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Chapter 181 - Chapter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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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화

소설아의 한마디에 소명준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멍해졌다. 소명준은 마치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 넋이 나가 버렸다.“지, 지금 무어라 했느냐?!”소설아는 차분하게 말을 되풀이했다. “부인께서 후작님께 보내신 탕에 대를 끊는 약이 들어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후작님께서 세자 저하를 끔찍이 아끼신 나머지, 부인께서 보내온 탕을 저하께도 자주 나누어 주셨지요. 세자 저하 역시 적잖이 드셨을 터입니다.”소명준은 눈앞이 캄캄해지며 그만 기절할 뻔했다.“말도 안 돼… 그럴 리 없다!!!”입으로는 현실을 부정했지만, 이성은 소설아의 말이 추호의 거짓도 없는 사실임을 또렷이 알려주고 있었다.그가 열세 살이 되던 해부터, 아버지는 이따금 그에게 탕을 보내주곤 하셨다. 귀한 약재를 듬뿍 넣어 몸에 아주 좋은 보약이라면서 말이다. 그 역시 맛이 나쁘지 않아 매번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마셨다. ‘전생에 내가 자식을 하나도 보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구나.’당씨가 사방팔방으로 용한 의원을 찾아다니며 약을 지어 먹어도 아이가 생기지 않자, 그는 그저 그녀에게 자식 복이 없는 줄로만 알았다. 이후 당씨는 그에게 첩실들을 들여주었음에도 그 누구도 회임하지 못했다. 그때는 그저 질투심에 눈이 먼 당씨가 후사를 끊으려 뒤에서 몰래 수작을 부리는 줄만 알았다.그런데 정작 문제는 자기 자신에게 있었던 것이다.소명준은 온몸이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 것 같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이리저리 궁리하던 그였으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당장이라도 어머니를 때려죽이고 싶은 충동이 치밀었다.‘어쩌다 이토록 어리석으실 수 있단 말인가! 그런 독한 짓을 벌여 놓고도 나까지 위험에 빠뜨리시다니!’소명준은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 속으로 추락하는 듯, 가슴이 옥죄어와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소명주가 그의 손을 맞잡았다. “큰 오라버니, 오라버니는 그리 심각하지 않으실 거예요. 아직 젊으시니 분명 고칠 방도가 있을 겁니다.”소명준은 소명주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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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소명주는 당황한 듯 눈동자가 흔들렸다. 온몸의 신경이 팽팽하게 곤두서는 듯했다.모든 일이 완벽하다고 믿었는데, 대체 어떻게, 또 언제 들통난 것일까.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붙잡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큰 오라버니의 마음부터 돌려야 했다.소명주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지더니, 바람에 흔들리는 낙엽처럼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큰 오라버니, 저…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모두 어머니께서 시키신 일이었어요…”문득 그녀는 민씨가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민씨만 사라진다면 모든 일은 증거 없는 소문으로 묻힐 테니까.“원래는 큰 오라버니께 몰래 알려드리려고 했어요. 하지만… 하지만 어머니께서 워낙 감시가 심하셔서…”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맑은 눈물을 연달아 흘렸다.“큰 오라버니, 어머니를 너무 원망하지는 마세요. 어머니도 다 오라버니를 위해 그러신 거예요. 어머니 말씀으로는 내년에 오라버니께서 과거에 급제하시면 앞날이 창창한데, 벌써부터 서장자가 버티고 있으면 어느 명문가 규수가 선뜻 후부로 시집오겠냐고 하셨어요.”“게다가 어머니께서는 또…”소명준이 미간을 찌푸렸다.“어머니가 또 무어라 하시더냐?”소명주는 큰 결심이라도 한 듯 어렵게 입을 열었다.“월 이낭은 아무래도 기방 출신이지 않습니까. 어머니께서는 혹시 그 아이가 큰 오라버니의 핏줄이 아닐 수도 있다고 의심하셨답니다.”소명준의 안색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무슨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는 게냐! 현이는 기예만 팔 뿐 몸은 팔지 않은 정조 있는 여인이다! 수많은 황가 사람들이 거금을 쏟아부으며 환심을 사려 했지만, 현이는 오직 나만을 연모했고 내게만 몸을 허락했다!”가슴 한구석의 찔림을 애써 감추려는 탓인지, 그의 목소리는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거의 포효에 가까운 외침이었다.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매를 맞은 둔부의 상처가 사정없이 욱신거렸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목청을 높였다.소명주는 곧장 그의 품에 매달렸다.“저도 월 이낭께서 큰 오라버니를 얼마나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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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소명준은 울부짖는 민씨의 모습을 보며 문득 낯선 기분이 들었다.그는 한 차례 회귀한 몸이었기에, 둘째 동생이 상처를 회복한 뒤 금오위에 들어가 결국 삼품 대장군에 봉해지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그런데 어머니는 대체 그것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설마 어머니 역시 회귀한 것인가?!’만약 어머니마저 회귀한 것이라면, 그녀는 자신이 제 대를 두 번의 생에 걸쳐 망가뜨렸다는 사실을 똑똑히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런데도 보완할 방도를 강구하기는커녕, 도리어 제 눈앞에서 둘째가 자신을 대신해 후작 자리를 이어받을 가능성을 논한단 말인가?이것이 진정 자식을 둔 어머니가 할 짓이란 말인가?!소명준은 슬픈 마음이 들었으나, 그 슬픔은 채 가시기도 전에 서서히 서슬 퍼런 독기로 변해갔다.남들은 모두 어머니가 적장자인 자신을 가장 편애한다고 말했지만, 정작 그는 어머니가 둘째를 더 아낀다는 사실을 남몰래 느끼고 있었다. 둘째는 입이 달콤하여 어릴 때부터 어른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자신이 처음 글을 깨칠 때는 바깥에서 훈장을 초빙해 배웠으나, 둘째가 글을 배울 때는 민씨가 품에 안고서 한 획 한 획 손수 가르치지 않았던가.결코 깨어지지 않을 것 같던 모자간의 정이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소명준은 어머니뿐만 아니라 둘째 동생까지 가슴 깊이 증오하게 되었다.소씨 가문 가주는 엄숙한 표정으로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찌 되었든 가장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만약 세자와 명천이 둘 다 회복하지 못한다면, 후사를 이을 자식 문제는 하루빨리 서둘러야 할 것이다. 네 큰 형에게도 아들이 셋이나 있고, 그 아이들은 이미 장성하였다. 만약 양자를 들여야 한다면 문중에서는 그 아이들을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이다.”위원후는 더는 이 화제를 이어가고 싶지 않은 듯 말을 잘랐다. “우선 민씨를 어찌 할지 논의하는 게 좋겠습니다.”민씨의 두 오라버니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에 소씨 가문 사람들도 감히 과하게 굴지는 못했다. 문중의 어르신들이 잠시 상의를 거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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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민씨의 큰 오라버니는 다시 소명주를 바라보았다.“명주야, 어떻게든 네 어머니에게 은자를 좀 보낼 방법을 찾아보거라. 가장 좋은 건 사당에 사람을 두어 명 보내 시중을 들게 하는 것이다. 네 어머니는 평생 고생이라는 걸 모르고 산 사람이니, 시중 들 사람들을 보내주면 큰 힘이 될 게다.”소명주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큰 외숙부님, 저도 마음 같아선 어머니를 대신해서 벌을 받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창 민감한 시기지 않습니까. 이렇게 급하게 어머니께 물자를 보냈다가 가문 어르신들의 눈 밖에 나게 된다면, 어머니의 벌이 더 무거워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겉으로는 민씨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매사에 핑계를 대며 발을 빼고 있었다.민씨의 큰 오라버니는 화가 나서 그만 탁자를 쾅 내리쳤다.“이러쿵저러쿵해도 결국 너희들 모두 상관하기 싫다는 거 아니냐?!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희 어머니란 말이다!”소명주가 나긋나긋하게 대답했다.“큰 외숙부님께서 오해하신 겁니다. 당연히 저희가 어머니를 챙겨야죠. 제 말은, 세간의 관심이 잦아들 무렵 다시 어머니를 보살펴 드리자는 뜻이었습니다.”소명주에게는 속으로 자기만의 셈법이 있었다. 민씨는 이미 권력을 잃었으니, 그녀는 아버지의 총애와 큰 오라버니의 편애마저 잃을 수는 없었다.비록 어머니가 자신에게 잘해주기는 했지만, 이럴 때일수록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아야 했다.민씨의 큰 오라버니는 분통이 터져 발을 굴렀다.“이 배은망덕한 것들!”민씨가 낳은 친자식들은 감히 큰 외숙부와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시선을 피하며 저마다 바쁜 척을 했다.그때, 소설아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큰 외숙부님, 사당으로 사람들을 들여보낼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민씨의 큰 오라버니는 멈칫하더니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설아가 효녀구나.”여동생이 가장 미워하던 이가 바로 설아였건만,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 가장 먼저 나선 것은 이 수양딸뿐이라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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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소설아는 천천히 민씨 앞으로 다가갔다.민씨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채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몸에 걸쳤던 화려한 비단옷은 어느새 거친 삼베옷으로 바뀌어 있었고, 머리카락은 꾀죄죄하게 헝클어진 상태였다. 비녀와 장신구는 물론 목걸이와 옥팔찌까지 모두 빼앗긴 채, 손목에는 염주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사당에 들어온 뒤로는 곁에서 시중드는 사람 하나 둘 수 없었기에, 매일 손수 밥을 짓는 것은 물론 온갖 허드렛일까지 직접 해야 했다. 게다가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며 괴롭히는 사람들까지 적지 않았다.사람 마음이란 참으로 간사한 법이었다. 한 번 권세를 잃고 나면 주변 사람들의 태도마저 냉혹하게 돌변하기 마련이었다.앞으로 십 년 동안 민씨가 과연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듣자 하니 어떤 이는 사당에 들어온 지 채 일 년도 되지 않아 끝내 미쳐버렸다고 했다.“부인, 제가 왔습니다.”소설아의 목소리를 들은 민씨는 흥분한 기색으로 벌떡 몸을 일으켰다.“명주는? 명준이는? 어찌 다들 나를 보러 오지 않는 것이냐?”소설아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차분히 대답했다.“두 분 모두 이미 후부로 돌아가셨습니다.”민씨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벌써 돌아갔단 말이냐? 나에게 보낼 사람이며 물건에 대해서는 의논하고 간 것이냐? 이곳은 습하고 지저분한 데다 벌레까지 들끓어 단 한순간도 더 있고 싶지 않구나. 가서 명준이에게 전하거라. 어서 나를 여기서 꺼낼 방법을 찾으라고!”그녀는 아직도 자신이 권세 높은 후작 부인인 양, 예전처럼 소설아에게 명령을 내리려 했다.소설아는 한 걸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세자 저하께서 전하신 말씀입니다. 부인께서는 다른 생각은 접어두시고 마음 편히 사당에 머무르며 소씨 가문의 자손들을 위해 복을 빌라고 하셨습니다.”“그럴 리 없다! 명준이는 그런 아이가 아니다!”곱고 귀하게만 살아온 민씨는 이제 몰골이 초췌하기 이를 데 없었고, 목소리마저 거칠게 갈라져 있었다.“명천이는? 명주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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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장옷을 벗고, 고개를 들어라.”홍연은 천천히 장옷을 벗어 던진 뒤 고개를 들고 정면을 바라보았다.입꼬리가 비뚜름하게 올라가자 얼굴을 가로지르는 흉터가 더욱 흉측하게 일그러졌다.“부인, 홍연입니다.”민씨는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너, 너…”분명 죽은 아이가 아니었던가.홍연의 눈빛 깊은 곳으로 음산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부인, 절 잊으셨습니까? 저는 오 어멈의 딸 홍연입니다. 제 어머니도 충직한 종이었고, 저희 일가 역시 대대로 충성을 바쳐온 종들이었습니다.”홍연의 집안은 대대로 민씨 가문에서 종살이를 해온 집안이었다. 민씨가 시집올 때 함께 후부로 따라왔고, 오 어멈은 그녀의 깊은 신임을 받으며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중들던 어멈이었다.충성심만 놓고 보자면 그들 일가를 따를 사람이 드물 정도였다.하지만 아무리 충직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쓸모가 다하는 순간 가차 없이 버려지는 운명은 달라지지 않았다.민씨는 겁에 질린 채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가까이 오지 마라! 나, 난 네가 필요 없다! 소설아, 당장 저 아이를 데리고 나가거라!”소설아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부인, 이 아이는 명주가 심혈을 기울여 찾아 보낸 사람입니다. 부인께서 마다하신다면 명주의 정성을 저버리는 셈이 되지 않겠습니까?”민씨는 품속에서 소명주의 편지를 꺼내더니 그대로 구겨 바닥에 내던지고 발로 짓밟았다.“썩 물러가라! 필요 없다니까!”소설아가 홍연을 향해 가볍게 시선을 보내자, 홍연은 바닥에 떨어진 편지를 주워 들고 천천히 민씨에게 다가갔다.“부인, 무엇이 그리 두려우십니까? 저는 충심을 다해 반드시 부인을 잘 모실 것입니다.”벼랑에서 떨어진 뒤 그녀의 목소리는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마치 거친 사포로 긁어낸 듯 쉰 소리가 목구멍을 타고 흘러나왔다.민씨의 귀에는 그 목소리가 마치 저승에서 찾아온 악귀의 속삭임처럼 들렸다.소설아는 홍연이 건네준 편지를 받아 구겨진 종이를 정성껏 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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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하하하하하!”홍연은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리며 문을 힘껏 걸어 잠궜다.“부인, 저희 일가족이 벼랑 아래로 떨어지던 순간 제 마음이 얼마나 원통했는지 아십니까? 가엾은 제 아들은 고작 네 살밖에 되지 않은, 세상 물정도 모르는 아이였습니다. 별장으로 향하는 소달구지에 앉아서도 천진난만하게 저를 위로했지요…”“저더러 별장은 정말 재미있는 곳이라고, 별장이 너무 좋다고… 걱정하지 말고 웃으라고 했었지요. 심지어 앞으로는 꼭 더 잘살 수 있을 거라며 절 다독이던 아이였답니다. 집안의 은자는 모조리 부인께 빼앗겼지만, 그래도 사람만 살아 있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부인께서 이토록 모질게 저희 일가족을 모조리 죽이려 드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홍연은 한참을 웃다가 이내 두 줄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일그러진 얼굴 위를 타고 흐르는 눈물은 슬픔보다 기괴함을 더 짙게 만들 뿐이었다.그녀는 손등으로 눈물을 훔쳐낸 뒤 서늘한 눈빛으로 민씨를 똑바로 바라보았다.“다행히도 하늘이 제 목숨만큼은 거두지 않으셨고, 이렇게 다시 부인을 모실 기회까지 주셨네요. 부인께서는 평소 부처님을 굳게 믿으셨지요. 그렇다면 직접 말씀해 보십시오. 이런 걸 두고 인과응보라고 하는 것 아닙니까? 안타깝게도 이제 저는 혈혈단신이 되었습니다. 저희 일가족은 모두 부인께 충성을 다한 사람들이었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비록 저 혼자만 살아남았을지라도 제 본분을 다해 성심성의껏 부인을 모시겠습니다.”희미한 촛불이 홍연의 일그러진 얼굴을 비추자 그 모습은 더욱 섬뜩해 보였다.민씨는 잔뜩 겁에 질린 채 몸을 움츠리며 뒤로 물러섰다.“홍연, 네가 정녕 미친 것이냐?”문 앞까지 뒷걸음질 친 그녀는 황급히 문을 열려 했지만, 바깥에서 이미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민씨는 다급하게 문을 쾅쾅 두드렸다.“사람 없느냐! 여기 미친년이 있다! 당장 이 미치광이를 끌어내라! 사람을 죽이려고 한다! 소설아! 당장 돌아오너라!”홍연은 커다란 맹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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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미인지’라는 말을 듣는 순간, 민씨는 속이 뒤집히는 듯한 구역질을 느꼈다.비록 후부에서는 그런 형벌을 본 적이 없었지만, 소문으로는 여러 차례 들어본 적이 있었다.죄인에게 입으로 오물을 치우게 만드는, 차마 입에 담기조차 끔찍한 형벌이었다.“뭘 그렇게 멍하니 서 있느냐? 어서 물부터 길어 오지 않고! 한 달이나 발을 못 씻었더니 가려워 죽겠구나!”민씨는 목이 꽉 막힌 듯 숨조차 제대로 쉬기 어려웠다. 평생 겪어본 적 없는 억울함과 치욕이 한꺼번에 밀려왔고, 가슴은 무거운 바위에 짓눌린 것처럼 답답했다.그녀는 몸을 덜덜 떨며 일어나 대야를 들고 우물가로 향했다.태어나 이런 험한 일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그녀는 한참을 낑낑댄 끝에야 겨우 대야 반쯤 물을 길어 올릴 수 있었다.물을 길은 뒤에는 다시 불을 지펴 끓여야 했다. 겨우 물을 데우고 나니 또 한참의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밧줄에 쓸려 붉게 벗겨진 손바닥을 내려다본 민씨는 끝내 참지 못하고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반면 홍연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감독관처럼 곁을 지켰다.문가에 기대선 그녀는 비참한 몰골로 고생하는 민씨를 내려다보며 비웃듯 입을 열었다.“부인, 벌써부터 견디기 힘드십니까? 저는 제 가족의 시신이 눈앞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때 제가 느낀 고통은 부인께서 지금 겪는 것보다 백 배, 천 배는 더 컸습니다. 너무 억울한 나머지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지요.”민씨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황급히 변명했다.“홍연아, 네 가족을 해친 건 방 어멈이다! 나는 분명 너희를 잘 보살피라고 했는데, 방 어멈이 제멋대로 일을 벌인 것이야! 게다가 네 어미를 죽인 건 소설아다. 네 어미가 소설아에게 벌을 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죽지 않았느냐! 홍연아, 원수를 갚으려거든 진짜 원수를 찾아가야지. 그 일은 나와 아무 상관이 없다!”홍연은 냉담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부인, 변명은 그만하시고 서두르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왕 관사님은 저보다 성미가 훨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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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꿈속의 기억은 너무도 선명했다. 사소한 부분 하나까지 생생하게 되살아나, 마치 전생을 다시 살아본 것만 같았다.전생에 누렸던 권세와 영광을 떠올리자 소명천의 가슴은 거세게 들썩였고, 숨마저 가빠졌다.다리만 완치되면 금오위에 들어갈 수 있고, 훗날 대장군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다니!“어서! 당장 소설아를 내 앞으로 불러와라! 지금 당장!”어린 하녀는 그의 성화에 쫓기듯 정신없이 달려가 사람을 불렀다.소설아는 아직 잠자리에서 막 일어나려던 참이었는데, 소명천이 보낸 하녀 때문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둘째 도련님께서 갑자기 나를 왜 찾으신다는 것이냐?”소설아는 느긋하게 아침상을 받으며 물었다.오늘 아침상에는 삼계탕과 새우 요리, 그리고 닭고기를 곁들인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입맛을 돋우면서도 더위를 식혀주기에 제격인 음식들이었다.“둘째 도련님께서는 눈을 뜨시자마자 큰 아가씨를 모셔 오라고만 하셨습니다. 무슨 일 때문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하녀는 속으로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최근 들어 큰 아가씨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듯했다. 예전 같았으면 둘째 도련님이 감기 기운만 보여도 안절부절못했을 텐데, 이번에는 이렇게 크게 다쳤는데도 마치 남의 일인 양 태연하기만 했다.소설아는 아침 식사를 끝내고 차분히 입을 헹군 뒤에야 서두르지 않고 하녀를 따라 소명천의 처소로 향했다.소명천은 다친 뒤 줄곧 기운 없이 누워 있었지만, 소설아를 보자마자 침상에서 벌떡 일어날 기세로 외쳤다.“소설아! 당장 의원을 새로 모셔 오거라!”소설아는 미소를 지으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예, 알겠습니다.”그녀는 곧장 거리로 나가 떠돌이 의원 하나를 찾아 데려왔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하녀가 다시 의란거를 찾아왔다.“큰 아가씨, 둘째 도련님께서 새로 오신 의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다시 와 달라고 하십니다.”소설아는 말없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그녀를 보자마자 소명천은 불같이 화를 냈다.“소설아! 너 바보냐? 어디서 저런 돌팔이를 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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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이번 생에는 대체 왜 저러는 걸까?’정말 귀신에라도 홀린 것일까.차라리 아까 그 굿판이나 벌이던 돌팔이 의원을 그냥 남겨둘 걸 그랬다. 그랬다면 소설아에게 굿이라도 한판 해보라 시킬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결국 소명천은 비장의 수를 꺼내 들었다.“소설아, 계속 그렇게 고집만 부리며 내 호의를 무시한다면 앞으로는 명주에게만 잘해줄 것이다!”소설아는 그를 담담히 한번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둘째 도련님, 도련님의 호의는 제게 조금의 가치도 없습니다.”*장공주부에서 다시 한번 화연이 열리게 되었다.이번 연회는 서 군왕의 처를 간택하는 자리인 동시에, 구황자의 처를 고르는 자리이기도 했다.황제는 본래 서경수에게 직접 혼인을 하사할 생각이었으나, 장공주가 이를 만류했다.“폐하, 저는 경수가 스스로 제 배필을 고르기를 바랍니다. 굳이 명문가 규수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그저 아이의 마음에 드는 여인이면 충분합니다.”황제가 친히 하사하는 혼인이라면 상대는 필시 내로라하는 명문가의 규수일 터였다.하지만 서씨 가문의 권세와 영광은 이미 더할 나위 없는 정점에 올라 있었다. 장공주가 오랜 세월 황제의 총애를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달이 차면 기울고 꽃이 만개하면 시든다는 이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황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다면 아홉째의 배필도 함께 살펴보거라. 이제 혼인을 생각할 나이도 되었고 성정 또한 다소 들떠 있으니, 차분한 여인을 만나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는 편이 좋겠구나.”장공주가 이를 승낙하면서 화연 준비는 다시 분주하게 시작되었다.장공주가 추영우의 처를 직접 고른다는 소식은 곧장 용비에게도 전해졌고, 용비는 그날로 추영우를 불러들였다.“영우야, 장공주가 네 배필을 골라준다더구나?”용비는 눈부실 만큼 아름다운 여인이었다.비록 서른을 넘긴 나이였지만 세월은 그녀의 얼굴에 별다른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입가에 머금은 천진한 미소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어린 소녀를 떠올리게 할 만큼 맑고 순수했다. 수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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