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그는 아버지였던 시절이 참 행복했다. 그리고 이제 강지현의 할아버지가 된 지금도 그때와 다르지 않았다.강지현이 순순히 말을 들어 주기만 한다면, 그는 엄하고 매서운 주씨 가문의 가주가 아니라 손녀만 끔찍이 아끼는 할아버지가 될 마음도 있었다....강지현이 방으로 돌아오자 배아름 일행은 가져온 짐을 정리해 주고 물러나려 했다.그런데 배아름은 강지현이 화장대 앞에 앉아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모습을 보고도 선뜻 발길을 떼지 못했다.“왜요, 배아름 씨? 아까부터 뭔가 말하고 싶은 얼굴이던데, 저한테 할 말 있어요?”강지현이 불쑥 말을 꺼내자 배아름은 흠칫 놀라 얼른 눈을 내리깔았다.“아닙니다. 그냥... 혹시 더 도와드릴 일이 있는지 보려고 했습니다.”“사실은 묻고 싶은 게 있어요.”강지현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몸을 돌려 배아름을 바라보았다.배아름은 방에 들어올 때부터 내내 낙담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강지현은 며칠 전부터 배아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주호석이 자신과 지나치게 가까운 모습을 보일 때마다 배아름은 어딘가 질투하는 듯했고, 지현우와 함께 있을 때도 묘하게 기분이 가라앉아 보였다.“배아름 씨는 할아버지를 좋아하는 거예요, 아니면 지현우를 좋아하는 거예요?”“...”강지현의 말에 배아름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몇 초 동안 머릿속이 새하얘진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회장님은 제 고용주이시고, 지현우 씨는... 지현우 씨가 저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요?”하지만 배아름은 당황한 기색을 조금도 숨기지 못했다.강지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배아름에게 다가갔다. 배아름은 황급히 뒤로 물러섰고 저도 모르게 고개까지 숙였다.“내가 한번 맞혀 볼까요? 할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배아름 씨를 곁에 두고 키운 거죠? 혹시 내가 와서 배아름 씨 자리를 빼앗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그럴 리가...”배아름이 급히 부인하려 했지만 강지현은 기회를 주지 않고 말을 이었다.“지현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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