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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선물

작가: 이스
last update 게시일: 2026-07-14 08:28:01

강녕전은 수라간과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궁녀들은 발소리조차 죽여 걸었고, 내관들 역시 큰 소리로 말하는 법이 없었다.

연화는 작은 보퉁이를 품에 안은 채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섰다.

"오늘부터 강녕전을 돕게 된 연화입니다."

강녕전 상궁이 연화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수라간에서는 힘이 좋기로 이름났다 들었다."

"..."

"하지만 강녕전에서는 힘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연화가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눈치다."

"...예."

"전하를 모시는 곳에서는 작은 실수 하나도 용납되지 않는다."

"명심하겠습니다."

---

첫 기미는 무사히 끝났다.

국. 탕. 반찬.

차례대로 독을 살핀 뒤 이상 없음을 알렸다.

왕의 수라가 올라가고.

연화는 한숨을 돌렸다.

'다행이다.'

---

식사가 끝난 뒤.

수라를 물리는 일이 남아 있었다.

연화는 빈 그릇을 하나씩 정리하다가 문득 작은 접시 하나를 발견했다.

기미를 위해 따로 덜어두는 그릇인 줄 알았다.

'이것도 확인해야 하나...?'

조심스레 젓가락을 들었다.

그 순간.

"얘야."

낮고 단호한 목소리가 들렸다.

연화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강녕전 상궁이었다.

"무엇을 하는 것이냐."

"...기미를."

"기미는 끝났다."

"..."

"그 음식은 전하께 올렸던 수라다."

순간.

연화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송구하옵니다."

상궁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수라간 버릇을 여기까지 가져오면 아니 된다."

"..."

"강녕전에서는 모르는 것은 먼저 묻고."

"아는 척하지 마라."

연화는 끝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명심하겠습니다."

---

그날 이후.

연화는 눈에 띄게 말수가 줄었다.

평소 같으면 궁녀들과 웃으며 일했겠지만.

오늘은 조용히 제 할 일만 했다.

강녕전 궁녀 하나가 작게 중얼거렸다.

"많이 혼났나 보다."

"원래는 저렇게 풀이 죽는 아이가 아니라던데."

---

해가 기울 무렵.

연화는 빈 쟁반을 들고 복도를 걷고 있었다.

머릿속에는 상궁의 말만 맴돌았다.

'모르면 먼저 묻고.'

'아는 척하지 마라.'

그때였다.

앞에서 궁녀 하나가 발을 헛디뎠다.

"앗!"

손에 들고 있던 쟁반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연화는 생각하지 않았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한 손으로 쟁반을 받아내고.

다른 손으로 궁녀의 팔을 붙잡았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릇 하나 깨지지 않았고.

궁녀도 다치지 않았다.

"..."

"..."

궁녀는 놀란 얼굴로 연화를 바라보다가 연신 허리를 숙였다.

"고맙다."

연화는 얼른 손을 떼며 고개를 숙였다.

"...송구하옵니다."

연화는 등 뒤의 자신을 향한 다른 시선을 끝내 눈치채지 못했다.

---

밤.

강녕전 뒤편.

연화는 혼자 마루 끝에 앉아 있었다.

배가 고팠다.

하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아무것도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괜히 폐만 끼쳤네.'

작게 한숨을 내쉰 그때였다.

"연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강녕전 내관이었다.

"내관나리, 여긴 어쩐 일로..."

내관은 작은 쟁반 하나를 내밀었다.

따뜻한 떡 두 점.

그리고 수정과 한 잔.

연화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소첩에게 말씀이십니까?"

"받아라."

조심스레 쟁반을 받아든 연화가 물었다.

"...어디서 보내신 것이옵니까?"

내관은 잠시 연화를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알 것 없다."

"..."

"그냥 먹거라."

그 말을 남기고 내관은 그대로 돌아섰다.

연화는 떡을 내려다보았다.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싸, 강녕전은 혼나도 떡을 주는 곳인가?'

떡이 뭐라고 금세 기분이 풀리는 것 같았다.

연화는 조심스레 떡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 시각 강녕전에 있던 왕, 이헌.

헌은 조용히 책을 덮으며 물었다.

"...전했느냐."

"예, 전하."

"... 잘 먹더냐?"

"눈에 띄게 낯빛이 밝아졌사옵니다."

그 말에 헌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그러다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 정도의 보살핌은 왕으로서 백성에게 할 수 있는 것이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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