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진료:대표님의 달콤한 처방의 모든 챕터: 챕터 111 - 챕터 120

375 챕터

제111화

구형민이 온세아에게 이토록 불같이 화를 낸 게 오늘 밤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온세아의 언니 때문이었다.그가 온세아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왜 때렸어? 온세아, 네가 무슨 자격으로 아정이한테 손을 대?”‘무슨 자격으로?’온세아가 차갑게 웃었다. 구형민의 눈에 비친 온세아는 그럴 자격이 없는 존재였다.온씨 가문에서 온철환과 심미란, 성해연이 온아정의 편을 들고 있었고 심지어 남편 구형민의 마음마저 온아정에게 가 있었다.그런 처지에 무슨 배짱으로 감히 온아정에게 손을 댔냐는 뜻이었다.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한 온세아가 구형민의 뺨을 힘껏 후려쳤다.“온아정이 네 와이프인 나한테 약을 먹였어. 내가 고스란히 당해주지 않아서, 딴 남자랑 뒹굴지 않아서 아쉬운 거야?”온세아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남편이라면 온아정에게 따져 물었어야 했다. 그런데 되레 피해자인 온세아에게 따졌다.‘대체 무슨 뜻이지? 온아정의 음모가 수포로 돌아가서 아쉬운 거야? 아내가 바람을 피웠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거냐고.’갑작스러운 따귀에 구형민의 잘생긴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다. 구형민이 멈칫했다가 고개를 돌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온세아를 쳐다보았다.“무슨 소리야, 그게? 아정이가 너한테 약을 먹였다고? 그 착한 애가 그럴 리가 없잖아. 뭔가 오해가 있었던 거 아니야?”온세아는 역겨움에 토가 나올 지경이었다.‘어떻게 온아정이 나한테 약을 먹인 것까지 오해라고 생각할 수 있어? 내가 온아정의 뺨을 때린 게 그렇게 대역죄야? 내 앞에서 처형 편을 이토록 노골적으로 들다니. 네가 온아정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세상 사람들이 모를까 봐 그래?’온세아가 구형민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오해인지 아닌지는 경찰서에 가서 직접 확인해 보면 알 거 아니야?”그러고는 구형민을 밀쳐내고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구형민이 온세아의 팔을 잡고 다시 끌어당겼다.그가 미간을 찌푸린 채 경악한 얼굴로 온세아에게 물었다.“그게 무슨 소리야? 너 경찰
더 보기

제112화

더는 구형민과 쓸데없는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던 온세아가 구형민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잊지 말고 합의서에 사인해.”이혼하지 못할 이유 따윈 없었다. 오늘날 온세아를 이 지경으로 내몬 건 그들이었다.마음속에 쌓인 실망이 극에 달하면 사람은 앞뒤 재지 않고 모든 것을 버린 채 새로 시작하고 싶어지는 법이다.온세아는 방으로 가지 않고 집을 나갔다. 구형민을 홀로 남겨두고 집을 나간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밤공기가 꽤 차가웠다.온세아가 텅 빈 거리를 홀로 걸었다. 쓸쓸한 밤바람이 스쳐 지나가자 온몸이 으스스 떨렸지만 가슴속에서 몰아치는 한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단지 그녀가 성해연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평생 온아정에게 짓밟혀 살아야 한단 말인가?인생을 지키기 위해 단 한 번 죽을힘을 다해 반항했건만 친어머니도, 남편도 도리어 그녀를 탓했다.도대체 언제부터 모두 온아정의 편만 들어준 걸까? 온세아의 감정과 권리 같은 건 진작 모두의 안중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어쩌면 오래전에 이 모든 굴레를 용기 있게 벗어던지고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살았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늘 온아정의 그림자가 되어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억눌리고 무시당하는 게 아니라.그때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확인해 보니 권태혁의 수행 비서 강준우에게서 온 전화였다.“온 비서님, 지금 어디세요?”“집인데요.”강준우가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이 온종일 약을 안 드시겠다고 고집을 부리세요. 비서님이 가신 뒤로 더 까칠해지셔서 아무도 곁에 가지 못하고 있어요. 미안한데 병원에 와서 대표님 좀 설득해주시면 안 될까요?”온세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까 대표님 옆에 다른 여자분이 간호해주고 계시지 않았나요?”강준우가 이미 진작 상황을 파악했다.“권민지 씨 말인가요? 그분은 대표님의 누나세요. 바쁘신 분인데 낮에 잠깐 시간 내서 병원에 오셨다가 수술 일정이 있으셔서 금방 가셨어요.”온세아는 순간 멍해졌다.낮에 병실에서 그녀와 권태혁의 민망한 순간을 목격했던 분
더 보기

제113화

하지만 권태혁의 몸에 칭칭 감겨 있는 하얀 붕대를 보고 나니 온세아는 더는 그와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집에 갔었어요.”권태혁이 넘어졌다는 소식만 듣지 않았어도 이 늦은 시각에 병원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그가 칠흑처럼 어두운 눈으로 온세아를 뚫어져라 쳐다봤다.“울었어?”온세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권태혁의 눈썰미가 이토록 좋을 줄은 미처 몰랐다.그녀가 울었다는 사실을 단번에 간파할 줄이야. 하지만 구차하게 인정할 수는 없었다.“아니요.”온세아는 어색하게 부인하고는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아직 약 안 드셨죠? 얼른 약부터 드세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랍 위의 약병을 집어 들고 알약들을 톡톡 털어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다음 권태혁에게 건넸다.권태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눈앞의 약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그는 온세아가 울었다고 확신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이유 모를 안타까움과 분노가 밀려왔다.어떤 놈이 온세아를 속상하게 했는지 알고 싶었으나 지금의 그에게는 캐물을 자격이 없었다.“설마 약 먹는 게 무서워서 피하시는 건 아니죠?”권태혁이 한참 동안 미동도 하지 않자 은근슬쩍 도발했다. 그가 온세아를 노려봤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어색한 목소리로 인정했다.“쓴 건 딱 질색이라서.”온세아가 웃음을 터뜨렸다. 쓴 걸 못 먹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천하의 대표님이 쓴 걸 못 드세요? 설마 저보고 나가서 막대 사탕이라도 사 오라는 건 아니시죠?”그녀가 까르르 웃으며 장난스럽게 놀려대자 권태혁의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적당히 까불어.”온세아가 손바닥을 그의 눈앞에 펼쳐 보였다.“자, 얼른 드세요. 몸에 좋은 약이 입에도 쓰다고 하잖아요.”권태혁이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결국 그녀의 손에서 물컵과 알약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고개를 젖혀 단숨에 털어 넣었다.쓴맛이 밀려왔는지 잘생긴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천하의 권태혁이 이토록 쩔쩔매는 모습을 처음 본 온세아가 또다시 배를 잡고
더 보기

제114화

온세아가 걸음을 멈췄다.“대표님, 다른 지시 사항이라도 있으신가요?”권태혁이 명령하듯 말했다.“물 한 잔만 가져와.”온세아는 그를 돌아보면서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물을 따라 그에게 건넸다.“자, 물 마시세요. 내일 다시 올게요.”그녀가 어떻게든 가려 하자 권태혁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잡고 앞으로 끌어당겼다.“비록 세아 씨가 나한테 600억짜리 신세를 지진 않았지만 내가 아직 세아 씨한테 2천만 원을 빚지고 있어.”권태혁이 온세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그러자 온세아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에요?”그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저번에 같이 자기로 약속했었는데 다치는 바람에 당분간은 세아 씨 요구를 들어줄 수 없어.”온세아의 얼굴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아직도 그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을 줄은 몰랐다.“괜찮아요...”온세아가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돈으로 사서 권태혁과 하룻밤을 보내는 것보다 2천만 원을 돌려받고 싶은 마음이 훨씬 컸다.권태혁이 진지하게 말했다.“난 한 번 내뱉은 말은 꼭 지켜. 게다가 2천만 원을 거저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온세아가 억지 미소를 쥐어짰다.“그렇게 미안하시면 차라리 2천만 원을 저한테...”돌려달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권태혁이 갑자기 바짝 다가오더니 그녀의 목덜미에 뜨거운 숨결을 훅 불어넣었다.온세아의 온몸에 찌르르한 전율이 일었다.몸에서 참기 힘든 갈증과 열기가 순식간에 사지로 번져 나갔다. 너무나도 익숙한 느낌에 온세아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했다.‘젠장. 병이 또 도진 것 같아. 어떻게 된 거지? 제때 약을 챙겨 먹었고 구형민한테 마음이 완전히 식은 뒤로는 한동안 도지지 않았었는데 오늘 밤에 왜 하필 권태혁의 병실에서 도진 거야?’설상가상으로 아까 집에서 정신없이 뛰쳐나오느라 약을 챙기지 못했다.“2천만 원을 어쩌라고?”권태혁이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그의 뜨거운 손바닥이 그녀의 얇은 옷자락 위를 가볍게 쓸어내리는 걸
더 보기

제115화

온아정이 구형민의 영원한 첫사랑이라 그녀가 뭘 하든 다 옳았고 온세아가 뭘 하든 다 그릇된 일이었다.구형민이 갈수록 온철환과 심미란, 성해연과 닮아갔다. 그들 모두 아무 이유 없이 온아정만 무조건 편애했다.온아정은 온씨 가문의 안주인이 낳은 딸이고 온세아는 내연녀가 낳은 사생아라는 이유로 말이다.온세아가 머릿속을 헤집는 복잡한 생각들을 털어버리려 애썼다. 깊이 생각할수록 괴로워지는 건 그녀뿐이었다.발작이 시작되면 스스로 통제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똑똑똑.그때 권태혁이 욕실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왜 아직도 안 나와?”온세아가 화장실로 들어간 지 벌써 한 시간이 넘었기에 그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닌지 걱정하는 건 당연했다.안에서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자 권태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다시 문을 두드려봐도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초조해진 권태혁이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그때 화장실 문이 철컥 하고 열렸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온세아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대표님, 저 너무 괴로워요.”온몸에 힘이 풀린 온세아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권태혁에게 도움을 청했다.순간 칠흑같이 어두운 권태혁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문을 열었을 때 이런 모습을 마주하게 될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권태혁이 침을 꿀꺽 삼켰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품에 안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입술을 깨물었다.그런데 그때 온세아가 권태혁을 덮치더니 가늘고 하얀 손으로 권태혁의 어깨를 잡았다.“저 좀 도와주시면 안 돼요?”온세아가 초점 없는 몽롱한 눈을 반쯤 뜬 채 애원하는 말투로 말했다.권태혁의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호흡도 한층 거칠어졌다. 머릿속에 지난번 약에 취한 온세아가 그에게 매달리며 도와달라고 애원했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내가... 어떻게 도와줄까?”그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으며 깊고 짙은 눈빛으로 온세아를 빤히 응시했다.온세아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권태혁의 시선에 하마터면 속마음을 그대로 내뱉을 뻔했다. 그냥 그녀
더 보기

제116화

권태혁이 통화를 마치고 돌아섰을 때 온세아가 소파 위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발작이 일어났을 때 오랜 시간 욕구를 해소하지 못하면 결국 정신을 잃게 된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훨씬 더 격렬한 발작이 찾아올 것이다.권태혁이 미간을 찌푸린 채 온세아가 누워 있는 소파 옆으로 다가갔다. 온세아가 두 눈을 질끈 감고 관능적인 자세로 누워 있었다.조금 전까지 이어진 발작 때문에 옷이 엉망으로 흐트러졌다.가늘고 하얀 두 다리가 고스란히 드러난 건 물론 가슴이 보일 듯 말 듯했다.권태혁의 눈동자가 어둡게 가라앉더니 하복부에서부터 뜨거운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커다란 몸을 숙여 온세아의 붉은 입술을 탐하려던 그때 밖에서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권태혁이 어쩔 수 없이 일어나 문을 열었다. 조금 전 그가 전화했던 사람이 약을 가지고 왔다.다만 아쉽게도 한발 늦었다. 온세아가 이미 깊은 수면 상태에 빠졌다.약을 받아 들고 문을 닫은 뒤 더는 소파에 누워 있는 온세아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도저히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아서였다. 여기서 그녀를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았다간 오늘 밤 그도 꼬박 밤을 지새워야 할 게 뻔했으니까.권태혁이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아무리 뒤척여도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머릿속에 조금 전 온세아가 요염한 자세로 소파에 누워 있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결국 참지 못하고 힐끗거렸다.곤히 잠든 온세아를 보면서 매혹적인 이목구비를 눈에 담았다.봄날의 잔잔한 연못 같던 권태혁의 마음이 온세아라는 돌멩이가 사정없이 날아와 마구 일렁거렸다.난생처음 느껴보는 만족감이 그의 텅 빈 마음을 빈틈없이 채웠다.권태혁은 직감했다. 그녀에 대한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것을.온세아가 유부녀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저도 모르게 계속 끌렸다.‘이러다 나 진짜 상간남이 되는 거 아니야? 젠장.’속으로 욕설을 내뱉은 뒤 침대에서 일어나 이불을 안고 소파 쪽으로 걸어가 온세아에게 덮어줬다.이 순간
더 보기

제117화

그때 옆에서 매력적인 중저음이 들려왔다.“깼어?”온세아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더니 권태혁이 그녀의 옆에 누워 있었다.‘나 왜 침대에 누워 있어?’그녀는 순간 멍해졌다가 이내 정신을 차렸다. 하얗던 얼굴이 순식간에 홍당무처럼 새빨갛게 물들었고 귓불까지 화끈거릴 정도로 열이 올랐다.“제... 제가 왜 대표님 침대에 누워 있어요?”권태혁이 물 한 잔과 어젯밤 사람을 시켜 가져오게 한 약을 자연스럽게 온세아에게 건넸다.“어젯밤에 병이 발작했었잖아.”그의 말을 듣고서야 온세아도 기억이 났다.어젯밤 권태혁의 병실에서 갑자기 병이 도져 화장실로 들어가 찬물로 몸을 적셨었다. 그런데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결국 버티다 못해 권태혁에게 약을 구해달라고 했던 게 기억이 났다.‘약을 기다리며 소파에 누워 있었던 것 같은데 왜 대표님 침대에 누워 있는 거지? 설마 어젯밤에 약이 오기 전에 참지 못하고 내가 먼저 침대로 기어 올라간 건 아니겠지? 그게 사실이라면 내가 대표님을 덮친 거야?’“혹시 어젯밤에 제가....”온세아가 입술을 깨물면서 용기를 내어 물었다.권태혁이 깊은 눈빛으로 온세아를 빤히 응시하며 되물었다.“세아 씨가 뭐?”그녀는 도저히 권태혁의 눈을 똑바로 마주할 수 없었다.“그러니까 제가 대표님께 혹시 몹쓸 짓이라도 했나요?”‘몹쓸 짓?’그가 눈을 가늘게 떴다.“했지. 그것도 아주 많이.”온세아가 말을 잇지 못했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내가 진짜 미쳤지... 어떻게 상사를 덮쳐?’하지만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온세아가 서둘러 사과했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어젯밤에 갑자기 발작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요...”그러고는 권태혁이 건넨 약과 물컵을 받고 단숨에 들이켰다.그가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나한테 어떻게 보상해줄 거야?”“보상요?”온세아가 움찔했다.‘보상할 필요까지 있나요? 대표님도 저한테 빚을 졌다고 하셨잖아요.’“돈 이미 다 지불했는데요...”
더 보기

제118화

‘경다혜를 말하나? 경다혜가 대표님 약혼녀가 아니었어?’온세아의 두 눈에 의구심이 스쳤다.권태혁의 옷매무새를 다듬어 주다가 저도 모르게 단단한 가슴팍을 어루만지고 말았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을 땐 이미 늦었다.온세아가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눈앞의 섹시하고 탄탄한 가슴 근육을 쳐다봤다.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고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렸다.“저...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그녀가 다급히 손을 거두었다. 귓불 역시 제멋대로 화끈거리며 열이 올랐다.얼굴이 붉어져 어쩔 줄 몰라 하는 온세아를 보는 권태혁도 몸이 이상하리만큼 뜨겁게 달아올랐고 눈빛이 이글이글 타올랐다.온세아는 순간 머리가 쭈뼛 서는 것만 같았다. 어설픈 변명을 권태혁이 믿어주었을지 알 길이 없었다. 서둘러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에서 내려와 곧장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화장실에서 한참 동안 심호흡하며 요동치는 마음을 진정시킨 뒤 흐르는 물로 세수했다.밖으로 나왔을 땐 놀랍게도 권태혁이 이미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침대에서 내려와 있었다.짙은 색의 코트를 걸치고 있었는데 안색이 어제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 조각 같은 외모와 훤칠하고 늠름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고하고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가 시선을 압도했다.“왜... 일어났어요?”온세아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오늘 퇴원이야.”권태혁이 덤덤하게 설명했다.“퇴원요?”그녀가 화들짝 놀란 눈치였다.‘어제 다쳤는데 오늘 바로 퇴원이라고? 너무 빠른 거 아니야? 상처가 아물지도 않았을 텐데.’권태혁이 고개를 들고 답했다.“집에 가서 쉬려고.”온세아가 다시 한번 흠칫 놀랐다.‘집에서 편히 쉬며 치료받겠다는 뜻이구나. 하긴, 병원에 계속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없지.’“이리 와서 나 좀 부축해.”권태혁의 느닷없는 명령에 온세아가 머뭇거리며 쭈뼛쭈뼛 다가갔다.그런데 앞에 가자마자 권태혁이 기다란 팔로 온세아를 품 안으로 확 끌어당겼다. 온세아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대표님...”“기운이 없어서.”권
더 보기

제119화

전화를 끊은 뒤 온세아가 미안한 기색으로 권태혁에게 말했다.“대표님, 저희 엄마가 절 급하게 찾으시네요.”그러고는 차에서 내리려는데 권태혁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주소.”온세아는 멈칫했다가 어머니와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를 말했다. 그러자 권태혁이 곧바로 운전기사에게 그곳으로 먼저 가라고 지시했다.그녀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선뜻 바래다주겠다고 할 줄은 미처 몰랐다....은풍각.성해연이 평소 자주 와서 차를 마시는 찻집이었다.권태혁의 고급 세단에서 내린 온세아는 곧장 2층 룸으로 향했다. 성해연이 창가에 앉아 바깥 풍경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엄마, 무슨 일이에요?”온세아가 성해연을 향해 걸어갔다. 성해연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그저 차갑게 물었다.“방금 널 바래다준 사람 누구야?”성해연이 2층 창가에서 온세아가 권태혁의 롤스로이스에서 내리는 모습을 본 것이라 짐작했다.“우리 회사 대표님이세요.”그녀가 고개를 돌려 날카로운 눈빛으로 온세아를 쏘아보았다.“둘이 무슨 사이야?”온세아가 솔직하게 대답했다.“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죠.”적어도 지금은 정말 그랬다.그런데 성해연의 눈빛이 온세아를 몹시 불편하게 했다. 의혹과 트집으로 가득 찬 걸 보면 그녀가 뒤에서 나쁜 짓이라도 저질렀다고 확신하는 것 같았다.어릴 때부터 성해연의 눈빛에는 다른 어머니들이 자식을 볼 때 나오는 따뜻한 사랑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온아정을 볼 때 늘 온화하고 자상한 빛이 감돌았다.가끔 온아정이 귀찮아하며 쌀쌀맞게 굴어도 성해연은 인내심 있게 온아정을 감싸 안았다.반면 온세아를 대할 때 성해연의 인내심은 항상 바닥을 드러내곤 했다.“네가 지금 유부녀라는 사실을 잊지 마.”성해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온세아는 성해연에게 구형민과 이혼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었다. 그리고 다른 집 딸들처럼 어머니의 품에 안겨 구형민과 결혼한 1년 동안 얼마나 많은 설움을 겪었는지 하소연하고 싶었다.하지만 목구멍까지 차오른
더 보기

제120화

“들어가면 들어가라죠, 뭐.”온세아가 성해연의 말을 가로채자 성해연이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방금 뭐라고 했어?”그녀가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다시 한번 또박또박 말했다.“그 사람들의 귀에 들어가든 말든 상관없다고요. 어차피 난 그 사람들과 이제 아무 관계도 아니니까요.”지난번 온씨 가문 본가를 나설 때 온세아는 이미 온철환, 심미란과 완전히 척을 지고 돌아섰다. 그들이 그녀를 용서해 줄 거라고 믿을 만큼 순진하지 않았다.다만 마음 한구석에 아주 일말의 기대를 품었던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어머니 성해연이었다. 그런데 그 기대가 이렇게 빨리 깨져버릴 줄은 몰랐다.성해연이 분노를 터뜨리며 물었다.“온세아,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진짜로 온씨 가문과 연을 끊겠다는 거야?”“여사님은 날 온씨 가문에서 쫓아내지 못해 안달이고 아빠는 나한테 관심도 없잖아요...”온세아가 성해연을 보며 말했다.“엄마는요? 엄마는 나한테 관심이 있기는 해요?”성해연의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마음에 없는 소리를 억지로 쥐어짜 냈다.“엄마야 당연히 네가 온씨 가문을 떠나는 걸 바라지 않지.”거짓말인 걸 간파한 온세아는 가슴속에 서글픔이 밀려왔다.“걱정하지 마세요. 떠나도 나 혼자 떠나는 거고 나만 온씨 가문과 연을 끊는 거니까 엄마한테는 털끝만큼의 피해도 안 갈 거예요.”온세아는 잘 알고 있었다. 온석원이 온씨 가문에 있는 한 성해연이 그녀와 함께 온씨 가문을 떠날 리가 없다는 것을.예전에는 그래도 혹시나 하는 실낱같은 기대를 해본 적이 있었지만 이제는 성해연이 그녀를 단 한 번도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나이를 먹어갈수록 세상의 잔인한 민낯을 보게 된다더니 딱 그 꼴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온세아는 이제 다 컸고 더는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하며 매달릴 어린아이가 아니었다.이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었다.정곡을 찔린 듯 성해연의 안색이 여러 번 변했다.“엄마는 그런 뜻이 아니라... 그저 네가 걱정돼서.
더 보기
이전
1
...
1011121314
...
38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