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진료:대표님의 달콤한 처방의 모든 챕터: 챕터 131 - 챕터 140

375 챕터

제131화

온씨 가문이 알면 온아정에게 불리할 것이고 구씨 가문이 알면 구형민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구형민 자신을 지키면서도 온아정을 잊지 않고 지키려는 마음이라니 정말 지독한 순정이었다.온세아가 속으로 비웃긴 했지만 거절하진 않았다.“알았어.”굳이 일을 더 만들고 싶지 않아 뭐라 하지 않은 것이었다.게다가 이미 온씨 가문과 등을 진 상태였다. 구형민이 이혼 합의서에 서명하고 나면 구씨 가문과도 더는 아무 관계가 아니게 된다.구형민이 온세아를 빤히 응시했다.“화났어?”온세아의 표정이 무덤덤하기만 했다.“아니.”그녀의 얼굴에 다른 기색이 없는 걸 보고서야 구형민이 안도했다.“가자. 집까지 데려다줄게.”“괜찮아. 차 가져왔어.”온세아가 싸늘하게 거절한 동시에 차 키를 꺼내 잠금을 해제했다. 그러고는 차 앞으로 가 운전석 문을 열고 올라탔다.구형민에게 타라고 말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 모습에 구형민은 저도 모르게 마음에 실망감이 스쳐 지나갔다.온세아가 차에 시동을 걸어 구형민 앞으로 다가갔다. 그 순간 그의 두 눈에 기쁨이 어렸다.‘역시 날 혼자 두고 가지 않을 줄 알았어.’그런데 온세아가 그저 이 말만 했다.“이혼 합의서에 사인하는 거 잊지 마. 사인하면 시간 잡아서 가정 법원에 가.”그러고는 구형민이 뭐라 하기도 전에 가속 페달을 밟고 휙 가버렸다.구형민의 잘생긴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고 심지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한때 그만 따르며 그를 동경했던 여자가 언제 이렇게 차갑고 매정하게 변해버린 걸까?빗줄기가 점점 더 거세졌다.구형민이 홀로 경찰서 앞에 서서 비를 홀딱 맞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다음 날 온세아가 눈을 떴을 때 왠지 목이 칼칼했다.어젯밤 권태혁의 집에서 온몸이 젖은 채로 나왔고 또 구형민을 데리러 경찰서에 갔다가 비까지 맞은 바람에 감기에 걸린 것 같았다.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감기약 몇 알을 챙겨 먹고 출근했다. 예상치 못하게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권태혁과 마주치고 말았다.검은색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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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권태혁이 먼저 몸을 돌려 대표실로 향했다.온세아가 참지 못하고 기침을 두어 번 했다.“온 비서님, 안색이 안 좋아요. 감기라도 걸렸어요?”강준우가 다가와 걱정스럽게 물었다.“네, 다행히 심하지는 않아요.”환하게 웃는 온세아를 보며 강준우가 안타까워했다.“비서님이나 대표님이나 너무 무리해서 문제예요.”그러고는 그녀에게 약을 건넸다.“대표님 아직 몸도 채 낫지 않으셨는데 벌써 출근하신 거 있죠? 번거로우시겠지만 대표님한테 약을 제때 챙겨주세요.”“제가요? 전 아무래도 안 될 것...”온세아의 얼굴에 곤란한 기색이 역력해졌다.그녀가 어젯밤 권태혁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강준우는 모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실에 가는 건 벌을 받으러 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그런데 약까지 챙겨주라니, 이 임무를 어떻게 완수할 수 있단 말인가?“부탁할게요, 비서님.”강준우가 간절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 외에 권태혁에게 약을 성공적으로 먹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그러니 이 일은 온세아 외에는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강준우는 온세아가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약들을 그녀의 품에 안겨준 뒤 몸을 돌려 떠났다.달리 방법이 없었던 온세아는 약들을 사무실로 가져갔다. 설명서대로 몇 알씩 꺼낸 뒤 대표실로 향했다.문을 두드리고 들어섰을 때 권태혁이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인기척을 느낀 그가 고개를 들어 온세아를 쳐다봤다.회사라 온세아의 옷차림이 아주 단정했다.하얀색 정장에 안에는 옅은 노란색 실크 슬립을 입었다. 살짝 벌어진 옷깃 사이로 쇄골이 드러났다.단정해 보이면서도 묘하게 섹시한 분위기를 풍겼다.온세아를 보던 권태혁이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침만 꿀꺽 삼켰다. 그의 시선에 온세아는 온몸이 다 불편했다.“대표님, 무슨 일로 부르셨나요?”온세아의 질문에 권태혁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이리 와.”그녀가 잠시 망설이다가 그에게 다가가 책상 앞에 멈춰 섰다. 권태혁이 서류 하나를 툭 던졌다.“다음 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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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온세아가 권태혁에게 특별한 존재인 것도 아닌지라 자격이 없긴 했다.하지만 챙겨주고 싶어서 챙겨주는 게 아니라 강준우가 하도 등 떠밀어서 억지로 한 것이었다.“사람 호의도 몰라주고.”온세아가 붉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작게 중얼거렸다.“뭐?”권태혁의 눈매가 날카로워지더니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이왕 이렇게 된 거 온세아도 에라 모르겠다는 식이었다.“어젯밤 일 때문에 화나신 거면 차라리 저 한 대 때리세요. 사람의 호의를 이렇게 개차반으로 무시할 필요까지는 없잖아요.”권태혁이 깊고 서늘한 눈동자로 그녀를 뚫어지라 응시했다. 이 순간 온세아를 옭아매는 남자의 눈빛이 예리한 칼날처럼 무섭게 느껴졌다.방금 그에게 대든 게 슬슬 후회되기 시작했다. 어찌 됐든 권태혁이 온세아의 상사이고 대표의 심기를 거슬러서 좋을 게 하나도 없었으니까.온세아가 적당한 핑계를 대고 줄행랑을 치려는데 권태혁이 불쑥 손을 뻗어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감싸 안았다.미처 반항할 틈도 없이 권태혁의 단단한 품에 안기고 말았다.“그 한 대는 일단 내버려 둬. 그 전에 어젯밤 내가 샤워하는 걸 몰래 본 건 어떡할 거야?”권태혁이 바짝 다가오며 어두운 목소리로 물었다. 온세아가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다급히 변명했다.“훔쳐봤다고 할 수 없죠. 그냥 우연히...”그곳이 권태혁의 전용 욕실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게다가 그 타이밍에 샤워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권태혁이 온세아의 턱을 들어 올렸다.“어찌 됐든 내 알몸을 본 건 사실이잖아.”권태혁의 눈동자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걸 본 온세아가 저도 모르게 당돌한 질문을 내뱉었다.“대표님, 설마 제 몸을 갖고 싶으신 건 아니시죠?”권태혁이 너무 꽉 끌어안고 있어 온세아는 꿈쩍도 하지 못했다.그가 그녀의 붉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속삭였다.“맞아. 갖고 싶어.”그의 눈빛이 한층 어두워졌고 숨소리도 거칠어지더니 품에 빈틈없이 꽉 끌어안았다.온세아의 얼굴이 눈에 띄게 일그러졌다.‘대표님 몸 좀 봤다고 내 몸을 탐내? 아무리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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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태혁 씨.”경다혜가 들어오면서 권태혁에게 방긋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그러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온세아를 발견하고는 무척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세아 씨가 왜 여기에 있어요?”온세아가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대표님께서 업무 지시가 있으셔서요.”경다혜가 의심하기는커녕 되레 미안해하는 눈치였다.“두 사람 일하는 데 방해한 건 아니죠?”“아닙니다.”온세아가 다급히 고개를 내저었다.“대표님께서 다 지시하셨으니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안 그래도 도망칠 핑계가 필요했던 참이었다.사무실 문이 닫힌 순간 권태혁의 잘생긴 얼굴도 차갑게 가라앉았다.‘빨리도 도망치네.’“여긴 어쩐 일이에요?”권태혁의 말투에 반갑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저녁이나 같이 먹을까 하고요. 어머님께서 태혁 씨 오늘 저녁에 시간 비었다고 하시더라고요.”경다혜가 눈웃음을 지었다.권태혁이 거절할까 봐 일부러 그의 어머니까지 들먹였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권태혁의 반감을 더 크게 살 줄은 꿈에도 몰랐다.“어머니가 착각하셨나 봐요. 저녁에 시간이 없어요.”권태혁이 싸늘하게 답했다.“하지만...”경다혜가 아쉬운 마음에 계속 설득하려는데 권태혁이 짜증을 내며 내쫓았다.“저 아직 할 일이 남아서요. 안녕히 가세요.”말문이 막힌 경다혜는 결국 잔뜩 풀이 죽은 채로 돌아섰다....사무실로 돌아온 온세아가 방금 권태혁이 건네준 BC 프로젝트 기획서를 펼쳤다.회사가 처음으로 유럽과 합작하는 반도체 프로젝트였는데 회사에서도 무척 중시하고 있었다.아까 권태혁이 다음 주에 함께 D국으로 계약하러 가자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그녀를 이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려는 생각인 듯했다.온세아는 이번 기회를 제대로 잡아 능력을 향상해야겠다고 다짐했다.그때 사무실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들어오세요.”온세아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사무실 안으로 들어온 사람이 놀랍게도 경다혜였다.“온세아 씨.”경다혜가 들고 있던 에르메스 백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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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경다혜가 이런 일로 온세아를 불러냈을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그게... 저도 남자를 꼬셔본 본 경험이 없어서요. 아무래도 도움을 못 드릴 것 같네요.”온세아가 난처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거창하게 도와달라는 게 아니에요. 그냥 태혁 씨 스케줄을 살짝 귀띔만 해줘요. 내가 우연을 가장해서 태혁 씨와 마주칠 수 있게 말이에요.”“그런 거라면 백 실장님을 찾아가셔야죠. 백 실장님이 대표님의 스케줄을 전담하시거든요.”온세아가 어떻게든 발을 빼려 하자 경다혜의 표정이 우울해졌다.“저라고 안 찾아가 봤겠어요? 그런데 실장님은 태혁 씨의 최측근이고 강 비서님처럼 외국에 있을 때부터 함께 일한 분이에요. 알아보니까 태혁 씨 곁에 있는 사람 중에 막 승진해서 올라온 사람이 세아 씨밖에 없더라고요.”온세아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내가 대표님을 가장 배신할 것 같은 사람처럼 보여서 날 택한 거였구나.’“제가 부서를 이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대표님의 일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아요.”“그럼 세아 씨가 아는 것만 전부 말해줘요. 공짜로 도와달라는 게 아니에요.”그러고는 수표 한 장을 온세아에게 들이밀었다. 온세아가 다급하게 손사래를 쳤다.“이러실 필요 없어요...”경다혜가 기어이 그녀의 손에 수표를 쥐여주려 하자 결국 온세아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다혜 씨가 절 친구로 생각한다고 하셨으니 공짜로 도와드릴게요. 수표는 제발 거둬주세요.”만약 경다혜가 정말로 권태혁과 잘 된다면 온세아에게도 그리 나쁜 일이 아니었다.적어도 권태혁에게 약혼녀가 생기면 더 이상 그녀를 농락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에 병이 도졌을 때와 약에 취해 그의 앞에서 온갖 진상을 부렸던 부끄러운 흑역사들도 자연스럽게 묻힐 수 있었다.경다혜의 두 눈이 반짝였다.“정말요? 너무 고마워요. 그럼 내일 바로 태혁 씨랑 약속 좀 잡아줄 수 있어요?”온세아가 억지웃음을 지었다.“노력해 볼게요.”...어머니 홍지영이 아프다는 소식에 권태혁이 권씨 가문 본가로 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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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권태혁이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아무것도 아니에요. 푹 쉬세요. 나중에 또 올게요.”말을 마치고는 홍지영의 병실을 성큼성큼 나섰다.그러다 마침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누나 권민지와 딱 마주쳤다. 권민지가 동생의 안색이 심상치 않음을 단번에 알아챘다.“왜 그래? 누가 널 건드렸어?”그녀가 걱정스레 물었다.골치 아팠던 권태혁이 이마를 짚은 채 권민지와 함께 베란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고는 조금 전 홍지영과 나누었던 대화를 권민지에게 털어놓았다.권민지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았다.“작은아버지가 우리 몰래 엄마 앞에서 착한 사람인 척하나 봐.”권태혁이 진지하게 물었다.“어머니 지금 대체 어떤 상태셔?”권민지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점점 더 나빠지고 있어. 얼마 전에 신경과 전문의들을 모셔서 협진을 받았는데 뇌에 위축 증상이 보이기 시작했대.”권태혁이 주먹을 꽉 쥐었다. 칠흑 같은 눈동자에 원망이 스쳐 지나갔다.“그때 작은아버지만 아니었어도 어머니가 충격을 받아 저런 병에 걸리지 않으셨을 텐데.”“이미 벌어진 일이야. 이제 와서 원망해 봐야 소용없어.”권민지가 그를 다독였다.“지금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든 치료 방법을 찾는 거야. 그리고 또 하나는...”그녀가 하던 말을 잠깐 멈췄다가 권태혁을 보며 간곡히 당부했다.“최대한 빨리 엄마 소원 좀 이루어드려. 더 이상 네 걱정 안 하시게.”권태혁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무슨 소원?”권민지가 그의 어깨를 툭 쳤다.“뭐겠어? 네가 하루빨리 결혼해서 손주 안겨주는 것만 오매불망 기다리시잖아. 자식을 낳으면 넌 명실상부한 권일 그룹의 후계자가 되는 거야. 그럼 작은아버지 쪽에서도 더 이상 그룹을 꿰차고 안 돌려줄 명분이 없어진다고.”그의 얼굴이 다시금 어두워졌다.“작은아버지가 언젠가는 꼭 권일 그룹을 내놓게 될 거야. 그러니 결혼해서 애 낳는 수단까지 쓸 필요 없어. 내가 가문의 대나 잇는 도구도 아니고.”권민지가 참지 못하고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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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길도 다 아는데.’권태혁은 차를 세우라고 한 뒤로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기사가 백미러로 뒷좌석을 조심스레 힐끔거렸다.권태혁이 시트에 기대어 있었다. 셔츠 깃이 헝클어졌고 평소 오만하고 도도하던 기색이 온데간데없이 어딘가 고통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렸다.기사의 시선을 느꼈는지 권태혁이 곧장 명령을 내렸다.“이만 퇴근해.”그가 걱정됐던 기사가 머뭇거렸다.“하지만...”“집에 가. 혼자 있고 싶어서 그래.”기사는 더 이상 뭐라 하지 않고 차에서 내렸다....오늘 저녁 온세아가 경다혜와 식사를 마친 뒤 잠시 화장실에 들렀다.그러다가 화장실에서 나오던 길에 구형민과 온아정을 만나고 말았다.온아정이 거의 만취한 상태였다.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혼자서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정도로 비틀거렸다.구형민이 그런 그녀를 부축한 채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봤다.“아정아, 술을 왜 또 이렇게 많이 마신 거야?”온아정을 데리러 일부러 이곳까지 온 것이었다.오늘 온아정이 상류층 재벌가 딸들과 모임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남편 진하성이 곧 그녀와 이혼할 거라는 말을 또 듣고 말았다.기분이 바닥까지 곤두박질친 그녀는 술로 자신을 마비시키는 수밖에 없었다.“마시고 싶어서 마셨어. 네가 뭔데 참견이야?”신경질적으로 쏘아붙이는 순간 온아정은 구형민의 상태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 그의 몸이 갑자기 뻣뻣하게 굳더니 시선이 다른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온아정이 불만 가득한 얼굴로 구형민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가 온세아를 발견했다.“이년아, 네가 왜 여기에 있어?”온아정의 얼굴이 즉시 싸늘하게 굳어지더니 가차 없이 폭언을 쏟아냈다.“여기서 두 연놈을 만나다니. 재수 없어, 정말.”온세아가 입꼬리를 씩 올리며 비웃자 온아정의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졌다.“너!”더 이상 그들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던 온세아는 망설임 없이 돌아섰다.온세아가 이런 태도를 보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온철환과 심미란, 성해연까지 모두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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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으악.”온아정이 짧게 비명을 질렀다. 그대로 1층까지 굴러떨어진 뒤 고통스러운 듯 몸을 웅크렸다.사실 계단이 그리 높지 않았다.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에 연기가 다분하게 섞여 있었다.온세아가 그 자리에 서서 계단 아래의 그녀를 차갑게 내려다보았다.“아정아.”구형민의 다급한 목소리가 뒤에서 울려 퍼졌다. 곧이어 계단을 빠르게 뛰어 내려가더니 바닥에 넘어진 온아정을 부축해 일으켰다.“아정아, 괜찮아?”“나...”속으로 분노와 원망이 들끓었던 온아정은 구형민을 매몰차게 뿌리치려다가 곁눈질로 온세아가 계단에 서 있는 걸 보고는 돌연 엉엉 울면서 구형민의 품에 와락 안겼다.“형민아, 흑흑, 나 움직이지 못하겠어...”온아정이 그의 품에 자발적으로 안긴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멍해진 것도 잠시 속에서 기쁨이 벅차올랐다.구형민이 천천히 손을 들어 온아정의 등을 조심스레 토닥였다.“울지 마. 내가 어디 다쳤는지 봐줄게.”그가 다정하게 속삭이며 그녀의 곁에 쪼그려 앉아 몸 상태를 찬찬히 살폈다. 아까 굴러떨어질 때 발목을 삐끗한 모양이었다.“대체 어쩌다 이런 거야?”구형민이 온아정의 발목을 주물러 주며 걱정스럽게 물었다.“세아가...”온아정이 계단에 서 있는 온세아를 가리켰다. 두 눈에 증오가 가득했다.구형민이 그녀가 가리키는 대로 2층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온세아가 그곳에 서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뭔가 찔리는 게 있는 듯한 느낌에 구형민이 저도 모르게 품에 안은 온아정을 떼어내려 했다.그런데 온아정이 타이밍 좋게 비명을 질렀다.“흑흑... 형민아, 너무 아파... 나 이러다가 죽는 거 아니야?”그러고는 갑자기 구형민의 목을 꽉 끌어안고 흐느꼈다.가여운 온아정의 모습에 구형민의 눈동자에 안타까움이 스쳤다.온세아에게 들었던 한 가닥의 죄책감마저 깨끗이 증발해버렸다. 구형민이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온세아를 매섭게 노려보았다.하지만 온아정이 심하게 아파하고 있어 온세아와 따지고 들 겨를이 없었다.구형민은 온아정을 번쩍 안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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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헛것을 본 거겠지? 대표님의 차가 이 누추한 동네에 나타날 리가 없잖아.’온세아가 눈을 한 번 깜빡인 사이 차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다시 침실로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자꾸만 권태혁의 얼굴이 아른거렸다.오늘 저녁 룸에서 경다혜가 온세아에게 권태혁을 꼬시는 걸 도와달라고 부탁했었다. 이건 정말이지 보통 험난한 미션이 아니었다.까딱 잘못했다가는 밥줄이 끊길지도 모른다....다음 날.온세아가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경다혜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오늘 저녁 권태혁과 식사할 시간과 주소가 떡하니 적혀 있었다. 정말로 그녀를 통해 권태혁과의 자리를 강제로 만들어낼 작정인 듯했다.‘까짓거 한 번 시도나 해보지, 뭐.’온세아가 이를 꽉 깨물었다.‘신세 진 걸 갚는다 생각하고 한번 도와주자.’어차피 권태혁과 경다혜가 선남선녀에 집안 수준도 맞아서 꽤 어울리는 짝이었다. 어쩌면 두 집안끼리 이미 정략결혼을 추진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온세아가 슬쩍 다리를 놔서 권태혁의 혼사를 성사시켜 준다면 병이 도졌을 때와 약에 취해 진상을 부렸던 흑역사도 전부 한 번에 무마할 수 있을지 모른다.그리고 더는 온세아에게 흑심을 품는 일도 없을 것이다.마침 그때 강준우가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권태혁에게 제발 약 좀 먹여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온세아는 그것을 핑계 삼아 대표실로 향했다.“들어와.”안에서 권태혁의 낮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온세아가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문을 밀고 들어갔다. 그런데 뜻밖에도 권태혁이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널찍한 사무실 안이 담배 연기로 자욱했다.온세아가 저도 모르게 쿨럭 하고 마른기침을 했다.“무슨 일이야?”권태혁의 칠흑같이 어두운 눈동자가 그녀에게 향했다.온세아가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다가갔다.“그게...”그녀가 억지 미소를 쥐어짜며 우물쭈물했다. 다짜고짜 첫마디부터 오늘 저녁에 시간 있냐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약 챙겨드리러 왔어요.”그녀가 아부하듯 해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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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권태혁은 온세아가 물컵을 엎질러 그의 허리 아랫부분을 흠뻑 적실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의 잘생긴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뭐라 하려던 그때 온세아가 권태혁의 바짓가랑이를 닦기 시작했다.“지금 뭐 하는 거야?”권태혁의 눈동자가 깊어지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온세아를 쳐다봤다.‘시퍼런 대낮에 사무실에서 날 유혹해?’권태혁이 어두운 목소리로 호통쳤다.온세아가 그의 이상한 표정을 눈치채지 못한 듯 그저 연신 사과만 해댔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그녀는 오직 권태혁의 화를 가라앉히고 오늘 저녁 약속 얘기를 꺼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여 고개를 푹 숙인 채 열심히 닦고 또 닦았다.그리고 민망한 일이 벌어졌다.온세아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권태혁의 그곳을 내려다봤다. 머릿속이 순식간에 새하얘졌다.‘아니... 이... 이게...’권태혁 역시 그대로 굳어버렸고 눈빛도 깊어졌다. 그의 몸을 그가 가장 잘 알았다.‘내가 어쩌다가...’권태혁의 눈동자에 짙은 먹구름이 꼈다.‘빌어먹을!’온세아 앞에서 통제력을 잃을 줄은 정말 몰랐다.온세아가 황급히 손을 거두었다. 새하얀 얼굴이 순식간에 홍당무처럼 달아오르더니 알아서 슬금슬금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그러고는 민망함에 주먹을 꽉 쥐고 헛기침했다.“죄송해요... 저기 그게...”괜히 심기를 거스를까 봐 닦아준 거였는데 오히려 화를 돋운 꼴이 되어버렸다.온세아가 미처 변명할 틈도 없이 권태혁이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권태혁의 품에 와락 안기고 말았다.“온 비서, 대낮부터 날 유혹하기로 작정한 거야?”온세아는 머릿속이 윙 했고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렸다.“그게 아니라...”그녀가 그의 가슴팍을 밀어내며 변명하려 했다.“아니면 뭔데?”권태혁이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훅 다가갔다. 뜨거운 숨결이 온전히 온세아에게 쏟아졌다.온세아는 몸속에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찌릿했지만 평정심을 유지하려 무척 애썼다.“유혹하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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