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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후문으로 나오는 올리버에 진은 잠시 숨을 참았다.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지만, 이전의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분노가 속에서부터 올라왔다.“빌어먹을 새끼.”진의 입에서 나오는 욕지기에, 헤이든은 작게 한숨을 뱉었다.이럴 줄 알고 나혼자 간다고 한건데.“진정해야해. 아직 증거가 없어.”고개를 그덕인 진이 올리버를 따라 발을 옮기자, 헤이든도 발소리를 숨기고 그의 뒤를 밟았다.저놈이 물증을 만들어 줘야하는데….“왜 멀쩡한 길로 가지?”진은 미간을 좁힌 채 헤이든을 돌아보았다.뭐야, 진짜 왜 저러는거지?“확인도 안 하는 데?”“그러게. 분명 봐야….”주변을 둘러보던 올리버가 골목으로 들어가자, 헤이든은 몸을 숨기며 진과 눈을 마주쳤다.식 미소를 지은 진이 담장위로 올라가 건물의 지붕위로 올라가자, 헤이든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들키려고 환장을 했나!몸도 안좋은 애가 뭐하는거야?“야, 진! 내려와!”“뒤따라와. 먼저 갈 테니까.”진은 발소리를 죽인 채 올리버가 사라진 방향으로 자리를 옮겼다.어둑한 골목의 끝에서 서류를 열어보는 올리버가 보이자, 진은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아주 당당하네.이제 고마워 해야 하려나.
“70만골드가 쉬운 일인 줄 아느냐. 아이비”“공작가의 몇 년치 예산인 것은 알고 있습니다.”아이비의 대답에 페르난도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몇 년 전, 이것을 거절한 이유는 간단했다.자칫 하다 간 이것은 공작가를 휘청이게 할 독이든 성배 같은 것이었다.그것을 지금 아이비가 다시 들고 오다니.“아이비, 이것은 네가 내 입장이 아니니, 그리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말을 잇던 페르난도는 아이비의 미소에 미간을 좁혔다.이애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가 않았다.그 위험한 것에 또다른 문제라도 있는것인가?“불안정하지 않느냐. 아무리 항로를 개척을 한다 해도, 기존의 것을 쓰지, 누가 옮기려 들겠느냐?”“아버님, 그렇게 보시면 곤란합니다.”“아이비”“공작님. 이는 왕실의 뜻입니다.”아이비의 말에 페르난도의 미간이 작게 좁히곤 가만히 아이비를 바라보았다.왕실? 갑자기 그들이 왜 끼어드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항구에 왕실이 투자를 한 것은 이미 알고있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생각보다 적은 지원이었는데.“왕실의 의중을 네가 파악 했다는 것이냐.”“기존의 투란토는 세력이 너무 강해졌습니다. 이것을 왕실의 입장에서는 위험하다고 판단했습니다.”단호한 아이비의 목소리에 페르난도는 작게
헤이든은 가만히 서류를 보다 눈두덩이를 꾹꾹 눌렀다.머리로는 이해가 가고 있었다.이걸 받아 들이는 것이 문제겠지만.“진, 어떻게 생각해?”“그러게나 말이야.”대충 대답한 진은 입을 쭉 내민 채 미간을 좁혔다.갈색머리의 올리버.염색을 했다고 믿을 수 없는 머리의 상태였다.5년동안 단 한번도 머리 색이 바뀌지 않았는데.가족들은 검은 머리라고 하고….그럼, 그녀석은 대체 누구인 거지?“아무래도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은 데 말이야.”헤이든의 말에 진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올리버는 5년간, 같은 용병단에 몸을 담고있던 식구였다.하지만 지금 말해주는 그 모든 것들이 이상했다.대체 왜?그녀석이 이런 짓을 할 이유가 있나?“헤이든, 그럼 우리가 아는 올리버라는 놈은 올리버가 아닌 거지?”“그렇겠지.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올리버 스미스가 지금 우리가 아는 올리버랑은 다른 놈인 거겠지..”진은 인상을 찡그린 채 팔짱을 꼈다.신분까지 속여가면서, 용병단에 들어온 이유가 뭐지?수도에서만 일을 하고, 잦은 휴가.그리고 다른 사람의 신분.“왜 그런 걸까.”“왜가 어디 있냐고 말하고 싶지만, 애초에 우리를 속인녀석이야. 다른 의도가 있을 게 분명해.”헤이든의 말에 진은 머리
네이선이 건네는 편지에 아이비는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파발이라도 보냈나, 예상한 것보다 빠른데.그만큼 본인들도 급하다는 말이려나.“예상보다 빠른 답신이네요.”“중요한 일이니 아버지께서 빠르게 움직이셨습니다”네이선의 말에 아이비는 어깨를 으쓱이며 편지를 열어보았다.***성공 시 공녀님께 무조건적인 지지를 하겠습니다.원하신다면 저의 집사를 보내겠습니다.왕실의 공인이 필요하시다면 말씀해주시길.-하버릭 백작 드림***아이비는 예쁘게 미소를 지으며 다시 편지를 반으로 접었다.“영식께서도 내용을 알고 계시는지요?”“제가 먼저 열어보면 실례일까 싶어 보지는 않았습니다.”“백작님께서 왕실의 공인까지 해 주신다고 하시는데, 공인까지는 필요 없답니다. 오로지 백작가의 신용 해야 겠지만요.”차를 한입 마신 아이비는 찻잔을 내려두었다.왕실의 공인을 받으러 갔다가 왕세자가 어찌 나올 줄 알고.운이 나쁘다면 왕실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겠지.이래서 탐나는 과일은 어쩔 수가 없는 건가.“괜히 말이 나올 수도 있고. 어쩔 수 없는 일이네요.”“확실히 수도는 평판을 많이 따지는군요.”“뭐,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지방보다는 보는 눈이 많으니.”아이비는
진은 올리버의 인적사항을 보다 혀를 차곤 탁자위에 대충 올려두었다.안 그래도 머리 아파 죽겠는데 그딴 일까지 있다니.온갖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다.이게 다 그 레이먼드 그 자식 때문이었다.역시 의뢰를 받는 게 아니 었어!“머리 아프냐?”헤이든의 말에 진은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하나만 있어도 짜증 날 텐데 지금 여러 개가 동시에 이 난리라니.진짜 무슨 날인 건가?“무슨 일이 이렇게 한번에 터져.”“그러니까 말이다.”헤이든의 한숨 섞인 말에 진은 다시 눈을 뜨고 올리버의 서류를 바라보았다.우선 이게 제일 간단한 일이겠지.뭐든 처리를 하고 그 망할놈을 잡아 죽이든지 해야지.“짜증난단 말이야….”코를 긁은 진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수도에서만 행동을 한 그였기에, 눈에 띌만한 일은 없었다.이상한점이라면 잦은 휴일.일을 골라서 한다라는 생각이었지만, 이상하게 수상쩍었다.돈이야 일마다 다르긴 했지만, 정보원의 일까지 자청하고….“근데 헤이든, 이녀석은 왜 수도에서만 일하지?”“본인의 말로는 수도 외로 나가면 귀찮다고 했어. 너도 그 부분이 이상한가보지?”“별일 아닐 거 같았는데, 쉬는 날이 너무 많잖아?”진의 말에 헤이든이 다가와 같이 서류들을 보았다.수도
“빌어먹을 녀석”벤은 마당의 벤치에 앉아있는 레이먼드에 욕지기를 내뱉었다.저 빌어먹을 녀석이 왜 우리집 마당에 자리를 깔고 있는 건지!“당장 꺼져!”“쫓아 내보시던지.”“내가 못할줄 알고?”“그렇게 자신이 있으면 얼마든지 시도해보게. 나도 궁금한까 말일세.”서류를 뒤적이며 눈길한번 주지 않는 레이먼드에 벤은 욕을 내뱉으며 빗자루를 손에 쥐었다.밖으로 나오던 진은 그런 레이먼드와 벤을 번갈아보다 고개를 저으며 벤의 손을 잡았다.저 미친 인간이 진짜 제정신인가.마음 같아서는 죽기 직전까지 패고 싶었지만, 언니와 헤이든의 말 때문에 때리지도 못한단 말이지.그걸 빌미로 또 무슨 헛소리를 할지도 모르기도 했고.진짜 짜증나네.“벤, 진정해.”“진정은 무슨! 저 빌어먹을 놈이 왜 내 마당에 있냐!”“나도 그건 궁금하다만, 때리면 더 곤란해 져. 알잖아.”“알기는 개뿔이! 당장 내 마당에서 꺼지라 그래!”빗자루를 집어 던지곤 문을 쾅 닫고 들어가버리는 벤에 진은 고개를 내저었다.미친 인간 때문에 이게 무슨 고생인 건지.“나만 개고생이잖아.”문을 열고 나오던 헤이든은 진과 레이먼드를 번갈아 보다 작게 한숨을 쉬었다.역시 포기를 하지 않는 구만.건드리면 귀찮아지는 인간이라 쫓아 낼
진은 아이비의 보랏빛 눈을 흘긋거리다 시선을 떨구었다.눈치가 빠르고 예민하다.아까 하녀가 한 까탈스럽고 예민하다는 이걸 말하고 싶었으려나.“죄송하지만, 하녀입니다”진은 마른침을 삼키며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의뢰주의 추가조항은 절대 정체를 말하지 말 것.무슨 이런 바보같은 조항이 있나 했지만, 뭐, 돈을 그만큼 주기로 했으니 따라야지.“그래? 그럼 네 손에 난 굳은살에 대한 변명은?”“손이 여려서 굳은살이 잘 베깁니다”“허술해”“이전에 정육점에서도 일했습니다”“말도 안 되는 소리.”“아버지가 군인이십니다”“
진은 눈을 굴리며 여기저기를 훑어보았다.중후한 홀과 천장 위의 벽화와 홀에 걸린 몇 대 전 공작의 초상화들이 눈에 들어왔다.어릴 적과 달라진 것이 없는것 같기도 하고.딱히 기억도 잘 안나긴 하다만.“공녀님은 어떤 분이세요?”“넌 그런게 궁금하니?”톡 쏘듯 답하는 하녀에 진은 애써 웃으며 말을 이었다.“아무래도 제가 모실 분이니까요”안내하던 하녀는 고개를 저으며 진을 흘겨보았다.하긴, 얘도 알긴 해야지.얘는 며칠이나 가려나.“까탈스러우시고 예민하신 분이야. 어지간하면 말 걸지 않는 게 좋아”“까탈스러우시고 예민
진은 떨떠름하게 거울 속의 자신을 지켜보다 얼굴을 잔뜩 구겼다.노란 리본을 짧은 머리에 달고, 단정한 하녀복을 입고있는 모습과 함께 저 껄렁한 자세라니.영락없이 뒤 꿍꿍이를 가진 모양새인데.“사장님, 혹시 삶이 지루하신가요”진의 말에도 여전히 바닥을 구르며 웃는 헤이든에, 진은 혀를 끌끌 차며 깊이 숨을 내뱉었다.용병단의 에이스인 내가 이리도 수모를 당하고 있는데, 단장이라는 놈은 배나 부여잡고 낄낄거리는 꼴이라니.헤이든이 진정할 때까지 기다리던 진은 멈출생각 없는 헤이든에 인상을 찡그리곤 그의 옆구리를 발로 찼다.“
진은 계약서를 앞에 두고 머리를 파묻은 채 나오지도 않는 눈물을 닦았다.내가 미쳤지 진짜.아무리 돈이 좋아도 그 집에 내가 내 발로 들어가야한다니.심지어 뭐? 하녀?“나 진짜 그냥 때려 치고 싶어.”“늘 말했지만, 이래서 계약서를 꼼꼼하게 보라는 거야.”진은 계약서를 보다 다시 울상을 지었다.이씨, 레이먼드인지 그 미친 인간은 하녀 소리 하면 안할거 알고 이런거 같은데.중간에다가 그소리를 박아 넣는게 어딨어!“미친거 아냐 진짜.”“그러게나 말이자. 공녀님 옆으로 가는데 시종으로 갈 수도 없고.”“아니 경비도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