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그걸 어떻게 이간질이라고 해? 너희 둘은 애초에 아무 감정도 없잖아. 에블린도 널 신경 안 쓰는데, 혼자 착각은 하지 마.”“너희 나라에 그런 말 있잖아. 억지로 맺은 인연은 오래가지 못한다고.”성유원의 목소리가 한층 가라앉았다.“데이비드, 나와 연지아 사이의 일은 참견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데이비드는 성유원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왜 그렇게 심각해? 그런데 솔직히 말해 봐. 너 에블린한테 대체 어떤 감정인 거야? 정말 좋아하긴 하는 거야?”성유원은 와인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연회가 한창 이어지던 중, 성유원의 옷에 누군가 실수로 술을 쏟았다. 바로 방으로 가 옷을 정리하려는데 올리비아가 깨끗한 옷 한 벌을 들고 들어왔다.올리비아는 붉은색 슬립 미니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눈처럼 흰 피부가 더욱 돋보였고 젊고 아름다운 자태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흘러나왔다.조명이 호박빛 눈동자에 비치자 그녀는 한층 더 눈부시고 매혹적으로 보였다.올리비아가 이런 차림으로 성유원 앞에 나타난 이유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만큼 분명했다. 이렇게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먼저 다가오는데 흔들리지 않을 남자는 드물었다.성유원은 깊게 가라앉은 검은 눈동자로 올리비아를 바라봤다.올리비아는 눈앞의 키 크고 잘생긴 남자를 바라보며 감춰지지 않는 동경을 드러냈다.“죄송해요. 아까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어요. 제가 옷 갈아입는 걸 도와드릴게요.”올리비아는 가져온 옷을 옆 소파에 내려놓고 다가와 성유원의 셔츠 단추를 풀려고 했다.그 순간 남자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나가요.”올리비아는 걸음을 멈췄다. 호박빛 눈동자에는 서운함이 번지더니 이내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듯 입을 열었다.“혹시... 절 기억 못 하세요? 2년 전 레뉴 도프월 호텔에서...”2년 전, 성유원이 출장차 레뉴을 찾았을 때였다. 그날 밤 행사를 마치고 호텔을 나서던 그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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