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분쯤 달려 도착한 건물엔 ‘SJ 홀딩스’라 적힌 아크릴 간판이 세련되게 걸려 있었다. 아무리 킬러지만, 그 단어는 명함에 적을 수 없으니까. 명목상 투자회사를 운영하며 자본을 키우고, 동시에 VIP들의 약점을 수집한다. 그래야 뒤탈이 없다.물론 의뢰가 들어오면 직원들이 움직인다. 강리아 일은 특별 케이스였고.생각보다 의뢰인이 많다는 것, 그건 스물두 살 처음 이 일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도 놀라울 따름이다.뒷문이 열리자, 핸드폰을 확인하던 기철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마스터.” “왜.” “그게.. 여자 속옷은 사본 적이 없습니다. 파자마랑 슬립은 어떤 걸...” “그 나이에 자랑이다.”세준이 보낸 쇼핑 리스트는 당연히 의문점 투성이었다. 여성용 폼클렌징, 파자마, 슬립, 브래지어(C), 팬티(S, 90). 수량은 10개씩. 이런 심부름은 처음이라 묻지 않고는 해결이 불가능했다.“죄송합니다. 도무지 모르겠어서..” “사이즈 적어놨잖아.” “아, 그럼 파자마랑 슬립은..” “색깔별로 S사이즈. 디자인은 이것저것 골라 담아.” “알겠습니다!”이제야 이해된 듯 목소리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마스터께 여자 친구가 생기셨구나. 이번엔 처음으로 동거를 하시는구나. 그 단순한 생각으로 차를 몰았다. 한참 뒤, 회의를 마치고 숨을 돌리던 중, 대표실 문이 열렸다. 양손 가득 종이 백을 들고 나타난 기철의 모습은 땀 범벅이었다. “그걸 왜 들고 들어와.” “마음에 안 드시면 교환하려고요.” “별, 씨발..”욕지기를 내뱉으며도 종이백을 하나씩 열어보았다. 미친, 파자마도, 슬립도, 속옷도. 아주 그냥 레이스 잔치였다. 엉덩이에 하트나 그려진 팬티나 입는 애라는 걸 설명해 줬어야 했나. 세준은 손바닥만 한 빨간 레이스 팬티 하나를 손에 걸고 기철을 바라보았다.“취향은 확실히 알겠네.” “아, 아닙니다! 다 신상품입니다!” “트렁크에 실어 놔.” “예 마스터. 연애 축하드립니다.” “나가.”잔혹한 킬러들의 모습과는 어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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