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이었다.밀도가 가득 차 어둠이 온몸을 짓누르는 것처럼, 사지가 무거웠다.늪바닥으로 서서히 가라앉는 듯한 지독한 피로감 속에서,유진은 천근만근 같은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 올렸다.“하으…….”가느다란 신음이 갈라진 입술 사이로 새어 나갔다.몽롱한 정신을 가다듬고 몸을 움직이려던 순간,등줄기를 타고 서늘한 전율이 스쳤다.움직이지 않는다.손가락 하나, 발가락 끝 하나조차 제 의지대로 까딱할 수가 없었다.[뭐지? 나…… 왜 몸이 안 움직이지?]심장이 불길하게 맥박 치기 시작했다.유진은 공포로 가득 찬 눈동자를 굴려 황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사방은 짙은 어둠에 잠겨 있었지만,이상하게도 자신의 몸이 누워 있는 침대 위만큼은...기묘할 정도로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왔다.그때, 눈 안에 들어온 건,“아…….”자신의 양 손목을 단단히 파고들고 있는 선홍색의 띠.매끄러운 광택을 내뿜는 붉은 실크 리본이,헤드보드 포스트에 단단히 결박되어 있었다.버둥거릴수록 손목을 조여오는 부드럽고도 잔인한 감촉에 소름이 돋았다.시선을 아래로 내리자,시리도록 하얀 발목 역시 같은 리본으로 꽁꽁 묶여 침대 기둥에 고정되어 있었다.완벽하게 사지가 구속된 무력한 자세였다.[이거 뭐야?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야?]머릿속이 하얗게 점멸했다.하지만 충격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시선이 자신의 나신으로 향한 순간, 유진은 숨을 쉬는 법조차 잊어버렸다.비칠 듯이 얇고 섬세한 레드 레이스.가슴의 굴곡을 아슬아슬하게 가린 시스루 브래지어와 골반에 걸쳐진 가터벨트,그리고 허벅지를 파고드는 붉은 스타킹까지.지독하리만치 외설적이고 난잡한 속옷이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하얀 살결과 대비되는 강렬한 붉은색은…마치 누군가에게 바쳐지기 위해 포장된 선물 같았다.너무 놀라 심장이 갈비뼈를 부술 것처럼 쿵쾅거렸다.스스슥.그때, 방 안의 정적을 깨고 어둠 저편에서 미세한 마찰음이 들려왔다.유진의 고개가 소리가 난 곳으로 꺾였다.어둠의 경계선에서, 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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