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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짜 결혼, 진짜 신분: Chapter 551 - Chapter 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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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1화

현다영이 던지듯 내뱉은 이 한마디는 오히려 낙타의 등뼈를 부러뜨리는 마지막 한 방이 되고 말았다.주단우는 심장을 칼로 난도질당한 것만 같았다.“현다영, 우리 엄마는 내게 너무 잘해줬어! 난 어릴 때 부모를 잃었어. 엄마가 내게 모든 걸 주지 않았다면 지금 같은 풍족한 생활은 누리지도 못했을 거야. 엄하게 키우긴 하셨어도 내게 많은 걸 가르쳐 주셨다고.”현다영은 그대로 가버리려 했지만 주단우가 마치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악을 써대자, 결국 발걸음을 멈추었다.“엄경미가 잘해줬다고요? 부대표님, 자신을 스스로 속이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젖만 먹여 준다고 다 엄마인 게 아니에요. 그 여자 밑에서 자라면서 정말 행복했어요?”현다영은 이런 수준 낮은 말싸움이 혐오스러워 어조를 가다듬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사실 이제 와서 그에게 예의를 차릴 필요도 없었다.평소에는 영리하고 빈틈없어 보이던 주단우가 이런 문제에서만큼은 미련한 곰처럼 굴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엄경미 곁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이익 때문이라면 차라리 주단우라는 인간에게 어울리기라도 했을 것이다.그런데 은혜 때문이라니 정말 가당치도 않았다.주단우는 할 말이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하필 현다영은 자신의 가장 아픈 약점만 골라 찔러댔기 때문이다.풍족한 물질적 조건과 독보적인 사회적 지위, 감정적인 결핍만 제외하면 그는 인생의 승리자나 다름없었다.하지만 원래 인생에 완벽한 건 없는 법이었다.“네가 뭘 알아? 내 행복을 네가 알기나 해?”주단우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는 이미 기세에서 현다영에게 밀리고 있었다.하지만 현다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무덤덤하게 그를 한번 쓱 흘겨보았다.갑자기 툭 끊겨버린 대화는 오히려 주단우를 지독한 자책과 생각의 늪으로 밀어 넣었다.현다영의 자취방은 워낙 좁았고 현시우가 머물기 시작한 뒤로는 주단우가 잘 공간이 더더욱 없었다.그녀는 주단우가 쉴 만큼 쉬면 내보낼 생각이었지만 현시우가 간곡히 붙잡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었다.게다가 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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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2화

사실 그런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악성도가 낮다고는 해도 결국 악성 종양이었기에 임상적으로 완전히 전이되지 않고 완치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그저 당장은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김태하는 의사의 말에 서린 망설임을 눈치채고 차갑게 말했다.“숨기거나 가릴 필요 없으니 그냥 솔직하게 말씀하세요.”“김 대표님, 숨기는 거 없습니다. 다만...”“완치될 희망이 아주 낮다는 뜻이군요?”김태하가 담담하게 말하자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마음에 머물던 불안감이 마침내 바닥으로 가라앉자 김태하는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다행이었다. 다행히 강지현을 보내고 나서 검사받으러 온 보람이 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지난 며칠 동안 둘이 함께 보낸 시간마저 고통으로 허비했을 터였다.의사는 김태하의 얼굴에 도는 뜻밖의 미소를 보며 한층 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김 대표님, 정 불안하시다면 위험을 감수하고 수술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수술 후 예후가 보존 치료보다는 확실하긴 합니다만...”이 말은 방금 의사가 김태하에게 이미 한 차례 설명했던 내용이었다.수술 치료가 더 신속하긴 하겠지만 그는 현재 위 부위에 옛 상처가 있어 해당 조직이 유착된 탓에 위험 부담이 너무 컸다.자칫하면 수술대에서 내려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수술한다 해도 완치 확률은 60%에 불과했다.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지금은 먼저 보존 치료를 진행하는 편이 나았다.치료 효과가 좋다면 수술하지 않아도 되었고 혹은 수술을 잠정 보류할 수도 있었다.“약물로 버틴다면 얼마나 살 수 있을까요?”의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김태하가 말을 잘랐다.“그건...”의사는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종양이 전이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약물 조절만 잘된다면 만성 질환처럼 생각하고 장기적으로 치료하면서 살 수도 있어요. 10년, 20년, 혹은 그 이상도 가능합니다. 실제로 많은 환자분이 그렇게 지내고 계시고요. 물론, 이건 가장 이상적인 경우입니다.”“그러면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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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3화

돌아가는 길, 배아름은 강지현에게 주호석에 관한 이야기를 몇 가지 들려주었다.주호석은 현재 요양 중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주상 그룹 산하 몇몇 체인 브랜드의 회장직을 맡고 있었다.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 M국에서 크게 흥행한 마트 브랜드와 호텔 체인을 새로 창업하기도 했다.배아름은 강지현이 관심이 있다면 이틀 뒤에 직접 데려가 구경시켜 주겠다고 덧붙였다.한 시간 뒤, 강지현은 주호석이 머무는 에덴 리조트에 도착했다.주호석이 젊은 시절 술을 좋아했던 탓에 리조트 근처에는 개인 와이너리도 있었다.와이너리부터 별장 구역까지 쭉 이어진 건축 양식은 전부 복고풍 유럽 궁전 식으로, 어찌나 웅장하고 화려한지 마치 어느 유명 유적지에 온 것만 같았다.M국은 인구 밀도가 낮고 도시의 녹지 비율이 높아 발길 닿는 곳마다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강지현이 사진을 몇 장 찍어 김태하에게 전송하자 그 모습을 본 배아름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차가 멈추기 직전, 배아름이 마침내 강지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강지현 씨, 잠시 후 서고에서 주호석 회장님을 뵙게 될 텐데요. 이곳 규칙상 휴대폰은 소지하고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휴대폰을 가져갈 수 없다고요? 왜죠?”그 말에 강지현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배아름이 설명했다.“서고 안에는 외부로 공개되면 안 되는 수집품이 많습니다. 게다가 회장님이 보관하시는 중요 문서나 보안 서류도 아주 많고요.”배아름의 표정에는 전혀 이상한 기색이 없었다. 그녀는 그저 옅은 미소를 띤 채 말을 이어갔다.“강지현 씨,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회장님과의 면담이 끝나면 휴대폰은 즉시 돌려드리겠습니다.”“안 된다고 하면 당연히 하지 말아야죠. 그런데 저는 주씨 가문 사람이고 주호석 회장님의 친손녀인데, 설마 저까지 경계하시는 건가요?”강지현의 말에도 배아름은 물러서지 않고 거듭 양해를 구했다.“정말 죄송합니다만 이건 회장님의 철칙입니다. 강지현 씨뿐만 아니라 아버님인 주승호 씨나 어머님인 엄경미 씨께서 회장님을 뵈러 별장에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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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커다란 서고의 널찍한 공간은 흡사 성당을 연상시키는 구조였다.양옆으로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 외에 사방으로 베이 윈도가 나 있었고 창가마다 정교하게 조각된 골동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노인은 방 끝에 서서 크고 작은 유화가 가득 걸린 벽을 올려다보며 감상하고 있었다.배아름은 말을 마친 뒤 주호석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강지현에게 수신호를 보낸 후 사람들을 데리고 먼저 밖으로 퇴장했다.서고 문이 삐걱거리며 닫히는 소리와 함께 사방이 고요해졌다.“이쪽으로 오너라.”주호석이 몸을 살짝 돌리며 자연스럽게 강지현을 향해 손짓했다.강지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노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주호석은 머리가 하얗게 세어 있었지만 모발이 윤택하고 풍성했으며 기운이 아주 넘쳐 보였다.그는 짙은 남색 긴 두루마기 위에 같은 색 조끼를 받쳐 입고 손목엔 최상급 비취 팔찌, 엄지에는 같은 옥으로 만든 반지를 끼고 있어 소박한 중에도 귀티가 은은하게 배어 나왔다.강지현은 그의 이목구비를 바라보며 문득 주승호의 모습을 떠올렸다.주병찬은 강지현에게 자신과 주승호 중에서 주호석을 가장 닮은 사람은 주승호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강지현이 본 주승호의 사진 속 모습과 주호석의 전체적인 얼굴 윤곽은 거의 판박이 수준이었다.하지만 주호석이 웃을 때의 모습은 주시언을 연상시켰다. 콧날과 눈썹뼈가 입체적이면서도 전체적인 인상이 부드러우며 웃을 때면 특유의 온화한 선비 같은 분위기가 묻어났다.“할아버지, 드디어 뵙네요.”강지현은 원래 아랫사람으로서 정중한 인사말부터 손녀로서 감동을 줄 만한 멘트까지 잔뜩 준비해 왔었다.그러나 막상 주호석을 마주하자 핏줄에서 비롯된 천성적인 친근감이 느껴져 굳이 많은 말을 보태지 않아도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주호석은 허허 웃으며 나이 들어 두툼해진 손바닥으로 그녀의 가냘픈 어깨를 지그시 짚었다.“그래, 드디어 만났구나.”그는 몇 초 동안 강지현을 유심히 응시하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갑자기 침묵에 잠겼다.강지현과 마찬가지로 노인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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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5화

이 서고는 그가 직접 설계하고 지은 곳으로, 내부의 수집품부터 방 안의 인테리어 하나하나까지 모두 엄청난 공을 들인 공간이었다.현재 그는 이곳에 상주하며 업무를 보고 책을 읽으며 하루 대부분을 보내고 있었다.주호석은 강지현을 위해 풍성하고 성대한 만찬을 준비해 두었다.가볍게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 노인은 이내 강지현을 데리고 본관의 연회장으로 향했다. 그사이 적지 않은 하객들이 속속 도착해 있었다.주호석이 강지현과 함께 연회장에 들어섰을 때, 엄경미는 이미 안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오늘은 강지현을 위해 마련된 가문 연회인 만큼 찾아온 이들은 당연히 주호석의 친척과 지인들이었다.“병찬이는 바쁘고 시언이도 미처 오지 못해 아쉽구나. 안 그랬으면 오늘 우리 식구가 다 같이 모이는 자리였을 텐데.”주호석은 낮게 웃으며 강지현에게 나직이 속삭였다. 그러고는 그녀의 손을 이끈 채 사람들을 지나치며 손님들을 소개하기 시작했다.주호석의 직계 가족은 주병찬과 주승호 일가를 제외하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다만 방계 친척들이 그를 따라 이곳으로 이주해 온 터라 따지고 보면 그는 자식들보다 이 친척 및 지인들과 보낸 시간이 더 많았다.“이따가 네게 아주 특별한 손님을 소개해 주마. 네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는...”주호석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둘러 다가온 누군가가 그의 말을 받아 멈춰 세웠다.“할아버지, 오랜만입니다. 안 뵙던 사이에 기세가 훨씬 더 좋아졌습니다.”청량한 목소리의 남자는 언뜻 보기에 강지현과 비슷한 또래로 보였는데 외모가 상당히 출중했다.깊고 입체적인 이목구비는 국내의 여느 동양적인 남자들처럼 수려하고 맑은 느낌이라기보다는 서양 고대 왕국에서 걸어 나온 왕자 같았다.강렬하고 화려한 미감 밑에는 감출 수 없는 다정함과 우수 어린 분위기가 공존하고 있었다.이러한 외모는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보기 드문 수준이라 사람들 속에서 단연 시선을 사로잡았다.강지현은 그를 보자마자 혼혈이거나 패션 잡지의 남자 모델 같다는 생각을 먼저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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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6화

“그럴 수는 없죠. 저는 주로 할아버지를 뵈러 온 것이니 할아버지 곁에 머물고 싶어요. 설령 여기저기 둘러볼 일이 생기더라도 저 혼자 다녀오면 되니 지 대표님께 폐를 끼칠 수는 없어요. 게다가 주상 그룹에 밀린 일도 많아서 사실 오래 머물 여유도 없고요.”강지현의 거절은 조리 있고 합리적이었다. 주호석은 그녀의 거부감을 눈치채고는 살짝 미소를 지은 채 더는 강요하지 않았다.몇 마디 사소한 대화가 오간 뒤에야 주호석은 마침내 진짜 목적을 끄집어냈다.알고 보니 테라 캐피탈은 최근 국내 및 아시아 지역의 의료 분야 인수를 겨냥한 특수 목적 펀드를 준비 중이었고 이 프로젝트를 위해 주상 그룹과 협력하여 시장 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었다.마침, 강지현은 금융 분야의 인재이자 전공자였으니 협력만 성사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일 이야기라는 것을 듣고서야 강지현의 경계심은 완전히 풀렸다.주호석이 이토록 신비주의를 고수하며 자신을 이곳까지 불러들인 것은 단순한 가족 간의 정 때문이 아니라 분명 무언가 바라는 일이 있을 거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다.‘다만 협업을 논의하고 싶다면 국내와 원격 화상 회의를 진행해도 충분했을 텐데... 아마 주상 그룹의 경영진이 최근 대거 교체된 탓에 주호석과 테라 캐피탈 측 모두 나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해 이번 기회에 간을 보려는 건가?’연회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호석은 급한 용무로 자리를 비웠고 지현우는 주호석의 부탁에 따라 계속 강지현의 말동무를 해주었다.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대부분 테라 캐피탈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흘러갔다.강지현이 곧바로 자리를 뜨지 않은 것도 프로젝트에 대한 타고난 직업적 민감성 때문이었다.그녀는 방금 들은 대략적인 뼈대만으로도 이 프로젝트가 상당히 괜찮다고 판단했다.만약 테라 캐피탈의 지원을 받을 수만 있다면 주상 그룹은 국제 무대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터였다.강지현의 목표는 확실했다. 하지만 그녀는 협력이 정식으로 체결되기 전까지 이런 연회장에서 깊이 논할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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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7화

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그 후 그가 타이밍을 맞춰 강지현에게 파격적인 조건으로 스카우트 제안을 보냈을 때 강지현은 단칼에 거절했다.당시 지현우는 가문의 기업이 그런 인재를 놓쳤다는 사실과 자신 또한 어쩌면 뜻이 잘 맞는 친구가 될 수 있었을 사람을 잃었다는 생각에 꽤 큰 충격을 받았다.그러다 몇 년 뒤, 그는 국제 자선 단체의 영상에서 우연히 강지현을 다시 보게 되었다.그때는 그녀가 그 논문의 주인공인 줄 미처 몰랐고 그저 주씨 가문의 영애가 상당히 대단하다고만 생각했다.빼어난 미모와 매력은 말할 것도 없고 연설도 무척이나 훌륭했다. 특히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을 세련되게 뽐낼 때, 지현우 본인이 전문가인 만큼 그녀가 가진 실력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아볼 수 있었다.시간이 흘러 다시 지도교수와 모임을 가졌을 때야 그는 비로소 그 영상 속 강지현이 자신이 과거에 얻지 못해 아쉬워했던 그 천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 순간 지현우는 너무 놀라 며칠 동안이나 멍하니 그녀 생각만 할 정도였다.지씨 가문과 주씨 가문은 대대로 교류해 온 사이였으니 돌고 돌아 그가 동경하던 사람이 사실은 자신과 이토록 가까운 곳에 있었던 셈이다.그날 이후 지현우는 기회를 봐서 국내에 들어가 주상 그룹에서 강지현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하지만 마땅한 명분이 없다 보니 그런 갑작스러운 행동이 결례될까 싶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그러던 차에 마침 이번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지현우는 가장 먼저 강지현을 떠올리고 주호석을 여러 번 찾아갔다.주호석과 테라 캐피탈의 협력 관계는 무척 깊었기에 지현우가 테라 캐피탈을 국내로 확장하고 주상 그룹 및 강지현과 긴밀하게 엮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호석의 허락이 필요했다.그러나 주호석은 이에 대해 한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얼마 전에서야 강지현과 먼저 접촉해 보라고 일러주었다.지현우는 그저 주호석이 매사에 신중한 탓이라고만 생각했다.비록 친손녀의 그룹이라 할지라도 비즈니스 협력에는 철저한 노인인 데다가 강지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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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8화

지현우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다.“당연히 들어봤죠. 미래 그룹은 국제적인 영향력이 매우 강한 곳이니까요. 산하의 많은 브랜드와 계열사들 대부분이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지 않습니까.”이런 의례적인 문장들은 지현우의 입에서 거침없이 흘러나왔지만 강지현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상실감이 서려 있었다.“그렇다면 강지현 씨의 남편분은 미래 그룹의...”“네, 현재 미래 그룹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태하예요. 나중에 지 대표님께서 국내에 들어오실 기회가 생긴다면 저희 부부가 함께 대접하겠습니다.”지현우는 가슴 한구석이 꽉 막혀왔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거 꼭 약속하신 겁니다.”화제는 여기서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연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강지현은 지현우와 제법 오랜 시간 함께 있었다고 생각해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고 먼저 자리를 떴다.헤어지기 전 두 사람은 연락처를 교환했다. 지현우는 이틀 내로 따로 시간을 내어 프로젝트에 대해 더 깊이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했고 강지현 역시 흔쾌히 동의했다.강지현이 연회장을 막 나섰을 때 엄경미가 뒤따라 나왔다.엄경미는 오늘 강지현과 겨우 인사만 나누었을 뿐 연회 내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게다가 주호석이 강지현과 함께 있는 자리였기에 감히 다가가 방해할 수도 없었다.엄경미가 M국에 올 때마다 며느리로서 주호석의 곁을 지키며 효도를 다하는 가장 큰 목적은 결국 인맥 넓히기였다.주호석 역시 그 속내를 훤히 꿰뚫고 있었다.강지현이 주상 그룹을 인수한 뒤로 엄경미는 속이 말이 아니었다. 비록 향후 주상 그룹에서 물러나게 되더라도 당장 자신이 걸어갈 뒷길을 미리 닦아둘 필요가 있었다.주호석은 그녀의 의도를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었기에 굳이 말리지 않고 내버려두었다.더욱이 주호석의 경영 철학상, 가족 기업 안에는 언제나 서로를 견제할 세력이 존재해야만 했다.그러나 이번만큼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엄경미는 얼마 전 아직 완전히 확인되지 않은 비밀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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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9화

“아주머니, 왜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저희 사이에 앙금이 남을 일이 뭐가 있다고.”강지현은 엄경미의 말을 자연스럽게 받아치며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했다.엄경미는 2초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다시 미소를 지었다.“그렇다면 다행이구나. 내가 워낙 하는 일이 많고 늘 바쁘다 보니 네게 소홀했잖니. 주상 그룹에서도 널 제대로 도와주지 못해서 혹시 네가 나한테 섭섭한 마음이 있진 않을까 걱정했단다. 이제 보니 내가 쓸데없는 걱정을 한 모양이네.”한동안 보지 못한 사이에 강지현은 제법 많이 성장해 있었다.자신과 대화를 나눌 때도 한층 유연하고 능숙해진 모습이었다.비굴하지도, 그렇다고 과하게 빳빳하지도 않게 가볍고 부드러운 태도로 어색한 분위기를 슬쩍 자신에게 토스해 버리는 그 영악함은, 정말이지 죽은 주승호를 쏙 빼닮아 있었다.강지현은 엷은 미소만 지을 뿐 굳이 말을 보태지 않고 엄경미가 스스로 다음 말을 이어가기를 기다렸다.그녀는 엄경미가 자신을 찾아온 것이 단순히 관계 개선을 위한 목적이 아님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꾸나. 나도 오늘 이 건물에 묵으니 네 방까지 바래다주마.”엄경미는 말을 마친 뒤 배아름을 슬쩍 흘겨보며 먼저 가봐도 좋다는 신호를 보냈다.하지만 배아름은 그저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섰을 뿐, 두 사람의 등 뒤를 바짝 따르며 한 치도 떨어지지 않았다.강지현의 방은 본관과 바로 인접한 옆 건물에 있었다.주호석이 강지현을 위해 특별히 골라준 방으로, 리조트 깊숙한 곳에 있어 정원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아주 조용하고 안락한 곳이었다.엄경미는 주호석이 겉으로는 덤덤해 보여도 강지현이 온다는 소식에 준비를 꽤 많이 했다고 넌지시 일러주었다.방 안의 가구며 인테리어도 전부 새로 바꾸었는데 요즘 젊은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신제품들로만 채워 넣었다는 것이다.이동하는 내내 엄경미는 말이 많았다. 다만 주호석과 마찬가지로 그저 가족처럼 평범한 일상 대화만 나눌 뿐, 다른 일에 대해서는 일절 입을 열지 않았다.강지현 역시 정중하게 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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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0화

엄경미는 말을 건네며 은근히 고소해하는 기색을 내비쳤다.하지만 표정 관리만큼은 철저히 하며 짐짓 대단히 어른스럽고 신중한 얼굴을 해 보였다.강지현은 그녀의 말에 담긴 고의성을 즉각 알아차렸다.“그게 무슨 말씀이세요?”“내 말은 그러니까...”“사모님,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더 늦어지면 안 될 것 같은데요.”엄경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배아름이 말을 잘랐다.배아름은 강지현이 이곳에 머무는 동안 주호석이 붙여준 수행원이었기에 강지현의 수발을 드는 것뿐만 아니라 당연히 그녀를 보호해야 한다는 경계심도 품고 있었다.“그래야지.”엄경미는 슬쩍 미소를 지으며 곧바로 말을 거두어들였다. 주호석의 밑에서 강지현과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그녀 역시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상관없었다. 원래 말이라는 것은 하다 마는 편이 상대를 더 감질나게 만드는 법이니까.아니나 다를까, 엄경미가 몸을 돌려 떠나려 하자 강지현이 그녀를 불러세웠다.“아주머니, 혹시 제게 따로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엄경미는 옅은 미소를 띤 채 강지현의 팔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배아름의 경계 어린 시선 아래 다시 입을 열었다.“아니다, 그저 나이를 먹으니 쓸데없는 걱정만 늘어서 그래. 이 바닥은 체면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잖니. 너와 김태하는 엄연히 정략결혼 관계인데 두 사람이 확실하게 끝까지 함께할 수 있다는 보장이 서야, 비로소 남부럽지 않게 성대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법이니까.”엄경미는 여전히 뼛속 가득 뼈 있는 말을 던지면서도 끝내 알맹이는 명쾌하게 밝히지 않았다.그녀는 강지현을 빤히 응시하며 손끝에 슬그머니 힘을 주어 그녀의 팔을 지그시 움켜쥐었다.복잡한 눈빛으로 엄경미를 바라보던 강지현의 기색도 서서히 무겁게 가라앉았다.하지만 이내 배아름이 엄경미를 정중히 데리고 자리를 떴다.강지현은 엄경미가 자신에게 순수한 호의를 베풀 리 없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그러니 그녀의 말에 과하게 신경을 쓸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이번만큼은 말끝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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