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Bab 271 - Bab 280

340 Bab

제271화

소명주는 밤새 잠을 설쳤다.낮에는 장공주부에서 망신을 당하고, 돌아와서는 위원후에게 호되게 꾸지람까지 들었기 때문이었다.‘나는 이미 한 번 인생을 살아본 회귀자인데, 왜 소설아 그 년이랑 엮이기만 하면 매번 이 모양 이 꼴로 당해야 하는 거지?!’억울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위원후의 말이 떠오를 때마다 소명주는 마음이 어지러워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였다.만약 원태준이 자신을 부인으로 맞아들이지 않는다면, 아버지는 정말로 먼 시골 구석으로 자신을 유배 보내듯 시집보내 버릴지도 몰랐다.전생의 기억대로라면 원씨 가문은 조만간 멸문지화를 당해 가산이 몰수될 터였다.하지만 그 불행도 잠시,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원씨 가문은 누명을 벗고 복권(復權:한 번 상실한 권세를 다시 찾음)될 예정이었다.그러니 원씨 가문이 몰락해 가장 힘들 때 원태준에게 다가가 환심을 사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원태준의 확답을 받아낸 뒤, 원씨 가문이 복권되자마자 당당히 그 가문에 들어가면 되는 그림이었다. 원태준은 어디까지나 차선책일 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손에 넣을 수 있는 남자였다.원씨 가문 일은 일단 뒤로 미뤄두더라도, 채여진만큼은 반드시 구황자비 자리를 차지해야 했다. 전생의 구황자 추영우는 죽을 때까지 혼인하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채여진의 결말은 어땠더라…?도무지 채여진의 결말이 떠오르지 않던 소명주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전생의 기억을 지닌 둘째 오라버니 소명천을 찾아갔다.“둘째 오라버니, 혹시 채여진에 대해 아시는 게 있나요?”“호부시랑 댁 규수를 말하는 거냐?”전생을 기억하는 소명천에게도 채여진은 제법 인상 깊은 인물이었다.“듣기로는 양비 마마께서 채 낭자와 구황자 전하를 이어주려 하셨고, 용비 마마 역시 만족스러워하셨다지. 그런데 채 낭자가 양비 마마를 뵈러 입궁했다가 실수로 호수에 빠지는 일이 있었다. 마침 내 동료인 영헌이 그녀를 물에서 건져냈고, 그 인연으로 채 낭자는 영헌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지.”금오위는 대부분 권세 있는 집안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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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문득 양비의 온화한 목소리가 정적을 깨고 울려 퍼졌다.“현석아, 영우와 무슨 귓속말을 그리 소곤소곤 나누느냐?”양비는 유독 유순하고 가냘픈 미색의 소유자였다. 이목구비마다 온화함이 은은하게 배어 있었고, 가늘고 고운 목소리는 마치 놀란 아기 토끼를 연상케 했다. 비록 후궁들 중에서 미모가 가장 뛰어난 편은 아니었으나, 사내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며 마음을 애틋하게 만드는 데에는 단연 으뜸이었다.채여진과 묘하게 닮은 분위기이기도 했다. 다만 양비의 부드러움은 타고난 듯 몸에 배어 있었으나, 채여진의 연약함에는 어딘지 모르게 의도적인 기색이 묻어났다.육황자 추현석이 능청스럽게 대꾸했다.“어마마마, 오늘 날씨가 하도 좋아 호수나 구경하러 갈까 하던 참이었습니다.”양비가 자애롭게 미소 지었다.“그거 참 좋은 생각이구나. 내 이따가 용비에게 넌지시 일러 연회상을 호숫가로 옮기게 하마.”한편, 입궁을 마친 채여진은 궁인의 안내에 따라 곧장 옥경호 쪽으로 향했다.“아가씨, 양비 마마와 용비 마마께서 이미 호숫가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옥경호’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채여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설마 정말로 소명주 그 계집애의 예언이 맞아떨어지는 건가?’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당분간은 발걸음 하나하나 극도로 조심해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궁인을 따라 옥경호 근처 정자에 들어선 채여진은 몸을 굽혀 예를 갖추었다.“소녀 채여진, 양비 마마와 용비 마마를 뵈옵니다. 두 마마께서 옥체 강녕하시고 해마다 평안하시기를 바라옵니다.”“어서 일어나거라. 한 식구나 다름없는 처지이니 그리 예의를 차리지 않아도 된다.”양비의 부드러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궁인들이 다가와 채여진을 조심스레 부축해 일으켰다.용비는 채여진에게서 단 한 순간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양비 언니의 조카딸이라 그런지, 과연 듣던 대로 영특하고 빼어난 처자입니다.”용비는 미소를 띠고 있어 겉보기에는 평소와 다름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 미소 뒤로는 차가운 기색이 은근히 비쳤다.긴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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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용비 마마, 저는 이제 더는 마시지 못하겠습니다.”은은하게 취기가 오른 채여진은 용비가 아무리 다정하게 권해도 완곡히 사양하며 잔을 밀어냈다.그러자 용비는 궁인을 시켜 따뜻한 과실차를 새로 내오게 했다.“술이 과하다면 차라도 들거라. 이 과실차가 새콤달콤하니 기름진 입안을 달래주고, 술기를 깨우는 데에도 아주 그만이란다.”거절했다가 괜히 용비의 심기를 건드릴까 노심초사하던 채여진은, 예상외로 소탈하고 친근한 그녀의 태도에 안도했다. 팽팽하게 긴장했던 마음이 서서히 풀어졌다.새로 올린 과실차는 과육의 은은한 단맛이 감돌아 목 넘김이 부드러웠다. 그렇게 차를 몇 잔 연거푸 들이켜던 채여진은, 문득 아랫배가 묵직하게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아차, 볼일이 급하구나.’당혹감이 밀려왔다. 이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입궁하기 전, 어머니는 실수를 줄이려면 궁에서 되도록 음식을 입에 대지 말라고 누누이 당부했었다. 무언가를 많이 먹었다가 행여 볼일이 급해지면 체통을 구기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첫 만남부터 용비 마마께 미움을 사는 건 아니겠지?’채여진의 안색이 순식간에 초조함으로 어두워졌다.용비는 눈치가 빨라 단번에 그녀가 난처해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여진아, 나는 네가 마치 친딸처럼 편안하구나. 마침 바람을 좀 쐬고 싶던 참이니 나를 부축해 밖으로 나가자꾸나.”“예, 용비 마마.”채여진은 얼른 용비의 팔을 조심스레 부축하며 정자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자리에 앉아 있던 추영우는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더니, 상 위에 놓인 과실주를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그의 차가운 눈동자에는 한 치의 동요도 비치지 않았다.한편 양비는 마치 다정한 모녀 같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그저 고요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윽고 궁인의 부축을 받아 평상에 몸을 기댄 채 잔잔한 호수 수면을 묵묵히 응시했다. 악사들의 거문고 선율이 다시금 아스라이 울려 퍼지며 정취를 더했다.정자에서 어느 정도 멀어지자, 용비가 먼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여진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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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순진하기만 한 여인은 진작에 뼈도 남지 않고 뜯어 먹혀, 찌꺼기조차 남지 않는 곳이 바로 이 구중궁궐이었다.채여진은 무심코 제 머리를 더듬어 보았다. 그러나 손끝에 닿는 것은 머리카락뿐, 구황자가 보내주었던 비녀는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뒤였다.이쯤 되자 이 모든 것이 음모라는 것을 그녀도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용비, 그 요망한 여우가 꾸민 계략이었다. 과실주와 과실차를 잇달아 먹인 것도, 그녀를 호수 한가운데로 데려간 것도 모두 술에 취해 실족한 것처럼 꾸미기 위한 수작이었다“고모님께서 구황자 전하를 이곳으로 불러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제가 직접 여쭙겠습니다. 구황자 전하의 첩이 된다고 해도 저는 상관없습니다!”양비는 서글프게 고개를 저었다.“소용없을 게야. 금오위 사내의 품에 안겨 물에서 건져진 순간부터, 너와 구황자의 인연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단다. 내가 사람을 시켜 알아보니, 너를 구한 금오위의 성이 영씨라 하더구나. 집안은 비록 넉넉지 않지만 사람됨은 괜찮다고 들었다. 무과 출신이라 장래도 나쁘지 않고, 네가 정실로 시집가면 곧바로 안주인 노릇을 할 수 있을 게야. 게다가 네 친정이 호부시랑가 아니더냐. 영씨 집안에서도 감히 며느리인 너를 함부로 대하지는 못할 게다.”상대의 성이 '영'씨라는 말에, 채여진은 등줄기를 타고 서늘한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덜컥 소명주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물고기 요괴, 영씨 성을 가진 물고기 요괴라니…!'설마 소명주가 정말 미래를 내다보는 기인이라도 된단 말인가? 그녀는 이제야 뼈저리게 후회했다. 처음부터 소명주의 경고를 새겨듣고 경계했더라면 이런 끔찍한 변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여진아, 일단 이 생강탕을 마시거라. 다 마시면 내 널 출궁할 수 있게 채비해 주마.”채여진이 양비의 팔을 덥석 부여잡았다.“고모님, 전 출궁하지 않겠습니다! 영씨 성을 가진 금오위에게 시집가는 건 죽어도 싫습니다!”소명주가 말하길 영씨 성을 가진 자는 자신을 해치려는 요괴라고 했다. 어쩌면 그 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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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시든 연잎 위로 빗소리가 조용히 떨어졌다. 정적 속에서 그 소리만이 유난히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소명풍은 이튿날 곧바로 낭야산으로 떠나야 했다. 어쩌면 해가 바뀌어도 돌아오지 못할지 몰랐다.이른 아침부터 온 가족이 성문 밖까지 나와 그를 배웅했다. 먼길 떠나는 자식을 걱정하는 어미의 마음이었을까. 큰어머니는 그에게 짐보따리를 대여섯 개나 챙겨 주었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먹을거리였다.소명풍은 짐보따리를 품에 안은 채 소명남에게 슬그머니 귓속말을 건넸다.“둘째 형님, 어제 설아 얼굴을 보니 후부에서 적잖이 시달린 모양입니다. 여인들은 본래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법이지 않습니까. 본인이 먼저 말하지 않는데 저희가 먼저 캐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걱정이 큽니다.”소명남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안 봐도 뻔한 일이지. 소명천 그 자식은 반신불수가 되고서도 감히 우리 설아를 괴롭혔다지 않느냐.”소명풍이 주먹을 꽉 쥐었다.“오늘 당장 떠나야 하는 것만 아니었어도, 당장 후부로 몰래 숨어 들어가 소명천 그 바보 같은 놈을 몽둥이로 때려죽였을 텐데!”소명남이 그를 마차 위로 밀어 올리며 달랬다.“그 일은 내게 맡겨 두거라. 기회만 닿으면 그 두 형제 놈들에게 단단히 쓴맛을 보여줄 테니!”“둘째 형님, 그럼 저는 먼저 떠나겠습니다. 큰형님은 글공부를 하셔야 하니 설아는 둘째 형님께 맡기겠습니다. 부디 설아를 잘 지켜주십시오. 제가 무사히 수련을 마치고 돌아오면, 그간 설아의 맺힌 원한을 죄다 갚아줄 겁니다!”그 모습을 보던 큰어머니가 가볍게 흘겨보며 타박했다.“너희들은 대체 무슨 말을 그리 속닥거리는 게냐?”소명풍은 씨익 웃더니 소설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설아야! 수련을 마치고 돌아오면 돈을 한가득 벌어, 세상에서 가장 고운 장신구를 사주마!”소설아는 옅게 미소 지었다.“낭야산에 가거든 부디 몸조심해. 괜히 입을 잘못 놀려 귀의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도 없도록 하고.”소명풍은 눈썹을 으쓱 치켜올리며 자신만만하게 웃었다.“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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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소명주 역시 머릿속에는 어떻게든 자신의 혼수를 마련할 궁리뿐이었다. 후부의 곳간이 바닥난 지금, 변변한 혼수를 준비하려면 결국 소설아의 돈에 기대는 수밖에 없었다.소명준은 진열대에 놓인 최고급 붓을 바라보며 눈을 번뜩였다.“우린 한집안 식구가 아니더냐. 피를 나눈 형제끼리 살다 보면 다투기도 하는 법이지.”그는 한껏 생색을 내며 턱을 치켜들었다.“비록 네가 내 앞길을 가로막아 좋은 스승을 모실 기회를 날려 버리긴 했지만, 내 실력이라면 과거 급제쯤은 식은 죽 먹기다. 그러니 이 일은 내가 직접 결단을 내리겠다.”잠시 뜸을 들인 소명준이 거만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오늘부로 지난 일은 전부 없던 일로 하겠다.”그는 턱을 치켜들며 생색을 냈다.“소설아, 내 특별히 너를 용서해 주마.”소설아는 어처구니가 없어 말문이 턱 막혔다.그 모습을 본 소명지는 꽃처럼 환하게 웃으며 얼른 맞장구를 쳤다.“설아 언니, 너무 기뻐서 말도 안 나오는 모양이네요? 그래도 더 좋은 소식이 있어요.”그녀는 생색을 잔뜩 내며 턱을 치켜들었다.“저도 언니를 용서해 주기로 했답니다!”그러고는 당연하다는 듯 뻔뻔하게 말을 이었다.“그러니 오늘 큰 오라버니랑 제 계산은 언니가 해주세요. 이따 연지 가게에도 들를 건데, 그쪽 계산도 사람을 보내 대신 치러 주시고요.”소명지는 손가락을 꼽으며 태연하게 덧붙였다.“아, 맞다. 요즘 가장 인기라는 향로도 잊으시면 안 돼요. 전 말리화 향으로 한 병, 또 다른 향도 종류별로 몇 병씩 챙겨 주세요. 선물할 곳이 좀 있거든요.”그녀는 소설아의 의사는 조금도 묻지 않은 채, 마치 당연한 일이라는 듯 제멋대로 요구를 쏟아냈다.그 말을 들은 소명준도 매우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마치 소설아에게 돈을 쓸 기회를 주는 것이 엄청난 은혜라도 베푸는 양, 태도는 시종일관 안하무인이었다.소설아는 기가 막혀 헛웃음만 흘렸다.이윽고 그녀가 담담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두 사람 다 머리가 다치셨나요?”잠시 말을 끊은 소설아가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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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소명준은 멀어지는 소설아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분을 참지 못하고 길길이 날뛰었다.“괘씸하기 짝이 없구나! 감히 나를 이토록 무시하다니!”그때 점주가 슬그머니 다가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세자 저하, 아까 고르신 최고급 붓과 먹은 어찌하시겠습니까?”“필요 없다!”소명준은 거칠게 소매를 떨치며 몸을 돌리려 했다.그러나 점주가 재빨리 앞으로 나서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소명준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비웃듯 말했다.“무슨 짓이냐? 고작 장사꾼 주제에 뭘 믿고 감히 이 세자의 앞길을 막아서는 것이냐?”점주는 방금 전 소설아가 했던 말을 그대로 흉내 내며 능청스럽게 웃었다.“대하의 법을 믿고 그러는 겁니다.”순간 주변에서 구경하던 사람들 사이로 와하하 웃음이 터져 나왔다.소명준이 얼굴을 붉히며 막 욕설을 퍼부으려는 찰나, 점주가 한발 먼저 입을 열었다.“아까 고르신 물건값은 모두 합해 오십 냥입니다. 아직 대금을 치르지 않으셨습니다.”“어느 집안 세자가 저렇게 속이 좁다 말인가. 제 누이 재산을 탐내는 것도 모자라, 물건을 사고 돈도 안 내고 가려 하다니. 쯧쯧.”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소명준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그는 씩씩거리며 품에서 은전을 꺼내 바닥에 휙 내던졌다.“옛다, 받아라! 나는 당당한 후부의 후계자이자 장차 조정의…”말끝을 흐리던 그는 이를 악물고 소매를 휘저었다.“에잇, 관두겠다! 너 같은 천 것들과는 말이 안 통하는구나! 명지야, 가자!”그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거리를 걷는 내내 소명준은 좀처럼 분을 삭이지 못했다.“소설아, 저 계집이 갈수록 기고만장해져서는 안하무인이 따로 없구나!”“그러니까요! 기껏 좋게 대해 줘도 고마운 줄은커녕 저렇게 방자하게 굴잖아요!”소명지도 씩씩거리며 맞장구를 쳤다.“큰 오라버니, 절대로 저 계집을 이대로 놔둬선 안 돼요! 그 은자는 반드시 토해 내게 해야 해요. 절대 혼자 독차지하게 둬선 안 된다고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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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명절까지는 아직도 한참 남았잖아요! 전 그때까지 저 계집애가 기고만장하게 설치는 꼴은 더는 못 보겠어요! 하필 아버지께서도 귀가 워낙 얇으시니…”소명지가 퉁명스럽게 투덜거렸다.얼굴이 피멍투성이가 되도록 얻어맞은 소명준 역시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이를 악물었다.“당장 저 콧대를 꺾어 버릴 방법이 있어야 할 텐데!”그때 소명주가 입꼬리를 슬며시 말아 올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그 기세를 단번에 꺾을 방법이라면, 제게 좋은 생각이 하나 있어요.”그 말에 소씨 가문 남매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쏠렸다.소명주는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소설아는 태준 오라버니만 바라보고 있잖아요. 만약 태준 오라버니가 저와 혼인하게 된다면, 그 계집애가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전생에 자신과 원태준이 혼인 이야기를 주고받던 무렵 소설아가 지었던 표정이 아직도 또렷이 기억났다.원망과 절망이 뒤섞인 채 무너져 내리던 그 얼굴. 그 모습을 떠올리자 소명주의 입가에는 저절로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꽉 막혀 있던 속이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이었다.소명지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하지만 언니, 그 계집애가 먼저 파혼하겠다고 하지 않았나요?”소명주가 콧방귀를 뀌었다.“겉으로만 센 척하는 것뿐이다. 태준 오라버니가 매달려 빌며 달래주기를 바라는 얄팍한 수작이지. 지난번에도 태준 오라버니가 축국하는 모습을 몰래 훔쳐보는 걸 우리가 똑똑히 보지 않았느냐?”소명천 역시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거들었다.“그래, 명주 말이 맞다. 소설아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늘어놓는 간교한 년이지!”소명지가 손뼉을 탁 쳤다.“잘됐네요! 제가 당장 원 부인께 초청장을 보내 후부로 모셔오겠어요. 우선 저 계집애 속부터 뒤집어 놓자고요.”본래 소설아와 원태준의 혼사는 후부의 노부인과 원씨 가문의 노부인이 직접 맺어 준 인연이었다.하지만 원 부인은 처음부터 이 혼처를 탐탁지 않아 했다. 게다가 얼마 전 소설아가 약혼 신물을 원씨 가문으로 돌려보내며 사실상 파혼을 선언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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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전생에 소명준과 소명천이 출세길에 오르며, 위원후부 전체는 탄탄대로를 걸었다. 소명주는 그 이름처럼 후부에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눈부신 여인이었고, 모두의 총애와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사람이었다. 원태준으로서는 소명주와 혼인하기만 하면 위원후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을 수 있는 셈이었다.원태준은 이리 말했다. “설아야, 넌 변했다. 갈수록 독해지고 있지 않느냐. 우리 원씨 가문에서는 너처럼 악독한 여인을 정실로 들일 수는 없다.”소설아가 차갑게 따져 물었다. “파혼이라도 하겠다는 뜻입니까?”“설아야, 군자의 약속은 천금과도 같은 법이다. 널 곁에 두겠다고 약속한 이상, 결코 널 버리는 일은 없을 거다.”원태준이 말한 것은 그저 곁에 두겠다는 뜻일 뿐, 정실로 맞아들이겠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그는 소명주를 아내로 맞고 싶어 하면서도 소설아를 놓치기는 아쉬워했다.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왔기에, 그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소설아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겼던 것이다. 소설아가 비록 살갑지 못해 후부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긴 했으나, 그 미모만큼은 지독하게 빼어났으니 말이다.원태준은 두 여인을 모두 제 사람으로 만들 생각이었다.“명주는 마음씨가 고우니 분명 너를 잘 대해 줄 거다. 넌 얌전히 뒷전에 물러나 성질을 죽이고 살면 된다. 네가 쥐고 있는 장부도 이참에 전부 넘기거라. 우리 원씨 가문에서 먹고사는 걱정만큼은 하지 않게 해 주마.”정실은 소명주에게 내주고, 소설아는 첩으로 들이는 것도 모자라 그녀의 재산까지 가로챌 속셈이었다.“성질만 조금 누그러뜨리면 나도 널 아껴 주마. 설아야, 너도 알지 않느냐. 난 다정하고 온순한 여인이 좋다. 넌 기가 너무 세서 함께 있으면 숨이 막히는구나.”심지어 그는 소설아를 제 입맛대로 길들이려 하기까지 했다.“설아야, 어머니께서 널 탐탁지 않게 여기시는 건 너도 잘 알지 않느냐. 그래도 난 널 위해 어머니와 맞서기까지 했다. 그런데 넌 나를 위해 그 성미 하나 못 고치겠단 말이냐?”지금 다시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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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진왕 전하께서도 늘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태준이는 재능이 뛰어나 장차 재상이 될 그릇이라고요. 과거에 급제해 한림원에 들어가기만 하면, 조정의 핵심 대신으로 올라서는 것도 시간문제일 겁니다.”진왕은 하문제의 아우였다. 비록 같은 중전 소생은 아니었지만, 하문제는 진왕을 각별히 총애했다.황위에 오른 뒤 다른 황자들은 숙청되거나 일찌감치 봉지로 내쳐졌지만, 진왕만은 수도에 남아 막강한 권세를 누리고 있었다.원씨 가문은 오래전부터 진왕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고, 그의 비호 아래 조정에서 승승장구했다.하지만 진왕이 몰락하는 순간, 원씨 가문 역시 함께 무너질 운명이었다.그 말을 들은 위원후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태준이는 참으로 장래가 촉망되는 인재입니다. 젊은 선비들의 귀감이라 해도 손색이 없겠습니다.”속으로는 원씨 가문과의 혼담이 틀어진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는 슬쩍 소명주를 바라봤고, 눈치 빠른 소명주는 기다렸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태준 오라버니처럼 훌륭한 분을 두고, 설아 언니는 무슨 생각으로 먼저 파혼을 하겠다고 했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그녀는 원 부인을 향해 공손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부인, 너무 노여워하지 마세요. 언니가 워낙 인복이 없고 사람 보는 눈이 부족한 사람이어서 그렇습니다. 부인 같은 분을 시어머니로 모실 수 있다면, 몇 번을 다시 태어나도 얻기 어려운 복일텐데 말이죠.”위원후는 소명주가 대놓고 소설아를 깎아내리는 말을 듣자 내심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하지만 그것이 원 부인의 환심을 사기 위한 행동임을 깨닫자, 이내 굳었던 표정을 풀었다.소명주의 아첨에 기분이 한껏 풀린 원 부인의 입가에도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바로 그때, 대청 문이 열리며 소설아가 안으로 들어섰다.“복 있는 사람은 애초에 복 없는 집안과는 인연을 맺지 않는 법이지요.”소설아는 옅게 미소 지으며 담담히 말을 이었다.“제 복은 차고도 넘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그녀는 태연히 앞으로 걸어가 예를 갖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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