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부인을 대신해 남고 싶지만, 내게는 그럴 자격이 없구나.” 소설아가 소명주에게 다가가 나직하게 속삭였다. “명주 너는 부인이 배 아파 낳은 친딸이니, 그 자격은 너만이 갖고 있지 않겠니.”‘친딸’이라는 두 글자를 입에 올릴 때, 소설아는 일부러 힘을 주어 또박또박 발음했다.“그렇지 않습니까, 가주 어르신? 우리 소씨 가문의 규율은 효에 관해서라면 이토록 빈틈없이 철저하니까요.”가주는 앞서 소설아가 찔러준 은표를 떠올리며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설아의 말이 맞다. 오직 핏줄을 나눈 친자식만이 어미를 대신해 벌을 받을 수 있지.”소설아는 소명주를 향해 천연덕스럽게 눈을 깜빡였다.“명주야, 설마 네가 배은망덕하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싶은 건 아니겠지?”방금 전까지만 해도 소설아를 몰아붙이려 했던 소명주의 칼날은, 그대로 방향을 틀어 자신의 가슴을 겨누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소명주는 벌떡 일어나며 의자가 바닥을 긁는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입을 열어 항변하려 했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민씨의 처참한 꼴을 보고 있자니, 저 사당에 남는다는 것 자체가 본능적으로 두려웠던 것이다. 비록 껍데기뿐인 위원후부라 해도 밥상에 풀떼기만 올라올 뿐, 최소한 하인들의 수발은 있었다. 하지만 이 사당은 쥐뿔도 없는 데다, 흉악하기 그지없는 늙은 하녀 하나와 어딘가로 꽁꽁 숨어버린 악독한 종년까지 있지 않은가.그녀는 결단코 남고 싶지 않았다. 방금 내뱉은 말은 당장이라도 입 밖으로 주워 담고 싶었다.애당초 그녀는 민씨가 배 아파 낳은 친딸도 아니었다.“어머니, 이 일은 저희 남매가 조금 더 상의해 보겠습니다…”민씨가 금쪽같은 두 아들을 사당에 남겨둘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결국 소명지뿐이었다. 소명지는 머리가 나쁘니 적당히 구슬리면 떠넘길 수 있을 터였다.소명주가 고개를 돌려 소명지의 자리를 찾았을 때, 이미 저 멀리 달아나는 소명지의 뒷모습만 보았을 뿐이다. 소명지는 이미 줄행랑을 친 뒤였다.소명지 역시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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