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 속에서는 한창 코미디 프로가 방영 중이었다. 유머러스하고 재치 넘치는 대사에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더해져 현장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화면을 타고 고스란히 흘러나오며 유달리 시끌벅적했다.하지만 티브이 밖 거실 전체는 도리어 숨이 막힐 듯한 적막감만 맴돌았다. 코미디 프로를 응시하는 두 사람의 얼굴에는 그 어떤 웃음기조차 없었고 그저 주위에 얼음장 같은 차가운 소외감만 짙게 깔려 있을 뿐이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침묵을 깨고 남자가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나랑 싸워도 좋고, 냉전을 벌여도 좋아. 하지만 이혼이라는 건, 홧김에 그렇게 함부로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는 말이 아니야.”그 말을 듣자 연지아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덤덤한 표정으로 지극히 침착한 어조를 유지하며 쏘아붙였다.“우리 사이에 계약서가 있다는 걸 잊지 마. 이혼은 결국 시간문제일 뿐이니까, 당신도 굳이 자신을 억지로 옭아맬 필요는 없어.”성유원이 담담하게 받아쳤다.“내 사전에 억지라는 단어는 없어.”그의 대답에 연지아의 눈빛이 한층 더 차갑게 굳어졌다.남자의 말이 그대로 이어졌다.“설령 이혼을 하더라도 그전까지는, 당신이 한 명의 어머니로서, 또 아내로서 마땅히 다해야 할 본분에 충실해 주길 바라.”연지아는 홱 고개를 돌려 남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연지아의 입가에 얇은 조소와 냉소가 맺혔다.“그러니까 당신 말은, 법적으로 도장을 찍은 여자는 얌전히 집에서 남편을 내조하고 자식을 키워야 마땅하고 남자는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니든 제멋대로 굴어도 상관없다는 뜻이야?”성유원 역시 고개를 돌려 연지아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다. 그의 태도는 지극히 당당하고 거침이 없었다.“내가 당신과 합의서에 서명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나를 골치 아픈 장면에 휘말리게 할 만한 쓸데없는 짓은 애초에 벌이지 않아.”연지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노릇노릇 노려보더니 이내 코웃음을 치며 휴대폰을 꺼내 사진 한 장을 화면에 띄웠다.“그럼 이건 도대체 뭔데?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