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데이트가 꼬였다고 그 화풀이를 나한테 해? 난 그저 좋은 마음으로 다리를 놔준 것뿐인데.’“또 있나 봐요, 그럼.”온세아가 시선을 피하며 얼버무렸다.강준우가 말했다.“시간이 늦었으니 일단 퇴근해요. 대표님은 제가 다시 잘 설득해 볼게요.”온세아가 잠시 생각하더니 간곡히 부탁했다.“강 비서님, 혹시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나요? 며칠 전 대표실 문 앞 CCTV 영상을 확인해 보고 싶어요.”강준우가 그녀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차렸다.“여전히 조 이사님을 의심하는 거군요?”온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부탁드릴게요.”강준우 역시 대체 누가 BC 프로젝트를 유출했는지 진실을 밝히고 싶었다.“알겠어요. 최선을 다해 보죠.”...그날 밤 온세아가 새집인 늘푸른 아파트로 돌아왔다.그제야 휴대폰을 확인할 여유가 생겨 들여다보니 어젯밤 권태혁이 전화를 여러 통이나 했었다. 어디냐고 묻는 메시지도 여러 통 와 있었다.하지만 어젯밤에 이사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데다 구형민의 연락을 받고 싶지 않아 아예 전원을 꺼버렸었다.온세아가 전화를 받지 않아 권태혁의 심기가 몹시 불편해진 게 틀림없었다.그렇다고 경다혜에게 어젯밤 데이트가 어땠는지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쨌든 그녀는 다리만 놔주었을 뿐 두 사람이 어떻게 데이트를 하든 관여할 바가 아니었으니까.하지만 오늘 회사에서 권태혁의 태도를 보니 아무래도 별로였나보다.지금 온세아가 BC 프로젝트 유출 용의자로 억울하게 몰리게 생겨 남의 연애사에 오지랖을 부릴 처지가 아니었다.침대에 누워 진범을 잡아내어 그녀의 결백을 증명할 방법을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권태혁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한밤중이었다.막 차에서 내려 별장 문 앞으로 다가가던 그때 저만치서 가냘픈 실루엣 하나가 보였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다름 아닌 경다혜였다.“태혁 씨, 퇴근이 많이 늦었네요.”경다혜가 그의 집 앞에서 무려 5시간이나 기다렸다.지쳐서 계단에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자동차 엔진 소리에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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