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각, 강민호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강민호 씨 되시죠? 저는 서영애라고 합니다. 서지안 회장의 고모예요."강민호는 어리둥절했다."무슨 일로…""간단한 부탁이 있어요. 강민호 씨, 돈 필요하지 않아요? 재취업도 안 되고, 어머니 모시기도 힘들 텐데."강민호의 손이 멈췄다."전처에 대해, 그러니까 서지안 회장에 대해 몇 가지만 증언해 주면 돼요. '결혼 생활 중 정서가 불안정했다', '아이를 방치한 적이 있다'… 뭐 그런 거요. 사례는 충분히 하죠. 3억이면 어때요?"3억. 지금의 강민호에게는 상상도 못 할 돈이었다. 그 돈이면 어머니도, 자신의 삶도 다시 일으킬 수 있었다."…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전화를 끊고, 강민호는 오래 앉아 있었다.3억. 거짓 증언 한 번이면 되는 돈. 어차피 지안은 이미 자기를 모르는 사람 취급했다. 죄책감 따위, 그 무관심한 눈빛 앞에서는 의미가 없었다.그는 펜을 들었다. 서영애 측이 보낸 증언서 초안. '서지안은 결혼 생활 중 정서가 불안정했으며, 아이를 방치한 일이 있었다.' 이 문장 끝에 서명만 하면, 모든 게 끝나는 거였다.그런데 펜 끝이 종이 위에서 멈췄다.휴대폰 사진첩 속, 새벽 도시락을 싸던 지안의 굽은 등이 떠올랐다. 그리고 더 오래된 기억 하나가, 불쑥 가슴을 찔렀다.연애하던 시절. 비 오는 날, 우산 하나를 나눠 쓰고 걷던 길. 그녀는 자기 쪽 어깨가 다 젖는 줄도 모르고 우산을 그에게 기울였다. "넌 감기 걸리면 일주일은 앓잖아." 그렇게 말하며 웃던 얼굴.그 사람을, 정서가 불안정했다고? 아이를 방치했다고?10년 동안 단 하루도 서아 곁을 떠난 적 없던 사람을, 돈 3억에 거짓으로 팔아넘기겠다고.강민호의 손이 떨렸다.자신은 무능했고, 비겁했고, 못났다. 아내를 무시했고, 말로 상처 줬고, 결국 잃었다. 그건 돌이킬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서명만큼은...이건 그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완전히 버리는 일이었다."이것까지 하면… 난 진짜 쓰레기가 되는 거야."거
Last Updated : 2026-06-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