은 도성 자신이었다.도성이 조용히 말했다.“난 당분간은 세미 곁에 남을 거야. 세미가 혼자 모든 걸 견디게 두고 싶지 않아. 내가 남아 있어야 해. 그게 남자로서 내가 해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해.”“부모님께는 솔직히 말씀드릴 생각이야. 나중에 세미와 함께할 수 없게 되더라도, 적어도 지금은 내가 세미를 제대로 돌봐야 한다고 생각해.”도성은 이미 마음속으로 답을 정리해 둔 상태였다. 부모님이 반대해도 세미 곁을 지킬 생각이었다. 억지로 영원히 함께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지금의 세미를 외면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준모가 걱정스럽게 물었다.“장모님이 받아들이지 못하시면 어떡하려고? 솔직히 얘기하면 많이 화내실 수도 있어.”“사실 장모님이 그러신 것도 너를 생각해서 그런 거라는 건 알아. 장모님 자체가 나쁜 분은 아니잖아.”“다만 네가 아들이니까, 어울리지 않는 사람과 함께하는 걸 두고 보지 못하셨던 거야. 그래서 세미 씨를 찾아간 거고.”“그런데 지금 상황이면 우리 어머니도 더 못 받아들이실 것 같아. 세미 씨가 백혈병이라니.”준모는 도성이 이렇게까지 용기 낼 줄 몰랐다. 그리고 도성이 세미를 얼마나 깊이 사랑하는지 이제야 확실히 알 것 같았다.주변 사람들에게 도성은 언제나 성숙하고 믿음직한 사람이었다. 그런 도성이 사랑 앞에서는 이렇게 앞뒤 가리지 못하는 사람이 될 줄은 몰랐다. 감정 앞에서 판단력이 흐려졌다고 해도, 그만큼 진심이라는 뜻이기도 했다.도성이 말했다.“그건 나도 충분히 생각했어. 계속 숨겨도 언젠가는 들통날 일이야.” “내가 자주 이곳에 머물러야 하고, 세미가 나와 함께 돌아가려 하지 않으면 나도 이곳에 남아야 해.”“차라리 들키는 것보다 내가 먼저 말씀드리는 게 나아. 숨기지 않고 말할 거야.”도성은 차분했지만 태도는 단호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세미 곁에 남겠다는 뜻은 흔들리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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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도성은 자기한테 이렇게 큰일이 닥쳤는데도 채이를 걱정하고 있었다. 동생의 사고를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 앞으로 안전할지 마음을 놓지 못했다.준모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 그 일은 내가 최대한 빨리 처리할 거야. 이미 사람들에게 반드시 찾아내라고 지시했어.”“다만 잡힌 쪽에서는 돈을 받고 시킨 대로 했다고만 인정했대. 누가 시켰는지는 모른다고 하고.”“그 사람들도 돈만 받고 움직인 사람들이라 정말 모를 수도 있어. 그래도 계속 파고들 거야. 쉽지는 않겠지만. 일을 시킨 쪽이 꽤 조심스럽게 움직였어.”준모가 도성을 똑바로 봤다.“그래도 내가 반드시 찾아낼 거야. 채이의 안전도 내가 지킬 테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 넌 네 일부터 정리해.”도성이 씁쓸하게 웃었다.“우리 둘도 참 동병상련이네.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정말 몰랐어. 게다가 요즘은 둘 다 너무 힘들게 지내는 것 같고.”“그래도 어떻게든 우리 사이의 문제는 잘 풀어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요즘 있었던 일들도 시간이 지나면 천천히 지나가겠지.”준모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확신이 있었다. 돌이켜 보면 준모와 도성은 이미 많은 일을 함께 겪었다. 서로 돕고 버티는 사이가 되었고, 지금은 단순한 친구를 넘어 가족처럼 느껴졌다.둘은 원래도 가까운 사이였지만, 언젠가 진짜 가족으로 묶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서인지 서로에게 더 의지할 수 있었다.준모는 결국 먼저 돌아가기로 했다. 준모마저 돌아가지 않으면 집안 어른들의 의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남은 문제는 도성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어떤 일들은 준모와 채이가 곁에서 도와주고 싶어도 쉽게 손댈 수 없는 문제였다. 도성의 마음과 선택이 얽힌 일이었기에, 두 사람 역시 어디서부터 어떻게 도와야 할지 알 수 없었다.결국 이 문제는 도성 스스로 마주하고 풀어 가야 했다. 곁에 있는 사람들이 해 줄 수 있는 일은, 그가 무너지지 않도록 조용히 지켜봐 주는 것뿐이었다.도성은 준모를 보낸 뒤 한참 병원 복도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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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4화

김유미는 곧바로 목소리를 높였다.[엄마는 네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일은 엄마 말을 들어야 해. 너희 둘이 끝났다면, 걔가 아프든 말든 이제 너와 상관없는 일이야.][지금 당장 돌아와. 오늘 안에 너를 봐야겠어. 네가 안 오면 나랑 네 아빠가 직접 찾아갈 거야.]예상대로 김유미는 크게 화를 냈다. 실망도 컸다. 아들이 다시 세미를 찾아가 돌보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도성아, 엄마도 세미가 힘든 건 알아. 우리 집에서 좋은 의사를 알아봐 주거나 돈을 보태 주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어.][엄마도 그런 건 반대하지 않아. 그런데 너 혼자 거기에 남아 있는 건 절대 안 돼.]도성이 숨을 길게 내쉬었다.“세미가 저렇게 됐는데 저한테 시간을 조금만 주실 수는 없어요? 제가 다 말씀드렸잖아요.” “지금은 세미를 두고 돌아갈 수가 없어요. 제가 곁에 없으면 세미는 어떡해요?”도성은 답답했다. 진심으로 어머니의 지지를 받고 싶었지만, 김유미는 처음부터 받아들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그건 이제 너와 상관없는 일이야. 우리가 좋은 병원을 알아봐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도움이야. 설마 네가 계속 걔 옆에 붙어 있겠다는 거니?]김유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성이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몰랐다.도성의 목소리가 차분해졌다.“오늘 이 말씀을 드리는 건 상의하려는 게 아니에요. 이미 결정했어요. 세미 쪽 문제가 안정되기 전까지는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회사 일은 제가 처리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랑 아버지는 채이만 잘 돌봐 주세요.”도성의 태도는 어느 때보다 단호했다. 이전 일에는 물러섰다. 어머니가 두 사람의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도성은 어머니를 힘들게 하지 않으려 했다. 사랑과 어머니 사이에서 결국 어머니를 택한 셈이었다.하지만 이번 일만큼은 물러날 수 없었다. 자기 원칙을 지켜야 했다.김유미의 목소리가 흔들렸다.[아들, 엄마는 정말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미 헤어진 사이인데 왜 이렇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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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김유미는 참아 두었던 말을 꺼냈다.[네 동생 일에서 배운 게 부족했니? 그때 우리도 채이가 그 남자와 함께하는 걸 죽어라 반대했어.][그런데 채이는 그 남자 때문에 집을 나가고 우리와 연을 끊으려 했지. 그 결말을 네가 못 본 것도 아니잖아.]김유미는 이 일로 몹시 격해져 있었다. 화가 치밀어 오른 것도 사실이었지만, 아들이 이렇게까지 말하자 가슴 한쪽이 크게 무너져 내렸다.예전의 도성은 결코 이런 아이가 아니었다. 부모의 말이라면 웬만해서는 거스르지 않았고, 늘 가족의 입장부터 헤아리던 아들이었다. 그런 아들이 처음으로 이렇게 단호하게 맞서는 모습에, 김유미는 서운함과 상처를 감추지 못했다.“저랑 채이는 달라요. 세미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에요. 어머니도 세미의 과거를 알기 전에는 반대하지 않으셨잖아요.”“누군가의 과거만 보고 그 사람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진짜 문제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잖아요.”“세미를 제대로 알게 되면, 어머니도 알게 되실 거예요. 정말 착하고 좋은 사람이에요.” 도성의 태도 역시 아주 단호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어머니가 세미를 받아들여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하지만 도성이 생각해 보니, 자신과 어머니는 이 일에 대해 제대로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 서로의 감정만 앞세운 채, 정작 중요한 말들은 끝내 꺼내지 못한 채로 남아 있었다.도성은 어머니가 세미를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건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김유미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세미라는 사람이 아니라, 세미의 가정환경일 뿐이었다.하지만 세미는 분명 선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도성은 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어머니는 세미를 한 번쯤 제대로 바라보려 하지 않는 걸까?’‘왜 조금이라도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려 해 보지 않는 걸까?’김유미는 단호했다.[하지만 엄마는 세미가 겼었던 일과 가정환경을 받아들일 수 없어. 그 아이는 너를 만나기 전에도 너무 많은 일을 겪었어.][엄마가 찾아갔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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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6화

도성의 목소리 톤도 조금 높아졌다.“저는 이제 성인이에요. 제 삶에 대해 조금은 자유를 주실 수 없어요? 이 일은 이미 말씀드렸고, 제가 마무리할 때까지 돌아갈 수 없다고 했잖아요.”“그러니 의미 없는 일은 하지 말아 주세요. 저도 제 삶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어머니를 위해 이미 많이 양보했어요. 그런데 세미가 이렇게 됐는데 제가 모른 척할 수 있을 것 같으세요?”도성은 어머니와 싸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김유미의 말은 도성을 정말 화가 나게 만들었다. 어머니가 왜 한 번쯤 자신 입장에서 생각해 주지 않는지 답답했다.도성은 원래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마음 깊은 곳에 죄책감도 컸다. 자신이 아니었다면 세미가 지금처럼 무너졌을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김유미가 다시 말했다.[도성아, 엄마는 네가 걱정돼서 이러는 거야. 걔가 어떻게 됐든 이제 너희는 끝난 사이잖아. 그런데 왜 아직도 얽히려는 거니?]김유미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도성은 할 말을 모두 끝내자마자 그대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그 태도만으로도 도성의 결심이 얼마나 굳은지 알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세미와 헤어질 생각이 없다는 뜻이 분명했다....한편 아들이 그렇게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어 버리자, 김유미는 어머니이기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동시에 앞으로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끊어진 전화를 보며 분노와 허탈함에 휩싸인 김유미는 곧장 채이의 방으로 향했다.“채이야, 너도 이 일 알고 있었지? 너도 네 오빠랑 같이 엄마를 속인 거니?”“네 오빠가 세미가 백혈병이라며 거기 남아서 돌보겠다고 하는데, 이게 말이 돼? 네 오빠는 대체 무슨 생각이야?”김유미는 몹시 흥분한 상태라 심장까지 답답했다. 이미 끝났다고 믿었던 일이 다시 커질 줄은 몰랐다.채이는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대답했다.“엄마, 그건 오빠 일이에요. 오빠가 스스로 처리하고 싶어 한다면 저희가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세미 언니를 돌본다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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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김유미는 말을 이어 갔다.“세미 곁에 가족이 없다고 해도 그건 걔 사정이야.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니? 우리가 병원 알아봐 주고 병원비를 보태 주는 것만 해도 충분히 도와주는 거야.”김유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들과 딸이 마치 한편이 되어 자신을 몰아붙이는 것처럼 느껴졌다.채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엄마,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세요. 오빠도 알아서 할 거예요. 이제 오빠 감정 문제에는 저희가 너무 끼어들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요?” “오빠에게도 혼자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요. 요즘 오빠 마음도 많이 힘들 거예요. “그리고 엄마는 몸도 안 좋으신데 이런 일에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무슨 일이 있든 오빠가 스스로 해결하게 두면 돼요.”“지금 엄마한테 제일 중요한 건 엄마 몸부터 추스르는 거예요. 그리고 제 걱정도 해 주셔야죠. 요즘 제가 집에만 있으니까 엄마가 계속 돌봐 주느라 힘드시잖아요.”“그래서 저는 엄마도 제발 무리하지 말고 잘 지내셨으면 좋겠어요.”채이는 어머니의 몸이 걱정됐다. 오빠 도성만큼이나 어머니 김유미도 중요했다.하지만 김유미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안 돼! 이 일은 엄마가 꼭 봐야겠어. 네 오빠가 오늘 안 돌아오면 나랑 네 아빠가 직접 갈 거야.”“너도 엄마 탓하지 마. 준모가 며칠 안에 와서 널 돌봐 줄 거니까 엄마 하나쯤 빠져도 괜찮아.”“오늘은 반드시 네 오빠를 만나서 얘기해야 해. 세미를 돌봐야 한다면 내가 가서 돌보겠어. 네 오빠는 돌아와야 해.”김유미의 태도가 갑자기 더 단호해졌다. 아무도 그 결정을 바꾸지 못할 것 같았다.채이가 다급히 말했다.“엄마가 가서 돌본다는 건 또 무슨 말이에요? 세미 언니도 자기 병을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고, 의사들도 더 확인 중이잖아요. 괜히 가서 더 혼란스럽게 만들지 마세요.”“엄마, 이미 한 번 상처를 줬잖아요. 더 이상 상처를 주면 안 돼요.”채이는 정말 불안하면서 점점 초조해졌다. 한편으로는 세미의 몸 상태가 걱정됐고, 다른 한편으로는 계속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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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화

진해강은 원래 오늘 직접 장을 보러 갔었다. 채이의 몸 상태를 생각해서, 요즘 진해강 부부는 집에서 직접 음식을 해 먹이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재료로 식사를 챙겨서, 채이의 몸이 빨리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그런데 집에 돌아오자마자 안쪽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분위기를 보니 김유미와 채이 모두 몹시 흥분한 상태였다. 놀란 진해강이 서둘러 방 안으로 들어가 두 사람을 말렸다.채이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아버지에게 모두 털어놓았다. 그리고 세미가 백혈병에 걸렸다는 사실까지 함께 전했다.진해강의 표정도 무거워졌다.“채이야, 이 일로 너와 네 오빠도 엄마만 탓하지는 마라. 엄마가 그러는 것도 결국 너희를 생각해서야. 너희는 엄마 자식이잖아.”“부모 입장에서는 자기 자식이 힘든 길로 가는 걸 그냥 보기가 어려운 법이야. 엄마 마음은 나쁜 게 아니야. 너무 급했던 것뿐이지.”“무슨 일이든 가족끼리 앉아서 의논해야지, 이렇게 싸워서는 안 돼. 네 오빠도 지금 고집을 부리는 걸 보니 결심을 굳힌 모양인데, 우리도 함께 방법을 찾아야 해.”“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한 가족이고, 가족은 같은 편이어야 해.”진해강은 잠시 말을 고르고 덧붙였다.“네 생각도 알겠고, 엄마 말에도 일리가 있어. 사람을 도와주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네 오빠가 계속 곁에 머무는 게 반드시 최선인지는 생각해 봐야겠다.”“세미도 이미 네 오빠와 헤어지겠다고 마음먹었잖아. 네 오빠가 계속 옆에 있으면 세미에게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어.”“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싸우는 게 아니라 어떤 방식이 제일 나은지 찾는 거야.”진해강의 말에는 설득력이 있었다.가장으로서 진해강은 진심으로 가족 모두를 생각하고 있었다. 누구 한 사람만 몰아붙이려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조금이라도 덜 아프고 덜 힘들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채이도 그제야 자신이 조금 전 어머니와 다툰 게 잘못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과 어머니는 너무 예민해져 있었고, 너무 급했다.“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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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9화

김유미도 사실은 아까 화가 나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정말 세미를 찾아갈 마음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미안함도 있었다. 세미의 상처를 직접 건드린 사람이 자신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알았다. 이 일은 네 아빠랑 다시 제대로 상의해 볼게.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봐야지.”“그렇다고 네 오빠가 계속 거기 남아 있게 둘 수는 없어. 둘이 헤어지기로 했다면, 제대로 끝내는 게 맞아.”김유미는 이제 어느 정도 화가 가라앉은 상태였다. 조금 전처럼 감정이 격해져 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일을 받아들일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여전히 도성과 세미가 함께하는 것을 반대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두 사람이 이어지는 것만큼은 허락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결국 이 문제는 쉽게 결론이 날 것 같지 않았다. 김유미와 도성 모두 각자의 생각을 굽히지 않고 있었고, 서로의 입장 또한 너무나 확고했다.누구 하나 먼저 물러서지 않는 이상, 이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채이는 중간에 끼어 있어서 힘들었다. 한쪽은 부모님, 다른 한쪽은 오빠였다. 각자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 틀린 말이 아니었다.진해강이 채이에게 눈짓했다.“채이도 매일 침대에 누워 있는데, 이런 일로 더 걱정하게 만들지 말자. 우리 둘이 천천히 상의해 볼 테니까.”집안이 비교적 평온하게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진해강의 역할이 컸다. 진해강은 늘 김유미가 흥분할 때 옆에서 차분히 가라앉혀 주었고, 문제를 다시 냉정하게 보게 만들었다. 사실 김유미 역시 본래는 선한 사람이었다. 무슨 일을 하든 자기만의 생각과 주관이 분명했고, 쉽게 남의 말에 휘둘리는 사람도 아니었다.다만 김유미가 세미에게 편견을 갖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무엇보다 김유미는 아이들의 엄마였고, 엄마라면 누구나 제 자식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법이었다.부모님이 채이의 방에서 나가자마자 채이의 핸드폰이 울렸다. 도성이었다.채이는 아직 침대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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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화

도성이 말을 이어 갔다.[최종 결과가 아직 나온 건 아니지만, 의사 선생님들이 그렇게 말한 이상 틀릴 가능성은 낮을 것 같아.][그래서 다음 단계도 준비하고 있어. 아는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가장 좋은 의사도 알아보고 있고.][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세미를 포기하지 않을 거야. 반드시 지켜 줄 거야. 설령 언젠가 세미가 떠난다고 해도, 마지막까지 곁에 있는 사람은 나였으면 해.][물론 지금 의학이 많이 발전했으니까 괜찮아질 거라고 믿어. 세미도 버텨 낼 거야.][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견뎌 왔는데, 마지막에 이런 결말을 맞는 건 말이 안 되잖아. 나도 받아들일 수가 없어.]사랑하는 여자가 그렇게 많은 상처 끝에 이런 병까지 얻었다는 사실을 도성은 견딜 수가 없었다. 세상의 모든 고통이 세미 한 사람에게 쏟아진 것만 같았다.채이의 목소리가 떨렸다.“오빠, 나도 세미 언니가 너무 안타까워. 정말 쉽지 않은 사람이잖아. 그런데 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해?”“양쪽 다 오빠가 사랑하는 사람들인데 오빠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해? 내가 오빠 입장이어도 너무 힘들 것 같아. 이번엔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더 속상해.”“왜 이렇게 됐을까? 오빠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거 보니까 나도 너무 마음이 아파.”채이는 울음이 터질 듯했다. 그리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 오빠가 이렇게까지 괴로워하는 모습도 보고 싶지 않았고, 더는 오빠가 난처한 상황에 놓이는 것도 바라지 않았다.도성이 애써 부드럽게 웃었다.[왜 울려고 그래, 우리 채이. 오빠는 아직 이 일이 끝났다고 생각 안 해. 지금 내가 무너지면 누가 이 일을 해결하겠어?][걱정하지 마. 오빠가 어떻게든 해결할게. 대신 엄마 쪽은 네가 조금 도와줘야 해.][엄마 몸이 계속 안 좋으니까 나도 엄마한테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아. 그냥 매일 화내지 않고 마음 편히 지내셨으면 좋겠어.][내 일 때문에 매일 그렇게 화내고 속상해하시다가... 엄마가 또 아프시면 안 되잖아.][나도 엄마와 싸우고 싶지는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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