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배호창은 그동안 용기를 내지 못했을 뿐이었다. 어머니 정부자가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번 배호창이 돌아왔을 때 정부자가 어느 정도 받아들였고, 손자 찬하도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그래서 이번에야 용기를 내서 완전히 돌아온 것이었다.이번 귀국이 잘된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배호창은 강혜원과 이혼하길 바랐다. 두 사람은 지금껏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지 못한 상태였고, 명목상으로는 여전히 진짜 부부였으니까.이 오랜 시간을 배호창과 한애정이 해외에서 함께 지내 왔지만, 정작 내세울 수 있는 명분은 전혀 없었다. 두 사람 역시 이 나라 사람인 만큼, 부부라는 명분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여기며 살아온 이들이었다.그래서 이번 귀국길에 배호창과 한애정은 정부자와 이 문제를 매듭짓고자 했다. 아울러 정부자가 진심으로 아내를 받아들여 주기를 바랐다. 어쨌든 한애정은 이제 찬하의 어머니이기도 하니까.하지만 돌아오자마자 이런 일과 맞닥뜨릴 줄은 몰랐다. 게다가 자신의 아들이 회사를 넘겨받는 걸 거부하는 것도 한애정에게는 뜻밖이었다. 한애정은 예전부터 아들을 야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여겼는데,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는 걸 이렇게 스스로 남에게 양보하겠다고 할 줄은 몰랐다.그래도 한애정은 언제나 아들 편이었다. 아들이 영리한 사람이니까, 모든 결정에도 분명 아들 나름의 생각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엄마, 어른들 일에 제가 끼어들 생각은 없어요. 손댈 생각도 없고요. 하지만 제 생각도 존중해 주셨으면 합니다.”“제가 이렇게 하는 것도 사실은 우리 가족을 위해서입니다. 애초에 저한텐 회사를 맡을 능력도 없습니다.”“무엇보다 회사는 지금이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럴 때 제가 회사를 맡는다면, 제가 그 프로젝트들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찬하는 뭐든지 회사를 위한 마음이었다. 요즘 할머니와 지내는 시간도 무척 좋았다. 그리고 정부자는 참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고, 준모 역시 아주 빈틈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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