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가 조금 부드럽게 가라앉은 투로, 그리고 조금은 지친 듯한 투로 말했다.“당신이 이포교를 이용해 어떤 일을 저지르려 했는지는 짐작이 가오. 나를 협박하거나, 이포교의 정신을 뒤흔들어 천문 연구자들을 모두 찾아낼 작정이었을 거요. 내 말이 틀리오? 대답해보오.”“…….”“이영기 포교는 정당하게 시험을 치르고, 조선의 녹봉을 받으며 백성을 위해 헌신하는 참된 관리요. 우리 같은 미르가 지켜내고 아껴야할 사람의 표본 같은 사람이오. 그런 포교를 자신의 사심(私心)에 동원하여 강제로 자기 의지를 빼앗고 부리는 것은 미르로서 할 일이 아니오. 미르는 사람의 동반자이자 세상의 길을 가리켜주는 이정표. 결코 그들 위에 군림하며 지배하고 해쳐서는 안 되오. 아니,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오.”천우는 손을 들어 자기 가슴에 올려놓았다.조금씩 떨리는 듯했다.가슴 속으로부터 피어난 확신이, 적을 향한 두려움과 증오가, 동료를 구해야한다는 절박함이 뒤섞여 손끝의 진동으로 표출된 것 같았다.“내가 비록 당신을 알게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그리고 우리가 몇 대를 거쳐 싸워온 인연이라고 해도, 내가 기억하는 것은 지금 어리 당신의 모습이오. 사람의 모습을 한 채로, 사람의 법도를 따르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당신의 형상이오. 그동안 많이도 싸우고 또 대립했건만, 한편으로는 붉빛미르 당신의 마음 한편에는 사람에 대한 측은지심이 여전히 깃들어있다고 보오.”“내가 사람을 아낀다고?”이포교가 이번에는 완연한 어리의 목소리로 되물었다.미세하게 안절부절 못하는 듯한 기색이, 영락없이 속을 들킨 사람의 모습이었다.“이상한 소리를 하시네요.”어리가 투덜거렸다.“제가 사람을 아낀다면 왜 전부 불에 태우고 조선 땅을 송두리째 뒤집어엎으려 들겠어요? 안 그런가요?”“살고 싶어서 그랬다고 했지. 그렇지 않소?”“네. 분명히 그렇지요. 사람 때문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그렇게까지 악을 써가며 지상에 남아 있으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이오?”이포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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