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선택해.” “뭘.. 뭘요...?” “여기서 뒤질래, 아니면 살래.” “무.. 무슨 말씀이신지 잘..” “딱히 뒤지기 싫은 거면, 키워줄게. 예쁘게.” 누군지도 모를 남자가, 되려 죽이려고 찾아온 남자가 이제 와 자신을 키워주겠단다. 그래도, 혹시나 마지막 기회를 주는 거라면.. 죽기보단 살기를 택하는 게 낫지 않을까. “살.. 살려주실 거예요?” “살겠다고 하면.” “그럼.. 살래요.” 스무 살 '강리아'와 서른여섯 '도세준'의 아찔하고 발칙한 동거가 시작됐다.
View More“거참, 더럽게 을씨년스럽네.”
대문 앞, 가죽 장갑을 고쳐 낀 도세준. 그가 담벼락을 넘는 건 순간이었다.
오늘은 유독 기분이 좆같았다. 이딴 귀찮은 일에 직접 움직인 건 꽤 오랜만이었으니까. 그동안은 분명 아랫것들이 대신하던 일이었다.
짜증을 내면서도 직접 움직인 이유는 단 하나. 여태 지불한 정산금만 해도 17억에 육박하는 VIP 강 회장. 그가 이번 타깃을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엔 직접 움직여주게.”
“회장님. 부하들도 믿을만한 놈들입니다.” “알고 있네. 하지만 이번엔 그 어떤 여지도 남겨선 안 돼.” “손이 굳어서 말이죠.” “페이는 3억.”평소의 세 배였다. 세준은 눈동자를 내려 타깃의 정보를 바라보았다. 테이블 위에 펼쳐진 파일 안, 생글 맞게 웃고 있는 여자의 사진과 ‘강리아’라는 이름.
문제는 그 옆에 적힌 나이가 너무 어렸다. 고작 스무 살.
앞길이 창창한 것들은 늘 께름칙하던데. 하지만 단박에 거절하기엔 이미 제대로 엮여버린 사이였다. 그래서 처음으로 물었다.
“질문에 답해주시면 움직이겠습니다.”
“뭐지.” “제거 목적이 뭡니까.”가죽소파 팔걸이에 걸쳐진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강 회장은 마른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평소보다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연이 딸일세.”
부가 설명은 필요 없었다. 강지연. 강 회장의 하나뿐인 외동딸, 이미 슬하에 남매를 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재벌가 외동딸의 알려지지 않은 핏줄. 알려져선 안되는 존재. 그게 바로 이번 타깃이구나.
“강지연 이사님은 알고 계십니까. 이 아이의 존재를.”
“오늘따라 질문이 많네.” “오늘따라 다른 부탁을 하시니까요.”세준은 평소답지 않았고, 강 회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질문과 긴장. 그건 두 사람 사이에 한 번도 존재하지 못한 감정이었다.
“모르네. 그게 이유네.”
존재도 모르는 사생아를 굳이? 왜? 이상하게 이번 일은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본능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강 회장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엄마를 찾기 시작했어. SNS에 배냇저고리랑 담요를 올렸더군.”
"배냇저고리랑 담요. 그 여지를 남기신 게 회장님 실수셨군요.” “인정하지. 허나, 그렇게 경고했는데 듣지 않은 건 결국 그 아이야.”시선이 다시 파일로 향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해맑게 웃는 얼굴. 강리아.
결국 킬러를 고용해 죽일 거면서, 성은 또 강 씨다? 웃기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티를 낼 수 없어 그저 혀를 찼다.
“SNS가 널 죽음으로 안내했네.”
“도세준.” “직접 처리하죠.”그게 이 거지 같은 집 담벼락을 넘은 이유다. 도시와는 동떨어진 전원주택. 말이 좋아 전원주택이지, 마당은 잡초들이 무성했다.
돈이 썩어나는 엄마의 존재를 알았다면, 이 마당은 조금 더 볼만했을까. 아니,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소용이야. 어차피 넌 저승의 문턱을 넘을 텐데.
익숙하게 도어락에 장치를 갖다 대자, 소리 없이 현관문이 열렸다. 거실은 어두웠다. 대신, 굳게 닫힌 방 쪽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깨어 있으면 곤란하지.”
발소리를 완전히 죽였다. 그리고 방문에 귀를 붙였다.
다행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사실 들린다 해도 상관없었다. 이까짓 어린 계집애쯤 제압하는 건 일이라는 축에도 못 꼈으니까.
끼익- 방문이 천천히 열렸다.
‘씨발. 깜짝이야.’
속으로 욕을 삼켰다. 생각지도 못한 모습이 그를 맞이했다.
무드등 하나를 켜둔 채 잠이 든 강리아는 제 몸보다 큰 커다란 바디필로우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문제는 파자마 원피스는 허리까지 말려 올라갔고, 한쪽 다리를 기역 자로 올린 탓에 씨발! 그 새하얀 허벅지와 핑크색 팬티가 적나라하게 보인다는 것. 엉덩이에 하트는 또 뭔데. 애새끼도 아니고.
조심스레 걸음을 옮겨 침대 가까이 다가갔다. 여자애 방이라 그런지, 향기가 가득했다. 살결은 또 왜 이렇게 하얀지 꼭 인형 같은데, 팬티 사이 골짜기의 실루엣이 앙증맞았다.
이런 미친,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고, 재킷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주사기를 꺼내 들고, 익숙하게 공기 방울을 빼내며 마음속으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다음 생엔 평범한 집에서 태어나.’
그 순간,
“으응... 응..”
갑작스런 뒤척임에 손이 멈췄다. 그리고... 끝내 그 얼굴을 보고야 말았다.
사진은 거짓이었다. 아니, 비교 따위가 불가능했다. 잠이 든 모습이 이토록 예쁜 인간은 난생처음이었다. 무방비함마저 더해져서 그런가. 처음으로 타깃이란 단어를 잊어버린 순간이었다.
“정신 차리자. 씨발, 이러다 내가 먼저 뒤지지.”
도무지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감정. 그대로 강리아의 입을 틀어막았다.
“....?”
두 눈을 부릅떠야 했다. 두려움이 가득한 눈동자를 보여줘야 했다. 숨이 막히는 소리가 나야 정상이었다.
근데 얜 뭐지? 발버둥은커녕 천천히 눈을 떴다. 뭐지. 뭐길래 이딴 반응을 보이는 거지. 왜 자꾸 당황하게 만드는 거지.
이를 악물고 손에 힘을 더 줬다. 경동맥을 누르기엔 아직 일렀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스르륵 눈을 감는 걸 보니, 꼭 자신의 상황을 알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이것 봐라?”
분명히 평범했던 하루였다. 모든 게 다람쥐 챗바퀴 굴러가듯 그저 평소처럼, 튀는 것 하나 없이 자연스러운 하루였다. 근데... 불안했다. 이상하게 집으로 가는 내내 더 불안했다. 불안함이 가슴을 치고 자꾸만 올라오는데, 막상 전화기에는 손을 대지 못하겠는 처음 느끼는 이질적인 기분이었다.그리고, 그 모든 이유는 침실에 들어선 순간 알 수 있었다. 침대 위, 평온하게 잠이 든 모습의 리아의 베개 옆에 주사기 하나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서재 금고 안, 더는 쓸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꽁꽁 숨겨두었던 약물. 강리아를 처음 만난 날, 새하얀 목에 꽂아버릴뻔했던 그 약물이 뒤늦게 제 주인을 찾아간 것이다. “강리아.”어깨를 흔들자 배 위에 가지런히 올린 손이 툭 떨어졌다. 세준은 놀라지 않았다. 울지도 않았다. 어쩌면 이미 예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동안 누가 먼저 놓아버릴지 서로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왔던 것 같다.아무리 둘러봐도 유서는 없었다. 그 마음도 알 것 같았다.그동안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으니까. 더는 버틸 수 없다고, 너무너무 힘이 든다고. 숨이 멎은 리아의 이마에 입술을 내리고, 터벅터벅 서재로 향했다. 그는 한참 동안 서재에서 나오지 않았다.새하얀 종이에 무언가를 꾹꾹 눌러 적었고 모든 정리가 끝이 났을 때, 반쯤 열린 금고에서 주사기 하나를 챙겨 들었다.기지배. 비밀번호가 공주 생일인 거 알고는 또 엄청나게 서운했겠네. 근데 이 기지배야. 똑같이 사랑했어.그래서 반쪽을 잃고도 숨을 쉰 거야. 나머지 반쪽이 너니까. 네가 숨 쉬고 있었으니까.어쨌든 내 삶은 이렇게 끝나는구나.행복했다. 기지배야. 또 만나자, 기지배야. 거실 테이블 위, 큼지막한 글씨가 쓰여진 종이 한 장이 올려졌다.- 잘 부탁한다. 끝까지 미안하다.여러 번 덧칠했는지 꽤나 두꺼운 글씨였고, CCTV 방향을 향해 놓인 걸 보니 아무래도 준수를 향해 남긴 말인 것 같았다. 해커질은 그만 뒀어도, 자신과 강리아 걱정은 그만두지
그동안 이런 적이 없었던 탓에 의아했던 이모님이 다시 한 번 되물었다.“예?”“그냥요. 한 번도 제대로 된 식사를 못 차려 준 것 같아서.”고개를 갸웃거리던 이모님이 리아에게 앞치마를 건넸다. 앞치마를 받아든 리아의 손이 살짝 떨렸다.제일 먼저 깨끗하게 쌀을 씻어 밥부터 안쳤다. 냄비 안에는 된장을 풀고 호박과 두부도 썰어 넣고, 프라이팬 위에는 큼지막한 고등어 한 마리가 올려졌다.“된장은 이렇게 채에 걸러서 풀어야 깔끔해요.”“으, 설거지가 하나 늘었네요.”이제야 이모님이 살짝 미소지었다. “고등어는 쌀뜨물에 식초를 살짝 넣고 담가두면, 비린내도 제거되고 살도 단단해져요.”“그렇구나. 요리는 역시 쉽지 않네요.”그리고 세준의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이모님은 서둘러 앞치마를 벗었다.“마스터가 좋아하시겠어요.”“네. 다 제가 한 거라고 거짓말할래요. 그래도 돼요?”“그럼요, 하얀 거짓말이죠.”퇴근을 한 세준이 돌아왔을 때, 리아가 어여쁜 앞치마를 매고 쪼르르 마중을 나왔다. 생각지도 못한 모습에 세준은 화들짝 놀라면서도 눈동자는 리아의 상태를 자꾸만 살폈다. 역시나였다.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슬펐다. 앞치마를 매고 있는 몸이 메마른 가시처럼 앙상하게 말라 있었다. “뭐야? 뭐 했어?”“아저씨. 오늘 저녁은 제가 직접 만들었어요.”“아.... 우리 오늘 굶는 거야?”“아니거든요?”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주방으로 향하니, 나름 밥상 다운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맞다. 오늘은 이모님이 오시는 날이다.모든 진실을 깨달았지만 세준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를 시작했다.그냥... 이렇게나마 평범한 대화를 나누고 잠시나마 틱틱거리는 기지배를 보는 게 너무도 오랜만이라서.“이걸 진짜 애기가 했다고? 된장찌개를? 고등어를?”“네.”“하나도 안 태웠네. 드디어 연금술에 성공했네.”“이 정도는 할 수 있어요.”리아는 식사를 하는 내내 “맛있어요?”를 몇 번이나 물었다. 세준은 그 반복되는 질문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울컥. 매 순간이 울컥이었다. 사람 눈에서 이렇게 많은 눈물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흐르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두 사람은 태어나 처음으로 알아버렸다.살아질 것 같다가도 또 무너지고, 완벽하게 무너졌다고 생각한 순간 다시 일어나고.어쩌면 남은 날의 평생이 이런 날의 반복이겠지.“오늘도 꿈에 안 나왔어요.”“지금은 엄청나게 바쁘지.”“왜요?”“친구들도 생기고, 예쁨도 받고. 천국 투어에 정신이 좀 팔렸겠어.”“귀여워. 또 꺄르르 웃고 있겠네.”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했던가. 살면서 수도 없이 들은 말인데, 그들은 아니었다. 묻는다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그저 시간이 뚝 멈췄다. 세상이 멈췄다. 상실의 깊이도 없었다. 도저히 깊이를 알 수 없는 공허함이 메아리쳤다.***동백나무에 빨간 꽃망울이 맺힌 어느 날, 리아가 나무 기둥에 무언가를 둘러주고 있었다. 가까이서 확인한 순간 세준은 숨통부터 조여왔지만 내색하지 않았다.“다 뜬 거야? 벌써?”“네.”정성스레 직접 뜬 목도리 같은 것. 쌀쌀해진 날씨에 마음이 편치 않았던 리아는 영상을 보고 뜨개질을 배웠다.그래서 시간이 갔다. 조금은 흐르는 것 같았다.나무가 꼭 옷을 입은 모양이 나름 포근해보였는지, 세준은 투박한 손길로 조심스레 어루만졌다.“부드럽네. 비싼 실인가 봐.”“아무래도 다시 떠야겠어요. 중간에 빈 구멍이 많아.”“응, 천천히. 다시.”한동안 손을 놓았던 회사 업무도 다시 보기 시작했다. 기철은 전보다 더 대놓고 세준을 챙겼지만, 세화의 이름만큼은 절대로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수척해진 얼굴이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었으니까. 아직은 힘들어 뒤지겠다고, 여전히 아파서 견딜 수 없다고.“마스터, 준수가 해커질을 그만한다는데요.”“갑자기?”“예. 앞으로는 주식 고수가 되겠답니다.”“미친놈.”준수는 세화를 떠나 보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들에게 또 한 번의 소중한 생명이 찾아온다면, 그땐 적어도 창피한 삼촌이 되고 싶진 않다고.
한참 동안 침묵이 흐르고, 세준이 무언가를 결심한 듯 리아의 손에 수저를 쥐여주었다.“강리아. 세화 따라갈 거 아니면 먹어.”“싫어요.”“그럼 따라가. 난 어차피 뒤져도 못 따라가니까, 너라도 기어코 따라가라고.”말 같지도 않은 말에 기철이 버럭 목소리를 높였다.“마스터!”“수저 대신 총이라도 쥐여줘? 칼이라도 쥐여줘?”“무,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왜. 어차피 천국인데 뭐.”참다못한 준수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세화, 천국 못 갔습니다.”순간, 세준의 눈에 사나운 살기가 실렸다. “이 씨발 새끼가.”금방이라도 휘둘러질 듯한 주먹마저 부들부들 떨렸지만 준수는 멈추지 않았다. “두 분이 못 가게 붙잡고 있잖습니까. 여전히 리아 품 안에만 안겨있는데, 천국을 대체 어떻게 갑니까.”뚝뚝.새하얀 유골함 위로 리아의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정말 세화가 천국을 못 갔다고? 나 때문에? 정말 나 때문에?“끄윽.... 아저씨.. 어떡해요.. 끄윽...”“씨발.. 하아...”기철도, 준수도 이제서야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다. “예쁜 세화.. 이제 그만 보내줍시다.”“끄윽... 납골당은 무서울 것 같단 말이에요... 너무 어리잖아요.. 아무것도 모르는데 어떻게 엄마랑 떨어져...”한 번도 품 안에서 멀리 했던 적이라고는 없었던 존재.그래서 더 놓질 못했다. 아니, 그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놓아야 할 이유를 몰랐다.모두가 눈물을 쏟던 중, 기철의 목소리가 낮게 흘렀다.“마스터, 마당에 심었던 동백나무. 기억하십니까.”리아가 만삭이던 어느 날, 세준은 기철과 함께 마당에 동백나무 몇 그루를 심었었다. 꽃말이 변치 않는 사랑이라서, 사랑스러운 딸이랑 어울리는 꽃일 것 같아서. 세화가 걸음마를 시작하면 예쁜 원피스를 입히고, 그 앞에서 소중한 순간을 찍어주려고 했었다.기억을 떠올린 세준이 고개를 끄덕였을 때, 뜨거운 눈물이 턱 끝으로 떨어져 내렸다.“어차피 세화를 위한 나무잖아요.”“그러네요. 곧... 동백꽃
차가 대문 앞에 멈춰 서자, 철문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외부와 완전히 분리된 공간. 철저한 보안이 세팅된 곳. 아파트는 사절이다. 보는 눈이 많다는 건 전부 다 위험 요소니까. 주차를 하자마자 강리아를 안아들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품에 안긴 무게는 가벼웠고, 꽤나 작고 앙증맞았다. 침대 위에 눕혀두고, 위스키 잔을 채웠다. 오늘따라 알코올이 흐릿하게 느껴졌다.“뭘까. 진짜 뒤지고 싶었던 건가.”한 모금, 두 모금. 침묵이 이어지던 찰나, 리아의 눈꺼풀이 작게 떨려왔다. 동시에 세준의 입꼬리도 함께 올라갔다.“일
“눈 떠.”그 말과 함께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떼어냈다. 비명을 지르든 말든, 어차피 아무도 들어줄 리 없는 동떨어진 주택이니까. 하지만 리아는 기침도, 비명도 없었다. 오히려 도세준 만큼이나 차분해보였다.“아저씨... 저 죽이러 온 거죠.” “뭐 이딴 년이 다 있어.” “해요…… 일.”그동안 타깃들 중 절반은 살려달라 아우성이었다. 나머지 절반은 그 아우성을 내뱉을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근데 얘는 뭐냐고. 왜 사람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거냐고. “돌겠네, 씨발.”한 발 뒤로 물러서자, 리아가 몸을 일으켜 침대 헤
“거참, 더럽게 을씨년스럽네.”대문 앞, 가죽 장갑을 고쳐 낀 도세준. 그가 담벼락을 넘는 건 순간이었다. 오늘은 유독 기분이 좆같았다. 이딴 귀찮은 일에 직접 움직인 건 꽤 오랜만이었으니까. 그동안은 분명 아랫것들이 대신하던 일이었다. 짜증을 내면서도 직접 움직인 이유는 단 하나. 여태 지불한 정산금만 해도 17억에 육박하는 VIP 강 회장. 그가 이번 타깃을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엔 직접 움직여주게.” “회장님. 부하들도 믿을만한 놈들입니다.” “알고 있네. 하지만 이번엔 그 어떤 여지도 남겨선 안 돼.”
오늘은 부디 아무 일도 없길, 제발 평온한 주말이 되길. 그 바람으로 서재에 틀어박혀 시간을 흘려보냈다. CCTV도 보지 않았다. 어젯밤, 그 작은 배를 만지던 감각을 잊고 싶었다. 아침부터 슬립 차림으로 다가오던 그 미소도 함께 떨쳐내기 위함이었다. 집 안도 잠잠했다. 발소리도, 쓸데없는 콧노래도 오늘은 없었다. 점심은 따로 먹었다. 같이 먹자는 리아의 말에 세준은 바쁘다며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그냥 그러고 싶었다. 리아는 침실에서 드라마와 영화를 번갈아 틀어두고도, 생각은 오직 하나에 꽂혀 있었다. 아저씨는 어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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