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폐하께서 결국 우의정의 손을 들어주셨습니다. 안락당 문이 열렸습니다."텅 빈 연화당. 하륜의 건조한 보고에 찻잔을 매만지던 미옥의 손끝이 멈칫했다.'결국 밖으로 기어 나온다는 거네.'미옥의 머릿속이 차갑게 가라앉았다.황제의 애정을 뺏길까 봐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천유희로서 겪었던 뼈저린 경험들이 그녀의 본능을 날카롭게 깨우고 있었다.황궁에서 황제의 총애만으로 부족했다.진짜 무서운 것은 조정 대신들의 뒷배였다. 그들의 권력이 등에 업히는 순간, 황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판은 뒤집힌다.초희가 저 늙은 구렁이들과 결탁해
우의정이 서찰을 머리 위로 번쩍 치켜들었다. 안락당을 살핀 의원의 소견서였다."초 귀인의 몸에서는 포궁악창의 병증인 종괴도, 하혈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병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하오면 어째서 멀쩡하던 귀인이 그리 끔찍한 피를 쏟았단 말입니까?"우의정이 바닥에 엎드린 채, 짐짓 비통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내진을 한 의원은 조심스레 소견을 밝혔습니다. 귀인이 겪은 고통과 하혈은 병이 아니라, 회임 초기에 누군가 용종을 해치려 맹독을 썼을 때 나타나는 징후와 소름 끼치도록 흡사하다고 말입니다!""……!""비록
따스한 아침 햇살이 내려앉은 연화당.여유롭게 찻잔을 기울이는 미옥의 앞으로, 차 상시가 품에서 꺼낸 서찰 하나를 정중히 밀어 놓았다."오늘 새벽, 안락당에 다녀온 의원이 쓴 내진 소견서입니다."차 상시가 마른침을 삼키며 차분하게 보고를 이었다."초 귀인의 병증이 완치되었다 하옵니다. 하오나 안락당의 굳은 문을 열기 위해서는 내명부를 총괄하시는 마마의 윤허가 필요하기에, 이리 먼저 서찰을…….""잠깐."미옥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 그녀의 눈매가 날카롭게 가늘어졌다."안락당에 의원이 들었다고? 내
안락당의 창살 너머로 희부연 새벽빛이 스며들었다.밤새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초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떨리는 손으로 속적삼을 끌어내렸다.하얗고 깨끗했다.간밤에도 핏자국은커녕 탁한 분비물조차 묻어나지 않았다.'확실해. 다 나았어. 아니, 애초에 오진이었던 거야.'초희는 메마른 입술을 꽉 깨물었다. 더 이상 밑이 빠지는 듯한 통증도 없었고, 배를 짓누르던 불쾌한 열기도 사라졌다. 더는 이 썩은 내 나는 지옥에서 죽어갈 이유가 없었다.끼익-.때마침 무거운 문이 열리며 나인 하나가 귀찮은 기색이 역력한 발걸음으로 들어왔다.싸늘
푸르스름한 새벽빛이 스며드는 내수사(內需司).동이 트기가 무섭게 하륜의 은밀한 집무실로 달려온 차 상시가,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그래서."서류를 뒤적이던 하륜의 건조한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귀비께서 대놓고 뇌물을 받으며 벼슬장사를 시작하셨고, 네게 그 수금 책임을 맡겼다?""예, 상선 어른! 간밤에 기어이 폐하의 확답까지 받아내셨습니다! 당장이라도 금괴 상자가 더 들어온다면, 호조 정랑 자리에 그 촌구석 사또 놈이 꽂힐 겁니다."차 상시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말을 이었다.“폐하께서는 뻔히 뒷돈을
"확실하게 자리 값을 치러드릴 테니.""하아…… 발칙한 계집."질척, 찌걱.살과 살이 맞붙어 미끄러지는 외설스러운 마찰음이 고요한 내실에 울려 퍼졌다. 미옥의 갈라진 음순 사이로 흘러넘친 뜨거운 애액이 연호의 단단한 기둥을 미끄럽게 적셨다.삽입하지 않고 그저 가장 예민한 끝부분을 점막으로 뭉개며 문지르는 감각. 그것은 쾌감이라기보단 차라리 고문에 가까웠다.그녀의 뜨겁고 축축한 살결이 닿을 때마다 척추를 타고 찌릿한 전율이 치솟았다. 당장이라도 허리를 쳐올려 가장 깊은 곳까지 단숨에 꿰뚫어 버리고 싶은 충동이 연호의 하복부를
“으아, 이 한겨울에 빨래 담당이라니! 세수도 하기 싫은 날에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원래 돌아가면서 하기로 했잖아!”동기의 칭얼거림이 차가운 냇가에 울려 퍼졌다. 미옥은 대꾸 대신 얼음장 같은 물에 방망이질을 해댔다.“입 말고 몸을 움직여. 그럼 좀 덜 추울 테니까.” “그러지 말고, 미옥아.”콧소리 섞인 목소리에 미옥이 경계 서린 눈초리로 고개를 돌렸다.“또 뭔 소리를 하려고?” “노 씨한테 가서 뜨거운 물 좀 달라고 해봐. 네가 부탁하면 물이 뭐야, 빨래도 대신 해줄걸?”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말고 방망이질이나
눈은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이 쏟아졌다. 하늘과 땅의 경계가 사라진 백색의 지옥이었다.북방의 잔혹한 겨울바람이 여인의 비단 옷자락을 무자비하게 파고들었다. 겹겹이 껴입은 비단옷이 종잇장처럼 얇게 느껴질 정도의 혹한이었다. 드러난 살결은 이미 감각이 마비된 지 오래였고, 눈꺼풀 위로 내려앉은 서리는 속눈썹을 무겁게 짓눌렀다.하지만 미옥은 추위를 느낄 수 없었다. 손끝에서부터 전해지는 금속의 소름 끼치는 서늘함, 그리고 그 칼끝에 매달린 누군가의 지독하게 뜨거운 생명력 때문이었다. 자신의 손을 타고 흐르는 액체는 차가운 대기와 만나
따사로운 아침 햇살이 스며드는 처소.초희는 두 손에 쥐어진 황금빛 교지를 매만지며 주체할 수 없는 환희에 몸을 떨었다.‘귀인(貴人)이라니. 설마 내게 내려진 자리가 종1품 귀인일 줄이야!’미옥이 제 첩지를 내려달라 황제에게 청했을 때만 해도, 초희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기껏해야 후궁의 말단인 재인(才人)이나 숙의(淑儀) 정도를 던져주며 선심을 쓰는 척할 줄 알았다. 무 귀인이 제 곁에 저와 동급인 후궁을 둘 리가 없지 않은가.그런데 후궁 중에서도 가장 으뜸인 귀인의 자리라니.초희의 붉은 입술이 마침내 교만하게 말려 올라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은 궐내의 후원 굽잇길.삼삼오오 모여선 어린 나인들이 치맛자락을 살짝 걷어쥔 채, 우스꽝스러운 걸음걸이로 낑낑대고 있었다."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이냐? 골반을 조금 더 틀어야 하나?""어휴, 무릎 아파 죽겠네. 귀인 마마께선 어찌 그리 사뿐사뿐, 꽃잎이 물 위를 걷듯 걸으시는 겐지.""얘, 넌 그 뻣뻣한 허리로 마마를 흉내 내느니 차라리 교방(敎坊)에 가서 춤이나 다시 배우고 와."미옥의 우아하고 매혹적인 자태는 벌써 궐내 여인들 사이에서 경외와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까르르 웃으며 서로를 타박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