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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가짜 결혼, 진짜 신분: Capítulo 531 - Capítulo 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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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1화

김태하는 물러나려는 강지현의 손을 붙잡아 제 손안에 감쌌다. 커다란 손이 강지현의 손을 통째로 덮었다. 마치 세상 모든 풍파를 막아주려는 것처럼.“아니. 너 없이 난 절대 잘 살 수 없을 거야.”강지현은 그 말에 울컥했다. 애써 고개를 돌리며 서툴게 부정했다.김태하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어쩌면 강지현은 어떤 시련이 닥쳐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마음이라고 상처가 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깊이 베인 자리가 어떻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물 수 있을까.더구나 김태하를 알고 난 뒤였다. 김태하가 없는 세상은 전보다 훨씬 외로울 것이다. 같은 풍경을 봐도 예전처럼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을 테니까.“지현아.”김태하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만약 오늘 당장 나한테 위험이 닥치고 마침 네가 내 곁에 있다면, 그때도 너 자신부터 지킬 거야?”강지현은 입을 열었다. 그럴 거라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말이 목에 걸린 듯 나오지 않았다.‘못하겠어...’머리로 판단하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움직였을 것이다. 강지현의 침묵이 곧 대답이었다.김태하가 나직이 웃었다.“봐. 우린 똑같아.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은 건 본능이잖아. 네가 무의식중에 나를 지키려 했던 것처럼.”강지현은 김태하와는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마음만 더 복잡해졌다.그녀는 아예 화제를 돌렸다. 짐짓 토라진 척 입술을 삐죽였다.“아니거든? 내가 언제 무의식중에 널 지켰다고 그래. 난 너 없어도 잘 살 수 있다며? 그럼 나도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본능적으로 나부터 지키겠지.”“아니. 넌 안 그래.”김태하는 강지현의 귓가에 입을 맞추고 낮게 속삭였다.“너도 나랑 똑같다는 거 알아. 하지만 이런 일은 남자가 여자한테 떠넘기면 안 되는 거야.”정말이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김태하는 끝내 강지현을 제 품 안에 가뒀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연신 입을 맞췄다.대화는 그렇게 끝났지만 걱정까지 사라진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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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2화

오늘 두 사람이 도발한 것도 누군가가 의뢰한 임무 때문이었다.김씨 가문은 내로라하는 최상위 재벌이었다. 그런 집안을 겁주는 일은 그들에게 짜릿한 유혹이었을 것이다.“다크웹에서 김씨 가문을 건드리다니.”강지현은 등골이 서늘해졌다.예상대로 두 사람은 이름 없는 말단 졸개에 불과했다. 더 캐낼 만한 정보도 없었다. 그래서 더 두려웠다.김태하는 굳은 얼굴로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지시를 내리고, 다시 강지현 곁으로 돌아왔다.“미래 그룹이 워낙 유명하잖아. 질투하는 놈들이 많아. 정면으로는 도저히 못 이기니까 이런 더러운 수까지 쓰는 거지.”김태하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는 확보한 정보를 경찰에 넘겼다. 당분간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배후에 숨은 자들이 스스로 꼬리를 드러내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김태하는 어젯밤 김무언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직 답장은 오지 않았다.“태하야.”강지현이 김태하의 목을 끌어안았다.“할아버지랑 상의해서 며칠만 더 미룰까.”“미룬다고 안 갈 수 있어?”김태하는 이미 강지현의 속내를 알고 있었다.강지현이 아무리 걱정해도, 하루 종일 김태하 곁에 붙어 있을 수는 없었다. 강지현이 말문을 잃자, 김태하가 낮게 덧붙였다.“빨리 다녀올게. 우리 아직 결혼식도 안 올렸잖아.”같은 시각, M국에는 밤이 찾아왔다.엄경미는 주호석을 만나고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암호화된 전화를 받았다.엄경미는 순식간에 표정을 굳혔다. 곁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물린 뒤 침실로 들어가 전화를 받았다.“경미야, 오랜만이다.”수화기 너머로 쉰 듯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변조된 목소리가 아니었다.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엄경미는 이 목소리를 잊을 수 없었다.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눈물부터 쏟아냈다.“오빠, 정말 오빠야?”“그래. 나 돌아왔다.”수화기 너머의 남자가 낮게 웃었다.“걱정하지 마. 이제 내가 다시 공회를 맡을 거야. 해원시든 이 나라 어디든, 다시는 아무도 널 건드리지 못하게 할 테니까.”차분한 목소리였지만 말끝마다 서늘한 살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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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임지태는 누군가의 계략에 휘말려 공회에서 물러나야 했다.떠나기 전, 임지태는 동료들에게 엄경미를 잘 부탁한다고 몇 번이고 당부했다.엄경미는 임지태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모든 것을 버리고서라도 따라가려 했다. 하지만 임지태는 엄경미를 데려갈 수 없었다.임지태는 짊어진 것이 너무 많았다. 앞날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엄경미까지 데리고 떠나면, 결국 서로에게 짐이 될 뿐이라고 생각했다.무엇보다 임지태는 엄경미를 너무 잘 알았다.엄경미는 사랑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여자가 아니었다.그녀 안에는 야망이 들끓었다. 증오로 벼린 독한 생명력도 뼛속 깊이 박혀 있었다. 엄경미가 향해야 할 곳은 권력과 부의 꼭대기였다.돈이 세상을 움직이는 한, 엄경미는 결코 멈추지 않을 사람이었다.임지태가 떠난 뒤, 뒷배를 잃은 엄경미는 사면초가에 몰렸다. 엄씨 가문에서 아직 기반을 다지지 못한 탓에 후계 구도에서도 점점 밀려났다.그녀가 가장 절망하고 무력했던 그때, 주승호가 나타났다.처음에는 그저 필요에 의한 정략결혼일 뿐이었다. 그런데 엄경미는 뜻밖에도 주승호가 보여주는 진심 어린 다정함에 흔들렸다.임지태가 떠난 뒤에도 공회 사람들은 엄경미를 어느 정도 챙겨주었다. 하지만 그의 원수들은 임지태를 찾지 못하자 엄경미에게 화살을 돌렸다.사라진 사람 때문에 위험을 떠안으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그런 상황에서 주승호만은 달랐다. 결혼을 앞둔 엄경미가 납치되었을 때, 주승호는 거액을 들고 홀로 엄경미를 구하러 갔다.임지태의 원수들은 목숨을 내놓고 달려드는 흉악범들이었다. 혼자 찾아가면 죽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걸 알면서도, 주승호는 끝내 엄경미를 구하러 갔다.그렇게 두 사람은 생사의 고비를 함께 넘겼다.비록 살아 돌아오긴 했지만 그 일로 주승호는 영영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고 말았다.엄경미는 주승호에게 깊은 죄책감을 느꼈다. 자식 없이 살게 되더라도 평생 주승호 곁을 지키겠다고 맹세했다.그때까지만 해도 엄경미는 두 사람이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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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4화

“오빠, 막 돌아왔잖아. 이 일은 일단 접어두는 게 어때?”엄경미가 원하는 건 강지현이 김씨 가문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잃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임지태가 돌아오자마자 이런 위험한 일에 뛰어드는 건 마음에 걸렸다. 시대도 달라졌고 김태하의 영향력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었다. 임지태의 수하들이 말한 대로, 지금은 손을 쓰기에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말했잖아. 난 네가 어떤 설움도 겪지 않게 할 거라고. 아무리 까다로운 일이라도 다 처리해 줄게.”임지태가 덤덤하게 말했다.공회로 돌아온 뒤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도 그것이었다. 유일한 여동생이자, 마음 깊이 품어온 여인을 지키는 일.“그럼 주승호 딸, 강지현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당장은 건드리지 마. 그 여자는 내가 직접 끝낼 거야.”엄경미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강지현은 이미 김태하와 결혼했다. 지금 강지현이 죽어버리면 재산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게 뻔했다. 게다가 죽는 것만으로는 한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주승호가 그런 식으로 자신을 모욕했다면, 엄경미도 주승호에게 보란 듯이 그 딸을 철저히 망가뜨려 줄 생각이었다.강지현에게서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고 가진 모든 것을 무너뜨린 뒤, 고통과 절망 속에서 서서히 죽어가게 만들 것이다.주승호가 진 빚을 딸이 대신 갚게 하는 것.그게 가장 공평한 복수였다.“그래. 네 뜻대로 해.”임지태는 무엇이든 엄경미가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답했다.본론이 끝나자, 임지태는 그제야 엄경미의 안부를 물었다.엄경미는 임지태를 안심시켰다. 주승호가 주상 그룹을 물려주지 않았어도, 그녀는 지난 수년간 어마어마한 인맥과 재산을 쌓아두었다. 주상 그룹을 떠나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었다.엄씨 가문 역시 이제는 엄경미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엄경미가 원하면 무엇이든 협조해야 하는 처지였다.엄경미는 주상 그룹을 발판 삼아 해원시에 자신만의 상업 제국을 세울 생각이었다. 그때가 되면 주상 그룹은 물론, 미래 그룹조차 엄경미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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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백하린은 대답하지 못하고 거친 숨만 몰아쉬었다.서운혁과 눈을 마주칠 엄두도 나지 않았다.백하린은 해성 그룹이 자신을 고소하는 건 물론, 막대한 손해배상까지 청구할 거라고 생각했다. 서운혁 역시 자신을 끔찍하게 미워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서운혁은 막대한 비용과 공을 들여 백하린을 보석으로 풀어주었다.오는 길에 변호사는 서운혁이 직접 변론을 맡을 예정이라고 했다. 다행히 큰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니, 해성 그룹이 주상 그룹에 충분히 보상하면 집행유예를 끌어낼 수 있을 거라고도 했다.거기에 서운혁이 인맥까지 동원한 덕분에, 백하린은 보호관찰을 받는 조건으로 일단 풀려난 상태였다.결국 서운혁이 백하린의 뒤처리까지 떠안겠다고 나선 셈이었다.백하린은 떠나기 전 자신을 대하던 서운혁의 태도를 떠올렸다. 전과는 분명 달랐다. 거기에는 단순한 책임감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서운혁이 고개를 까딱하자, 곁에 있던 비서와 변호사들이 조용히 자리를 비웠다.거실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 서운혁은 유리잔에 따뜻한 물을 따라 백하린 앞에 놓아주었다.“날이 차요. 따뜻한 물 좀 마셔요.”백하린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환한 조명 아래 앉은 서운혁은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단정한 태도에서는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귀티가 묻어났다.그 앞에 앉은 백하린은 자신이 우스운 광대라도 된 것 같았다.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하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한참 뒤, 백하린이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부회장님, 죄송합니다. 폐를 끼쳤어요.”“잘못을 했으면 뉘우치는 게 먼저죠.”서운혁이 담담하게 말했다.“하린 씨가 뭘 잘못했는지는 알고 있습니까?”서운혁은 백하린을 보지 않은 채 제 컵에도 물을 따랐다. 잔을 손에 쥐기만 할 뿐, 마시지는 않았다.“...제가 표절을 했습니다.”백하린의 목소리가 쇳소리처럼 갈라졌다.얼굴이 화끈거려 견딜 수 없었다.“또?”“부회장님을 속이고, 해성 그룹까지 휘말리게 했습니다.”“더 말해봐요.”“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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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6화

서운혁은 백하린의 친구 서이정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이제야 백하린이 왜 그토록 실패한 결혼에 매달리며 고통받았는지 알 것 같았다.백하린은 이미 제 인생 전부를 그 결혼에 걸어버린 것이다.“죄송합니다, 부회장님. 속인 거 맞아요. 제가 해원시에 와서 다시 창업하려 했던 것도 전부 제 남편 때문이었어요.”백하린은 이를 악물고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제 행동이 경멸받아 마땅하다는 거 압니다. 하지만 저는 그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었고, 우리 아이에게 온전한 가정을 만들어주고 싶었을 뿐이에요.”“제 인생을 전부 바쳤는데... 그래서 정말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백하린은 눈시울을 붉혔다. 꾹 눌러두었던 서러움과 비통함이 한꺼번에 치밀었다.그녀는 결국 얼굴을 감싸 쥐고 울음을 터뜨렸다.백하린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린 남자, 이도운.그런 이도운은 끝내 강지현을 선택했다.“억울하다는 말로는 아무것도 채울 수 없어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과 다를 게 없죠.”“하린 씨가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은 잘못된 사람을 사랑한 게 아니에요. 잘못된 걸 알면서도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은 거죠.”서운혁은 더는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백하린 씨는 정말 사랑 말고는 아무것도 없습니까?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지켜야 할 선도, 부모님도 가족도 친구도 전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겁니까?”서운혁은 백하린을 훈계할 생각까지는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백하린을 보고 있자니 화가 치밀었다.백하린은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제 허벅지를 꾹꾹 눌렀다.서운혁이 미간을 찌푸렸다.“백하린 씨, 당신을 사랑하지도 않고, 그저 이용만 하다가 여기까지 망가뜨린 남자를 되찾는 게 정말 당신의 최선이라고 생각합니까?”“그게 엄마로서 아이에게 다하는 책임입니까?”백하린은 실패를 인정할 수는 있었지만 면전에서 이렇게까지 비난받는 건 견디기 힘들었다.부모님조차 자신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운혁이라고 다를까.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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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백하린 씨, 이러지 말고 일단 일어나세요.”서운혁은 백하린의 팔을 잡고 힘을 주어 끌어올렸다.억지로 일으켜 세우려던 순간, 두 사람 모두 힘을 준 탓에 균형이 무너졌다. 서운혁이 그대로 소파 위로 넘어졌고 백하린도 그 위로 함께 쓰러졌다.순식간에 두 사람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숨결이 얽힐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백하린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서운혁도 당황한 듯 잠시 굳어 있었다.“죄송해요...”백하린은 얼굴을 붉힌 채 서둘러 몸을 일으키려 했다.하지만 서운혁이 백하린의 허리를 붙잡았다. 백하린이 물러나기도 전에, 서운혁은 그대로 그녀를 품 안에 끌어안았다.서운혁이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새로 시작하고 싶다면, 내가 곁에 있어 주겠습니다.”백하린은 서운혁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은 채, 점점 거세지는 심장 소리를 들었다.백하린의 눈빛이 천천히 가라앉았다.서운혁은 좋은 남자였다. 이도운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나은 사람이었다.만약 과거로 돌아가 이도운보다 서운혁을 먼저 만났다면, 백하린은 이렇게 모진 풍파를 겪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평범하고 바른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하지만 백하린은 이미 너무 멀리 와 있었다. 다시 순수했던 시절로 돌아갈 길 따위는 없었다.다음 날 아침, 서운혁은 백하린을 이씨 가문 본가까지 데려다주었다.서운혁과 함께 서경시로 떠나기 전, 백하린은 마지막으로 이도운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서운혁에게 들은 바로는, 이씨 가문은 현재 큰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경 그룹이 파산한 뒤 회사 내부의 각종 비위와 이규진 명의의 불법 재산까지 줄줄이 드러났다. 일가의 재산은 전부 동결되었고 집마저 압류당한 상태였다.소송까지 휘말린 탓에, 그들은 더 이상 해원시에서 발붙이고 살 수 없었다. 며칠 안으로 온 가족이 모두 근처 소도시로 떠난다는 소문도 돌았다.백하린과 서운혁은 이씨 가문에 닥친 이 재앙이 강지현의 복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강지현은 그동안 이씨 가문을 혹독하게 몰아붙였다. 어쩌면 지금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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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화

“이 천한 년이!”백하린의 말에 발끈한 진태웅이 손을 들어 뺨을 후려치려 했다.하지만 손이 닿기도 전에, 누군가 뒤에서 진태웅의 손목을 낚아챘다.진태웅은 몇 번이나 팔을 비틀어 빼내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자 예상대로 이도운이 서 있었다.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이도운은 뼈가 도드라질 만큼 앙상하게 말라 있었다. 그 사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얼굴에는 피로가 짙게 내려앉았고 덥수룩하게 자란 머리카락이 목덜미를 덮고 있었다. 예전보다 훨씬 음울하고 고립되어 보였다.“형님, 이씨 가문이 이 지경이 된 게 다 이 재수 없는 년 때문인데, 이제 와서 여자라고 감싸기라도 하겠다는 거예요?”팔을 빼내지 못한 진태웅이 이를 갈며 비아냥거렸다.이도운은 차갑게 진태웅을 노려보다가 손에 힘을 주었다. 진태웅의 팔이 거칠게 꺾였다.뼈가 부러질 듯한 통증에 진태웅이 비명을 질렀다. 소란을 들은 이민지가 계단을 뛰어 내려와 황급히 진태웅을 감쌌다.“오빠! 지금 이 상황에 또 왜 이래? 진태웅, 넌 왜 또 우리 오빠를 건드려?”진태웅은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문밖에 선 백하린을 가리켰다.“내가 건드린 게 아니야. 저기 누가 왔는지 보라고!”이민지는 입구에 선 백하린을 보자마자 안색이 싹 변했다.“백하린? 네가 무슨 낯짝으로 여길 다시 와?”강지현을 건드려 집안을 이 꼴로 만든 것도 모자라, 이도운이 백하린 같은 여자에게 놀아났다는 사실까지 이민지를 치 떨리게 했다.백하린은 비열한 수로 강지현을 자극했고 결국 이씨 가문은 회생 불능 상태가 되었다. 백하린 혼자 자업자득으로 끝났어야 할 일을 집안 전체에 끼얹은 셈이었다.이민지는 예전에 백하린에게 잘해주었던 기억마저 저주스러웠다.하지만 백하린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도운만 바라보고 있었다.이민지가 나타나자, 이도운은 그제야 진태웅의 팔을 놓았다. 그러고는 진태웅의 정강이를 걷어찼다.“꺼져.”진태웅은 이민지의 부축을 받으며 씩씩거렸다.방에서 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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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9화

“이도운, 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이래?”백하린은 이도운을 바라보았다.낯설었다.두렵기까지 했다.두 사람이 나누었던 다정한 순간들, 지난날의 맹세까지도 순식간에 우스운 농담처럼 느껴졌다.“뻔히 알면서 묻지 마.”이도운은 이제 백하린에게 미련 한 점 남아 있지 않았다.그런데도 이곳에 서서 백하린과 마주하고 있는 이유는 하나였다. 백하린이 고통스러워하는 얼굴을 직접 보고 싶었다.백하린이 자신의 인생을 망쳤으니, 자신이 지옥으로 떨어진다면 백하린도 함께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내가 널 속인 건 사실이야. 하지만 널 향한 내 마음은 진심이었어. 아이까지 낳았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바쳤어.”“이도운, 넌 정말 양심도 없는 거야?”백하린의 목소리는 점점 차분해졌다.구속되어 있는 동안 백하린은 줄곧 이도운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강지현이 이미 이도운이 무정하고 냉혈한 인간이라고 경고했지만, 백하린은 끝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강지현에게도 그렇게까지 매정하게 굴지는 않았던 사람이다. 자신과 함께한 십 년을 이렇게 잔인하게 내칠 리 없다고 믿었다.하지만 이도운의 차가운 대답과 혐오 어린 얼굴을 마주한 순간, 백하린은 비로소 현실을 깨달았다. 이도운은 애초에 자신을 생각만큼 깊이 사랑하지 않았다.그리고 그나마 남아 있던 마음마저 작은 충격 한 번에 산산이 부서졌다.“그 질문은 너 자신한테나 해봐.”“양심 없냐고? 그럼 넌 있고?”“우리 둘 천생연분 아니었어? 내가 이기적이고 매정하게 강지현을 괴롭힌 것처럼, 너도 간이고 쓸개고 다 내놓은 척하면서 결국 네 욕심만 챙겼잖아.”“백하린, 넌 원하는 걸 얻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을 짓밟았어. 너나 나나 같은 부류야. 우리 둘 중 누구도 잘난 척할 자격 없어.”“이제 와서 사랑한다고? 대체 뭐가 진심인데? 나랑 함께하고 싶었던 게 진심이야, 아니면 강지현을 이기고 싶었던 게 진심이야?”“네 마음은 누구보다 네가 잘 알잖아.”이도운의 말은 백하린의 급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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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화

돌아오는 길, 서운혁은 백하린의 손을 조심스럽게 다독였다.백하린의 손끝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금방이라도 다시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잔뜩 무너진 얼굴이었다.“그 사람과는 완전히 정리한 겁니까?”백하린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이도운이 남긴 상처는 너무 깊었다. 더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감정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그런 사람 때문에 백하린 씨가 아파할 필요 없습니다. 차라리 일찍 본모습을 확인한 게 다행일지도 모릅니다.”서운혁은 한숨을 내쉬며 휴지로 백하린의 뺨을 꼼꼼히 닦아주었다.백하린은 아무 말 없이 서운혁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지금 백하린에게 위로를 건네고 새 삶을 시작하게 해줄 사람은 서운혁뿐이었다.이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됐다.백하린은 마음속 고통을 억눌렀다. 그리고 천천히 서운혁의 목에 팔을 둘렀다.백하린이 고개를 들어 눈을 감자, 은은한 향기가 가까이 스며들었다. 눈물 자국이 남은 얼굴은 처연할 만큼 애처로웠다.서운혁은 알 수 없는 힘에 끌리듯 마음이 흔들렸다. 입술이 닿기 직전, 그는 겨우 이성을 붙잡았다.“하린 씨.”“억지로 뭘 하려는 건 아닙니다. 난 그저 하린 씨가 먼저 기운을 차리고, 과거와 제대로 매듭지었으면 합니다.”“기다릴 수 있습니다. 하린 씨가 완전히 괜찮아진 뒤에, 그때 천천히 새 감정을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서운혁은 백하린의 이마에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넘겨주었다.눈을 뜨자, 서운혁은 미간을 좁힌 채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욕망을 느끼면서도 이렇게까지 절제할 줄 아는 남자라니.서운혁이 품은 복잡한 감정을 전부 읽을 수는 없었지만 그와 눈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이상하게 마음이 평온해졌다.백하린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서운혁은 백하린을 다독인 뒤, 안도한 듯 희미하게 웃었다.다음 날, 주상 그룹.주단우가 차를 세우려던 순간,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리자 현다영의 남동생이 서 있었다.“현시우?”주단우가 눈을 가늘게 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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