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림받았지만, 내가 재벌이 된다: Chapter 601 - Chapter 610

619 Chapters

제601화

성유원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다정하게 미소 지었다.“조금만 기다리면 우리 시하도 알게 될 거야.”연지아는 고개를 들어 그런 성유원을 가만히 응시했다.성유원의 시선이 연지아에게 닿았다.“우선 시하 데리고 위층에 가서 옷부터 갈아입고 와. 새해맞이 옷을 준비해 뒀어.”성시하는 그제야 아차 싶은 듯 엄마의 손을 꼭 쥐며 신나서 펄쩍펄쩍 뛰었다.“엄마! 아빠가 우리 새 옷도 준비해 줬대요. 얼른 위층에 가서 옷 갈아입어요!”연지아는 성시하를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가 새 옷을 입혀주었다. 화사하고 상서로운 드레스였는데 깃을 따라 앙증맞은 문양이 촘촘히 수놓아져 있어 성시하의 외모를 한층 더 사랑스럽고 깜찍하게 돋보이게 했다.이윽고 시작된 저녁 제야 식사. 식탁에는 오직 그들 세 사람만이 마주 앉아 있었다. 전처럼 북적이고 시끌벅적한 활기는 없었지만 대신 좀처럼 느끼기 힘든 고요하고 아늑한 온기가 은은하게 감돌았다.두 사람의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앉은 성시하는 눈을 초승달처럼 휘며 맛있게 음식을 먹었다. 아이의 목소리에는 가슴 벅찬 기대감이 가득 묻어났다.“앞으로 매년, 시하는 아빠 엄마랑 다 같이 새해를 보낼 거야!”식사를 하고 난 뒤 성유원은 미리 준비해 둔 선물을 꺼내 연지아의 앞으로 슬며시 밀어놓으며 말했다.“열어봐.”연지아가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자 성시하가 옆에서 얼른 재촉하고 나섰다.“엄마, 얼른 열어봐요! 시하도 너무 보고 싶단 말이에요.”연지아는 딸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조심스레 포장을 뜯어냈다. 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의외로 자그마한 USB 메모리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성시하가 자그마한 고개를 쑥 내밀며 의아하다는 듯 얼굴을 올려다보았다.“아빠, 이게 뭐야?”성유원이 나직하게 말했다.“그건 엄마가 직접 확인해야 알 수 있는 거란다.”“그럼 엄마가 좋아할까?”“엄마도 분명 좋아할 거야.”연지아는 USB를 손에 꽉 쥐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굳어졌으나 연지아는 끝내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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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오늘은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섣달그믐이건만 송나겸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은 백번 양보해 그렇다 치더라도 심지어 새해 인사 문자 한 통조차 송정미에게 보내지 않았다.송나겸이 이제 와서 연무현과 이토록 다정하게 지내는 모습을 바라보자니 당시에 그들 부녀를 만나게 해주는 게 아니었다는 뒤늦은 후회가 심장 깊은 곳에서 밀려왔다. 이제는 친엄마인 자신에게 이토록 싸늘하게 굴면서 정작 배난화의 환심을 사려고 빌붙을 나겸의 모습을 상상하니 억장이 무너지고 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었다.원래는 배난화의 전남편을 끌어들여 배난화의 속을 잔뜩 뒤집어놓을 작정이었으나 배난화의 아들이 워낙 철통같이 방어하는 바람에 수포가 되었다.올해는 그녀에게 있어 그야말로 손에 꼽을 만큼 최악이자 끔찍한 한 해였다.결국 그녀는 참다못해 연무현에게 곧장 전화를 걸었으나 어찌 된 영문인지 신호조차 가지 않았다. 이미 수신 차단 목록에 오른 것이 분명했다. 머리를 굴려보지 않아도 필시 배난화의 짓이 틀림없었다.송정미는 다른 휴대폰 번호로 바꾸어 다시 전화를 걸었다.연무현은 예상치 못한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짐짓 당황했다.“무현 씨, 오늘 나겸이가 당신 집에서 저녁을 먹은 게 맞나요?”“응, 방금 막 떠났어.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그렇게나 빨리 가버렸다고요? 당신이 좀 더 붙잡아 두지 않고 뭐 했어요?”연무현은 순간 망설이며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몰라 말문이 막혔다.“그 아이가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다고 해서 말이지.”송정미가 그의 허술한 거짓말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보아하니 배난화 그 여자가 송나겸을 반기지 않아 쫓아낸 모양인데 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녀의 아들을 문전박대 판단 말인가.송정미는 더는 캐묻지 않는 대신 어조를 한껏 애처롭게 가꾸며 간곡히 부탁했다.“내가 바라는 건 하나뿐이에요. 무현 씨가 나겸이를 좀 설득해 줬으면 해요. 어쨌든 명절이잖아요. 저도 나겸이가 제 곁으로 돌아와 함께 새해를 맞이했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내가 큰 잘못을 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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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티브이 속에서는 한창 코미디 프로가 방영 중이었다. 유머러스하고 재치 넘치는 대사에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더해져 현장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화면을 타고 고스란히 흘러나오며 유달리 시끌벅적했다.하지만 티브이 밖 거실 전체는 도리어 숨이 막힐 듯한 적막감만 맴돌았다. 코미디 프로를 응시하는 두 사람의 얼굴에는 그 어떤 웃음기조차 없었고 그저 주위에 얼음장 같은 차가운 소외감만 짙게 깔려 있을 뿐이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침묵을 깨고 남자가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나랑 싸워도 좋고, 냉전을 벌여도 좋아. 하지만 이혼이라는 건, 홧김에 그렇게 함부로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는 말이 아니야.”그 말을 듣자 연지아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덤덤한 표정으로 지극히 침착한 어조를 유지하며 쏘아붙였다.“우리 사이에 계약서가 있다는 걸 잊지 마. 이혼은 결국 시간문제일 뿐이니까, 당신도 굳이 자신을 억지로 옭아맬 필요는 없어.”성유원이 담담하게 받아쳤다.“내 사전에 억지라는 단어는 없어.”그의 대답에 연지아의 눈빛이 한층 더 차갑게 굳어졌다.남자의 말이 그대로 이어졌다.“설령 이혼을 하더라도 그전까지는, 당신이 한 명의 어머니로서, 또 아내로서 마땅히 다해야 할 본분에 충실해 주길 바라.”연지아는 홱 고개를 돌려 남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연지아의 입가에 얇은 조소와 냉소가 맺혔다.“그러니까 당신 말은, 법적으로 도장을 찍은 여자는 얌전히 집에서 남편을 내조하고 자식을 키워야 마땅하고 남자는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니든 제멋대로 굴어도 상관없다는 뜻이야?”성유원 역시 고개를 돌려 연지아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다. 그의 태도는 지극히 당당하고 거침이 없었다.“내가 당신과 합의서에 서명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나를 골치 아픈 장면에 휘말리게 할 만한 쓸데없는 짓은 애초에 벌이지 않아.”연지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노릇노릇 노려보더니 이내 코웃음을 치며 휴대폰을 꺼내 사진 한 장을 화면에 띄웠다.“그럼 이건 도대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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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연지아가 고개를 들어 성유원을 가만히 쳐다보았다.성유원이 나직하게 말했다.“마음이 뒤숭숭하던 차에 데이비드가 크루즈 연회를 열어서 머리나 식힐 겸 갔던 것뿐이야.”남자의 해명을 묵묵히 듣고 있던 연지아는 이내 시선을 거두며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당신이 그날 밤 그런 장소에 가서 춤을 춘 것에 대해선 나 역시 확실히 화가 났어.”연지아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거실 전체에는 다시금 고요한 정적이 내려앉았고 오직 티브이 화면 너머로 흘러나오는 새해 특집 프로그램의 요란한 소리만이 겉돌 뿐이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연지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위층으로 올라가 버렸다.다음 날 아침 일찍 연지아는 일찍 서둘러 일어나 성시하에게 예쁜 새 옷을 입혀주었다. 어젯밤에 입었던 것과 비슷한 디자인의 화사한 드레스였다.도우미가 정성스레 머리를 땋아 올린 뒤 특별 주문 제작한 머리핀까지 꽂아주니 그야말로 영락없이 귀하고 아름다운 재벌가 딸의 자태였다.연지아는 참지 못하고 성시하의 모습을 휴대폰 사진으로 몇 장 남겼다. 정말 눈이 부실 정도로 예쁘고 사랑스러웠다.방을 나선 후 성시하는 아빠의 모습을 발견하자마자 기쁘게 소리쳤다.“아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좋은 아침이야!”남자는 오늘 차분한 디자인의 주름 하나 없이 깔끔하고 단정한 정장 차림이었다. 깃 부분에 은은하게 들어간 붉은색 포인트가 새해 첫날의 분위기와 정갈하게 어우러졌다.성유원은 큰 걸음으로 다가와 성시하를 품에 와락 안아 올렸다.“우리 시하가 오늘은 진짜 공주님 같네.”성시하는 자그마한 고개를 양옆으로 흔들며 야무지게 말했다.“시하는 원래부터 늘 공주님이었어! 그리고 시하는 나중에 크면 여왕님이 될 거야.”성유원이 짐짓 물었다.“그럼 지금 여왕님은 누구지?”“엄마! 엄마가 여왕님이고, 아빠는 보디가드야.”“아빠가 왜 겨우 보디가드야?”“아빠는 나랑 엄마를 든든하게 지켜줘야 하니까, 당연히 보디가드해야지!”“그래, 아빠가 보디가드 하자.”성유원은 눈에 넣어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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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다들 재미있게 놀다 와. 난 집에 혼자 조용히 있는 게 오히려 편하고 좋아.”강현수가 말했다.강현수는 이제 정상적으로 걷는 데는 별문제가 없었지만 아직 보폭을 크게 넓혀 무리하게 움직일 수는 없어 여전히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태였다.연지아는 성시하에게 어떻게 상황을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 마침 아이에게서 먼저 전화가 걸려왔다.아이는 오늘 큰 사촌 오빠, 작은 사촌 오빠들과 함께 성씨 가문 본가에 가서 놀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오늘은 아빠가 엄마 곁에 있어 줄 거예요. 저녁에 우리 다 같이 맛있는 밥 먹어요, 알았죠?”성시하가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연지아는 그리 놀라지 않았다.성씨 가문은 대대로 가문의 명예와 품격을 유달리 중시해 왔고 특히 김미현은 며느리나 손주며느리를 고를 때 남편을 훌륭히 내조하면서도 밖에서는 성씨 가문의 완벽한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는 인물만을 엄격하게 요구해 왔다.이씨 가문이 풍비박산 난 이번 사태를 겪으며 성씨 가문 내부에서 연지아를 향한 눈총과 불만은 한층 더 거세졌을 게 뻔했다.그들은 이제 연지아가 성시하와 너무 자주 접촉하는 것조차 원치 않을 것이며 내심 성유원과 연지아가 하루빨리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기만을 바라고 있을 터였다.연지아는 나직하게 대답한 뒤 성시하와의 통화를 마쳤다. 그리고 곧장 성유원에게 전화를 걸었다.“난 이미 약속이 있어서 나갔으니까, 나 찾으러 올 필요 없어.”성유원은 별다른 군더더기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알았어. 저녁에 다시 데리러 갈게.”그 후 연지아와 배우진, 강진연는 강현수와 민여희에게 가볍게 새해 인사를 건넨 뒤 함께 집을 나섰다.세 사람이 떠나고 나자 집 안에는 다시금 고요한 정적이 찾아들었다.소파에 앉아 있던 민여희가 강현수를 바라보며 넌지시 입을 열었다.“그 배우진이라는 총각 말이다, 가만히 보니 정말 조경주 같은 인간하고는 격이 다르더구나. 참 됨됨이가 바르고 좋은 총각이야.”강현수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달랬다.“어머니, 너무 대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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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성유원이 설명했다.“시하는 본가에 있어. 지아는 친구들이랑 약속이 있다고 하더군.”송나겸이 씁쓸하게 말했다.“넌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버틸 생각인데? 각자의 삶을 찾아 평온해지는 게 서로에게 가장 최선의 선택이야.”성유원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올라갔다.“넌 네 조카가 엄마를 잃는 꼴을 보고 싶은 건가?”“이혼한다고 해서 시하가 엄마를 잃는 건 아니야.”“그럼 그 사람이 재혼해서 다른 아이라도 낳는다면, 그때도 시하에게 온전한 모성애를 얼마나 나눠줄 수 있을까? 부모의 이혼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상처와 영향을 주는지, 너도 그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난 우리 시하가 그런 아픔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송나겸은 성유원의 논리 정연한 말에 순간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해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 나직하게 읊조렸다.“네가 참 좋은 아버지라는 건 부정할 수 없네. 그렇다면 왜 과거의 진실을 마주하려 하지는 않는 건데?”성유원이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결국 시간이 좀 필요한 일 아니겠어?”송나겸은 깊어진 눈빛으로 그를 가만히 응시하다 끝내 말을 아꼈다.그날.연지아와 강진연, 그리고 배우진과 성민우는 오후 내내 북적거리는 거리를 구경했다. 그야말로 인산인해라는 말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인파였다.그들은 근처 도관에 들러 새해 점괘를 뽑기도 하고 영험하다는 부적도 몇 장 챙겼다. 어스름한 저녁에는 화려한 등불 축제를 감상했다.다 함께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를 마친 뒤에야 각자 작별 인사를 나누고 흩어졌다.이미 낮에 성시하에게 미리 상황을 설명해 둔 덕분인지 아이에게서는 따로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다.집으로 돌아온 강진연은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곧장 강현수부터 찾았다.“오빠, 이것 좀 봐. 이게 무슨 구절인지 알아?”강현수가 건네받은 것은 다름 아닌 도관에서 뽑은 점괘 종이였는데, 선명하게 ‘대길'이라고 적혀 있었다.“무슨 염원을 담아 뽑았어?”강현수가 나직하게 묻자 강진연은 짐짓 수수께끼를 내듯 장난스레 웃었다.“맞춰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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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성유원이 말했다.“내일 오전엔 같이 박대훈 어르신 댁으로 새해 인사 가고, 오후에는 시하 데리고 놀이공원 가자. 내일 아침에 내가 너 데리러 다시 이쪽으로 빙 돌아오는 일 없게 그냥 지금 나가는 게 편해.”연지아는 단호하게 거절했다.“내일 아침에 내가 직접 차 몰고 가 갈게. 시간도 늦었는데 더는 실랑이하고 싶지 않아.”성유원도 더는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그래, 알았어. 일찍 쉬어.”직후 성유원은 차를 몰아 자리를 떴다.그날 밤 연지아는 밤이 깊어질 때야 겨우 성시하의 성장 영상을 끝까지 다 볼 수 있었다. 지난 5년 동안 아이는 정말이지 온 가문의 손바닥 안에서 애지중지 공주처럼 자라나 있었다.연지아는 성시하가 앞으로도 이렇게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맑게 자라나 주기를 간절히 바랐다.하지만 그날 밤 연지아는 뜻밖의 잔인한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꿈속에서 성시하는 엄마를 애타게 부르며 자지러지게 울어댔고 성유원은 그런 성시하를 품에 안은 채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어떻게든 다가가 아이를 품에 안아주고 싶었지만 손을 뻗어도 허공을 맴돌 뿐 도무지 아이의 몸에 손이 닿지 않았다. 이윽고 남자는 우는 아이를 냉정하게 안아 들고 그대로 등을 돌려 멀어져 갔다.“헉...!”연지아는 비명을 지르며 머리맡에서 깨어났다. 꿈에서 느낀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너무나 생생해 한참 동안이나 현실로 돌아오지 못한 채 멍하니 누워 있었다. 그렇게 침대에 누워 밤을 지새우다 보니 더는 잠이 오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 자리에서 일어나니 두 눈이 보기 흉할 정도로 퉁퉁 부어 있었다. 연지아는 서둘러 세수를 마친 뒤 붓기를 가라앉히는 연고를 바르고 짙은 화장으로 초췌한 기색을 억지로 감추어 보았다.오늘은 배난화가 친정 식구들을 보러 가기로 한 날이었다. 배우진이 직접 차를 몰아 연무현과 배난화 부부를 데려다주기로 했고 그곳에서 이틀간 머물 예정이었다.거리가 꽤 멀었기 때문에 정오 전에 도착해 점심 식사를 맞추려면 아침 7시에는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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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8화

“엄마!”성유원이 성시하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며 연지아와 성민우를 향해 걸어왔다.“작은 삼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성민우가 허리를 숙여 아이와 눈을 맞췄다.“시하도 새해 복 많이 받아.”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세뱃돈 봉투를 꺼냈다.“우리 시하, 새해에도 늘 행복하고 즐겁게 지내.”성시하가 두 손으로 봉투를 공손히 받았다.“감사합니다, 삼촌.”그러고는 삼촌의 뺨에 뽀뽀를 쪽 남겼다. 성민우는 아이의 말랑한 뺨을 살포시 꼬집어주었다.성시하는 세뱃돈 봉투를 연지아에게 내밀었다.“엄마가 가지고 계세요.”연지아가 봉투를 받아 들었다.“그래, 엄마가 먼저 맡아둘게.”“시하야, 엄마 손 잡고 우리 먼저 들어가자.”성유원이 말하자 성시하가 얼른 손을 뻗어 엄마의 손을 꼭 쥐었다.“엄마.”연지아는 성민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먼저 들어가자.”성민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하게 응했다.“어, 들어가.”성시하가 반대쪽 손으로 아빠의 손까지 잡자 성유원은 커다란 손으로 아이의 자그마한 손을 따스하게 감싸 쥐었다. 아이는 그렇게 아빠 엄마의 손을 한쪽씩 맞잡은 채 신이 나서 퐁당퐁당 발걸음을 옮겼다.세 사람의 뒤를 따르던 성민우는 그들의 단란한 뒷모습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의 눈동자가 조금씩 어둡게 가라앉았고 덩달아 발걸음도 무겁게 느려졌다.마침 저만치서 마주 오던 박형주가 세 사람과 반갑게 새해 인사를 나누었다. 이어 뒤처져 걸어오는 성민우를 발견한 박형주는 성민우의 시선이 연지아의 등 뒤에 닿아 있는 것과 그 눈빛 속에 미처 감추지 못한 쓸쓸한 슬픔을 똑똑히 포착했다.“민우 씨.”성민우는 순식간에 눈가의 감정을 지워내며 대답했다.“네, 형.”박형주가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몸이네요. 얼굴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야.”성민우가 씁쓸하게 웃었다.“올해는 진짜 정신없이 바빴어요.”가벼운 안부 인사를 주고받은 후 그들은 함께 거실로 들어섰다.김미현 여사는 병원에서 성종현의 곁을 지키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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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성민우는 코트 위에서 공을 치고 있는 성유원과 성주헌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잠시 침묵을 지키다 나직하게 말했다.“정말 그렇게 될 때가 오면, 그때 형이 다시 날 말려줘요.”저녁 식사까지 마친 후 성유원은 성시하를 데리고 집을 나설 채비를 했고 성시하는 어른들 한 분 한 분에게 안녕히 계시라며 인사를 건넸다. 연지아 역시 박대훈 일행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떠나기 직전 천명숙이 옥 장식품 한 점을 연지아에게 선물로 내밀었다.연지아는 황송한 마음에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하자 천명숙은 온화하게 말했다.“다 같은 한식구인데 무얼 사양해요, 어서 받아요.”연지아는 천명숙이 말한 ‘한식구’의 의미가 자신을 성유원의 아내이자 성씨 가문의 손주며느리로 여긴다는 뜻임을 잘 알고 있었다.비록 그녀 스스로는 그 신분을 내심 인정하지 않고 있었고 성씨 가문 역시 인정하지 않았으나 천명숙의 이 따스한 호의를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연지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성유원이 집사의 손에서 물건을 받아 들며 천명숙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감사합니다. 제가 대신 받겠습니다.”천명숙은 성유원을 바라보며 간곡하게 말했다.“앞으로는 둘이서 잘 살아가거라.”성유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응했다.“네, 알고 있습니다.”연지아도 더는 어쩌지 못하고 천명숙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이윽고 성유원과 연지아는 성시하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섰다.세 사람이 저 멀리 사라질 때까지 박은희는 아들 성민우가 여전히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을 보고는 다가가 물었다.“민우야, 아직 안 들어가고 무얼 그리 서 있니?”성민우가 제 속내를 완벽하게 감추려 애쓴다 한들 어머니가 어찌 아들의 감정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겠는가. 이전에 성유원과 연지아가 성시하를 데리고 박씨 가문에 올 때마다 성민우는 늘 바쁘다는 핑계로 자리를 피하곤 했지만 이번 설 연휴만큼은 더는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아직 주변에 사람이 많았기에 박은희도 깊은 말을 꺼내지는 못한 채 그저 나직하게 아들을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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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성유원은 연지아의 담담한 뒷모습을 깊은 눈빛으로 응시했다.초사흘 아침 성유원과 연지아는 성시하를 데리고 놀이공원으로 향했다. 사람이 무척 많았으나 그들은 전 일정 동안 직원의 안내를 받아 이동했고 아이는 아주 즐겁고 유쾌하게 놀았다.성유원은 내내 카메라를 들고 그 모습을 기록했으며 아이의 물건을 챙기고 연지아의 크로스백을 멘 채 모범적인 아빠이자 남편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누구라도 이 모습을 본다면 행복한 한 가족으로 여길 만한 풍경이었다.이후 이틀 동안 연지아는 성시하를 데리고 연씨 가문에 머물렀으며 아이와 함께 오션빌리지로 가 아연이를 찾아가 놀았다.일기예보를 보니 오늘 날씨가 제법 좋아서 그들은 오후에 캠핑을 가 바비큐를 하고 두 아이와 함께 연을 날리기로 결정했다. 고성주, 성민우, 배우진도 함께 부르기로 약속했으나 손재인은 아직 해성시에 머물고 있어 아쉽게도 부르지 못했다.강현수는 오전에 병원에 가 재진을 받아야 했다. 강현수의 몸 상태는 아주 잘 회복되고 있어 이미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민여희는 어제 이미 해성시로 돌아갔고 집에는 도우미 두 명이 상주하며 그들의 일상생활을 돌보고 있었다.연지아는 성시하를 강진연에게 맡겨두고 강현수를 배웅해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그녀가 직접 차를 몰아 그를 데려다주었다.병원에 도착해 검사를 받아보니 등 뒤의 상처는 기본적으로 이미 딱지가 앉은 상태였다. 다만 아직 넓게 퍼진 피멍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의사는 약을 새로 처방해 주었다.약을 타서 병원을 나서는데 뜻밖에도 낯익은 사람과 마주쳤다. 노설윤이 두 사람을 향해 걸어오며 먼저 아는 체를 했다.“강 교수님, 에블린 씨.”강현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노설윤은 강현수에게 시선을 두며 물었다.“강 교수님, 오늘 재진 받으러 오신 거예요?”“음. 설윤 씨도 병원에 검사하러 왔어요?”“아니요, 친구 병문안을 왔어요. 교수님 뵈니 몸이 아주 잘 회복되신 것 같네요.”“난 괜찮으니까 얼른 친구 보러 가요.”노설윤은 미소를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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