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Bab 231 - Bab 240

289 Bab

제231화

“도대체 어떤 사람이 심 선생님 같은 분을 놓친 거예요? 어쩌다 이혼까지 하게 된 거예요?”유하연은 놀란 눈치였지만 금세 고개를 끄덕였다.이담은 워낙 눈에 띄는 미인인 데다 성품까지 온순해 보였다. 어느 집안에서든 며느리로 데려가고 싶어 할 만한 사람이니, 주변에 남자가 끊어질 리 없었다.이담이 채 대답하기도 전에 고승범이 거들었다.“이혼하길 잘했지. 그 녀석이 복이 지지리도 없는 게야.”유하연도 맞장구를 쳤다.“요즘 이혼하는 젊은 부부들이 한둘이게요. 이혼은 이제 흠도 아니죠. 심 선생님은 훨씬 더 좋은 사람을 만날 거예요.”이담은 그저 웃기만 할 뿐 묵묵히 밥을 먹었다.식사를 마친 이담은 고승범과 함께 강민준 부부를 배웅했다.지훈은 느긋한 걸음으로 사람들의 뒤를 따랐다.강민준 부부의 차가 멀어지자 고승범이 이담을 돌아보며 물었다.“이담아, 병원으로 돌아갈 테냐?”“네, 병원으로 가야 해요.”“마침 잘됐구나. 지훈이랑 같이 가면 되겠다.”이담이 멈칫하자, 고승범이 지훈을 쳐다보며 말했다.“지훈아, 네가 바래다주거라.”며칠 전 사무실에서 겪었던 일을 떠올린 이담은 굳이 불편한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교수님, 저는 그냥 택시 타고...”“타시죠.”지훈이 선뜻 대답했다.이담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내가 잘못 들었나?’고승범이 안심한 듯 차에 오르자, 곧이어 손명우가 차를 몰고 떠났다.순식간에 지훈과 둘만 남게 되었다.지훈이 차를 앞으로 몰고 오자, 그래도 운전기사 취급을 할 수는 없어서 이담은 조수석에 올랐다.이담이 안전벨트를 매자, 지훈이 불쑥 입을 열었다.“차 안 물건은 함부로 건드리지 마세요.”이담은 황당하다는 듯 두 손을 들어 보였다.“아무것도 안 건드렸는데요.”“미리 경고하는 겁니다.”이담은 어이가 없어서 말문마저 막혔다.숨 막히는 침묵이 이어지자 결국 이담이 먼저 입을 뗐다.“교수님 친손자이신 줄은 정말 몰랐네요. 전혀 안 닮으셔서요.”지훈은 짧게 대답만 할 뿐 더 이상은 말이 없었다.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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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형, 내가 정말 그 애와의 관계를 되돌릴 수 있을까?”다리를 꼬고 소파에 기댄 채 의학 서적을 읽고 있던 지훈이, 맞은편에 앉은 경훈의 혼잣말에 고개를 들었다. “글쎄. 그걸 왜 나한테 묻지?”경훈이 쓴웃음을 지었다. “하긴, 형은 원래 이런 일에 관심이 없지.”알고 지낸 세월이 얼만데, 남녀 사이엔 도통 관심도 없고 오직 의학 서적밖에 모르는 사람한테 묻는 건 아무 소용이 없었다. 어차피 속 시원한 답을 줄 사람도 아니었다.“네가 여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건 처음 보는데.” 지훈이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예전엔 그랬지. 하지만...” 경훈이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해서는 안 될 짓을 했거든.”지훈은 불현듯 진지해진 경훈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네가 여자한테 죄책감을 다 느끼고, 대체 누군지 궁금해지네.”“심이담이야.”멈칫하던 지훈은 이내 평정을 되찾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문 밖에 서 있던 이담은 끝내 문을 두드리지 못했다.‘경훈 선배가 날 속인 건 사실이야. 하지만 엄마와 내가 제일 힘들 때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도와준 것도 사실이잖아.’‘선배와의 인연도 이미 정리됐는데, 도대체 나한테 무슨 죄책감을 느낀다는 거지?’이담이 사무실로 막 돌아가자, 경훈이 방에서 나왔다.지훈이 그를 문 앞까지 배웅했다.“형, 나 먼저 갈게. 혹시라도 그 사람 소식을 듣게 되면...”“연락할게.” 지훈이 문가에 기대선 채 짧게 대답했다.경훈은 더 말없이 돌아서서 걸음을 옮겼다.멀어지는 경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지훈의 시선이 이내 옆 사무실로 향했다....3일 뒤, 진혁은 하성그룹 협상팀을 이끌고 전용기를 타고 강성시로 향했다.구름 위를 날고 있는 전용기 안. 진혁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면서 팔걸이에 기댄 채 강성시 성운 테크에서 내놓은 AI 의료 프로젝트 기획안을 훑어보고 있었다.무언가 보고를 받은 안나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대표님, 진 대표도 지금 강성시에 있다고 합니다.”진혁이 천천히 눈을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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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명월이 화들짝 놀라며 되물었다. “결혼하셨어요?”“어릴 때 멋모르고 일찍 했다가, 지금은 헤어지는 중이죠.”명월이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돌렸다. “만약 이혼 서류에 도장 찍고 완전히 혼자가 됐는데, 고 선생님이 심 과장님을 좋아하게 되면요?”“그건 그 사람 사정이지 제가 알 바는 아니죠. 누가 절 좋아한다고 해서 저도 꼭 좋아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이담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제가 꽤 험난한 결혼 생활을 겪어서 당분간 연애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어요. 인생이 꼭 연애하고 결혼해야만 굴러가는 것도 아니고요.”“혼자서 자유롭게 돈 쓰면서 가고 싶은 곳 가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는 게 훨씬 행복하지 않나요?”이담이 소리 내어 웃었다. 진심이 담긴 두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맑고 투명하게 빛났다.이담의 미소를 바라보던 명월은 순간 멍해졌다.‘예쁘다는 게 저런 거구나.’ 이담을 보고 있을수록 그동안 혼자 날을 세웠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간호사들 말처럼 콧대 높은 사람도 아닌데...’“저, 제가 안 미우세요?”이담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미울 게 뭐 있어요?”명월은 결국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솔직히 말하면 심 과장님 탓만 할 수도 없어요. 워낙 예쁘시잖아요. 고 선생님 같은 사람조차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드니까, 저 혼자 괜히 라이벌이라고 착각했던 거예요.”“어차피 고 선생님이 저 같은 건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 알아요. 전 그렇게 예쁘지도, 잘나지도 않았으니까요.”“왜 자꾸 남이랑 비교해요?” 이담이 명월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소 선생님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에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귀한 존재라고요.”명월이 고개를 푹 숙였다. 누군가에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귀한 존재’라는 말을 들은 건 난생처음이었다.“그리고 제 생각에 소 선생님이 안 예쁜 게 아니라, 꾸밀 줄을 몰라서 그런 것 같은데요?”정곡을 찔린 명월이 몹시 무안해하며 중얼거렸다. “제가 화장할 줄을 몰라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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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가벼운 담소를 나누던 진혁이 술잔을 내려놓고 핸드폰을 챙겨 복도로 나갔다.[대표님, 사모님이... 강성병원에 안 계십니다.]통유리창 앞에 선 진혁의 얼굴은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에 반쯤 가려져 있었다. 표정만으로는 진혁의 속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확실해?”[확인해 봤습니다. 강성대학병원에 전근 신청을 넣으셨던 건 맞지만, 보름 전에 이미 철회하셨다고 합니다.] 안나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병원 쪽에서는 사모님이 원래 있던 곳에 남기로 한 줄 알았답니다.]한참을 침묵하던 진혁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그럼 강성시에 있는 병원 하나하나 다 뒤져.”[그래도 안 계시면 어쩌죠?]진혁은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고.”전화를 끊은 진혁이 라이터를 켜서 담뱃불을 붙였다. 하얀 담배 연기가 피어오르며 창밖 야경을 희미하게 가렸다. 먼 곳을 응시하는 진혁의 눈빛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다음 날, 강성대학병원. 출근한 지 며칠 안 된 이담이 뇌수막염 환자를 첫 진료했다. 약물로는 농양의 진행을 막을 수 없는 상태라 신속하게 배액 수술 일정을 잡았다.두 시간 뒤, 수술실에서 나온 이담이 보호자에게 수술 경과를 설명했다.마침 수술실 근처에 있던 정우와 지훈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정우가 입꼬리를 올리며 농담을 던졌다. “우리 과에도 드디어 젊고 예쁜 집도의가 생겼네? 심지어 직급도 과장이야.”지훈은 그저 말없이 바라볼 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정우가 의외라는 듯 물었다. “웬일로 반박을 안 하냐?”평소 지훈은 다른 여자를 칭찬하는 말에 동의하는 법이 거의 없었다.지훈이 시선을 거두면서 담담하게 대꾸했다. “젊고 예쁜 건 사실이니까.”발걸음도 멈추지 않고 그대로 돌아서는 바람에, 홀로 남겨진 정우만 황당하다는 듯 눈을 끔벅였다.수술복을 갈아입고 나온 이담에게 명월의 카톡이 도착했다. 주말 약속에 나가겠다는 답장과 함께 귀여운 이모티콘이 첨부되어 있었다.고개를 숙인 채 답장을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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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정우가 주먹을 날리며 달려들자, 한 손으로 이담을 막아선 진혁이 다른 손으로 정우를 쳐냈다.뒤로 휘청이며 넘어진 정우가 손등으로 코밑을 훔치자 붉은 피가 묻어났다.“정우 씨!”진혁을 밀쳐낸 이담이 정우에게 다가갔다. 진혁이 다시 끌어당기려는 순간, 이담이 매섭게 손을 올려 뺨을 후려쳤다.“하진혁, 적당히 좀 해!”고개가 살짝 돌아간 진혁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이담을 응시했다.이담은 얼른 정우를 부축하며 물었다.“괜찮아요?”“괜찮아요. 걱정하지 말아요.”정우가 코피를 닦아내며 진혁을 쏘아보았다.“여자한테 힘으로 밀어붙이는 놈들은 딱 질색이라서요.”진혁의 미간이 잔뜩 일그러졌다.“우리 일이야. 외부인은 빠져.”“누가 봐도 그쪽이 외부인 같은데?”정우가 콧방귀를 뀌며 비아냥거렸다.“멀끔하게 차려입고 하는 짓은 개차반이네. 어디서 여자나 쫓아다니는 변태 자식 아냐?”진혁이 셔츠 소매 단추를 느슨하게 풀었다. 변태라는 말에 돌연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날 보고 변태라니, 살다 살다 별소리를 다 듣네.’마침 안나가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달려왔다.“대표님.”이담과 정우를 번갈아 보던 안나가 이담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사모님.”정우가 멈칫하더니, ‘사모님’이라는 호칭에 적잖이 당황한 표정으로 이담을 쳐다봤다.“방금 저 사람이...”“전남편이에요.”이담이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그제야 상황을 납득한 정우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전남편?”잔뜩 충혈된 진혁의 시선은 이담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난 아직 이혼에 동의한 적 없어.”“우리 결혼은 진작에 껍데기만 남았어. 이렇게 질척거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짧게 심호흡을 한 이담이 진혁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하진혁, 너하고 결혼한 게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야.”이담은 진혁이 입을 떼기도 전에 정우를 데리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등 뒤에서 진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담아.”이담은 걸음을 멈췄지만, 돌아보지는 않았다.“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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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이담과 헤어진 정우는 곧장 지훈의 사무실로 향했다.시뻘겋게 부어오른 콧대에 왼쪽 콧구멍은 솜으로 틀어막은 정우를 발견하자, 지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꼴이 왜 그래?”정우가 빈 의자에 앉으며 코를 가리켰다. “맞춰볼래?”“안 해.”“넌 진짜 재미 없다니까!” 정우가 등받이에 기대며 툴툴거렸다. “나 오늘 심 과장님이 그렇게 일찍 결혼했다는 거 처음 알았잖아. 게다가 그 전남편이라는 자식이 들러붙길래 나섰다가 방심하는 바람에 한 대 맞았지.”지훈이 펜 뚜껑을 닫으며 담담하게 대꾸했다. “말이 전남편이지, 아직 이혼 서류에 도장도 안 찍었어.”“아, 그래?” 멈칫하던 정우가 이내 되물었다.“근데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지훈이 서류를 정리하며 가볍게 무시하자, 정우가 눈을 가늘게 뜨며 캐물었다. “알겠다. 너 몰래 심 과장님한테 관심을 두고 있었지?”“아니.”단호한 부정에 정우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렇게 예쁜 사람을 두고도 복을 발로 차다니.”지훈이 정우를 힐끗 쳐다봤다. “그럼 넌 복이 있나 보지?”말문이 막힌 정우가 발끈했다. “시끄러워. 심 과장님이 예쁘긴 해도 내 취향은 아니거든!”지훈은 더 대꾸하지 않고 노트북 가방을 챙겨 들었다.정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야, 너 벌써 퇴근하냐?”“오늘 이사하는 날이야.”...주말.이담과 명월은 식사를 마치고 함께 볼링장으로 향했다.이담은 볼링을 쳐본 적이 거의 없어 폼이 엉성했다. 반면 명월은 꽤나 능숙해 보였다.“실력이 엄청나네요.”칭찬에 머쓱해진 명월이 웃으며 대답했다. “예전에 기분 안 좋을 때마다 와서 쳤거든요. 저 핀들을 미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싹 다 쓰러뜨리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더라고요.”뭔가 말을 꺼내려던 이담의 시선이 문득 명월의 목에 걸린 은색 반지에 머물렀다. 언뜻 보기에 흔한 커플링은 아닌 듯했다.이담의 시선을 눈치챈 명월이 무의식 중에 반지를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옷깃 안으로 숨기면서 웃었다. “이렇게 매치하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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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하지만 문초연은 하씨 가문 사모님이 아니지 않습니까.]안나가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대표님을 원망하시는 마음은 압니다만, 지금 수술실에서 위독한 상태입니다. 본가 어르신들도 대표님이 사모님을 찾으러 강성시에 오신 걸 아직 모르시고요.] [어찌 됐든 어르신을 봐서라도 한 번만 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용건 끝났어요?” 이담이 짧게 심호흡을 하곤 차분하게 대꾸했다. “그럼 제 말도 들으세요. 할머니 은혜는 잊지 않고 있지만, 할머니는 할머니고 그 사람은 그 사람이에요.” “오늘 할머니를 핑계로 그 사람을 만나러 간다면, 다음에도 똑같은 핑계로 부르시겠죠.”“계속 할머니를 핑계 삼아 절 부르시겠지만, 지난 6년 동안 전 하씨 가문에 빚진 거 하나도 없어요.” “할머님이 제게 잘해주신 건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억지로 그 사람을 볼 이유는 없습니다.”“그 인간이 죽든 말든 제 알 바 아니라고 전하세요!”이담이 단호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뚝 끊어진 핸드폰을 들고 머쓱해진 안나가 벤치에 앉아 있는 남자를 돌아보았다. 남자는 가벼운 찰과상만 입은 상태였다.방금 전화를 스피커폰으로 해둔 터라, 이담의 모진 말은 진혁의 귓가에도 똑똑히 박혔다.진혁은 눈을 감은 채 꾹 참고 있어서, 표정만으로는 속내를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죽어도 알 바 아니라고?’‘정말 지독하군.’안나가 민망한 얼굴로 핸드폰을 챙겼다. 평생 쓸 연기력을 방금 다 쏟아 부은 듯한 느낌이었다.‘난 할 만큼 했어.’“하 대표님.”진혁의 사고 소식을 듣고 소준우 회장이 급히 응급실로 달려왔다. 걷어 올린 소매 아래로 찰과상이 보였지만 그리 큰 상처는 아니었다. “어쩌다 이렇게 병원 신세를 지게 되셨습니까?”진혁이 천천히 소매를 내리며 대답했다. “가벼운 사고였습니다.”“아이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바람에 기사가 급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차가 미끄러지면서 살짝 부딪치셨어요.” 안나가 덧붙였다.소준우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다치신 데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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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이담이 손잡이를 꽉 쥔 채 고개를 들고 쳐다보자, 지훈이 물었다.“뭘 그렇게 봅니까?”“고 선생님...” 이담이 솔직한 감상을 내뱉었다. “생각보다 좋은 분이시네요.”지훈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어졌다. 자신의 성격을 남에게 평가받는 걸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여긴 이담이 서둘러 사과했다.“죄송해요. 제가 쓸데없는 소리를 했네요.”“괜찮습니다.”두 사람이 나란히 병원에 도착하자, 함께 출근하는 모습을 발견한 정우가 의미심장하게 눈썹을 까딱였다. “오, 두 사람... 뭔가 수상한데?”이담이 어이없다는 듯 대꾸했다. “수상하긴요. 그냥 출근길이 겹쳤을 뿐이에요.”“그냥 우연히?”지훈도 덤덤하게 거들었다. “우연히 겹친 거 맞아.”정우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더니, 이내 신이 나서 새로운 가십거리를 꺼냈다. “아, 내가 방금 엄청난 소식을 들었는데. 경성시 하성그룹 대표 알지?”이담의 몸이 미세하게 굳어졌다.이담의 반응을 눈치채지 못한 정우가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이 강성시에 왔는데, 어제 외곽 순환도로 쪽에서 크게 교통사고가 났대. 근데 사고 직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네.”“실종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담이 굳은 표정으로 묻자, 지훈이 이담을 힐끗 쳐다봤다.“말 그대로 행방을 모른다는 거지요. 얼마나 다쳤는지도 안 알려졌어요. 지금 실시간 검색어를 도배했더라고요. 그 사람이 타고 있던 벤틀리는 완전히 폐차 수준이던데.” 정우가 핸드폰 화면을 켜서 실시간 검색어에 뜬 사진을 이담의 눈앞에 들이밀었다.사진 속 벤틀리는 앞부분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심하게 찌그러진 채 견인차에 끌려가고 있었다.언론에서는 차에 타고 있던 사람이 운전기사와 하성그룹 후계자라고만 짧게 보도하고 있었다.이담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귓가에 어제 자신이 내뱉었던 모진 말이 맴돌았다. 아주 잠시였지만, 정말로 진혁이 죽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듣자 하니 하 대표가 와이프 찾으러 강성시에 온 거라던데. 그나저나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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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통화가 끝나자 방에서 나온 안나가 진혁의 곁에 서서 보고했다.“대표님, 소 회장님 쪽 인맥이 확실하긴 하네요. 권 대표가 심하빈 씨를 금산 요양센터로 옮겼다고 합니다.”진혁이 눈을 가늘게 떴다. “금산?”“권은호 대표... 사모님 일에 꽤 진심인 것 같습니다.”진혁은 표정에 아무 변화도 없이 잔잔한 연못을 바라봤다.‘진경훈이 이담에게 다가간 건 이용하려는 목적뿐이었지. 하지만 권은호는...’이담이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떠올리자, 진혁의 호흡이 한순간 흐트러졌다. 이내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금산 요양센터로 가자.”“지금 두 분 사이를 생각하시면, 대표님께서 굳이 심하빈 씨를 건드리시는 건...”진혁은 한참 동안 안나를 쳐다보더니 헛웃음을 터뜨렸다. “비서인 너조차 그렇게 생각하는데, 이담인 오죽할까.”안나는 눈을 내리깐 채 침묵했다.“내가 다 보상할 거야.”‘보상이라니...’ ‘때늦은 보상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다고.’ 안나는 차마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는 못하고 그저 속으로만 삼켰다....이담과 부쩍 가까워진 명월은 틈만 나면 사무실로 찾아와 밥을 먹자고 했다. 둘이 함께 있을 때 누군가 이담을 귀찮게 굴면, 명월이 알아서 불청객들을 정리해 주곤 했다.마침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이 웃으면서 외과 병동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엘리베이터를 지나칠 무렵, 안에서 걸어오던 남자가 이담과 시선이 마주쳤다. 어둡던 남자의 얼굴에 단번에 화색이 돌았다. “이담아!”“어머!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영문을 모르는 명월이 앞을 막아섰지만, 경훈은 명월을 옆으로 밀쳐내고 이담의 어깨를 덥석 잡았다. “한참 찾았어. 이 병원에 있었구나! 미안해, 네가 나한테 어떻게 하든 다 따를게. 제발 날 무시하지만 마.”명월이 경훈이 밀쳐낸 어깨를 주무르며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설마 저 남자가 과장님이 말했던 그 전남편인가?’이담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경훈을 응시했다. 예전처럼 ‘경훈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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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경성시.그린힐에서 쫓겨나다시피 짐을 뺀 초연은, 어쩔 수 없이 외곽의 낡은 빌라에서 지내야 했다. 하필 이런 중요한 때에 경훈은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진혁이 모든 진실을 알았음에도 자신을 내치지 않은 걸 보면, 여전히 ‘생명의 은인’이라는 카드가 먹힌다는 뜻이었다. 어쨌든 진혁과는 10년을 알고 지낸 사이였고, 진혁 역시 남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하지만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기에는 억울했다. 준희는 재벌가에서 호의호식하는데, 초연은 허름한 집에 틀어박혀 지내야 하다니 속이 뒤틀렸다.게다가 지금은 준희의 얼굴조차 볼 수 없었다. 만약 아이 몸에 있는 상처를 엄마가 그랬다고 준희가 입을 열기라도 하면, 양육권마저 빼앗길 게 뻔했다.초연이 신경질적으로 엄지손톱을 물어뜯었다. ‘설마 진짜 그 변태 같은 인간한테 다시 돌아가야 하나?’‘안 돼. 분명히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마침 핸드폰이 울리자, 짜증이 치밀어 오른 초연은 발신자도 확인하지 않은 채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에요?”[문초연 씨 맞으십니까?]“누구시죠?”[안녕하세요. 저는 안데르 교수님의 비서입니다. 지난번 논문 건, 혹시 기억하십니까?]초연의 안색이 단번에 바뀌면서 목소리에도 한껏 상냥함이 배어났다. “물론 기억하죠. 무슨 일로 연락 주셨나요?”[10년 전에 그 논문을 익명으로 발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안데르 교수님께서 그 논문을 아주 높이 평가하고 계십니다.] [혹시 문초연 씨께서 저희 나노 치료 프로젝트에 합류하실 의향이 있으신지 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멈칫하던 초연의 얼굴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 “물론이죠! 영광입니다.”통화를 마친 초연의 두 눈에 희망이 서렸다. 핸드폰을 쥔 손에도 바짝 힘이 들어갔다.‘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더니.’‘남자 하나에 목을 매느라 시간을 낭비할 바엔, 차라리 안데르 교수를 꽉 잡고 신임을 얻는 게 낫지!’‘명예와 더 큰 성공을 거머쥐고, 국제적인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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