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1861 - Chapter 1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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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1화

연태훈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다시 한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연상진과 연상준, 그리고 하지율을 차례로 훑어보던 연태훈은 잠시 하지율을 바라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나는 정미 좀 보러 가마. 너희도 그만 들어가 쉬어라.”말을 마친 연태훈은 그대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오늘 연회에서 연상진 역시 연정미 때문에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돌아가는 길에도 연상진은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사람들과 몇 번이나 마주쳤는데, 저마다 얼굴에 노골적인 비웃음을 띄고 있었다. 앞으로 이 일을 두고 얼마나 많은 조롱을 듣게 될지는 굳이 상상하지 않아도 뻔했다.이번 일은 예전에 연상진이 소아린과 한바탕 소란을 일으켰을 때보다도 훨씬 꼴사나웠다.‘적어도 그때는 아린이를 책임지고 결혼이라도 할 수 있었지. 이 상황을 대체 어떻게 수습한단 말인가. 소씨 가문 형제 둘에게 정미를 시집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이미 둘 다 죽었지만, 설령 살아 있었다고 해도 그런 변태 같은 놈들에게 어떻게 정미를 보낼 수 있겠나. 하필 한 명도 아니고 둘이나, 쯧쯧...’연상진은 못마땅한 얼굴로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정미 저것 때문에 이제 진짜 사람들 앞에서 고개도 못 들겠다. 내일 회사에 가면 주주들이 정미를 잡아먹으려고 들겠어.”연상준은 아무 말 없이 하지율을 한 번 돌아봤다.하지율은 시선을 살짝 내리깔았다.“별일 없으면 나도 먼저 가볼게.”하지율은 최근 수술을 마친 뒤 컨디션을 회복하느라 쉬고 있었지만, 이번 일은 파장이 너무 큰 만큼 내일 회사 회의에는 반드시 참석할 생각이었다.다만 이번 사태를 완벽하게 수습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다음 날, 연태훈이 아무리 사람을 풀어 기사를 막아 보려 해도 연정미가 소씨 가문 형제 둘과 함께 관계를 맺는 영상에 대한 소식은 결국 실시간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이번 약혼식은 애초부터 전 세계에 생중계될 예정이었다.수위 높은 장면을 편집하면 고작 십여 초 남짓에 불과했지만, 그 짧은 영상만으로도 온라인은 순식간에 뒤집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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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2화

손형서와 연정미가 절교한 사실은 이미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는 모르는 이가 거의 없었다.두 사람이 한동안 같은 자리에 함께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던 탓에, 예전부터 둘 사이가 틀어진 것 아니냐는 말도 끊이지 않았다.하지만 손형서는 이미 자존심이나 체면을 내려놓은 듯 그런 시선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오히려 이제 와 연정미가 자신보다 훨씬 더 처참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자 속이 다 시원할 지경이었다.손형원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그러자 손형서가 한참 신나게 떠들다가 문득 떠오른 게 있다는 듯 목소리를 낮추고 슬쩍 물었다.“오빠, 연씨 가문이랑 심씨 가문에서 그렇게 필사적으로 기사 막으려 했는데도 결국 실검까지 올라갔잖아. 온라인에 퍼진 속도를 봐도 그렇고... 이거 오빠가 일부러 손 놓고 있었던 거지? 이번엔 연씨 가문이 아무리 무마해 보려 해도 소용없을걸.”다른 건 몰라도 손형원은 사실상 M국 언론의 절반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이었다.적어도 여론을 틀어막고 통제하는 일에 있어서는 다른 어느 대가문도 손형원을 따라오지 못했다.손형원은 원래부터 손이 거칠고 적이 많은 탓에 부정적인 기사에 자주 휘말렸다.그렇게 번번이 언론을 상대하는 것도 성가신 일이었기에, 아예 언론의 주도권을 손에 넣는 쪽을 택했었다.그럼에도 원치 않는 기사 몇 건쯤은 여전히 밖으로 새어 나갔지만, 손형원에게는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이번 일도 마찬가지였다.손형원이 허락하지 않았다면 연정미의 추문은 기껏해야 그들끼리 어울리는 상류층 안에서만 시끄럽게 돌았을 뿐, 절대로 실검에 오르지는 못했을 터였다.만약 소문이 그들 사이에서만 돌았다면 연정미는 기껏해야 체면을 구기고 더는 혼처를 구하지 못하는 선에서 끝났을지도 몰랐다.하지만 일이 대중에게까지 알려진 이상, 연정미의 앞날은 사실상 끝장이나 다름없었다.회사에 미칠 파장을 막으려면 연정미를 그룹에서 제명하는 수밖에 없었을 테니, 그건 손을 망가뜨리는 것보다도 연정미에게 훨씬 견디기 힘든 타격이었다.오랫동안 연정미를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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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3화

손형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되물었다.“오빠, 대체 그렇게까지 해서 뭘 얻겠다는 거야?”손형원이 하지율이 주용화에게 보이는 다정함과 헌신을 부러워한다는 것, 그리고 주용화가 이미 가진 것들을 전부 갖고 싶어 한다는 것까지는 손형서도 이해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의 하지율은 주용화에게 내준 것과 같은 마음을 손형원에게도 줄 수 없었다.그런데도 손형원이 여전히 하지율을 좋아하는 이유가 손형서에게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손형원은 눈앞에 걸린 윈드차임을 가만히 바라봤다. 섬에 머물던 시절, 하지율이 조개껍데기를 하나하나 손질해 직접 만들어 준 선물이었다.그 순간 손형원의 눈빛이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지율 씨를 보고 있으면 맑게 갠 하늘을 보는 것 같거든.”...연경 그룹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긴급 주주총회를 열었다.회의실 안에서는 하지율 쪽에 선 주주들이 먼저 공격에 나설 틈도 없이, 오히려 연태훈 편에 서 있던 주주들부터 먼저 언성을 높였다.“연정미 씨 관련 추문 때문에 오늘 연경 그룹 주가가 그대로 하한가를 맞았습니다!”한 사람이 운을 떼자, 곧장 환갑은 족히 넘겨 보이는 남자가 연태훈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말을 보탰다.“내가 처음부터 그 사생아를 연경 그룹에 들이는 건 안 된다고 했잖습니까. 그런데도 연태훈, 당신이 끝까지 밀어붙였지요. 능력 있고 머리도 좋다며, 충분히 키워 볼 만한 인재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거기에 옛정까지 들먹이며 몇 번이나 사정하니 우리도 마지못해 받아들인 겁니다. 떳떳하게 내세울 수도 없는 애를 당신 혼자 금지옥엽처럼 끼고돌더니, 결국 침대에서나 써먹을 잔꾀로 여기까지 기어 올라온 민낯만 온 세상에 까발려졌잖아요!”머리가 희끗한 남자는 원래부터 연태훈 부자에게 쌓인 게 많은 사람이었다.“지금 밖에서는 우리 연경 그룹이 계약 하나 따내려고 딸까지 갖다 바쳤다며 오너 리스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평생 깨끗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며 살았는데, 이제 와 당신이 끌어들인 사생아 하나 때문에 내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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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4화

결국 연경 그룹 주주들은 논의 끝에 연정미를 그룹에서 완전히 제명하기로 했다. 연정미 명의로 넘어가 있던 지분 역시 다시 연태훈에게 회수됐다.다만 연태훈은 연정미를 완전히 빈손으로 내몰지는 않았다.연정미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또다시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벌일까 염려한 연태훈은 연정미를 달래기 위해 지분 3퍼센트만큼은 그대로 남겨 두었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연정미가 다시 실권을 쥘 수 있는 건 아니었다.이제 연정미는 연경 그룹 경영에 관여할 수 없었고, 굳이 회사에 얼굴을 비출 필요도 없었다. 고작 지분 3퍼센트만으로 배당이나 받는 처지가 된 셈이었다.그렇게 연정미의 일은 일단락되는 듯했다.그날 밤, 연태훈은 직접 연정미의 방을 찾았다. 그리고 주주총회에서 결정된 내용을 조심스럽게 전했다.연정미는 침대 위에 무릎을 끌어안은 채 기대앉아 있었다.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리고 있어 표정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어제 연태훈이 처음 연정미를 찾아왔을 때도 연정미는 똑같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연태훈이 무슨 말을 하든, 어떤 위로를 건네든 연정미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연정미가 이번에 벌인 일이 얼마나 큰 추문인지 연태훈도 모를 리 없었다.그럼에도 연태훈은 끝내 연정미를 나무라지 못했다. 연정미 역시 삼각지대로 끌려간 피해자였고, 그 끔찍한 일을 스스로 원해서 겪은 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연태훈은 한참 침묵하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정미야, 오늘 내가 온 건 너한테 두 가지 얘기를 해 주려고 해서다. 첫 번째는 심씨 가문에서 우리 연씨 가문과 오갔던 혼담을 없던 일로 하겠다고 하더구나.”하지만 연정미는 여전히 미동도 없이 앉아 있을 뿐이었다.연태훈은 소리 없이 한숨을 삼킨 뒤 다시 말을 이었다.“정미야, 이번 일은 파장이 너무 커서 기사도 끝내 다 막아 내지 못했다. 그래서 회사 주주들이 일단 너는 한동안 쉬는 게 좋겠다고 뜻을 모았다...”그 순간, 머리를 숙이고만 있던 연정미가 불쑥 물었다.“네? 제 지분은 어떻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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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5화

하지만 연정미의 눈빛만은 소름이 끼칠 만큼 사나웠다. 입술을 너무 세게 깨문 탓에 입술 끝이 터져 피까지 배어 나왔지만, 연정미는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이제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그토록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 올린 것들이, 손에 넣기 위해 악착같이 버텨 온 모든 것들이 하룻밤 사이에 모조리 무너져 내렸다.그리고 연정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모든 걸 되돌리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그 순간 연정미는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 같았다.그러다 연정미가 갑자기 고개를 뒤로 젖히며 미친 듯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연정미의 눈빛에는 서서히 광기가 번져 올라왔다.“나만 이렇게 끝장날 것 같아? 어림도 없지. 내가 나락으로 떨어진 만큼, 너희도 전부 같이 망가져야 해.”...회의를 마친 뒤 하지율은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하지율이 연경 그룹 주주총회에 가 있는 동안 주용화는 함께 움직이지 않고 먼저 돌아갔다.연회 현장에서 소씨 가문 형제가 죽은 만큼 뒤처리해야 할 일이 아직도 산더미처럼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이번 일의 최대 수혜자는 분명 하지율이었다.아직 가주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니었지만, 예전에는 감히 손도 댈 수 없었던 연경 그룹의 실권이 이제는 사실상 하지율의 손에 들어와 있었다.가주 자리 역시 이제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그런데도 하지율은 조금도 조급해하지 않았다.지금 당장 그 자리에 올라앉는다 해도 제대로 버텨 내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이제 사실상 하지율의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사라졌으니, 더 이상 무리한 승부수를 던질 이유도 없었다.남은 건 서두르지 않고 하나씩 자리를 굳혀 가다가, 때가 왔을 때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었다.주용화를 찾으러 위층으로 올라가는 길에도 하지율은 여전히 얼떨떨했다.‘빨라도 너무 빨라...’손에 들어온 모든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순식간이었다.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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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6화

하지만 하지율은 그 말을 완전히 믿지 못한 듯, 주용화를 지긋이 바라보다 다시 물었다.“정말 그런 거예요?”주용화는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네. 제가 굳이 지율 씨한테 거짓말할 이유는 없잖아요.”주용화는 하지율 곁으로 다가가 자연스럽게 하지율을 품에 안았다. 그러고는 더 묻지 못하게 하려는 듯 화제를 돌렸다.“오늘 회의는 어떻게 됐어요?”하지율도 더 캐묻지 않고 회의 결과를 전했다.“주주들이 만장일치로 연정미를 연경 그룹에서 내보내기로 했어요. 이제 연정미가 다시 돌아오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주용화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그 정도면 이제 연정미는 지율 씨한테 더 이상 위협이 되지 못하겠네요.”하지만 하지율은 곧바로 다른 질문을 꺼냈다.“연정미 약혼식에서 벌어진 일도 전부 화야 씨가 미리 짠 판이었어요? 그리고 소씨 가문 형제까지 그 자리에 오게 만든 것도 화야 씨고요?”주용화는 부정하지도, 그렇다고 전부 인정하지도 않았다.“저는 연정미가 결혼한다는 소식만 흘렸어요. 소씨 가문 형제가 정말 그 자리에 올지, 와서는 무슨 짓을 벌일지는 제 계산 밖이었고요. 소씨 가문 형제가 어떤 패를 쥐고 있었는지도 전혀 몰랐어요. 솔직히 말하면 저도 그저 조금 쉽게 가려고 했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판이 커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요.”소씨 가문 형제의 수법이 얼마나 독한지는 이번 일만 봐도 알 수 있었다.하지율은 한동안 말없이 주용화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화야 씨, 저 때문에 정말 많은 일을 겪게 됐네요. 고마워요.”하지만 주용화는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지율 씨는 저한테 고맙다고 할 필요 없어요. 지율 씨를 위해서가 아니라, 저 자신을 위해서 한 일이니까요. 제 앞을 가로막을 수 있는 존재라면 애초에 치워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이제 다음 차례는 단보현이에요.”단보현의 이름이 나오자, 하지율의 얼굴에 망설임이 어렸다.“단종건 어르신도 계시는데... 괜찮을까요?”주용화는 하지율의 손을 감싸 쥐었다.“단종건 어르신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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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7화

그런데 류연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 뒤로도 유소린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다.류연수는 재벌가 딸이었다. 돈이면 돈, 인맥이면 인맥, 어느 하나 평범한 유소린이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자본의 힘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 유소린은 그 일 때문에 결국 학교를 그만둘 뻔한 상황에까지 몰렸다.결국 하지율이 심다희에게 부탁해 심씨 가문의 이름으로 직접 나서게 한 뒤에야 겨우 수습됐다.하지만 그 일 이후 유소린은 괜히 누군가를 좋아했다가 또 비슷한 일에 휘말릴까 봐, 아예 처음부터 마음을 닫아 버렸다.유소린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류연수랑 그 여자가 자기 약혼자라고 우기는 그 남자, 아직도 사귀는 사이가 아니래. 그런데도 류연수는 그 남자가 아직도 나를 못 잊고 있다고 우기면서 또 시비를 걸기 시작했어. 원래는 거기서 며칠 더 있다가 오려고 했는데, 더 상대하기도 귀찮아서 그냥 바로 돌아와 버렸어.”그런데 유소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지율이 갑자기 유소린을 힘껏 밀어냈다.“소린아, 조심해!”그 순간 얼음이 섞인 물 한 대야가 두 사람 쪽으로 거칠게 쏟아졌다.덕분에 유소린은 가까스로 피했지만, 정작 하지율은 미처 몸을 피하지 못했다.뼛속까지 시릴 만큼 차가운 얼음물이 하지율의 몸 위로 그대로 쏟아졌고 아직 녹지 않은 얼음 조각들까지 함께 덮쳤다.그중 하나가 하지율의 이마 옆을 정통으로 때렸고, 날카로운 모서리에 스치듯 베인 이마에서는 금세 피가 배어 나왔다.사람들 사이에 섞여 일정한 거리를 두고 하지율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들도 그제야 상황을 알아차리고 황급히 달려와 하지율의 상태를 살폈다.“대표님, 괜찮으세요?”경호원들은 원래 눈에 띄지 않으려고 하지율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따라다녔다.하지율은 얼굴에 묻은 얼음물을 손등으로 대충 훔쳐낸 뒤 먼저 유소린을 돌아봤다.“난 괜찮아. 소린아, 너는?”유소린은 하지율이 제때 밀어낸 덕분에 머리카락 끝만 조금 젖었을 뿐,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문제는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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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8화

하지율은 곧바로 말했다.“저 괜찮아요. 얼음물만 좀 뒤집어쓴 거고... 옷도 이미 갈아입었어요.”하지만 주용화의 시선은 하지율의 말보다 이마에 난 상처에 먼저 닿아 있었다.얼음에 긁힌 상처를 확인한 순간, 주용화의 눈빛은 한층 더 짙게 가라앉았다.다만 주용화는 그 자리에서 더 말을 얹지 않았다.“일단 안 어르신한테 가보죠.”안병철은 현재 단종건의 집에 머물고 있었기에, 세 사람은 곧장 그쪽으로 향했다.도착하자 단종건이 먼저 유소린을 알아보고 반갑게 웃었다.“소린아, 진짜 오랜만이구나. 언제 돌아왔어?”하지만 유소린의 얼굴에는 평소 같은 생기가 없었다.“오늘 돌아오자마자 지율이한테 민폐부터 끼쳤어요.”유소린은 곧바로 조금 전 있었던 일을 자세히 설명했다.안병철을 부르러 사람을 보낸 사이, 단종건은 먼저 하지율의 이마 상처부터 살폈다.상처 부위를 꼼꼼히 소독한 뒤 약을 발라 준 단종건은 작은 연고 하나를 꺼내 하지율에게 건넸다.“일주일 정도 꾸준히 발라라. 그러면 흉은 안 남을 거다.”“감사합니다, 어르신.”단종건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었다.“별것도 아닌 걸 고맙다고 하는구나.”잠시 뒤 안병철이 도착했다.안병철은 하지율의 손을 여러 각도에서 세심하게 살펴보고 상태를 확인한 뒤에야 입을 열었다.“뼈나 근막까지 다친 건 아닙니다. 크게 문제 될 정도는 아니에요. 다만 회복 중인 손인 만큼 당분간은 더 조심하셔야 합니다. 특히 찬 기운에 오래 닿게 하면 안 됩니다. 나중에 손을 쓰는 데 큰 지장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잘못하면 비가 오거나 날이 흐릴 때 손이 시큰거리거나 뻐근해질 수는 있어요. 손가락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요.”그 말을 듣자, 유소린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여러분, 죄송합니다. 다 저 때문에 생긴 일이에요.”하지만 하지율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너무 자책하지 마. 네 잘못 아니야. 그리고 선생님도 별일 없다고 하셨잖아.”하지율은 그렇게 말했지만, 유소린은 마음이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았다.만약 오늘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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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9화

전화를 끊자마자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지율 씨, 식사하셔야죠.”문 너머로 들려온 건 주용화의 목소리였다.하지율은 짧게 대답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주용화가 기다리고 서 있었다.두 사람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하지율이 먼저 입을 열었다.“화야 씨, 혹시 화야 씨가 류연수를 먼저 찾아낸 거예요?”주용화는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아니요. 저도 방금 민재한테 찾아보라고 시킨 참이에요. 왜요, 류연수가 사라졌어요?”하지율은 조금 전 나현우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전했다.류연수가 갑자기 자취를 감췄고, 공항과 기차역은 물론 주요 이동 경로까지 다 뒤졌는데도 흔적이 잡히지 않는다는 말까지 빠짐없이 전했다.주용화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느긋하게 말했다.“누가 일부러 숨겨 놨을 수도 있겠네요.”하지율은 걸음을 늦추며 주용화를 돌아봤다.“류연수를 사주한 사람이 따로 있다는 뜻이에요?”주용화는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가능성이 크죠. 오랫동안 잠잠하던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서 하필 이 시점에 지율 씨랑 소린 씨를 찾아와 그런 짓을 벌였잖아요. 우연이라고 보기엔 너무 절묘해요.”하지율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그 뒤에 있는 사람이 누굴까요?”하지율 주변에는 원한을 품을 만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범위를 좁히기가 어려웠다. 누가 배후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적이 많았으니까.주용화는 말없이 하지율의 손을 감싸 쥐었다.“민재한테 이미 알아보라고 해 뒀어요. 결과가 나오면 바로 지율 씨한테도 알려 드릴게요.”하지율은 주용화를 의심하지 않았기에 더 묻지 않았다. 그저 주용화의 손을 잡은 채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밤이 짙게 내려앉은 가운데 하지율은 이미 곤히 잠들어 있었다.주용화는 하지율이 완전히 잠든 걸 확인하고서야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침대에서 빠져나온 주용화는 조용히 옷을 챙겨 입은 뒤 방을 나섰다.문밖에는 유민재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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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0화

류연수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주용화는 어둑한 조명 아래에서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얇은 입술 끝에 걸린 미소는 기묘할 만큼 서늘했다.“이런... 어쩌죠? 이미 손을 댔네요?”류연수는 손가락이 잘려 나간 고통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일그러진 얼굴 위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고 조금 전까지의 오만한 기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애초에 류연수는 끝까지 버틸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류연수는 울음을 터뜨리며 다급하게 말을 쏟아냈다.“말할게요... 말할게요, 다 말씀드릴게요. 어떤 사람이 저를 찾아와서 유소린한테 시비를 걸라고 했어요. 그러면 대가를 주겠다고 했고요. 저도 원래 유소린이 마음에 안 들었던 터라 별생각 없이 덜컥 받아들였어요. 제발 살려 주세요. 정말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에요... 진짜예요. 그리고 저도 두 사람을 다치게 할 생각까지는 없었어요. 정말 해치려고 했던 거면 얼음물 끼얹는 거로 끝내지는 않았겠죠...”주용화는 눈앞에서 울며 매달리는 류연수를 말없이 내려다봤다.하지율이 다친 모습을 본 순간부터 주용화의 가슴속에는 억누르기 힘든 살기가 들끓고 있었다.그런데도 입가에 걸린 미소는 오히려 더 환하게 번져 갔다.“마치 자비라도 베푼 것처럼 말하시네요. 제가 오히려 류연수 씨한테 감사해야 한다는 뜻인가요?”류연수는 눈앞에서 햇살처럼 환하게 웃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다가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살려 주세요.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주용화는 안타깝다는 듯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저도 가능하면 좋게 끝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율 씨 머리를 다치게 하셨잖아요. 손까지 건드리셨고요. 제 심기를 꽤 불쾌하게 만드셨습니다.”주용화는 웃고 있었지만, 그 미소에는 설명하기 힘든 음습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지율 씨는 제가 사람 죽이는 걸 싫어해요. 그러니 목숨은 붙여 두겠습니다.”그는 뒤를 돌아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명령했다.“양손도 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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