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팡! 팡! 팡! 팡!가르나르의 입구와 터널 내부, 대공저 주변, 그리고 흐드러지게 피어난 내부 꽃밭에 이르기까지.주변을 감싸고 있던 수천 개의 빛을 발하는 마도구가 일제히 작동하며 검은 밤을 환하게 밝혔다.“어머! 형형색색의 조명 마도구라니!”“세상에, 이 넓은 대로 곳곳이 대낮처럼 밝군요!”“참으로 장관이네요. 환상적이라는 말밖에는 나오질 않아요!”연신 쏟아지는 귀족들의 탄성이 밤공기를 화려하게 수놓았다.스틸은 극적인 연출을 극대화하고자 일부러 귀빈들이 모두 도착하는 그 순간까지 숨죽이고 있던 조명 마도구를 한꺼번에 터뜨린 것이었다.그러자 몽환적인 광휘를 뿜어내며 편도 2차로 도로에 비견될 만큼 널찍한 터널의 압도적인 위용이 모습을 드러냈다.[이 도로는 캔도르 대공저 입구와 직통으로 연결되니 편안히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리노의 우렁찬 음성이 확성 마도구를 통해 울려 퍼지자, 귀족들은 감탄을 금치 못하며 연신 손뼉을 쳤다.스틸과 스펙터가 완성해 낸 거대한 건축의 성과물은 그야말로 웅장함 그 자체였다.대공저에 다다르자, 영지를 수호하는 천리장성의 내벽에 심어 둔 조명이 빛을 내며 내부에서만 굳건한 벽이 보이도록 연출되었다.[이어 제국의 굳건한 방패이자 가르나르 영지를 지키는 결계, 천리장성을 소개해 드립니다!]리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금 팡! 팡! 팡! 팡! 소리와 함께 수천 개의 조명 마도구가 가르나르 영지를 포위하듯 둘러싼 장성 위를 밝혀냈다.“어머, 저게 대체 뭐죠?”“거대한 장벽이에요!”“저렇게 높은 곳에 기사가 서 있어요!”“감탄스럽군요. 영지 전체가 저
리노는 느닷없는 제안에 깜짝 놀라 당황해하면서도, 어둡게 그늘져 있던 얼굴을 활짝 폈다.원래도 리노 상단이 캔도르 대공가와 손을 잡고 사업 규모를 크게 확장하려던 참이었다.그러니 그 일련의 과정들이 예상보다 조금 더 빨리 진행될 뿐, 절망에 빠져 고개를 숙이고 있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자, 그럼 곧바로 시작해 봅시다.”“정녕 그 많은 물품과 건물의 짐들을 다 옮기는 게 가능하시겠습니까?”스틸은 길드 내부의 짐을 이른바 ‘포장이사’ 개념으로 싹 다 가르나르로 이동시킬 마음을 먹은 참이었다.어쨌든 생각한 대로 마법을 자유자재로 구현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판단하에 일단 호기롭게 말을 뱉어 보았다.“뭐라도 시도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사실 그동안 소소한 물품들은 매번 공간 마법으로 손쉽게 이동시켜 왔었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저잣거리에서 음식을 구해다 먹기도 하고 필요한 물품을 그렇게 조달했으니, 길드의 짐 역시 통째로 옮길 수 있을 터였다.“아, 네! 알겠습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스틸 대공 전하!”어차피 스틸의 가르나르 영지는 완벽한 계획도시로 탈바꿈할 운명이었다.전생과 달리 이번 생에는 수많은 파격과 변혁이 가득했던 스틸이었다. 그러니 이 캔도르 상단과 길드 역시 시대의 변혁을 맞이하게 된 셈이었다.어차피 모험가들이나 상인들은 기본적으로 공간이동 마법이나 이동 수단을 활용할 수 있었다. 제국의 수도권이자 황성과 그리 멀지 않은 이곳에 길드 본점이 들어서서 가르나르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재고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절망의 나락에 떨어져 있던 리노는 순식간에 골칫거리가 해결되자, 레나와 시에라를 비롯한 고용인들을 불러 모아 신속하
가르나르 영지 공개를 단 하루 앞둔 저녁, 스틸은 마도구를 통해 리노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완성된 건축 현장을 천천히 둘러보았다.황금빛 노을이 캔도르 대공저의 우뚝 선 첨탑을 부드럽게 비추는 가운데, 그는 입가에 자부심 어린 미소를 띤 채 대화를 이어 나갔다.“전 이제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전부 리노 사장 덕분입니다.”-전하의 혜안과 안목에 감탄할 뿐입니다. 저희 상단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되어 더없는 영광입니다. 특히 그 별채 설계는 정말 혁신적이라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황궁을 방불케 할 만큼 웅장한 대공저와 그 옆에 위용을 자랑하며 세워진 별채는, 이제 캔도르 상단의 새로운 본관으로 화려하게 탈바꿈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길드의 주요 업무를 전담할 장소이니, 말 그대로 백화점과 호텔이 완벽하게 결합된 멀티 복합 쇼핑몰이 완성된 셈이었다.1층에는 대형 길드와 고급 레스토랑, 그리고 각종 무역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할 서비스 센터가 자리 잡았고, 2층에는 다채로운 업종이 입점한 상점가가 들어섰다. 3층부터 10층까지는 최고급 숙박이 가능한 호텔로 세워졌다.게다가 지하 10층에 달하는 압도적인 규모의 공간을 확보하여, 대형 물류창고를 비롯해 듀라한 기사단이 편안히 생활할 은밀한 거처까지 완벽히 마련해 두었다.“리노 사장, 앞으로 캔도르 상단의 경영을 잘 부탁하겠습니다.”-하하, 저야 월급만 제때 주신다면 못 할 게 없습니다.내일 화려하게 펼쳐질 꽃밭을 사람들에게 공개하여 화훼업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이어 마도구 사업까지 연달아 발족되면 당장 막대한 현금이 회전하여 수많은 영지민을 수용하는 것도 가능해질 터였다.말 그대로 그들을 위한 새로운 거처 역시 현대적인 아파트 형태로 건축하여 레투카 제국에 전대미문의 주거 양식을 선보일 예정이었기에, 내일 일
잠시 정적 속에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스틸은 지니와 함께 지나온 과거 이야기를 아득하게 나누게 되었다.현재의 삶에 만족한다는 것은, 결국 뼈아팠던 과거에 비해 지금이 눈부시게 좋기 때문이리라. 스틸은 문득 지니의 고향인 요정계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 나지막하게 물어보게 되었다.“네가 언젠가 돌아가고 싶어 하는 부모님이 계신 요정계는 어떤 곳이야? 내 상상 속에는 거대한 숲속 같은 느낌인데.”아름다운 엘프들이 거주하며, 맑은 이슬만 머금은 채 느리게 흐르는 시간 속을 살아가는 그들의 세상은 과연 어떤 곳일까.“그곳은 초록빛과 환한 빛으로 가득한 곳이야. 밤도 존재하지 않아. 아름다운 곳이지.”지니가 그토록 갈망하는 그곳.천년을 사는 엘프들에게조차 극락이라 불리는 차원 너머의 신성한 공간.지니는 인간계로 내려온 뒤 가혹한 세월을 견디며 영혼이 희미해진 탓에, 이제는 부모님의 얼굴조차 아득해질 만큼 기억이 옅어졌다고 했다.이토록 위험하고 잔혹한 인간계에서 고통만 겪느니, 어서 그 눈부신 낙원으로 돌아가야 할 텐데.아련하게 그립고 행복한 곳이라며 지니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네가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내가 더 분발할게.”“내가 플로럴스피릿의 가호를 받으며 주인님과 이렇게 잘 지내다 보면······ 몇십 년 뒤에는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스틸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같은 거침없는 성장세라면, 자신을 짓밟았던 이들에게 완벽한 복수를 감행하고 영지를 개간하여 레투카 황가에게도 매서운 한 방을 먹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기꺼이 지니의 평온을 위해서라면 세상 가장 잔혹한 빌런이라도 되겠다는 각
마지션은 아쳐와의 숨 막히도록 격정적인 관계를 마친 뒤, 어지러워진 옷매무새를 수줍게 가다듬으며 소파 깊숙이 몸을 묻었다.방금 전까지 몸을 탐하며 짙은 열기를 피워 올렸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무심하고 단정한 태도였다.비록 저주 탓에 어지간히도 몸이 낫지 않고 그 고귀하던 외모마저 빛을 잃어 안타까움을 자아냈지만, 더럽고 흉터진 피부 아래 흐르는 마력만큼은 기적처럼 밀도 높게 채워져 있었다.지금 마지션의 가슴속은 아쳐를 향한 미움으로 가득했다. 자신을 이용해 교묘히 저주를 퍼뜨리고 무고한 이들에게 상처를 남긴 채 지니만 집착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이율배반적이게도, 그와 가진 잠자리에서 느낀 극도의 쾌락은 부정할 수가 없어 스스로가 한심해 미칠 지경이었다.“몸이란 참으로 정직한 법입니다, 교수님. 자······ 이제 우리를 위협하는 그자를 어떻게 요리하면 좋을지 의논해 볼까요?”참으로 나쁜 남자지만, 마지션은 그의 서늘한 음성에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일단, 그자에게서는 진동할 만큼 짙은 진흙 냄새가 풍겼습니다. 결계를 비틀고 들어올 만큼 대단한 마법사임은 분명해 보였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 오라버니의 피부에 남아 있던 특유의 솔잎 향이 함께 느껴져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그자가 또다시 나타난다면 어찌할 생각입니까?”마지션은 당연히 그자를 추적해 봉인하고, 오라버니를 어떻게 해한 것인지 그 끔찍한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자신의 실력은 그 괴물 같은 자에 비하면
첫 번째 주인이 대체 얼마나 지독한 놈이었기에 이토록 상처를 입은 걸까.하긴, 이리도 곱고 어여쁜 생명체니 나쁜 마음을 품은 사내라면 흉한 짓을 저지르고도 남을 일이었다.그런 그녀가 제 눈앞에 나타나 이렇게 인연이 닿다니. 아무래도 자신과 이 엘프는 보통 인연이 아닌 게 분명했다.현생에 그 어떤 기대도 품지 않던 스틸이었지만, 주춤거리며 기죽어 있는 그녀를 보니 타인에게 정체를 드러내는 걸 극도로 꺼린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눈치채게 되었다.“너, 사람들 앞에서는 차라리 그냥 인간인 척해야 하는 거 맞지?”“……응. 마탑에 끌려가면…… 내 마력을 강제로 뽑아갈 거야. 첫 번째 주인님처럼……. 끔찍한 실험만 당할 것 같아서 그건 정말 싫어…….”그녀의 미려하고 맑은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스틸의 팔을 잡은 작은 손에 미세한 떨림이 일었다.과거에 지독하게 아픈 기억이 있는 게 분명했다. 비록 램프에서 나온 요정이라 해도 인간처럼 따스한 온기를 품고 있었고, 감정도 풍부하며 물리적으로 실체가 존재하는 생명체였다.스틸에게 거짓말을 해서 얻을 이득도 없어 보였지만, 문득 호기심이 생겨 목에 걸린 목걸이를 내려다보았다.“아라비안나이트라는 이야기 들어봤어? 거기 나오는 램프의 요정은 덩치 큰 파란색 남자에, 거처하는 램프도 이 펜던트보다 훨씬 크던데.”“램프의 형태는 제각각이야. 요정들도 외형이나 성향이 전부 다르고.”소원을 들어주고 주인을 온전히 따르는 이런 강력한 존재가 내 편이라면.어쩌면 이번 생의 가장 강력한 치트키는 이 엘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스틸의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고동쳤다.“너, 이름은…… 지니라고 하자.”그 순간 엘프의 투명한 갈색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이름을 지어준 게 그렇게나 놀랄 일이었을까.이게 그리 깜짝 놀랄 일인가 싶었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었다.이번 생에는 자신도 아쳐에게 깔끔하게 복수를 완성하여 원한을 풀고, 제 곁에 선 이 불쌍하고 어여쁜 엘프도 구원해 주겠노라고 스틸은 마음속 깊이 다짐했다.“이름
마구간 아래, 공기가 무겁게 감도는 비밀스러운 지하 공간.황태자의 은밀한 아지트인 침대 위에서, 아쳐는 억눌린 짐승 같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리나를 제 육체 아래로 뜨겁게 가두었다. 그는 옷가지가 채 다 벗겨지지도 않아 날것의 살결과 옷감이 뒤엉킨 그녀의 몸을 거칠게 뒤돌려 세웠다. 매끄러운 척추 라인이 쾌락의 예감으로 잘게 떨렸다.질척, 찌걱.밀폐된 정적을 깨는 노골적인 파찰음과 함께 리나의 하얀 둔덕이 아쳐의 손자국대로 붉게 달아올랐다. 아쳐의 뜨거운 손길에, 그녀의 가녀린 신음은 축축한 지하의 공기 중으로 애처롭게 흩어졌
극단의 조치!“지니, 너는 요정이잖아? 소원 같은 거 당장 못 이뤄주나?”이건 사심을 품고 물어 보게 되었다.“당연히 마력이 높으면 주인님 원하는 것을 많이 들어줄 수 있지.”어쨌든 옛날부터 내려오는 이야기든 천일야화 판타지든 간에 아주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다.“지니, 이왕이면 돈이나 외모를 어찌해 봐야겠어.”인간에게 가장 필요한게 아니겠는가.“어머, 드디어 주인님! 욕망이 생긴 거야?”지니는 너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스틸에게 더욱 바짝 의자를 붙였다. 보통 다들 그렇지 않나? “그래. 너와 힘을
스틸은 죽음과 동시에 이세계로 떨어졌다. 환생을 겪으면서 이렇게 기사들에게 끌려가 본 적은 없었는데 그 대단한 경험을 지금 하게 되었다. 스틸을 체포하러 왔을 때만 해도 살기등등하던 기사들은 그가 순순히 항복하자 머쓱한 듯 거리를 좁히며 따라붙었다.나름 고위 귀족이라 그런지 포박은 안 하고 수 미터 거리만 둔 채 걷는 수준이었다.전생에는 죄짓고 산적이 없어 이런 자들도 만난 기억이 없었다.스틸은 현재 자신이 마구간 방화범으로 몰려 있긴 하지만, 사실 별로 걱정은 되지 않았다. 딱 봐도 건초만 탄 정도지 어디가 무너져 내린
스틸은 군중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카데미 광장을 둘러싼 대리석 건물들은 마정석의 푸른 빛으로 반짝였고, 학생들은 걸어서 이동하는 반면 귀족들은 마차에 올라탄 채 지나갔다.이곳 건물은 현대 건축 양식처럼 꽤 잘 정비된 데다가 전기라는 개념은 없는 대신 마정석이라는 마력을 이용하여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확실히 자신이 기억하는 전생의 레투카 제국과는 차이가 있었다. 눈앞의 풍경에서 낯선 위화감을 느꼈다.현생의 이 몸이 지닌 기억 따윈 전혀 없었기에 스스로 이 상황을 살펴야 하니 그건 머리가 복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