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내가 물빛미르와 겨루고 세상 밖으로 튕겨난 후로 처음으로 다시 조선 땅을 찾아왔을 때의 그 시점. 순수하게 당신만을 증오하고, 진심으로 당신을 해하고 싶었을 때의 현실. 그리고 두 미르가 다시 한 번 서로를 무너뜨리기 위해 맞붙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고, 또 절대로 물러날 수 없는 전장(戰場). 우리 둘은 이곳에서 다시 싸우고 있는 것이에요. 원래의 역사라면 존재할 수 없는 곳에서.”“원래의 역사?”“그리고 또 하나. 제가 궁금하다고 하였지요. 제가 정말 2년 전 이때의 심정으로 물빛과 마주했다면 어떤 마음이었을까. 기억하시나요?”“그렇소. 붉빛미르는 물빛미르를 해할 것이라고 선언했지.”“그래서 안심했었어요. 정말로 이때, 2년 전의 나라면 물빛미르에게 거리낌없이 덤벼들 수 있음을 확인했으니. 그렇지만…….” 어리가 가만히 손을 들었다.그리고 하늘 위를 가리켰다. “하늘이 응답하시네요. 제가 틀렸다고. 그리고 제가 저지른 모든 일이 무위(無爲)로 돌아갈 것이라고. 물빛미르의 말에 대답하시네요. 차가운 비를 내려주시면서.”“…….”“시간을 돌려 그 자리, 그 때로 돌아와 당신과 마주하였어요. 그리고 각성한 물빛미르와 싸웠지요. 오로지 물과 불의 힘으로. 그리고 천지신명은 비를 내려주셨어요. 내가 진거예요. 질 수 밖에 없는 것이에요.”“시간을 돌려서 2년 전으로 돌아왔고, 서로 미르의 힘을 만전(萬全)으로 기하여 싸웠고, 그 승패를 하늘에서 정하였다는 말이오?”“네. 물빛미르가 이긴 거예요.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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