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오빠를 찾아내기 전에, 오빠가 이미 도망쳐 나왔다고 하더라고. 그때 오빠랑 같이 있던 여자애가 있었다는데, 그게 심이담인지는 나도 확실치 않아.”지연이 어깨를 으쓱하곤 덧붙였다.“어쨌든 우리 오빠는 납치 사건 때문에 돌아오자마자 고열로 며칠이나 사경을 헤맸어.”“깨어난 뒤로는 그때 일을 싹 다 잊어버렸고, 할머니도 그 일에 대해선 아무도 입 밖에 내지 못하게 하셨지.”초연은 그 말을 듣고 안색이 미세하게 굳어졌다.‘하씨 가문처럼 깐깐한 가문에서, 그 노인네가 날 그리 눈엣가시로 여기면서 심이담 같은 애를 어떻게 순순히 받아들였나 했지. 다 이유가 있었던 거였어.’‘하진혁은 납치당했던 일도, 목숨을 구해준 은인도 다 잊어버렸단 말이지... 이거야말로 나한텐 절호의 기회잖아!’...다음 날 아침. 의사가 약속된 시간에 맞춰 진혁의 상처를 처치하러 그린힐로 찾아왔다.이담이 막 방을 나서려던 순간, 진혁이 이담의 손목을 붙잡았다.“네가 해.”이담이 힐끗 쳐다보자, 의사가 멋쩍게 웃으며 한 걸음 물러섰다.“사모님도 의사라고 들었습니다. 사모님께 맡기겠습니다.”심계화가 의사를 배웅하러 나가자, 침실에는 금세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진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왜, 네가 직접 낸 상처라 건드리기 껄끄러워?”이담이 입술을 꽉 깨물곤 이내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진혁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구급상자에서 연고와 거즈를 꺼냈다.“내가 손놀림이 좀 거칠어. 아파도 알아서 참아.”투박한 손길에도 진혁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렸다.“칼로 찌를 때도 참았는데, 이까짓 걸 못 참을까.”“네가 문초연을 밀쳐내지만 않았어도 네가 찔릴 일은 없었어. 네가 자초한 일이야.”진혁이 서서히 웃음기를 거두었다.“평생을 감옥에서 썩고 싶어?”“나쁠 거 없지.”한없이 무심하고 건조한 태도에 진혁의 안색이 불쾌하게 굳어졌다.“이담아, 앞으로 다신 그런 미친 짓 하지 마.”이담이 고개를 끄덕였다.‘어차피 우리한테 앞날 따윈 없을 텐데.’분명 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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