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세자의 명령 때문이 아니라 움직이는 순간,더 많은 의심과 위험이 그녀에게 향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는 주먹을 천천히 쥐었다.'나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단 말인가.'도진의 속마음에 처음으로 ‘무력함’이라는 것이 스며들었다.그 서늘한 감정은, 다가오는 비극의 첫 진동처럼 그의 폐부 깊이 파고들었다.현은 침상의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머리를 감싸 쥔 손끝이 창백했다.그는 방 안의 고요를 이기지 못한 듯 천천히 눈을 떴다.“…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그 말은 누구를 향한 것이었을까. 도진일까, 이수일까. 아니면 그 자신일까.'그는 문득 도진을 보러 갔던 이상한 충동을 떠올렸다.'경에게 다친 이유를 확인하려고 간 것인가?'아니었다.그보다 더 깊고 어두운 이유가 있었다.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빈은… 지금 나를 피하고 있다.'그 생각이 들자 심장이 서늘하게 조여들었다.그리고 또 다른 생각이 스쳤다.'그녀는… 누구를 걱정하며 밤을 지새웠을까.'문득, 현의 시선이 방문 쪽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향해 걸어갔다.내가 직접 확인해야 한다.새벽의 끝, 무너지는 평온빈의 처소, 군영의 훈련장, 세자의 침전세 곳에서 동시에 숨이 멎은 듯한 기척이 흘렀다.잠들지 못한 사람들.멀리서 서로를 느끼는 그림자들.그림자 아래 감춰진 말들.궁은 아직 조용했다.그러나 그 고요는 태풍의 눈처럼 위험했으며,조금만 건드려도 무너질 듯한 얇은 막이었다.그리고, 새벽의 끝이 서서히 밝아오는 순간, 궁의 공기는 명확하게 달라져 있었다.무언가가 곧 변하기 시작할 것처럼.아침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찾아왔다.그러나 아무 일도 없던 것은 아니었다.동틀 무렵의 햇빛이 처마 끝을 적실 때, 궁은 이미 여러 겹의 말들로 덮여 있었다.한밤중에도 깨어 있던 사람들의 입이 새벽 공기와 함께 천천히 열린 것이다.이수는 거울 앞에 앉아 있었다.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는 손길은 평소와 다름없이 차분했지만,그녀의 시선은 자꾸 거울 뒤를 보는
하지만 그는 손을 검으로 가져가지 않았다.지금은 무기를 허리에 두른 상황이 아니기도 했지만,무엇보다 지금 이 의심에서 먼저 칼을 꺼내는 순간,궁 전체가 더욱 어수선해질 것을 알았다.그저 고개를 돌려 천천히 주위를 훑었다.그러나 그림자는 이미 사라진 듯,어디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도진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이 궁은… 지금, 너무 많은 이가 서로를 훔쳐보고 있구나.'그는 스스로도 모르게 한 사람을 떠올렸다.'마마… 그곳은 괜찮은겁니까.'그녀의 처소에 발길을 옮길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마음은 자꾸 그곳으로 향했다.그때 저 멀리서 군영의 북소리가 짧게 울렸다.새벽 훈련을 준비하는 소리.그러나 도진은 그 울림 속에 다른 의미를 읽었다.'궁이… 움직인다.'이수는 새벽녘이 되어도 잠들지 못했다.방 안은 진득한 침묵에 잠겨 있었고,이수는 등불이 꺼질 때까지 그 앞에 앉아 있었다.어둠과 시선이 만나면 무언가가 보이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그녀는 이렇게 생각했다.'나는 지금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가문도, 명예도, 심지어 세자의 은총조차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지킬 수 있는 것이라곤 마음 뿐.그러나 바로 그 마음조차 지금 가장 숨겨야 할 것이었다.문득, 이수는 자신이 어젯밤 상궁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나는… 생각보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그 말이 거짓은 아니었다.그러나 그녀의 속마음은 지금도 흔들리고 있었다.'경이… 다치지 않았다면.'그 생각이 찌르듯 올라왔다.이수는 바로 눈을 감았다.마음이 더 이상 흔들려서는 안 되었다.그때 밖에서 짧은 발걸음이 들렸다.“마마. 저하께서 아침 조회 전에 빈마마의 안부를 묻고 계시옵니다.”그 순간, 이수의 손끝이 떨렸다.“저하께서…?”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혹은, 차마 예상하고 싶지 않았던 말.상궁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예, 마마. 저하께서… 빈마마의 ‘어젯밤 안위’를 물으셨사옵니다.”그 말 속에 담긴 의미는 너무도 선명했다.세자는 이미 움직
새벽은 아직 열리지 않은 문처럼 조용히 닫혀 있었다.궁의 기척은 밤과 낮 사이 어디쯤, 숨을 죽인 듯 미세하게 흔들렸다.도진은 조금도 잠들지 못했다.눈을 감으면 검은 어둠 속에서 말발굽 소리가 되살아났고,눈을 뜨면 세자의 음성이 귓가에서 멤돌았다.“경은… 빈에게 폐를 끼치지 않게 조심하라.”그 말 한 줄이 칼끝보다 더 깊게 가슴을 파고들었다.현이 자신을 의심하는 기미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도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아직 왼쪽 어깨 통증이 남아 있었지만, 더 누워 있을 이유가 없었다.방을 지키던 무사가 놀란 얼굴로 일어났다.“경께서는 아직 안정을 취하셔야”“괜찮다. 들라 하였느냐.”도진의 목소리는 평정했으나, 그 숨결에 스치는 냉기는 어둠 속에서 더 또렷했다.무사는 더 말하지 못하고 머리를 숙였다.도진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상처의 통증이 걷는 동작마다 묻어났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방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 새벽 공기가 그를 맞았다.날선 공기 속에서 불길한 기척이 가는 실처럼 피어올랐다.궁이… 달라졌다.그는 즉시 알아차렸다.진흙 속 물결처럼, 보이지 않는 파문이 궁 전체에 퍼져 있었다.움직이지 않는 듯 보이는 새벽,그 안에서 더 많은 것들이 움직이고 있었다.이수는 밤새 거의 눕지 못했다.창호지 너머로 스며드는 어둠이 마치 자신을 조여 오는 듯했다.상궁이 준비한 쑥차는 식어 있었고,방 안의 등잔불은 끝까지 타들어 가며 빛을 가늘게 떨고 있었다.“마마… 잠시라도 누우셨으면 하옵니다.”“괜찮다. 아직은…”하지만 이수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입술에 붙은 바람처럼 말끝이 사라졌다.낙마했다는 소식 하나로 궁이 이토록 흔들릴 줄은 몰랐다.그녀는 손을 목덜미로 가져갔다.서늘한 감촉이 손끝에 닿았다.그때 문 밖에서 아주 은밀한 발걸음이 들렸다.상궁은 즉시 문 앞을 향해 돌아섰다.“누구냐.”“상궁마마, 소녀입니다.”어제 밤 그 궁녀였다.문이 열리자, 궁녀는 바짝 웅크린 자세로, 숨을 들이키며
상궁의 목소리는 떨렸다.“마마께서 궁에 들어오신 것은 가문의 영예이옵고, 또한 나라의 복이옵니다.헛소문이 난다고 하여, 그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사옵니다.”이수는 잠시 상궁을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웃었다.“그러니 더더욱 조심해야겠지. 한 사람의 실수로, 몇 사람의 목숨이 날아가는 곳이 궁이니까요.”그 말에 상궁의 눈동자가 움찔였다.“마마…”“내 걱정은 하지 말라. 나는… 생각보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이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창호지를 손가락 끝으로 쓸어내리며, 바깥 어둠을 살폈다.정원에는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았다.그러나 묘하게도, 나무 그림자는 제멋대로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오늘 밤, 문단속을 더 단단히 하라. 불필요한 출입은 모두 막고,밤중에 처소 근처로 오는 자가 있다면 이름을 반드시 알아두라.”상궁은 즉시 머리를 깊게 숙였다.“명심하겠사옵니다.”이수가 창가에서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덧붙였다.“그리고… 저하께서 혹 이곳으로 오시거나, 누군가 저하의 발길을 이곳으로 인도하려 한다면, 미리 내게 알리도록 하여라.”“예, 마마.”말은 그뿐이었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분명했다.이제는… 누가 이곳으로 오는지만으로도 화근이 될 수 있다.상궁이 나가고 문이 닫히자, 이수는 창문 앞에서 한참이나 서 있었다.달빛이 비스듬히 들어와 그녀의 옆얼굴을 비췄다.그녀는 손을 뻗어 빗살무늬를 따라 손가락을 움직이다가, 천천히 이마를 창틀에 기댔다.'경은… 지금쯤 어떠한가.'마음속에 떠오른 이름을 그녀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이곳에서는 그조차도 죄가 될 것 같아서.다만, 낙마했다는 말 한마디가이토록 큰 파문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이 숨이 막힐 만큼 선명했다.그때, 문 쪽에서 아주 작은 기척이 났다.이수는 곧바로 고개를 들었다.“누구냐.”“마마, 소녀이옵니다.”문이 살짝 열리고, 아까 꾸중을 들었던 어린 궁녀가 조심스레 얼굴을 들이밀었다.“허락도 없이 문턱을 넘는 자는 혼을 나야겠구나.”이
이수는 두 손을 무릎 위에 포개어 올렸다.천천히 손가락을 펴고 쥐기를 반복했다.눈에 보이지 않는 실이 손목을 감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어디론가 끌려가는 듯한 기분이 들 때마다,그녀는 스스로를 다잡듯 작은 숨을 내쉬었다.'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어야 할 사람인데.'세자빈이 된다는 것은 궁 안의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하물며 세자의 곁을 지키는 호위무사에게이상한 감정을 품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그러나 마음이라는 것은 이치에 따라 움직이지 않았다.이수는 그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문 앞에서 아주 옅은 속삭임이 들려왔다.“…요사이 대비마마께서 유난히 빈마마 처소를 자주 물으시지 않으시냐.”“쉿. 입을 조심하라고 하였거늘…”궁녀들의 낮은 대화는 문틀에 부딪혀 희미하게 잘려 들어왔다.이수는 귀를 막고 싶었으나 그러지 않았다.한마디 한마디가, 지금 자신을 둘러싼 공기의 결을 알려주는 것 같아서.잠시 뒤, 상궁의 목소리가 더 가까이 다가왔다.“입 다물라 하지 않았더냐. 빈마마께 들으시면 어찌하려고 그리 떠들고 있느냐.”궁녀들이 허겁지겁 사라지는 기척이 났다.이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잠시 후, 상궁이 안으로 들었다.“마마, 불편하신 곳은 없사옵니까.”“괜찮다. 방 안 기척이… 오늘따라 더 시끄럽구나.”이수의 말에, 상궁은 순간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그러나 이내 낮은 자세로 다가와 허리를 굽혔다.“용서하시옵소서. 다들 요사이 조심성이 없어져… 말을 삼가지 못하였사옵니다.”“무슨 말을 그리도 나누기에 그러느냐.”이수는 애써 담담한 목소리를 냈다.그러나 답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심장은 이미 대답을 알고 있다는 듯, 서늘하게 쿵쿵 내려앉았다.상궁은 잠시 망설였다.“마마께 숨기려 하였사오나… 궁 안일을 마마께서 모르시고 계신다면,그 또한 옳지 않은 일 같아… 감히 말씀드리려 하옵니다.”그녀의 말투에는 진심이 서려 있었다.이수는 고개를 끄덕였다.“말해 보아라
부상으로 누운 도진의 방문이 천천히 닫히자, 남겨진 공기가 묘하게 흔들렸다.안쪽엔 짙은 약향과, 땀에 젖은 천의 냄새와, 싸늘하게 가라앉은 피비린 내의 잔향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현은 침상 옆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어둠에 잠긴 방은 조용했고, 그 적막만이 두 사람 사이의 오래된 공백을 대신했다.“도진… 이런 모습으로 누울 줄은 몰랐다.”그 말은 나직했으나, 목 안에서부터 갈라져 나온 것처럼 거칠었다.도진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는 아직 움직이기 힘들었으나, 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몸이 곧게 굳는 걸 느꼈다.“저하… 놀라셨다면 송구하옵니다.”도진은 상투적인 말로 침착함을 유지했지만, 그의 어깨에는 여전히 통증이 남아 있었다.낙마가 아니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상처들. 그러나 그보다 더 깊은 상처는 따로 있었다.현의 눈동자에 비친 ‘알 수 없는 것’의 그림자였다.현은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와 도진의 몸을 살폈다.“기력이 돌아오면 다시 근위무사들과의 점검을 재개하라. 궁이… 요즘 자꾸 어수선하다.”그 말에 도진은 아주 잠시 눈을 가늘게 떴다.명령 자체는 평범했지만, 말 끝에 스친 단어 어수선하다.도진은 그 기운을 이미 느끼고 있었다.궁 안에서 자신이 모르는 흐름이 움직이고 있었다.“하루 빨리 회복하여 전하의 명을… 따르겠습니다.”현은 대답을 듣고도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오히려, 도진의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그 시선이 닿을 때마다 방 안의 공기가 미세하게 일렁였다.“…경은 언제나 ‘무탈하다’ 말만 하더구나.”이 문장은 이상하게 길게 여운을 남겼다.무탈하다고 말하지 않았던 날이 있었던가?그제야 도진은 깨달았다.요즘 현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났다.마치 뭔가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현은 더 머물지 않았다.그러나 방문을 나서는 순간, 짧은 문장이 남았다.“경은… 빈에게 폐를 끼치지 않게 조심하라.”도진의 손이 이불 위에서 아주 미세하게 굳어졌다.왜… 세자빈 마마의 이름이 여기서 나오는가.
현은 그를 오래 바라보았다.그 시선은 단순한 명령자의 시선이 아니었다.오랜 우정과 굳건한 믿음이 깔려 있으나,그 밑바닥에는 설명할 수 없는 미세한 균열이 보였다.“마마의 밤이니만큼… 혹 무슨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변을 더 살펴보아라.”명분 있는 명령이었다.그러나 그 말 속에는 ‘왜 네가 여기에 있었느냐’는 질문보다도 더 깊은 무언가가 흐르고 있었다.도진은 눈을 내렸다.“…예, 저하.”그는 마지막으로 이수를 향해 아주 조심스럽게 인사를 하고 문 밖으로 사라졌다.그의 발걸음이 멀어지는 동안 방 안의 공기는 다시 천
이수는 대답하지 못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침묵이 짧게 흘렀다.그러나 그 침묵 속에는 많은 말들이 미묘하게 얽혀 있었다.도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오늘 하루… 마마께서 많이 지치셨을 듯하여 저하께서도 염려가 깊으셨사옵니다.”그 말은 조심스럽고 공손했다.그러나 그 속에는 세자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마음을 감추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이수는 시선을 창호로 옮기며 말했다.“…궁은 생각보다 더 많은 숨을 감추고 있는 곳이더이다.”도진은 그 말에 정답처럼 대답하지 않았다.오히려 아주 짧게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었
그 말은 단순한 배려처럼 들렸지만 그 안에는 자신이 먼저 그녀를 품으려는 의지가,그리고 동시에 도진을 묘하게 견제하는 마음이 스며 있었다.전각 밖으로 나오자 바람이 그들의 옷자락을 스쳐 지나갔다.세상의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새소리, 바람 소리, 궁인들의 바쁜 발걸음.이수는 걸음을 옮기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거기 호위무사.”도진은 고개를 돌렸다.“예, 마마.”“저하와 내가… 잘 어울리오?”이 질문은 그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도진의 발걸음이 순간 멈추었다.이수는 그 미묘한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어딘가 가늘게 떨리는 결이 있었다.그 떨림은 이수만 느낀 것이 아니었다.도진 역시 자신 안에서 무언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을 어렴풋이 감지하고 있었다.그러나 그 감정의 이름을 알기에는 이 날은 너무 이르고, 운명은 아직 침묵을 지키는 중이었다.둘의 발걸음이 나란히 복도를 따라 이어질 때비 온 뒤의 햇빛이 천천히 두 사람의 그림자를 하나의 긴 선처럼 이어 붙였다.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은 것 같았으나, 동시에 이미 모든 것이 시작되고 있었다.전각 앞에 도착했을 때, 하늘은 이미 낮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