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 Chapter 541 - Chapter 550

All Chapters of 가짜 결혼, 진짜 신분: Chapter 541 - Chapter 550

660 Chapters

제541화

현다영의 쌀쌀맞은 태도를 떠올리자, 주단우는 순식간에 표정을 식혔다.현시우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온기가 사라졌다. 그런데도 현시우가 떠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주단우가 차갑게 물었다.“그런데 이거, 네 누나도 알고 있어?”“그게, 우리 누나는...”현시우가 머뭇거리는 모습만 봐도 답은 뻔했다.현시우는 줄곧 주단우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현다영에게도 여러 번 말을 꺼냈지만 현다영은 그때마다 말을 잘랐다.주단우와는 사는 세상이 다르다며, 그런 사소한 호의에 연연하지 말고 제 앞가림이나 똑바로 하라고 했다.하지만 현시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주단우에게는 별것 아닌 도움일지 몰라도, 현시우에게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일이었다.어머니는 늘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게다가 현시우는 주단우가 현다영에게 호감이 있다는 걸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현시우 역시 주단우가 좋았다.지난번 돌아오는 길, 주단우가 들려준 흥미진진한 세상 이야기와 업무 이야기는 현시우에게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현시우에게 주단우는 능력 있고 인간미까지 갖춘, 닮고 싶은 멋진 형이었다.“하긴, 네 누나가 네가 나 찾아오는 걸 좋아할 리 없겠지.”현시우가 난처해하자, 주단우가 대신 대답했다.현시우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주단우는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그래도 은혜를 아는 사람이라더니, 그건 제대로 배웠네.”그 말에 현시우가 쑥스러운 듯 웃었다.“그럼 형, 전 이만 가볼게요.”주단우는 더 이상 말을 섞을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돌아서는 현시우를 보던 순간,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오후에 수업 있어?”현시우가 멍하니 고개를 저었다.“점심은?”현시우가 또 고개를 저었다.“타. 밥 먹으러 가자.”현시우는 당황해 배가 고프지 않다며 거절했다.아직 점심시간도 아니었다. 게다가 이런 고급스러운 자리에서 주단우에게 얻어먹는 것도 부담스러웠다.하지만 주단우는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현시우를 제 차에 태웠다. 현시우가 현
Read more

제542화

하지만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차 옆에 낯익은 사람이 보였다.현다영이었다.“누나?”현시우는 현다영을 보자마자 얼어붙었다.주단우의 눈가에 옅은 웃음이 번졌다. 사실 예상하고 있었다. SNS에 사진을 올렸으니, 현다영이 모를 리 없었다. 직접 보지 못했더라도 회사 사람들이 떠들어댔을 것이다. 현다영이 자신의 소식을 피할 방법은 없었다.찰싹!두 사람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현다영이 성큼 다가와 현시우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주단우는 현다영의 손이 불쑥 올라오자 자신이 맞는 줄 알고 화들짝 몸을 피했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뺨이 불타는 것처럼 화끈거렸다. 멍하니 현다영을 바라보던 현시우의 눈가에 금세 눈물이 고였다.현다영이 현시우에게 손을 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예전에는 아무리 화가 나도 말로 꾸짖거나 차갑게 굴었을 뿐, 폭력을 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번에는 누나가 정말 단단히 화가 났다는 걸 직감한 현시우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고개를 떨궜다.“현시우, 너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말도 없이 학교를 빠져? 전학 보내준 게 편하게 놀고먹으라고 그런 줄 알아?”현다영도 감정을 다스리려 했다.하지만 사무실에서 주단우가 올린 사진을 확인하자마자 현시우에게 어디냐고 메시지를 보냈고, 한참 뒤에야 학교라는 거짓 답장이 돌아왔다.현시우는 잊고 있었겠지만 현시우가 차고 있는 시계에는 현다영이 직접 달아둔 위치 추적기가 있었다.강지현이 해외로 떠나기 전 맡긴 일들 때문에 정신없이 바쁜 와중이었다.그런데 현시우가 주단우와 어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현다영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래서 모든 일을 제쳐두고 달려왔다.처음에는 주단우가 현시우를 이용해 자신에게 복수하려는 줄 알았다.그런데 멀리서 보니 두 사람은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현시우 손에 들린 명품 쇼핑백들을 보는 순간, 현다영은 끝내 이성을 잃고 말았다.“현다영, 왜 사람을 때리고 그래? 오늘 오후엔 수업도 없다길래 잠깐 얼굴 본 것뿐이야. 은혜를 갚고
Read more

제543화

현다영이 가진 돈을 전부 긁어모아도 겨우 5,000만 원 남짓이었다. 그마저도 어머니 병원비와 현시우 학비, 언젠가 고향에 내려가 집을 사기 위해 아등바등 모아온 돈이었다.현다영은 손에 든 쇼핑백을 내려다보았다. 옷, 신발, 가방, 그리고 숙소에서 쓸 만한 잡동사니 몇 개가 전부였다.고작 이 정도에 5,000만 원이라니.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중고 시장에 내다 팔면 손해를 보긴 하겠지만, 그래도 천만 원 정도는 메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아깝긴 해도 당장 감당 못 할 액수는 아니었다.현다영이 말없이 서 있자, 주단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무리해서 갚지 않아도 돼. 시우가 귀여워서 내가 기분 좋게 사준 거니까.”하지만 그 말은 현다영의 승부욕을 건드리려는 도발이었다.“갚을게요. 갚으면 되잖아요. 지금 당장 현금이 없으니까 며칠만 시간 주세요.”현다영이 보란 듯이 쏘아붙였다.주단우는 짐짓 점잖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5억짜리 차용증 써. 뒷자리는 깔끔하게 떼 줄게.”“뭐, 뭐라고요?”현다영은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손에 든 쇼핑백들이 순간 바닥으로 떨어질 뻔했다.“아까는 갚겠다며. 왜 그렇게 놀라? 영수증 다 있으니까 확인해 봐.”주단우가 쇼핑백 쪽으로 턱짓했다.현다영은 얼이 빠진 얼굴로 현시우를 돌아보았다.현시우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주단우는 쇼핑할 때 가격을 묻지도 못하게 했다. 그저 취향만 물었고 상당수는 마음에 든다며 자기 멋대로 골라준 물건이었다.현시우가 명품 시세를 알 리 없었다. 점원들이 친절하게 달라붙는 바람에 거절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정신없이 따라다녔을 뿐이었다.막상 가격을 듣고 나니, 현시우도 현다영 못지않게 충격을 받았다.현다영은 떨리는 손으로 영수증을 낚아챘다.대부분은 1,000만 원 안팎이었다. 문제는 가방이었다. 가방 하나가 무려 2억 원을 훌쩍 넘었다.“부대표님 진짜...”현다영은 욕이라도 퍼붓고 싶었다.하지만 주단우가 곧바로 입술에 손가락을 대며 말을 잘랐다
Read more

제544화

현다영은 현시우에게 주단우가 절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몇 번이고 당부했다.하지만 현시우는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다.“현시우, 너 원래 이런 거 사달라고 할 애 아니잖아. 누나한테 솔직히 말해 봐. 저 사람이 억지로 사라고 한 거지?”5억은 현다영이 쉽게 감당할 수 있는 액수가 아니었다.경찰서까지 가더라도, 현시우가 자기 뜻으로 산 게 아니라고 끝까지 버티면 주단우도 학생인 동생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터였다.현시우는 난처한 얼굴로 입술만 달싹였다.현시우가 입을 열기도 전에, 현다영이 다시 다그쳤다.“현시우! 이게 5억이야. 당장 엄마 병원비도 밀렸는데, 누나보고 죽으라는 거야?”“누나...”현시우는 다시 주단우를 바라보았다.누나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단우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싶지는 않았다.주단우는 그들의 은인이었고 오늘도 자신에게 더없이 잘해주었다.“누나, 형은 정말 아무것도 강요 안 했어. 이번 일은 내가 잘못한 거야!”“됐어. 시우 몰아세우지 마. 그냥 농담 좀 한 거니까 돈은 안 갚아도 돼.”주단우는 애초에 현다영을 골탕 먹이려고 이 일을 시작했다.그런데 현시우가 누나 뜻까지 거스르며 자신을 감싸는 모습을 보자, 차마 더 몰아붙이고 싶지 않아졌다.사실 쇼핑몰에서 현시우의 소비를 은근히 유도한 건 주단우였다. 현시우가 사실대로 말하기만 했어도 끝날 일이었다.그런데 이 녀석 눈에는 자신이 여전히 대단한 은인으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주단우는 생전 처음으로 쓸데없는 체면이라는 게 신경 쓰였다.“부대표님, 우리한테 빚을 지워놓고 나중에 뭐라도 받아내려는 속셈이잖아요. 하지만 그런 호의는 감당 못 하겠습니다.”현다영은 쇼핑백을 주단우 쪽으로 밀어냈다.“시우한테 이런 건 필요 없어요. 저희 괴롭히고 싶은 거 아니면 당장 가져가세요.”현다영의 태도는 완강했다.주단우의 선물이 공짜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주단우가 아주 형편없는 인간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
Read more

제545화

주단우는 차에 오르자마자 엑셀을 밟았다.차는 현다영과 현시우 곁을 휑하니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몇 미터 가지도 못해, 주단우는 결국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백미러를 흘끗 보았다.현시우는 아쉬운 듯 차 쪽으로 몇 걸음 따라 나오려 했다.하지만 현다영은 단호히 현시우를 붙잡았다. 쓰레기통 옆에 던져진 쇼핑백들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그를 반대편 엘리베이터로 끌고 갔다.주단우는 그렇게 멋지게 돌아서면 현다영도 조금쯤 흔들릴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에 잠긴 사이, 차가 하마터면 출구 난간에 부딪힐 뻔했다.그때쯤 현다영과 현시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지고 있었다.“누나, 그래도 그 물건들 그냥 버리고 가기엔 좀 아깝지 않아?”“네 것 아니면 손도 대지 마. 어차피 돈 버린 것도 네가 아니잖아.”현다영의 목소리는 서릿발처럼 차가웠다.5억 원어치 명품을 보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현다영에게는 주단우라는 이름이 붙은 모든 것이 이미 더러워진 물건이나 다름없었다.현다영은 가까스로 정신을 붙잡고 현시우의 귀를 살짝 비틀었다. 세게 힘을 주지는 않았지만 목소리에는 아직 화가 남아 있었다.“너 정말 주단우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누나가 그 사람이랑 사이 안 좋은 거 알잖아. 그리고 그 사람은 우리랑...”“우리랑 사는 세상이 달라. 저런 도련님들은 우리 같은 사람 마음을 몰라. 이해할 생각도 없고, 결국 이용하려고 들 뿐이야. 잘해주는 척하는 것도 다 함정이라고.”“누나.”현시우가 나직하게 말을 끊었다.그는 누나의 경고를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다. 그전까지는 건성으로 고개만 끄덕였지만 이번만큼은 자기 생각을 말하고 싶었다.“누나는 형한테 선입견이 있는 것 같아. 누나가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야. 정말 좋은 분이야.”현시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현다영이 손을 번쩍 들었다.“또 맞고 싶어?”복잡한 사정을 전부 설명하기에는 너무 길었다. 설명해도 현시우가 이해할 리 없었다.그래서 현
Read more

제546화

현시우는 가방을 열어 정성껏 포장된 검은색 일본풍 도시락통을 꺼냈다.식당에서 따로 챙겨온 도시락이었다. 안에는 와규와 성게알, 이름도 모르는 고급 생선 요리가 가득 들어 있었다.현시우는 밥을 먹는 내내 맛이 너무 좋아 누나와 엄마도 한 번쯤 맛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차마 말로 꺼내지는 못했지만 주단우가 먼저 눈치챘다. 주단우는 도시락을 몇 개 더 챙겨 현시우에게 건네며 가족들과 나눠 먹으라고 했다.현시우가 보기에 주단우는 분명 현다영에게 마음이 있었다. 주단우가 현다영 때문에 나서서 해원시 전학까지 도와준 것이나 다름없었다.겉으로는 현다영에게 강압적으로 구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현시우가 지켜본 그는 늘 선을 지키려 했고 어떻게든 현다영의 비위를 맞추려 애썼다.정말 마음먹고 괴롭히려 했다면, 현다영이 지금처럼 주단우를 기세등등하게 몰아붙일 수 있을 리 없었다.“하, 정말 말이 안 통하네.”현다영은 현시우를 구제불능이라 여겼는지 더는 입씨름을 이어가지 않았다.현다영은 현시우의 휴대폰을 빼앗아 주단우의 연락처를 삭제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절대 주단우와 어울리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돌아가는 길, 현시우는 잔뜩 심통이 나 입을 꾹 다문 채 걷기만 했다.학교는 그리 멀지 않았다. 버스도 다닐 시간이라 현다영은 택시를 타지 않았다. 남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던 그때였다.길가에 회색 승합차 한 대가 급하게 멈춰 섰다. 차에서 건장한 사내들이 튀어나오더니 곧장 남매에게 달려들었다.“도망쳐!”현다영은 본능적으로 현시우를 밀쳐냈다.위기 대처 능력만큼은 남달랐다. 하지만 현시우는 갑작스러운 습격에 몇 초 동안 멍하니 굳어 있다가 결국 붙잡히고 말았다.현다영도 순식간에 사내들에게 에워싸였다.사내 하나가 현시우의 팔을 비틀어 차 안으로 밀어 넣으려 했다.“뭐 하시는 거예요! 제 동생은 학생이라 가진 돈도 없어요. 무슨 일이든 저한테 말하면 되잖아요! 여기 CCTV 다 찍히고 있어요!”현다영이 소리치며 가로막으
Read more

제547화

현다영이 망설이자, 주단우가 소리쳤다.“빨리 가! 나 오래 버티지 못해!”앞서 얻어맞은 사내 둘은 주단우에게 쉽게 다가오지 못했다. 주단우 하나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듯했다.그러나 현시우를 붙잡고 있던 사내들까지 합세하자, 주단우는 혼자서 그들을 막아내야 했다.현시우는 난전 속에서 온 힘을 다해 붙잡힌 손을 뿌리쳤다. 주단우도 쇠파이프를 휘둘러 현시우 앞을 막아선 사내를 밀쳐냈다.곧 두 사람은 등을 맞대고 섰다.“단우 형!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요?”현시우는 겁에 질려 있었다. 하지만 주단우가 나타난 순간, 구해줄 사람이 나타난 것 같아, 가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나중에 얘기해! 정신 똑바로 차려.”“곧 누나가 차 끌고 올 거야. 내가 길 열면 앞뒤 보지 말고 뛰어. 바로 차에 타. 알았어?”“형은요?”현시우가 발길질하며 불안하게 물었다.목이 잔뜩 쉰 주단우가 짧게 답했다.“이놈들이 나한테 뭘 어쩌겠어? 너희 먼저 가. 나중에 내가 찾아갈게.”“진짜죠?”현시우가 머뭇거리는 사이, 주단우가 먼저 돌진했다. 주단우가 쇠파이프를 휘두르자 사내들이 겁을 먹고 사방으로 흩어졌다.“뛰어!”주단우가 고함치자, 현시우는 곧장 길가로 내달렸다. 마침 현다영이 차를 몰고 달려왔다.차 문은 이미 열려 있었다. 현시우는 뒤쫓아오던 사내들에게 붙잡히기 직전, 가까스로 차 안으로 몸을 던졌다.현다영은 현시우의 다리가 다 들어오기도 전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차가 그대로 튀어나갔다.현다영은 신호등을 몇 번이나 무시하고 달렸다. 한참을 달린 뒤에야 겨우 속도를 조금 줄였다.현시우는 내내 창문에 매달려 뒤를 살폈다.차가 너무 빠르게 달린 탓에, 빠져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뒤쪽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누나! 형을 그냥 두고 오면 어떡해? 혼자서 괜찮겠어?”현시우가 애가 타서 소리쳤다.“우리 다시 가서 형 구하자!”“그 사람이 뭐라고 했지?”현다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그녀는 현시우보다 훨씬 차분했다. 아니, 차분해지려 애쓰
Read more

제548화

게다가 방금 전까지 현시우는 주단우를 위해서라며 현다영에게 싫다는 말까지 했다.가슴 한구석이 찌릿하게 아팠다. 주단우를 향해 남아 있던 일말의 걱정마저 차갑게 식어버렸다.20분 뒤, 차는 현다영의 아파트 단지 앞에 멈춰 섰다.현다영은 결국 현시우를 학교로 돌려보내지 않기로 했다.오는 길 내내 현시우가 주단우 걱정에 울먹이는 걸 보니, 억지로 학교에 보내봤자 소용없을 것 같았다. 주단우의 안부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밤새 난리를 피울 게 뻔했으니까.집에 도착하자마자 현다영은 주단우에게 전화를 걸었다.현시우가 오는 길에 몇 번이나 걸었지만 받지 않았던 번호였다.이번에도 신호음만 이어지다 끊겼다. 잠시 뒤 다시 걸자, 아예 전원이 꺼져 있었다.“거봐! 형한테 무슨 일 생긴 게 분명해!”“경찰서에서 연락 올 거야. 그냥 배터리가 나갔을 수도 있고.”현다영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담담하게 현시우를 다독였다.“일단 너부터 씻어. 잠자리 봐줄게.”현다영은 침구를 정리하러 돌아섰다.너무 태연해 보이는 그녀의 태도에 현시우가 결국 울컥했다.“이제 알겠어. 누나가 왜 형을 그렇게 오해하는지!”현시우가 씩씩대며 소리쳤다.“누나가 세상에서 제일 차가운 사람이니까 그런 거잖아!”현시우는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가려 했다.“거기 서!”현다영이 엄하게 꾸짖었지만 이번에는 현시우도 순순히 말을 듣지 않았다.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문밖에 주단우가 서 있었다.입고 있던 재킷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셔츠 깃은 뜯겨 나갔고 옷 여기저기는 찢겨 있었다.목덜미와 입가, 뺨에는 시퍼런 멍이 들어 있었다. 평소의 말끔한 귀공자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지금은 영락없는 거리 싸움꾼 꼴이었다.“형...”현시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하지만 주단우는 대꾸할 힘도 없는 듯 비틀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현다영은 주단우를 보고 잠시 놀랐다가, 이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현시우는 서둘러 문을 닫고 주단우에게 달려갔다.“형, 괜찮아요
Read more

제549화

그들은 며칠 동안 주단우뿐 아니라 현다영까지 미행하며 두 사람의 관계를 조사했다. 그리고 알아낸 내용을 엄경미에게 낱낱이 보고했다.그 사실을 알게 된 주단우는 곧장 남매에게 달려왔다.엄경미가 어떤 수를 쓰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여자 부하들에게 붙잡히면 현다영과 현시우는 해원시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게 뻔했다.하지만 주단우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엄경미의 명령을 어기고 조직원들에게 맞서 두 사람을 구해낸 대가가 얼마나 클지.때로는 순간적인 충동 하나가 목숨까지 앗아가는 법이었다.주단우는 눈을 감았다. 공포는 어느새 피로와 통증에 묻혀 희미해졌다. 지금은 잠깐이라도 눈을 붙여 몸을 회복한 뒤, 다시 대책을 세워야 했다.현시우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형, 병원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주단우는 현시우가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는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리고 손을 내저었다.“좀 자면 괜찮아질 거야.”괜찮았다.몸 하나는 워낙 튼튼했다. 매번 맞고 깨져도 자고 일어나면 씻은 듯 나아 있었으니까.“옷 벗어요.”막 잠이 들려던 순간, 현다영의 목소리가 들렸다.현시우는 현다영이 들고 온 구급상자를 보고서야 깨달았다. 방금 전 누나가 말없이 자리를 피한 건 매정해서가 아니라 약을 찾으러 갔던 것이다.“형, 조금만 참아요. 우리 누나가 약 발라줄 거예요!”주단우가 겨우 눈을 떴다.현다영은 이미 구급상자를 앞에 두고 소파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현시우는 현다영의 지시에 따라 서둘러 따뜻한 물을 떠왔다.“왜 가만히 있어요?”현다영은 솜과 연고를 꺼내놓고 주단우를 바라보았다.주단우는 잠시 현다영과 눈을 마주쳤다. 그러다 천천히 셔츠 단추를 풀고 상의를 벗었다.현다영은 그저 상처를 확인하려던 것뿐이었다. 아까부터 주단우가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어깨와 가슴을 문지르는 게 마음에 걸렸다.그런데 상의를 벗자 생각지도 못한 흔적들이 드러났다. 주단우의 몸에는 자잘한 흉터가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등 쪽은 더 심
Read more

제550화

주단우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현다영이 자신을 빤히 들여다보는 게 꼭 의도적인 도발처럼 느껴졌다.엄경미는 어릴 때부터 주단우에게 채찍질을 했다. 똑똑히 기억하라는 이유였다.살점이 터져도 바로 치료해주지 않았다. 이틀쯤 꼬박 앓아야 버릇이 고쳐진다는 게 엄경미의 지론이었다.그렇게 남은 흉터가 하나둘 쌓여 지금의 몸이 되었다.엄경미는 오히려 주단우의 흉터를 흡족해했다. 남자는 몸에 상처가 좀 있어야 뚝심 있어 보인다고 했으니까. 주단우가 조금이라도 나약한 기색을 보이는 건 무엇보다 싫어했다.“약이나 바르지, 말이 왜 이렇게 많아.”주단우는 대답을 피했다.현다영은 더 묻지 않고 묵묵히 상처를 살피기 시작했다.현시우는 따뜻한 물을 가져와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현다영이 조심스럽게 주단우의 상처를 소독하는 모습을 보다가, 조용히 방으로 들어갔다.현다영은 집중해서 상처를 닦아냈다.그녀의 손길은 섬세했고 조심스러웠다. 주단우는 따가움보다 묘한 안도감을 먼저 느꼈다.그는 시선을 낮춰 현다영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상처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좀처럼 보기 힘든 다정함이 묻어나는 얼굴이었다.주단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상처가 깊지 않아 치료는 금세 끝났다. 주단우는 조금 더 현다영을 보고 싶었지만 현다영은 곧장 약품을 챙겨 일어섰다.“부대표님, 오늘 저희 찾아와서 난동 부린 사람들, 부대표님 쪽 집안사람들이죠?”현다영은 방금 주단우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물었다.짐작했던 대로였다. 이 모든 소란은 주단우와 연결되어 있었다.그런데 왜 하필 자신과 현시우를 노린 걸까. 게다가 그 사람들은 주단우에게도 그리 우호적이지 않아 보였다.“그래.”주단우는 굳이 숨기지 않았다. 욱신거리는 광대뼈를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해성 그룹 일 잊었어? 네가 내 어머니를 화나게 했잖아. 강지현이 없는 틈에 너한테 본때를 보여주려던 거야.”현다영은 고개를 돌려 주단우를 차갑게 바라보았다.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다. 최근 자신을 괴롭힐 만
Read more
PREV
1
...
5354555657
...
66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