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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짜 결혼, 진짜 신분: Chapter 591 - Chapter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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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1화

주상 그룹과 주씨 가문이 아무리 강지현에게 중요하다고 한들 김태하에 비할 바는 못 되었다.그녀는 늘 이기적으로 그의 헌신과 사랑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그를 지켜내고 싶었다.김태하의 깊은 눈동자에 의아함이 서렸다.“내가 여기 남는 걸 원치 않는다는 뜻이야?”“원치 않는 게 아니라 나 때문에 네가 위험한 일에 휘말리는 게 싫어.”강지현은 여기서 말을 더 길게 끌었다간 김태하의 우려와 고뇌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까 두려웠다.그녀는 얼른 그의 커다란 손을 꼭 쥐며 미래 그룹과 김씨 가문 사람들을 핑계 삼아 말을 이었다.만약 김태하가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그녀의 곁을 지킨다면 국내에 있는 수많은 이들이 불안감에 휩싸일 게 뻔했다.게다가 얼마 전 자신들을 미행했던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여전히 어딘가에 숨어 기회를 노리고 있을 터였다.그 사람들이 정말 김무언이 원한을 산 세력이라면 국내에서는 감히 김태하에게 손을 쓰지 못하겠지만 낯선 이국땅에서는 무슨 짓을 벌일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김태하가 제아무리 수많은 경호원을 대동한다 한들, 그들이 작정하고 달려든다면 완벽하게 방어해 내기란 불가능했다.더구나 현재 강지현은 주씨 가문의 삼엄한 감시망에 갇혀 있는 처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김태하까지 엮이게 된다면 일은 걷잡을 수 없이 꼬일 뿐이었다.차라리 지금은 잠시 아쉬움을 삼키며 이별하는 것이 최소한 서로의 안전을 완벽하게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었다.강지현의 단호한 설득을 가만히 듣고 있던 김태하의 눈동자는 순간 빛을 잃어갔다. 그는 스르륵 고개를 떨군 채 강지현의 가냘픈 손가락 끝만 멍하니 응시하며 한참 동안 아무런 말도 뱉어내지 못했다.“겨우 두 달뿐이야. 그러니까 안심해. 반드시 무사히 너한테 돌아갈 테니까.”강지현은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파져 왔다. 그녀 역시 김태하와 함께하고 싶었고, 단 한 순간도 그와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고작 며칠 보지 못했을 뿐인데도 그가 그리워 미칠 지경이었으니 말이다.하지만 두 사람의 어깨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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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두 사람은 이번에 꽤 오랜 시간 서로를 탐닉했다. 김태하의 온몸은 땀방울로 흠뻑 젖어 있었다.그는 평소에 침대 위에서 거칠고 미친 듯이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확연히 느낌이 달랐다.강지현은 그가 유독 자신을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다고 느꼈다. 마치 세상에 다시없는 보물을 건드리듯 그의 터치는 지나치게 부드러웠다.그녀의 살갗 한 조각, 세포 하나하나까지도 자신의 내면에 각인시키려는 듯한 몸짓이었다.“김태하, 내가 지금 뭐가 떠올랐는지 알아?”“뭔데?”“상원궁에 있는 홍실나무.”강지현은 김태하의 팔베개를 벤 채, 남자의 어깨 위로 부서져 내리는 햇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문득 그녀는 그날 몰래 김태하를 찍었던 사진 한 장이 뇌리를 스쳤다. 그녀의 휴대폰 잠금 화면은 여전히 그 사진이었다.흩뿌려지는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이 남자는 범접할 수 없는 고결한 신령 같아서 사람으로 하여금 감히 닿을 수 없는 아득함을 느끼게 만들곤 했다.강지현은 마치 아름다운 꿈을 꾼 덕분에 이토록 찬란한 빛을 온전히 소유할 수 있게 된 것만 같았다.“그곳이 마음에 들었다면 돌아오는 대로 우리 다시 가자.”김태하가 나직하게 속삭였다.“좋아. 어차피 나중에 그 근처에서 결혼식도 올려야 하니까. 식 다 끝나면 너랑 같이 서경시에 있는 길거리 음식도 죄다 먹으러 다닐 거고 사진도 엄청 많이 찍을 거야. 서경시뿐만 아니라 우리가 아직 가보지 못한 모든 곳은 전부 다 돌아다니자.”강지현은 무겁고 서글픈 분위기를 어떻게든 걷어내고 싶어 일부러 미래에 펼쳐질 일상들을 늘어놓았다.이것은 그녀가 아주 어릴 적부터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고 다독이던 오랜 습관이었다.마음 상하는 일이 있을 때마다 강지현은 머지않은 미래에 반드시 아름다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며 자신을 스스로 다독였다.보육원에서 자라던 시절에는 혼자서도 얼마든지 잘 살아갈 수 있으니 절대로 포기하면 안 된다고 자신을 채찍질했었다.그러다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언젠가는 자신 역시 남들 앞에서 반짝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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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강지현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김태하를 바라보았다.그 시계는 전 세계에 단 한 점뿐인 하이엔드 커스텀 제품으로, 브랜드 측에서 오직 김태하만을 위해 특별히 헌정한 디자인이기에 감히 돈으로는 그 가치를 매길 수조차 없는 물건이었다.김태하 역시 이 시계를 무척 아껴서 지난날 강지현과 함께 서경시에 동행했을 때 딱 한 번 착용한 게 전부였다.그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그 사람이 너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도움을 줬다면 그에 걸맞은 합당한 보답을 해야지. 올 때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는데 이 시계라도 괜찮다면 받아줬으면 좋겠어.”“안 돼. 이건 네가 가장 아끼는 제품이잖아.”강지현이 다급히 거절하자 김태하는 그녀의 가냘픈 허리를 품으로 홱 낚아채더니 다시 입술을 지그시 맞물려 왔다.살짝 입을 맞추는 행동은 지극히 부드러웠으나 태도만큼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완강했다.“가장 아끼는 애장품 정도는 되어야 성의가 제대로 전달되잖아.”“태하야, 너 정말 괜찮아?”강지현의 눈동자가 잘게 떨려왔다. 그녀는 불안감이 가득 서린 시선으로 김태하를 꼼꼼히 살폈다.그의 이목구비는 언제 보아도 기상이 넘쳐흘렀고 매사 언행에 있어 감정을 감추는 능력이 워낙 탁월했다.그가 작정하고 제 속내를 은폐하려 들면 타인이 제아무리 머리를 굴려 추측해 본들 그 깊이를 가늠하는 것은 단연 불가능에 가까웠다.하지만 오직 강지현을 마주할 때만큼은 김태하의 모든 감정이 아무런 여과 없이 투명하게 흘러내리곤 했다.강지현은 그가 자기 앞에서만큼은 아이 같아 전혀 숨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김태하는 뼛속까지 예민하고 독점욕이 강한 사람이었기에 제 감정을 억누르면 억누를수록 더 극단적이었다.그러나 지금 그의 얼굴에서는 어떤 분노도 찾아낼 수 없었다.그 고요함이 도리어 그녀의 심장을 더 두근거리게 했다.“질투하는 거 맞아. 하지만 난 네 마음속에 오직 나뿐이라는 걸 누구보다 명확히 인지하고 있거든. 그 어떤 남자든, 설령 나보다 우수한 남자라 해도 지금은 나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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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강지현은 사내의 눈동자 한구석에 서린 짙은 무력감을 포착했다. 겉으로는 지독하리만치 평온한 낯빛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그 깊고 아득한 눈망울 속에는 도저히 메울 수 없는 거대한 고독이 넘실거리고 있었다.강지현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울고 싶지 않았고 이별을 입에 담고 싶지도 않았다.그저 한동안 보지 못하는 것뿐인데 이 남자는 대체 왜 매번 자신과 생사 결별이라도 하는 것처럼 구는 걸까.그러나 강지현이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하는 굳게 쥐고 있던 그녀의 손목을 스르륵 놓아주었다.그리고는 반걸음 앞으로 나아가 다시 두 팔을 벌려 그녀를 힘껏 품에 안았다.김태하의 포옹은 언제나 그토록 깊고 으스러질 듯 격정적이었다.마치 한 번의 포옹이 영원인 것처럼.강지현은 두 눈을 감은 채 그의 넓은 등을 쓸어내리며 나직하게 속삭였다.“금방 너 보러 돌아올게.”“기다릴게.”김태하가 묵고 있는 호텔을 빠져나온 후, 강지현은 감히 뒤를 돌아볼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그저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신속하게 달려 나갔다.단 일 초라도 발걸음을 지체했다간 자신을 지탱하던 이성의 끈이 단번에 끊어져 버릴 것만 같아 무서웠다.김태하는 엘리베이터 안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 강지현의 뒷모습을 마저 배웅하지도 못했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닫혀 버렸다.마지막 힘을 짜내어 간신히 객실로 돌아온 순간, 그의 위장이 다시 한번 미친 듯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그러나 이번에는 미처 주임 의사를 호출할 겨를도 없이 눈앞이 아득해지며 의식이 흐려졌다.돌아오는 길 내내 강지현의 마음은 한없이 가라앉았다.자신과 떨어지기 싫어하던 김태하의 모습이 떠올라서, 그리고 앞으로 마주해야 할 가혹한 현실의 중압감 때문이기도 했다. 결국 그녀는 서글픔을 참지 못하고 한동안 소리 없이 눈물을 쏟아냈다.하지만 아주 잠깐이었다. 테라 캐피탈 빌딩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이미 완벽하게 감정을 조절한 상태였다.지독한 장마 구름도 결국엔 걷히기 마련이고 칠흑 같은 밤 역시 반드시 지나가기 마련이다.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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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지 대표님, 정말 감사해요.”강지현은 참지 못하고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하지만 지현우가 손짓해 보이며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아니에요. 더 이상 감사하다는 말은 하지 마시고 절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단정 짓지도 마세요. 전 그저 상인일 뿐입니다. 제가 협력하려는 대상은 당신이지 주호석 회장님이 아니에요. 두 사람 사이의 모순을 자극하면 내게 이로울 게 없고 강지현 씨의 집안일에도 관심이 없어요.”“오늘 일은 저도 모르는 거로 하죠. 제가 아는 건 우리가 함께 프로젝트를 논의했고 나가서 거리를 걸었다는 것뿐입니다. 친구로서 전 강지현 씨를 매우 높게 평가하고요.”지현우의 말에 강지현은 그제야 안도감이 들었다.그녀는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다. 지현우는 사리 분별이 확실한 사람이었고 매우 전문적인 협력 파트너가 될 인물이었다.지현우는 강지현을 에덴 리조트로 배웅했다. 차에서 내리기 전 그는 일부러 비서에게서 자신이 자주 쓰는 향수를 가져와 차 안에 두 번 뿌렸다.“됐습니다, 이제 가보셔도 돼요.”“네.”강지현은 미소를 지으며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내 말은, 단순한 협력 파트너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도 친구가 될 수 있는지 묻는 겁니다.”문득 지현우가 다시 강지현을 불러 세웠다. 그의 눈빛은 깊었으나 이전처럼 그녀에 대한 갈망을 품고 물러서는 척하면서 다가가려는 것 같지는 않았다.이번에 그는 진심으로 강지현과 친구가 되고 싶어 했다.단순히 그녀에 대한 마음 때문이 아니라 강지현과 친구가 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라는 느낌이 들어서였다.김태하는 국제적으로 소문난 냉혈남이자 까다로운 인물이었다. 하지만 강지현과 함께한 뒤로 그의 모습은 직접 보지 않아도 많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온순해진 맹수는 분명 누군가의 손길에 길들었기 때문이었다.만약 강지현과 친구가 되어 감정을 더 잘 전달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어쩌면 지현우 역시 조금 더 일찍 행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강지현은 살짝 입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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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그는 아버지였던 시절이 참 행복했다. 그리고 이제 강지현의 할아버지가 된 지금도 그때와 다르지 않았다.강지현이 순순히 말을 들어 주기만 한다면, 그는 엄하고 매서운 주씨 가문의 가주가 아니라 손녀만 끔찍이 아끼는 할아버지가 될 마음도 있었다....강지현이 방으로 돌아오자 배아름 일행은 가져온 짐을 정리해 주고 물러나려 했다.그런데 배아름은 강지현이 화장대 앞에 앉아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모습을 보고도 선뜻 발길을 떼지 못했다.“왜요, 배아름 씨? 아까부터 뭔가 말하고 싶은 얼굴이던데, 저한테 할 말 있어요?”강지현이 불쑥 말을 꺼내자 배아름은 흠칫 놀라 얼른 눈을 내리깔았다.“아닙니다. 그냥... 혹시 더 도와드릴 일이 있는지 보려고 했습니다.”“사실은 묻고 싶은 게 있어요.”강지현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몸을 돌려 배아름을 바라보았다.배아름은 방에 들어올 때부터 내내 낙담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강지현은 며칠 전부터 배아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주호석이 자신과 지나치게 가까운 모습을 보일 때마다 배아름은 어딘가 질투하는 듯했고, 지현우와 함께 있을 때도 묘하게 기분이 가라앉아 보였다.“배아름 씨는 할아버지를 좋아하는 거예요, 아니면 지현우를 좋아하는 거예요?”“...”강지현의 말에 배아름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몇 초 동안 머릿속이 새하얘진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회장님은 제 고용주이시고, 지현우 씨는... 지현우 씨가 저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요?”하지만 배아름은 당황한 기색을 조금도 숨기지 못했다.강지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배아름에게 다가갔다. 배아름은 황급히 뒤로 물러섰고 저도 모르게 고개까지 숙였다.“내가 한번 맞혀 볼까요? 할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배아름 씨를 곁에 두고 키운 거죠? 혹시 내가 와서 배아름 씨 자리를 빼앗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그럴 리가...”배아름이 급히 부인하려 했지만 강지현은 기회를 주지 않고 말을 이었다.“지현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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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내가 지현우를 어떻게 이용했다는 거예요?”강지현은 배아름을 똑바로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다.목소리는 부드러웠고 표정도 차분했다. 정말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려는 사람처럼 보였다.배아름은 더는 물러서지 않기로 한 듯 차갑게 말했다.“좋아하지도 않으시면서 회장님 마음에 들려고 가까이하신 거잖아요. 그러면서 하루 종일 남편분하고 연락하시고요. 이혼하실 생각도 없으시면서 지현우 씨를 흔드시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그렇게 신경 쓰이면서 아니라고요? 차라리 할아버지한테 지현우랑 이어 달라고 얘기하지 그래요?”“저는...”강지현은 배아름 앞으로 다가가더니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살짝 잡았다.배아름은 미간을 찌푸리며 피하려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강지현은 배아름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피다 눈꼬리를 휘며 웃었다.“배아름 씨, 이목구비도 또렷하고 예쁜 데다 일도 잘하잖아요. 그렇게 자신 없어 할 필요 없어요.”“저는 지현우 씨한테 아무 마음도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정말 아무 마음 없으면 얼굴은 왜 이렇게 빨개졌어요? 배아름 씨, 나는 그냥 손님이에요. 잠깐 있다가 곧 떠날 사람이고요. 할아버지 곁에 오래 머물 일도 없고, 지현우와 엮일 생각도 없어요. 그러니 나한테 신경 곤두세울 필요 없어요. 차라리 그 시간에 배아름 씨 자신을 더 챙겨요. 그편이 훨씬 마음 편하지 않겠어요?”강지현은 더 돌려 말하지 않았다. 배아름의 속마음을 짚어 낸 뒤, 자신의 생각도 솔직하게 밝혔다.배아름은 다소 민망한 얼굴이었다. 끝까지 아니라고 우기려던 마음도 있었지만 강지현이 저렇게까지 말하자 더는 반박하지 못했다.“제 임무는 지현 씨를 모시는 겁니다. 그러니 당연히 지현 씨 곁에 있어야 합니다.”“알아요. 할아버지가 나를 감시하라고 배아름 씨를 붙였다는 것도요. 배아름 씨는 나를 눈엣가시처럼 지켜봐도 되고, 아니면 나와 서로 필요한 걸 주고받는 쪽을 선택해도 돼요. 서로에게 나쁠 건 없잖아요?”“서로... 필요한 걸 주고받는다고요?”배아름은 멍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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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큰 건 하나 있어요. 분명 관심 있을 겁니다.”다음 날 이른 아침, 강지현은 막 세수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휴대폰 알림 폭탄을 맞았다.뉴스 링크가 수도 없이 공유되어 있었고 지인들에게서 온 메시지도 잔뜩 쌓여 있었다. 부재중 전화도 몇 통이나 와 있었다.전화는 지순옥과 현다영에게서 걸려 온 것이었다.강지현은 답장을 하기도 전에 현다영이 보낸 메시지를 먼저 확인했다. 뉴스부터 보라는 내용이었다.전날 새벽, ‘김태하 M국에서 중병’이라는 기사가 국내 주요 포털은 물론 해외 재계 실시간 검색어까지 휩쓸었다.딱 봐도 누군가 돈을 써서 띄운 기사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 리 없었다.기사 내용도 터무니없이 자극적이었다. 김태하가 M국에서 갑자기 쓰러져 위독한 상태이며 생사조차 불분명하고, 미래 그룹은 수장 공백에 빠져 해원시 재계에 큰 파장이 일 것이라는 식이었다.강지현은 보자마자 가짜 뉴스라고 생각했다.어제 김태하와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멀쩡하던 사람이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위독해질 리 없었다.게다가 그녀가 떠난 뒤에도 두 사람은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다.돌아가는 길에 김태하가 잠깐 연락이 끊긴 적은 있었지만, 그 뒤로는 다시 잠들 때까지 대화를 나눴고 서로 잘 자라는 인사까지 했다.강지현은 망설일 것도 없이 곧장 김태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을 들으며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외출 준비를 했다.기사가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정말 김태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라면...아니, 그런 생각은 하면 안 됐다.통화 연결음이 길어질수록 강지현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 끊기기 직전, 마침내 수화기 너머로 김태하의 목소리가 들렸다.“지현아.”조금 힘이 빠진 목소리지만 크게 이상하진 않았다.“괜찮아? 뉴스에서...”“가짜 뉴스야. 걱정하지 마. 나 괜찮아.”그 한마디에 강지현은 겨우 숨을 돌렸다. 안도감이 밀려오자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했다.“놀랐잖아.”“언론들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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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그 여자는 네가 이러면 급히 나를 찾아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 네가 지금 나를 찾아오면 주호석 쪽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어지고.”김태하는 늘 강지현과 같은 생각을 했다. 아니, 때로는 그녀보다 몇 수 앞서 있었다.강지현은 주호석과 어떤 약속을 했는지 김태하에게 말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김태하는 지금 상황만 보고 거의 모든 것을 짐작해 냈다.역시 김태하에게는 아무것도 숨길 수 없었다.“이제 말해 줄 수 있어? 대체 무슨 일이야?”김태하가 낮은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정말 곤란한 일이 아니었다면 강지현이 자신에게 숨겼을 리 없었다. 그리고 그건, 강지현이 숨기고 있는 일이 자신과도 관련되어 있다는 뜻이었다.뉴스를 처음 봤을 때 김태하는 가장 먼저 강지현을 떠올렸다. 아마 그녀도 자신과 같은 마음이었을 터였다.“태하 네 아버지랑 우리 아빠 일이야. 아직 확실히 밝혀진 건 없어서 전부 추측일 뿐이지만.”강지현은 자세히 말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더 숨기면 김태하의 마음이 더 복잡해질 것이다.그 말을 들은 김태하가 문득 침묵했다. 수화기 너머로 무거운 숨소리만 들려오자 강지현은 다시 가슴이 조여 왔다.“네 아버지의 죽음, 자연사가 아니었던 거야?”김태하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알아차린 듯했다.강지현은 입을 달싹였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 짧은 침묵만으로도 김태하는 자신의 짐작이 맞았음을 확신했다.지금 두 집안의 관계는 사소한 일 하나로 흔들릴 만큼 가볍지 않았다. 그런데 그 관계를 뒤흔들 수 있을 만큼 큰일이고, 거기에 주승호까지 얽혀 있다면 답은 하나뿐이었다.주승호는 김태하의 생명의 은인이었다.그런데 만약 자신의 아버지가 주승호의 죽음과 관련되어 있다면, 그는 앞으로 강지현을 어떻게 마주해야 한단 말인가.“태하야, 어른들 세대의 일에 우리가 끼어들 수는 없어. 아직 전부 밝혀진 것도 아닌데 너나 나나 섣불리 단정하면 안 돼. 게다가 지금 누군가 나를 노리고 있고, 너는 거기에 휘말린 거야. 세상에 이렇게까지 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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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그냥 감기 기운이 좀 있어. 어제 네가 돌아간 뒤에 약 먹고 잠깐 쉬었는데, 최 비서가 괜히 호들갑 떨어서 현지 의사들까지 잔뜩 불렀어. 방금 전에는 할머니한테도 전화가 왔고.”김태하는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했다.그가 늘어놓는 말은 하나같이 그럴듯했다. 하지만 강지현의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이만 끊을게. 나한테도 연락이 쏟아질 테니까 처리해야 해.”강지현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김태하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김태하가 이렇게 먼저 전화를 끊은 건 처음이었다. 강지현은 더 불안해졌다.그녀는 곧장 짐을 챙겨 방을 나섰다.배아름은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도 뉴스를 봤는지 한참 전부터 강지현의 방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강지현의 앞을 막아섰다.“지현 씨, 지금은 나가시면 안 됩니다.”“비켜요.”“회장님께서 분명 지현 씨가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고 계실 겁니다. 지금 김 대표님을 찾아가시면, 상대가 바라는 대로 움직여 주는 꼴이 됩니다.”배아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배아름은 강지현과 엄경미 사이의 일에 관심 없었다. 하지만 주호석 곁에 오래 있었던 만큼, 이들 사이에 어떤 속셈이 오가는지 모를 리 없었다.어젯밤 강지현이 자신을 끌어들이려 한 것도 결국 주씨 가문 안에서 도와줄 사람을 하나라도 만들기 위해서였을 것이다.강지현은 겉으로 보기엔 귀하게 자란 재벌가 아가씨 같았지만, 실상은 배아름과 다를 바 없었다. 이 집 안에서 두 사람 모두 기댈 곳 하나 없는 처지였다.배아름이 보기에도 강지현은 엄경미보다 훨씬 곧은 사람이었다. 다만 엄경미처럼 독하게 밀어붙이는 힘은 없었다.이런 상황에서 사사로운 정에 휘둘리기 시작하면 결국 처참하게 질 수밖에 없었다.“지금은 그런 것까지 생각할 여유 없어요. 나는 그 사람이 정말 괜찮은지 직접 확인해야겠어요.”강지현은 배아름이 단순히 자신을 감시하려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고마웠다.하지만 지금만큼은 뜻을 굽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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