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내가 정말 그 애와의 관계를 되돌릴 수 있을까?”다리를 꼬고 소파에 기댄 채 의학 서적을 읽고 있던 지훈이, 맞은편에 앉은 경훈의 혼잣말에 고개를 들었다. “글쎄. 그걸 왜 나한테 묻지?”경훈이 쓴웃음을 지었다. “하긴, 형은 원래 이런 일에 관심이 없지.”알고 지낸 세월이 얼만데, 남녀 사이엔 도통 관심도 없고 오직 의학 서적밖에 모르는 사람한테 묻는 건 아무 소용이 없었다. 어차피 속 시원한 답을 줄 사람도 아니었다.“네가 여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건 처음 보는데.” 지훈이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예전엔 그랬지. 하지만...” 경훈이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해서는 안 될 짓을 했거든.”지훈은 불현듯 진지해진 경훈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네가 여자한테 죄책감을 다 느끼고, 대체 누군지 궁금해지네.”“심이담이야.”멈칫하던 지훈은 이내 평정을 되찾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문 밖에 서 있던 이담은 끝내 문을 두드리지 못했다.‘경훈 선배가 날 속인 건 사실이야. 하지만 엄마와 내가 제일 힘들 때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도와준 것도 사실이잖아.’‘선배와의 인연도 이미 정리됐는데, 도대체 나한테 무슨 죄책감을 느낀다는 거지?’이담이 사무실로 막 돌아가자, 경훈이 방에서 나왔다.지훈이 그를 문 앞까지 배웅했다.“형, 나 먼저 갈게. 혹시라도 그 사람 소식을 듣게 되면...”“연락할게.” 지훈이 문가에 기대선 채 짧게 대답했다.경훈은 더 말없이 돌아서서 걸음을 옮겼다.멀어지는 경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지훈의 시선이 이내 옆 사무실로 향했다....3일 뒤, 진혁은 하성그룹 협상팀을 이끌고 전용기를 타고 강성시로 향했다.구름 위를 날고 있는 전용기 안. 진혁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면서 팔걸이에 기댄 채 강성시 성운 테크에서 내놓은 AI 의료 프로젝트 기획안을 훑어보고 있었다.무언가 보고를 받은 안나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대표님, 진 대표도 지금 강성시에 있다고 합니다.”진혁이 천천히 눈을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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