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야해빠진 킬러 아저씨: Chapter 1 - Chapter 10

136 Chapters

제1화

“거참, 더럽게 을씨년스럽네.”대문 앞, 가죽 장갑을 고쳐 낀 도세준. 그가 담벼락을 넘는 건 순간이었다. 오늘은 유독 기분이 좆같았다. 이딴 귀찮은 일에 직접 움직인 건 꽤 오랜만이었으니까. 그동안은 분명 아랫것들이 대신하던 일이었다. 짜증을 내면서도 직접 움직인 이유는 단 하나. 여태 지불한 정산금만 해도 17억에 육박하는 VIP 강 회장. 그가 이번 타깃을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엔 직접 움직여주게.” “회장님. 부하들도 믿을만한 놈들입니다.” “알고 있네. 하지만 이번엔 그 어떤 여지도 남겨선 안 돼.” “손이 굳어서 말이죠.” “페이는 3억.”평소의 세 배였다. 세준은 눈동자를 내려 타깃의 정보를 바라보았다. 테이블 위에 펼쳐진 파일 안, 생글 맞게 웃고 있는 여자의 사진과 ‘강리아’라는 이름. 문제는 그 옆에 적힌 나이가 너무 어렸다. 고작 스무 살. 앞길이 창창한 것들은 늘 께름칙하던데. 하지만 단박에 거절하기엔 이미 제대로 엮여버린 사이였다. 그래서 처음으로 물었다. “질문에 답해주시면 움직이겠습니다.” “뭐지.” “제거 목적이 뭡니까.”가죽소파 팔걸이에 걸쳐진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강 회장은 마른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평소보다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지연이 딸일세.”부가 설명은 필요 없었다. 강지연. 강 회장의 하나뿐인 외동딸, 이미 슬하에 남매를 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재벌가 외동딸의 알려지지 않은 핏줄. 알려져선 안되는 존재. 그게 바로 이번 타깃이구나. “강지연 이사님은 알고 계십니까. 이 아이의 존재를.” “오늘따라 질문이 많네.” “오늘따라 다른 부탁을 하시니까요.”세준은 평소답지 않았고, 강 회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질문과 긴장. 그건 두 사람 사이에 한 번도 존재하지 못한 감정이었다. “모르네. 그게 이유네.”존재도 모르는 사생아를 굳이? 왜? 이상하게 이번 일은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본능이 그렇게 말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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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눈 떠.”그 말과 함께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떼어냈다. 비명을 지르든 말든, 어차피 아무도 들어줄 리 없는 동떨어진 주택이니까. 하지만 리아는 기침도, 비명도 없었다. 오히려 도세준 만큼이나 차분해보였다.“아저씨... 저 죽이러 온 거죠.” “뭐 이딴 년이 다 있어.” “해요…… 일.”그동안 타깃들 중 절반은 살려달라 아우성이었다. 나머지 절반은 그 아우성을 내뱉을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근데 얘는 뭐냐고. 왜 사람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거냐고. “돌겠네, 씨발.”한 발 뒤로 물러서자, 리아가 몸을 일으켜 침대 헤드에 기대앉았다. 이제야 올라간 치맛자락을 확인했는지 그조차도 느릿하게 끌어내렸다. 그 순간이었다. 새하얀 파자마 위. 젖꼭지로 보이는 돌기가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젠장, 기지배들은 집에서 노브라로 있는다더니. 뒤질 걸 알았으면 속옷이라도 챙겨 입던가.“뒤지고 싶어서 환장했어?” “그건 아닌데, 그게 정해진 답이라면.. 뭐 어쩔 수 없죠.”대화를 나눈 순간 깨달았다. 아니, 어쩌면 이 방에 들어선 순간 결론은 나 있었는지도 몰랐다. “이대로 뒤지기엔 아깝지.” “...네?”성큼성큼 다가가 목뒤를 정확히 눌렀다. 딱 기절만 시킬 힘과 각도로. 리아의 몸에서 스르륵 힘이 빠지자, 그대로 어깨에 들쳐매고 집을 나섰다.시체가 아닌 살아있는 타겟을 데리고 나오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뒷좌석에 눕히는 찰나, 욕설이 새어 나왔다.“뭐 이딴 좆같은...”이 와중에 아랫배가 잔뜩 긴장했다. 눈치 없는 좆은 왜 이 순간에 헐떡이는데. 강리아, 넌 누가 기절한 모습도 존나게 예쁘래. 시동을 걸고 얼마 후, 자동차 스크린 화면에 뜬 단어는 ‘VIP 1’. 강 회장이었다.세준은 아무렇지 않게 통화 버튼을 누르고, 되려 목소리를 높였다. “회장님. 준비가 꽤 미흡하십니다?” “뭐라?” “집이 비었던데요. 적어도 헛걸음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완벽한 거짓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떨리지 않는 목소리. 믿을 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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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차가 대문 앞에 멈춰 서자, 철문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외부와 완전히 분리된 공간. 철저한 보안이 세팅된 곳. 아파트는 사절이다. 보는 눈이 많다는 건 전부 다 위험 요소니까. 주차를 하자마자 강리아를 안아들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품에 안긴 무게는 가벼웠고, 꽤나 작고 앙증맞았다. 침대 위에 눕혀두고, 위스키 잔을 채웠다. 오늘따라 알코올이 흐릿하게 느껴졌다.“뭘까. 진짜 뒤지고 싶었던 건가.”한 모금, 두 모금. 침묵이 이어지던 찰나, 리아의 눈꺼풀이 작게 떨려왔다. 동시에 세준의 입꼬리도 함께 올라갔다.“일어나.” 눈꺼풀이 다시 한번 떨렸다. 이번엔 확실했다. 의식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강리아.”눈을 뜬 리아는 천장을 먼저 보고, 이내 시선을 흘렸다. 낯선 공간, 낯선 남자. 아니,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남자. 그 남자가 떡하니 자신을 바라보며 서 있는 상황이 생경하긴 했지만, 여전히 놀람도 비명도 없었다.“아까.. 그 아저씨... 맞죠..?”뭐, 서른여섯이면 아저씨 맞지. 그나저나 여전히 예상 밖의 반응을 보이는 강리아. 넌 어떤 삶을 살아왔길래 이러는 거니. 호기심이 잔뜩 몰려들었다. 손끝이 탁탁, 맑은 크리스탈 잔을 두드렸다.“안 무서워?” “무서워요.” “근데도 태도가 그따위라고?” “왜.. 왜 데려왔어요? 왜 안 죽였어요?” “왜일 것 같아?”섬뜩한 물음에 리아는 이불을 꽉 움켜쥐었지만 시선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세준의 모습을 위아래로 천천히 훑으며 눈을 깜빡였다. 삼십 대? 아니면 사십 대? 그건 잘 모르겠고, 키는 꽤 커 보였다. 180cm는 족히 넘어 보이는데. 무엇보다 체격이 단단했다. 한 손에 잔을 든 팔뚝은 물론, 짝다리를 짚고 서 있는 허벅지까지. 솔직히 한 대만 맞아도 즉사할 것 같았다, 그게 위압적이면서도 또 신기했다. “그건 잘 모르겠어요... 근데 혹시 운동선수세요?” “풉, 운동선수가 널 죽이러 갔겠어?” “아...”탁, 잔이 테이블 위에 내려앉고 세준은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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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리아의 눈에, 아저씨는 나쁜 사람 같진 않아 보였다. 아까랑은 달리 해칠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단 말이다. 아까도 죽이긴커녕 오히려 살려줬잖아..?“감.. 감금이에요?” “감금 반, 보호 반.” “네..?” “넌 지금 나가면 어차피 뒤져.” “아.... 네.”지나치게 얌전한 대답이었다. 퍽 순수한 모습에 입꼬리가 움직여 힘겹게 참아냈다. 이 정도면 조련은 꽤 쉽겠다는 생각이 들어 벌써부터 기대감이 만발했다. “둘, 시키는 건 뭐든 한다.”시키는 거? 시키는 건 뭐지? 아... 집안일? 빨래, 청소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문제는 요리인데 그거야 뭐. 차차 배워나가면 되지.“네. 저.. 집안일은 꽤 잘해요.” “지랄을 해. 아주.”말도, 눈빛도 거칠었다. 설마 이게 아닌가? 그럼 대체 뭘 시키겠다는 거지.. ? 아... 혹... 혹시..? 이제야 두려움이 몰려들었다. 아마도 지금까진 저 잘생긴 얼굴에 홀려 중요한 걸 잊고 있었나 보다. “아.. 아저씨..” “왜.” “저.. 건드실 거예요...?” “섹스 안 해봤어?” “.....네.”하긴, 엉덩이에 하트가 그려진 팬티나 입는 애새끼가 무슨.그래도 그렇지. 요즘 애들은 꽤 빠르던데. 특히나 저런 얼굴은, 저런 분위기는 남자들이 가만둘 리 없는데. 아무래도 속박이랑 기구는 한참 뒤로 미뤄두고 하나하나 가르쳐야겠구나.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그래야 더 재밌을 테니까. “됐고, 셋. 누구랑도 연락하지 않는다.” “그.. 그건 걱정 마세요. 친구도 가족도 없으니까요.”가족은 그렇다고 쳐도, 친구는 왜? 궁금하긴 했지만 묻지 않았다. 지금은 강리아가 이 단순한 세 가지 조건에 수긍했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했다.“조건 끝.” “그럼 이제 제 조건... 말해도 되나요?”기가 막혀 실소가 새어 나왔다. 생각보다 골 때리는 기지배였다. 동시에 무슨 조건을 읊을지 궁금해 고개를 끄덕였다. “해봐.”리아 역시 숨을 고르고 고개를 끄덕였다.“하나, 때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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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샤워를 마치고 거실로 나가자 라면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리아는 뒤꿈치를 들어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190cm에 맞춘 싱크대 높이. 낑낑거리는 모습에 한숨이 새어 나왔다.“냅둬. 사람 올 거니까.” “그래도요... 제가 먹은 건데요...” “냅두라고.” “...네.”이제야 뒤를 돈 리아가 고개를 푹 숙였다. 하반신에 수건 한 장만 두른 남자가 성큼성큼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으니까. 귀 끝까지 금세 달아올라 얼굴이 홧홧거렸다. 세준은 바로 앞에 멈춰서 벌컥벌컥 찬물을 마셨다. “맛있게 먹었어?” “네...” “그럼 좀 씻지?”어머, 이 아저씨가 왜 이래? 나 지금 놀랐잖아아. 무섭고 민망하자나아.“네..? 씻? 씻어요..?” “어.” “아... 네...”막상 코앞에서 마주하니, 강리아는 진짜 작았다. 키는 가슴팍에 겨우 닿았고 체격 차이는 말할 것도 없었다. “침대 위에 옷 올려놨으니까 씻고 갈아입어.” “네...”게걸음을 하듯 옆으로 몇 걸음 피한 뒤, 부리나케 침실로 향했다. 침대 위에는 커다란 티셔츠와 반바지가 단정하게 개어져 있었다. 손끝으로 들어 올리는 순간, 등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날아들었다.“필요한 건 내일까지 준비해 줄 거야. 불편해도 오늘은 참아.” “감사합니다...”이미 수증기로 가득 찬 욕실 안. 호화스러울 정도로 넓고 고급스러운 모습에 입이 딱 벌어졌다. 하긴, 침실도, 주방도 꽤나 넓었다. 이런 곳에 혼자 사는 아저씨는 얼마나 부자인 걸까? 근데 돈도 많은 사람이, 나 같은 건 왜 데려온 거지..? 납치? 감금? 분명 절반은 보호라고 했다. 욕은 좀 하긴 했지만 묶지도, 위협하지도 않았다. 늘 혼자서만 지냈던 리아에게 이 넓은 집은 자신이 아닌 타인의 흔적이 있는 신기한 곳이었다. 벌어진 상황 역시 마찬가지였다. 딱 죽겠구나, 했던 상황이 예상하지 못한 길로 흘러들었다. ‘그래도 이름은 물어봐야겠다.’따뜻한 물에 몸을 씻어내고, 머리도 감고, 입었던 팬티도 손 빨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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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해봤어?” “아.. 아니요..” “그럼 해보고 싶어?”한참을 망설이던 리아가 눈을 꼭 감았다. 이건 또 뭐지? 하겠다는 건가. 그럼 해보지 뭐. 고개를 살짝 꺾어 입술을 맞췄다.“...!”그 짧은 접촉만으로도 온몸이 움찔거렸다. 진짜 안 해 봤구나. 아무것도 모르는 애새끼 맞네. 뒷머리를 감싸안고 입술을 조금 더 벌렸다. 혀까지 넣으면 놀라 자빠질까, 나름 배려한 행동이었다.리아의 손바닥이 세준의 가슴에 닿았다가, 맨살인 걸 뒤늦게 인지한 듯 화들짝 떼어냈다.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이름도 모르는 남자랑 첫키스를 하게 될 줄 몰랐고, 잠시 스친 손바닥에 단단한 살성이 느껴져 어찌할 바를 몰랐다.세준은 리아의 앙증맞고 작은 입술을 조심스레 핥아먹듯 움직였다. 처음엔 입술로만, 그리고 혀로 한번 부드럽게. 피하지도 않고 뒷머리가 붙잡혀있는 모습에 티셔츠를 찢어내듯 벗기고 싶었지만, 애기는 애기답게 다뤄줘야 하니까. 코끝을 맞대고 낮게 중얼거렸다.“애기야.” “아...” “다음에도 이 꼬라지로 돌아다니면.” “......” “그땐 안 참아.”비릿하게 웃으며 침실을 나섰다. 생각보다 입술은 빨리 먹었네. 귀여운 기지배 같으니라고.리아는 다리에 힘이 풀려 자리에 주저앉으면서도, 차마 그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날개뼈 죽지에 솟아오른 등 근육은 꼭 허리 라인까지 이어져 꿈틀대는 것 같았다. “키스를... 했어..”키스를 했다. 아니, 키스만 했다. 솔직히 한편으론 더 큰 사달이 벌어질 줄 알았는데, 아저씨는 입술을 포개고, 핥고, 숨결을 불어넣고 자리를 떠났다. 심장이 이렇게 뛰는 게 가능한 건가? 입술에 무슨 약이라도 발랐나? 다리는 왜 이렇게 힘이 풀리고, 시야는 왜 아득한 거지. 이 찰나의 감정을 도무지 말로 표현할 수 없어 한참을 앉아있었다. *** “일어나.” “하암..”눈치 없이 하품을 하며 눈을 떴을 때, 네이비 색 정장을 반듯하게 차려입은 아저씨가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아.. 맞다. 여기는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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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삼십 분쯤 달려 도착한 건물엔 ‘SJ 홀딩스’라 적힌 아크릴 간판이 세련되게 걸려 있었다. 아무리 킬러지만, 그 단어는 명함에 적을 수 없으니까. 명목상 투자회사를 운영하며 자본을 키우고, 동시에 VIP들의 약점을 수집한다. 그래야 뒤탈이 없다.물론 의뢰가 들어오면 직원들이 움직인다. 강리아 일은 특별 케이스였고.생각보다 의뢰인이 많다는 것, 그건 스물두 살 처음 이 일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도 놀라울 따름이다.뒷문이 열리자, 핸드폰을 확인하던 기철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마스터.” “왜.” “그게.. 여자 속옷은 사본 적이 없습니다. 파자마랑 슬립은 어떤 걸...” “그 나이에 자랑이다.”세준이 보낸 쇼핑 리스트는 당연히 의문점 투성이었다. 여성용 폼클렌징, 파자마, 슬립, 브래지어(C), 팬티(S, 90). 수량은 10개씩. 이런 심부름은 처음이라 묻지 않고는 해결이 불가능했다.“죄송합니다. 도무지 모르겠어서..” “사이즈 적어놨잖아.” “아, 그럼 파자마랑 슬립은..” “색깔별로 S사이즈. 디자인은 이것저것 골라 담아.” “알겠습니다!”이제야 이해된 듯 목소리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마스터께 여자 친구가 생기셨구나. 이번엔 처음으로 동거를 하시는구나. 그 단순한 생각으로 차를 몰았다. 한참 뒤, 회의를 마치고 숨을 돌리던 중, 대표실 문이 열렸다. 양손 가득 종이 백을 들고 나타난 기철의 모습은 땀 범벅이었다. “그걸 왜 들고 들어와.” “마음에 안 드시면 교환하려고요.” “별, 씨발..”욕지기를 내뱉으며도 종이백을 하나씩 열어보았다. 미친, 파자마도, 슬립도, 속옷도. 아주 그냥 레이스 잔치였다. 엉덩이에 하트나 그려진 팬티나 입는 애라는 걸 설명해 줬어야 했나. 세준은 손바닥만 한 빨간 레이스 팬티 하나를 손에 걸고 기철을 바라보았다.“취향은 확실히 알겠네.” “아, 아닙니다! 다 신상품입니다!” “트렁크에 실어 놔.” “예 마스터. 연애 축하드립니다.” “나가.”잔혹한 킬러들의 모습과는 어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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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아저씨!” “따라와.”일이 손에 잡힐 리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이모님은 이미 퇴근을 하셨다. 한가득 든 종이백을 들고 침실로 향하자, 리아가 조심스레 뒤따랐다.“이게 다 뭐예요?" “너. 정신이 있어, 없어.” “네..? 뭐가요...?”리아는 정말 몰랐다. 아저씨가 이렇게 화가 난 이유를.“이모님이 네 친구야? 언제 봤다고 헤벌쭉 붙어서 히히덕거려.” “버릇없게 안 굴었어요.. 일도 도와드렸고...” “신경 쓰지 말고 너 할 거 하랬지.” “할 게 딱히 없어서요.. 죄송합니다.. 근데요....”또 나왔다. 그놈의 근데요. 어제부터 따박따박. 그 말대답은 한 시도 끊이질 않았다. “뭐.” “저.. 조건은.. 다 지켰는데요...”짜증 나게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긴, 이 집에서 할 게 없긴 했겠지. 내일부턴 숙제라도 내줘야 하나. 팔자에도 없는 부모가 된 기분은 또 뭐지. 젠장.“필요한 거 사 왔으니까 정리해.” “다.. 제 거예요?” “어.”세준이 침실을 나가자, 리아는 봉투를 하나하나 열어보았다. 잠시 후, 침대에 펼쳐진 건 하나같이 정상이 아닌 속옷과 슬립들. 색상은 가지각색, 대부분 천이 얇았다. 딱 중요 부위만 아찔하게 가릴 정도의 창피한 디자인투성이.레이스? 시스루? 망사? 이런 걸 뭐라고 하더라. 아무튼, 폼클렌징 하나만이 유일한 정상 품목이었다.“아저씨!”거실로 뛰어나간 리아가 씩씩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런 걸 도대체 어떻게 입으라고.“또 뭐.” “아저씨 변태 맞잖아요!” “애기. 자꾸 그렇게 까불다 뒷일 감당 못 한다.” “저... 저런.. 걸.... 어떻게 입어요..” “그럼 썅, 노브라 노팬티로 살던가.”순간, 리아의 머릿속에 어젯밤 대화가 떠올랐다. “다음에도 이 꼬라지로 돌아다니면, 그땐 안 참아.” 아저씨는 분명 그렇게 말했었다. 아 맞다.. 키스도 했다.. 키스도...!나름 생각해서 사다 준 건데, 너무 버릇없게 굴었나 싶어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내일부터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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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아... 로팡.. 총알배송이 가능한 그 어플 말이지? 그래. 거기까지 로그인을 해줘야 마음껏 쇼핑이 가능하구나. 근데 난.. 왜 이 기지배 요청을 하나하나 다 들어주고 있는 거야?“근데요.. 얼마까지 써도 돼요? 3만 원 넘어가도 돼요?” “애기야. 얼마를 긁으면 혼날 것 같은데?” “5.. 5만 원...?” “5만 원이고 50만 원이고. 필요한 거 있으면 사시라고요.” “진짜요?” “거참 말 많네.”강리아는 맹했고, 도세준은 물렁했다. 아니, 한 번도 물렁했던 적이 없었는데 강리아 앞에서만 자꾸만 물렁해졌다. 사는 내내 등치 값을 못하는 새끼들이 가장 혐오스러웠는데, 지금 자신의 모습이 딱 그 꼬락서니였다.“근데요 아저씨..” “아...” “아니.. 진짜 궁금한 게 있어서요...” “뭐.” “아저씨는 어디서 자요...? 저 때문에 괜히 불편하신 거 아니에요?”강리아가 처음으로 사람 같은 질문을 했다.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하마터면 칭찬이 튀어나올 뻔했지 뭐람.“불편하면 어쩔 건데?” “네...?” “같이 자게?” “아.. 아니요! 제가 다른 데서 잘게요!” “침대도 넓은데 굳이?” “안 그래도.. 너무 넓어서요.. 로팡에서 바디필로우부터 사려고요.”쾅, 침실문이 세게 닫히는 게 대답이었다. 리아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자꾸만 웃음이 났다. 그동안 너무 정에 굶주려있었나. 툭툭 던지듯 챙겨주는 행동 하나가, 말 한마디가 다정하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 저녁 7시. 침실 문을 열고 문밖을 빼꼼 내다보자, 아저씨는 이미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아저씨!” “앉아.”리아는 식탁에 앉지 않았다. 수저를 놓고, 물컵에 물을 채우고, 냉장고에서 이모님이 해주신 반찬을 꺼내 그릇에 정갈하게 담았다. “이모님 반찬 엄청 잘 맛있어요. 특히 장조림이요.” “예, 많이 처드세요.” “아저씨! 왜 자꾸 말을 그렇게 해요.” “넌 왜 자꾸 바락바락 대드세요?” “버.. 버터랑 같이 비벼 먹어야겠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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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세준은 머리가 지끈지끈 쑤셔왔지만, 소파에서 일어나 리아를 향해 다가갔다. “어떻게 아픈데.” “으.. 체한 것 같아요.. 아저씨.. 배가.. 막 아파요...” “가지가지 하세요.”TV 아래 서랍장을 열어 사혈기를 꺼냈다. 그리고 일회용 바늘을 끼우는 순간, 리아는 잔뜩 겁먹은 표정을 짓더니 이번엔 방향을 바꿔 뒤로 기어 물어났다. “뭐 하냐? 씨발, 유격훈련해?” “그거 싫어요...” “손 따.” “아저씨가 따면.. 손가락에 구멍 날 것 같단 말이에요...” “아직 덜 아프구만. 어?”도망은 의미가 없었다. 애초부터 가능할 리 없는 일이라는 듯 그대로 엄지손가락이 붙잡혔다.“하, 하지 마요! 하지 마!” “입 안 다물어?”- 똑.“꺄앙!”- 똑. 똑. 똑.“끄아아앙..!” “염병, 귀 터지겠네. 조용히 안 해?” “왜... 왜 열 개나 따요. 으아아앙..!”세준은 그 작은 손가락에 정말 10개의 바늘구멍을 내어버렸고, 단단히 체를 한 모양인지 검은 피가 마디 끝에 방울방울 맺혀있었다. 알코올 솜으로 피를 닦아내며 리아의 얼굴을 훑어보았다. 눈시울은 붉었고, 꾀병은 아닌 건지 핏기가 없긴 했다.“가서 누워.” “...네?” “소화제 갖다 줄 테니까 먹고, 자빠져 자.” “네...”잠시 후, 소화제를 꿀꺽꿀꺽 넘긴 리아가 침대에 눕자 세준은 그제야 안심한 듯 등을 돌렸다. 그 순간, 덥석. 새끼손가락 하나가 붙잡혔다. “안 놔?” “아저씨... 저... 그거 해주면 안 돼요?” “뭐.” “그거 있잖아요.. TV 보면.. 막.. 엄마 손은 약손.. 그거요..”이 미친 기지배가 또 뭐라는 거야? 뭐? 엄마 손은 약손? 배때기를 확 때려줘야 정신을 차리려나. 사람을 진짜 뭘로 보고.“애기야. 자빠져 자라고 경고했어.”리아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미 도세준은 무서운 존재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 손을 자신의 배 쪽으로 끌어올려놓고, 시계방향으로 어설프게 돌리며 중얼거렸다.“엄마 손은 약손..”손은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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