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Chapter 471 - Chapter 480

682 Chapters

제471화

중현이 막 물으려던 때, 강솔이 한발 먼저 대답했다.“나야.”중현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리고 거의 바로 부정했다.자신을 구해준 그 사람의 허벅지에는 중현을 구하다 생긴 흉터가 있었다. 하지만 강솔은 온몸 어디에도 흉터 하나 없이 깨끗했다.“뭘 의아해하는지 알아. 그 흉터는 내가 대학 다닐 때 병원에서 없앴어.”강솔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믿기지 않으면 그때 담당 의사한테 물어봐.”중현은 생각할 것도 없이 부정했다.“그런 농담 재미없어.”강솔은 계속 말했다.“소아연은 그날 뭘 입고 있었는지 대답 못 했지? 내가 소담이한테 그 이야기를 해 줄 때, 그런 사소한 부분까지 말하지 않았으니까.”“하지만 나는 기억해. 그날 나는 핑크색 공주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머리도 공주처럼 묶었어.“다리 흉터는 당신을 끌고 물 밖으로 나오다가 긁혀서 생긴 거야.”강솔은 그날의 일을 하나씩 되짚었다.중현은 분명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어릴 적 그 생명의 은혜를 그렇게 중요하게 여겨 온 중현이라면, 그날의 세세한 장면들을 잊었을 리 없었다.“당신도 약속 중요하게 생각하잖아?”강솔은 가슴속 답답함을 눌러 내리며, 최대한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나는 당신이 나랑 이혼해 줬으면 해. 오늘부터 내 일에 더는 간섭하지 말고, 겉으로든 뒤에서든 나를 감시하지도 마. 이혼 문제 말고는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중현은 눈을 내리깔았다. 한꺼번에 무언가에 짓눌린 사람처럼 보였다.강솔은 속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가까스로 눌렀다.“그게 나한테 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이자 배려야.”시후와 강 비서가 뒤따라 나왔을 때, 두 사람이 마주 서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강솔이 평온하고 감정 없는 얼굴로 말을 마친 뒤 이쪽으로 걸어오자, 시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제수씨가 중현이한테 벌써 말한 거 아니야?”“대표님 모습을 보면, 그런 것 같습니다.”강 비서는 제자리에 선 채 움직이지 않는 중현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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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그만해.”중현의 감정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메마른 목소리가 갑자기 들렸다.세 사람은 동시에 중현을 바라보았다.시후는 아직 강솔의 손목을 붙잡고 있었다.“중현아!”중현은 시후 앞으로 걸어와 두 사람의 손을 떼어 냈다. 다른 손으로는 강솔의 손을 잡아 제 뒤로 숨기듯 세운 뒤, 그제야 시후를 바라보았다.“지금 뭐 하는 짓이야?”“너...!!”시후는 정말로 중현이 걱정됐다.“지금이든 앞으로든, 강솔은 네가 몰아붙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중현의 표정에서는 기쁨도 분노도 읽히지 않았다.하지만 중현을 잘 아는 강솔과 강 비서는 알았다. 지금 중현의 모든 행동은 이성이 억지로 붙들고 있는 것이었다.중현의 진심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 아니었다.말을 마친 중현은 뒤에 선 강솔을 돌아보았다.“방금 한 말...”강솔이 말했다.“진심이야.”중현이 잡고 있던 손에 아주 조금 힘이 들어갔다.“바꿀 생각 없어?”“없어.”“알았어.”중현이 말했다.“시간 될 때 말해. 너랑 같이 J시로 가서 수속 시작하자.”“내일 바로 해.”강솔은 아예 끝까지 모질어지기로 했다.“제수씨, 제정신이에요?!”시후는 중현이 옆에 있는 것도 신경 쓰지 못했다.“중현이 가슴에 아직 다 아물지도 않은 자상이 있어요. 이 상황에 J시까지 비행기를 태우겠다고요? 중현이가 죽어도 상관없다는 거예요?”강 비서는 마음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리고 강솔이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지난번 일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만 늦어져도 다시 변수가 생길까 걱정하는 것이다.“제가 바로 의료진과 내일 J시로 가는 전용기를 준비하겠습니다.”강 비서가 곧바로 입을 열었다.“다만 항로 신청에는 시간이 필요해서 빨라도 내일 오후나 되어야 확정될 것 같습니다.”강솔이 대답했다.“알았어요.”강솔이 내일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건, 중현 곁에 언제든 움직일 수 있는 의료팀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번거롭다는 건 알았다.그래도 강솔은 더 기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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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중현의 시선은 여전히 강솔이 사라진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강 비서는 점점 더 창백해지는 중현의 안색을 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대표님, 내일 J시로 가셔야 하니 일단 병원으로 돌아가 상처부터 확인하시는 게 좋겠습니다.”중현은 낮게 대답했다.“응.”강 비서는 중현과 함께 자리를 떴다. 주변에 보는 눈이 많아 중현을 부축하지는 않았다. 누군가 그 모습을 악의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떠나는 동안, 강솔은 줄곧 지켜보고 있었다.중현이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강솔은 알았다. 아마 중현의 상처에 다시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하지만 오늘 한 이야기는 언젠가 반드시 해야 했다.차라리 한 번에 모두 말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솔아?”다가온 소담이 강솔 옆에서 몇 번이나 불렀다.강솔은 중현이 연회장을 떠난 뒤에야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소담은 강솔의 상태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알아차렸다. 강솔이 바라보던 쪽을 따라 시선을 돌렸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진태휘가 너한테 뭐라고 했어?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아.”강솔이 물었다.“많이 안 좋아 보여?”“많이.”강솔은 눈을 내리깔며 감정을 감췄다.중현을 향해 던진 칼은 결국 강솔 자신에게도 닿았다.상처는 깊지 않은데도 아팠다.“진태휘가 대체 뭐라고 했는데?”소담은 강솔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예전에 중현과 싸우고 이혼 이야기를 꺼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말해 봐. 내가 어떻게든 진태휘 손봐 줄게.”“진태휘 아니야.”진태휘가 한 말들은 강솔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누가 포기하라고 해도, 강솔은 흔들릴 생각이 없었다.“그럼 누구야?”소담이 물었다.강솔은 가슴이 답답했다. 마음은 생각만큼 가벼워지지 않았다.그리고 입을 열기도 전에, 소담이 무언가 떠올린 듯 눈을 조금 크게 떴다. 조심스럽게 물었다.“하중현?”“응.”“얘기 다 했어?”“응. 이혼하자고 했고, 하중현도 동의했어.”소담도 강솔처럼 숙려 기간이 마음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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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중현의 수법은 늘 예상을 벗어났다. 예전에 누군가 중현 몰래 강솔을 두고 추잡한 말을 몇 마디 했을 때도, 중현은 그날 밤 임풍과 임훈을 보내 제대로 손을 봤다.아연이 목숨을 구해 준 은인 행세를 하며 이만큼 사고를 쳤는데, 중현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이건 간단히 끝날 일이 아닙니다. 대표님께서 아연 씨한테 쓴 돈만 이미 수백억 원입니다. 사기죄로 고소하면, 아연 씨는 평생 감옥에서 못 나올 수도 있습니다.”운전대를 잡은 강 비서가 말했다.시후는 잠자코 생각을 굴렸다.하긴 그랬다.워터사이드 리조트의 그 집만 해도 200억 원에 가까웠다. 거기에 아연이 그동안 중현에게 요구해 받아 간 다른 것들까지 더하면 말할 필요도 없었다.전부 아연이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이라는 전제 아래 주어진 것들이었다.“진짜 제수씨랑 이혼할 생각이야?”일 이야기가 끝나자, 시후는 다시 앞서 꺼냈던 화제로 돌아갔다.중현은 입을 열지 않았다.이 일에 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다.“잘 생각해.” 시후는 중현이 후회하지 않았으면 했다. “너랑 제수씨가 이혼하면 안토니가 백 퍼센트 들이댈 거야. 제수씨가 안토니를 ‘여보’라고 부르는 거 보고 싶어? 지안이가 안토니한테 ‘아빠’라고 부르는 건?”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차 안이 몇 초간 고요해졌다.운전 중이던 강 비서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중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히 말했다.“차 세워.”강 비서는 곧장 갓길에 차를 세웠다.시후가 눈을 깜빡였다.“갑자기 길 한복판에서 왜 차를 세우는 건데?”“내려.”중현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표정에도 변화가 없었다.“내려서 뭐 하라고?”시후는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강 비서가 차에서 내려 시후 쪽 문을 열어 주었다. 동작은 끝까지 정중했다.“고 대표님, 내리십시오.”시후는 어이가 없었다.곧 시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장난해? 내가 지금 너 정신 차리라고 도와주는 거잖아! 나중에 너 혼자 어디 가서 울 데도 없을까 봐!”중현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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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일단 끊어.]레미는 시후와더 말할 생각이 없었다. [나 지금 할 일 있어.]시후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진짜 중현이 일에서 손 뗄 거야?”[다 큰 어른을 내가 왜 챙겨.][신경 쓰고 싶으면 네가 해. 난 그렇게 한가하지 않아.]예전 일에서 중현은 아직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번 일로는 적어도 정신 좀 차릴 수 있을 터였다. 그래도 중현이 끝내 깨닫지 못하고, 한 번 약속한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백 퍼센트 지켜야 한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그건 중현이 자초한 일이 될 것이다.“진심이야?”[응.]시후의 말이 끝나기 전에, 레미는 한마디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레미를 떠올리며, 시후는 몇 마디 더 설득해 볼까 했지만 아무리 말해도 레미가 들을 리 없다는 걸 깨달았다. 결국 무거운 마음으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다들 손 놓겠다는 거다.그렇다면 시후도 중현의 일에서 손을 뗄 생각이었다.어차피 중현도 방금 그렇게 매정하게 굴었다. 시후가 굳이 먼저 달라붙어 찬밥 신세를 자처할 이유가 없었다.그 생각이 들자, 시후는 강 비서가 보낸 운전기사에게 말했다.“병원 말고 공항으로 가 주세요.”...강솔이 집에 도착한 건 밤 여덟 시가 넘어서였다.집에 들어가기 전, 강솔은 지안이 걱정하지 않도록 표정을 가다듬었다.문을 열고 들어가자 강정숙이 소파에 앉아 전화받고 있었다. 강정숙은 강솔과 소담이 돌아온 걸 보고 통화 상대에게 몇 마디 인사를 건넨 뒤 전화를 끊었다. 핸드폰을 내려놓은 강정숙이 물었다.“왜 이렇게 일찍 왔어?”“별일 없었어요. 그냥 있어 봤자 재미도 없고 해서 그냥 나왔어요.”강솔은 그 일에 대해 길게 말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소아연이 여기 와서 소란 피우진 않았어요?”“왔었어.”강솔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럼 엄마랑 지안이는...”“우린 괜찮아. 소아연이 안으로 들어오기도 전에 토니가 막았어.”강정숙은 강솔이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도록 바로 말을 이었다.“토니는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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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한두 번이면 우연이라고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열몇 개의 문제를 풀어 가는 내내 지안은 거의 같은 속도로 답을 냈다.이 아이는...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해결하는 쪽에 재능이 있었다.“게다가 지안이가 직접 읽은 것도 아니야. 내가 읽어 줬어.” 토니가 말했다. “열몇 문제를 푸는 동안 한 번도 다시 읽어 달라고 안 했고.”“우리 지안이가 누구 자식인데!”소담이 강솔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솔이는 예전에 웬만한 대학들이 서로 데려가겠다고 난리였고, 하중현은 고등학교 때 해외 명문대로 바로 추천받았잖아.”토니가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그렇네.”강솔은 지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몇 마디 칭찬을 해 주었다.칭찬을 들은 지안은 조금 쑥스러운 듯하더니, 이번에는 강솔을 한참이나 칭찬했다.그렇게 말을 주고받으며 세 사람은 서재에서 꽤 오래 머물렀다.밤 9시가 넘어 지안이 잠드는 걸 확인한 뒤에야, 세 사람은 옥상으로 올라가 이야기를 나누었다.의자 세 개가 나란히 놓였다. 토니는 평소보다 더 말수가 줄어든 강솔을 보며 걱정스레 물었다.“왜 그래? 누가 우리 솔이 속상하게 했어?”“속상한 게 아니라,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거야.”소담은 강솔을 잘 알았다. 그래서 강솔 대신 말을 꺼냈다.“뭘 적응하는데?”“감정.”강솔과 중현은 정략결혼으로 묶인 사이가 아니었다. 서로 좋아해서 시작한, 진짜 연애했던 사이였다.사랑도 진짜였고, 미움도 진짜였다. 실망도 진짜였으며, 미련마저도 진짜였다.토니는 더 이해되지 않았다.‘솔이와 하중현은 이미 이혼까지 이야기한 사이가 아니었어?’‘그런데 이제 와서 또 무엇에 적응해야 한단 말이야?!’“솔이랑 하중현이 내일 J시로 가서 이혼 절차 밟을 거야.”소담은 마음이 복잡할 때면 입을 다무는 강솔을 알기에, 이번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강솔의 해설자 역할을 했다.“이제부터는 연락도 안 하기로 했고.”토니가 진심으로 물었다.“내일 어떻게 이혼해?”소담이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가정법원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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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응.”강솔의 태도는 차가웠다.“당신이 말한 대로 꼭 지키길 바라. 나중에 보자.”말을 마친 강솔은 더 머무르지 않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토니와 소담 쪽으로 걸어갔다.중현은 강솔이 토니, 소담과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강솔이 차에 올라탄 뒤에도 뒤돌아보지 않는 모습까지, 전부 지켜보았다. 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중현은 제자리에 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대표님.”강 비서가 무언가 말을 꺼내려다 멈췄다.중현의 표정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말해.”강 비서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어렵게 용기를 냈다.“사모님을 보내기 힘드신 거라면 제대로 다시 한번 이야기해 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고 대표님 말씀이 그날 조금 지나치긴 했지만, 틀린 부분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그럴 필요 없어.”중현은 모든 약속을 지킬 생각이었다.그는 사실로 자기 아버지에게 되갚아 줄 것이다. 약속이라는 건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켜야 하는 것임을 아버지에게 보여 줄 생각이었다.강 비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정말 사모님이 떠나는 걸 받아들이실 수 있습니까? 두 분 약속대로라면 이혼이 끝난 뒤에는, 평생 사모님 앞에 나타나시면 안 됩니다.”중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이후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중현은 부상 회복에만 집중했다. 깨어 있는 모든 시간에는 회사의 크고 작은 일, 복잡하게 얽힌 업무까지 전부 처리했다. 자신에게 강솔과 이혼에 대해 떠올릴 틈을 조금도 허락하지 않았다.강솔도 중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강솔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회사를 경영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익혔다. 진씨 집안과 H시의 다른 집안 사람들에 대해서도 최대한 많은 정보를 파악하려고 애썼다.매일 정해 둔 시간만큼 지안과 함께 보내는 것 외에는 모든 시간을 공부와 자료 정리에 쏟았다. 식사하면서도 핸드폰에 저장해 둔 자료를 들여다볼 정도였다.이날 토니가 강솔을 찾아왔다.강솔이 5분 만에 식사를 끝내고 위층으로 올라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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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토니의 시선이 강솔에게 머물렀다.강솔은 농담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미리 생각해 둔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강솔이 물었다.“넌...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괜찮아.”토니의 말은 진심이었다.“주변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옳고 그름에 관한 생각도 분명하잖아.”강솔도 예전에는 그렇게 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가장 솔직한 자기 모습으로 사는 것.하지만 요즘 알아 가는 것이 많아질수록, 바깥세상이 좋고 싫음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겉과 속이 다른 사람, 입으로는 달콤한 말을 하면서 속으로는 칼을 품는 사람, 앞뒤가 다른 사람이 오히려 흔했다.강솔 같은 사람은 그저 어리석다고 여겨질 뿐이었다.더구나 너무 곧으면 쉽게 부러진다.“필요한 건 내가 도와줄게. 너는 그냥 너답게 있으면 돼.”토니가 말했다. 토니는 강솔이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나도 이제는 성장해야지.”강솔의 표정은 진지했다.“언제까지 보호받기만 하면서 하늘로 날지도 못하는 둥지 속 새끼 새처럼 살 수는 없잖아.”강솔도 혼자서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자신을 위해서.사랑하는 지안과 엄마를 위해서.강솔을 아끼는 친구들을 위해서.“싫어하는 사람들이랑 밥 먹고 술 마실 때, 어떤 마음으로 버텼어?”강솔이 다시 물었다.“진심으로 묻는 거야?”토니가 한 번 더 확인했다.강솔은 고개를 끄덕였다.“응.”토니는 말을 꺼내려다 잠시 멈췄다.강솔이 말했다.“알려줬으면 좋겠어.”“사실 간단해. 감정은 전부 빼고, 오로지 이익만 보는 거야.”토니는 결국 강솔에게 말했다.“쓸데없이 입이 가벼운 사람들은 듣기 싫은 말도 쉽게 하거든. 그런 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돼.”강솔은 조용히 그 말을 마음에 새겼다.토니는 걱정이 됐다.이 바닥에는 강솔 같은 신입이 넘쳐났다. 여윤재와 진환식이 강솔의 뒤를 받쳐 준다 해도, 어떤 사람들은 진무천의 눈치를 보며 일부러 강솔을 난처하게 만들 수 있었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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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중현의 손이 멈췄다.강 비서는 말이 먹혔다고 판단하고 계속 밀어붙였다.“그때 사모님 친구들이 분명 이혼 잘했다고 할 겁니다. 이혼하자마자 대표님께서 그렇게 초췌한 몰골이 되셨다고요.”중현의 목소리는 담담했다.“그렇게 한가하면 강 비서 부모님께 전화해서 맞선 자리 잡아 달라고 할까?”강 비서가 재빨리 답했다.“저는 그 정도로 한가하지 않습니다. 괜찮습니다.”중현은 더 말하지 않았다. 시선을 내린 채 다시 업무를 이어 갔다.어느새 자정이 가까워지자, 강 비서는 핸드폰을 들고 시후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대표님, 지금 바쁘십니까?”시후의 대답은 짧았다.[말해.]“대표님께서 요즘 계속 밤새워 일하십니다. 하루에 서너 시간밖에 못 주무세요.”강 비서는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한번 오셔서 말려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전화기 너머가 잠시 조용해졌다.15초쯤 지나서야 시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밥은 제때 먹어?]강 비서는 있는 그대로 답했다.“네. 식사는 챙겨 드십니다.”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밤늦게까지 일을 끝낸다.오후에는 위층 헬스장에 올라가 한 시간씩 운동도 한다.중현의 생활 패턴은 강솔이 이곳에 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달라진 건 예전보다 훨씬 일에 매달린다는 점, 말수가 줄었다는 점, 사람이라기보다 프로그램이 입력된 기계처럼 움직인다는 점뿐이었다.[그럼 그냥 둬.]시후의 말이 바로 튀어나왔다.[처음 있는 일도 아니잖아.]“예전엔 젊어서 버티셨던 겁니다.”강 비서는 시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지금은 곧 30대이신데, 몸이 못 견디실까 봐 걱정됩니다.”“쉰이 돼도 중현이 체력이나 버티는 힘은 지금 너보다 나을 거야.”시후의 목소리에서는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일하고 싶다는데 하게 둬. 네가 정시에 퇴근하고 싶으면 중현이한테 그러겠다고 말하고. 중현이 그걸로 뭐라 할 사람은 아니니까.]강 비서의 마음이 복잡해졌다.사실 지금 강 비서는 할 일이 없었다. 매일 중현이 야근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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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레미는 강솔의 맞은편에 앉았다.“해킹 기술 배워 볼 생각 있어?”강솔이 멈칫했다.‘해킹 기술?’“앞으로 네가 감당해야 할 일이 많잖아. 기술 하나 더 익혀 두면 너한테도 도움이 될 거야.”레미가 말했다.“마음은 고마운데, 지금은 그런 걸 배울 시간이 없을 것 같아.”강솔은 솔직하게 말했다.“회사랑 지분, 투자 쪽에 신경을 써야 해서.”“급한 건 아니야.”레미에게서는 묘하게 편안한 분위기가 흘렀다.“오늘은 그냥 물어보러 온 거야.”강솔이 배우고 싶다고 하면, 레미는 강솔에게 맞는 교재를 따로 정리할 생각이었다.일상에서 빠르게 익힐 수 있는 방식으로.강솔은 입을 열려다 말았다.레미는 강솔이 무엇을 망설이는지 알아차렸다. 입가에 옅은 미소를 걸고 말했다.“걱정 마. 이건 하중현과는 무관해. 지난번 일 이후로는 연락한 적 없어.”강솔의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배우고 싶어?”레미가 물었다.“응.”강솔은 정말 배우고 싶었다.“스승님이 너한테 맡긴 일 끝나면 연락해.”레미의 시선이 강솔의 노트북 위를 가볍게 스쳤다.“내가 와서 알려줄게.”강솔은 레미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알았어.”레미는 무심코 손을 뻗어 강솔의 폭신해 보이는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다. 하지만 손을 들려던 때, 레미는 아직 강솔과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자칫 무례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레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래. 그럼 나 먼저 갈게.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점심 안 먹고 가?”강솔은 레미와 강정숙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처리할 일이 좀 있어서. 밥은 다음에 먹을게.”레미가 입은 캐주얼한 옷은 맑고 단정한 느낌을 주었다. 깔끔하면서도 눈에 띄게 잘 어울렸다.“당분간 H시에 있을 거야. 도움 필요한 일 있으면 부담 갖지 말고 말해.”레미는 그렇게 말한 뒤 오래 머무르지 않고 떠났다.강정숙과 강솔은 함께 레미를 배웅했다.레미의 차가 시야에서 사라진 뒤, 두 사람은 몸을 돌려 집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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