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날 아침.어제까지만 해도 방학이 끝난다는 게 실감 나지 않았지만, 현실은 빠르게 도착했다. 은하는 오랜만에 옷장에서 교복을 꺼내 입었다.깔끔하게 정리된 교복을 손끝으로 만지며, 문득 지난 학기 마지막 날이 떠올랐다.그때와 지금, 자신은 얼마나 달라졌을까.현관 문을 열고 나서자, 이현과 태하가 반갑다는 듯 손을 흔들고 있었다.“강은하~ 학교 가즈아!”“오랜만에 교복이다! 으~ 싫다!”세 사람은 자연스럽게 함께 걸으며 학교로 향했다. 참, 많은 일이 있던 방학이었다.겨울 바다, 카페, 잃어버린 기억, 아트 페스티벌, 그리고 조금씩 변화하는 관계들.이현이 가볍게 하늘을 올려다봤다.“와, 어떻게 벌써부터 피곤하냐?”“빠르게 현실.”은하는 조용히 태하의 말을 곱씹었다.맞다, 다시 현실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반복이 아닐 것 같은 예감은 뭐지.정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은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보란듯이 걸려 있는 이상하리 만큼 화려한 현수막에 입까지 떡 벌어졌다.[축💖2학년 3반 강은하, 아트 페스티벌 최우수상!💖축]“이게 뭐야…?”분명 자신을 축하해 주는 현수막은 맞는데 너무 크고, 너무 화려하고, 너무도 눈에 띄었다. 게다가 하트는 또 뭐고?“아, 아저씨 진짜. 하트 좀 더 크게 해달라니까.”“그래도 눈에 확 뛰네. 형광 핑크는 역시 굿이다.”은하가 이현과 태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니들이지 또?”“당연히 우리지, 그럼 누구겠냐?”“은하야, 이 정도는 해줘야지. 그래도 최우수 상인데.”순간적으로 두통이 몰려와 이마를 감쌌다. 아침부터 수많은 학생들의 시선이 현수막에 집중되고 있었고, 이미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강은하? 저거 진짜야?”“대박, 최우수상이래!”“근데 현수막이 왜 저래? 보기만 해도 눈 아파.”“풉, 하트 뭐냐?”창피함에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상을 받은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런 대대적인 축하를 받을 만큼의 일은 아니란 말이다.“고맙긴 한데, 다음부턴 제발 이러지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