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Bab 241 - Bab 250

289 Bab

제241화

이담이 주먹을 꽉 쥐며 차갑게 웃었다. “하지만 조건이 있겠지?”양복 단추를 채우던 진혁의 손이 멈칫하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없다고 하면?”“내가 믿을 것 같아?”진혁이 피식 웃었다. “그럼 있다고 하면 들어줄 거야?”이담은 제자리에 우두커니 선 채 시선을 피했다.자신을 밀어내려는 걸 알아차린 진혁의 눈에 감정을 억누르는 기색이 스쳤다. 그가 이담의 차가운 손을 감싸 쥐면서 달래듯 말했다. “거 봐, 들어주지도 않을 거면서 뭐 하러 물어? 조건이 없다고 하면 없는 거야. 안 믿어도 상관없어.”이담이 손을 빼내며 따져 물었다. “이러는 이유가 뭔데?”“하진혁, 넌 지난 몇 년 동안 날 투명인간 취급하면서 잘만 살았잖아? 문초연 모자를 감싸고돌면서 나한테 화풀이할 땐, 이런 날이 올 줄 상상도 못 했지?”진혁의 얼굴이 굳어졌다가 이내 평정을 되찾으면서 대답했다. “이담아, 내가 다 보상할게.”“누가 네 보상 따위 원한대?” 두 눈이 빨갛게 달아오른 이담이 쏘아붙였다. “네가 보상하면 우리 부모님이 살아 돌아오기라도 해?”순간 억눌렀던 감정이 터져버린 이담이 진혁의 가슴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울분을 토했다. “난 그냥 이혼만 해달라는 건데, 왜 날 가만 안 두는 건데! 아직 내가 덜 비참해 보여? 예전에 억지로 결혼해서 네 첫사랑 쫓아낸 벌을 아직도 덜 받았다는 거야?”“차라리 날 죽여! 차라리 날 죽이라고!”진혁은 피하지 않고 이담의 원망을 고스란히 받아냈다.하지만 곧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이담이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며 휘청거리자, 진혁이 다급히 팔을 뻗어 이담을 부축했다. “이담아!”이담은 극심한 고통에 숨조차 쉬지 못한 채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진혁이 이담을 번쩍 안아 들고 밖으로 뛰어나가서 의료진을 불렀다.금산 요양센터에는 자체 응급실과 대형 병원 출신 전문의들이 갖춰져 있었다. 여러 병원의 교수들이 정기적으로 진료를 보러 올 정도였다.응급실 안. 간호사가 산소호흡기를 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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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안전하게 집까지? 이담이 차갑게 웃었다. “내가 어디 사는지 알아내려는 속셈이겠죠.”안나는 미소만 지을 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좋아요. 그렇게 궁금해한다니 서원 오피스텔로 가주세요.”이담을 힐끗 쳐다본 안나는 속으로 의구심을 삼켰다. ‘이렇게 순순히 알려준다고?’ 너무 쉽게 체념하는 태도가 왠지 모르게 께름칙했다.서원 오피스텔에 도착하자, 안나는 진혁의 깐깐한 지시대로 이담을 집 앞까지 데려다주려고 했다. 이담 역시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오는 길에 이담은 정우를 통해 지훈의 카톡을 추가해 둔 참이었다. 몇 분 뒤, 지훈이 친구 추가를 수락했다.[?] [집 비밀번호가 뭐예요?] [무슨 일입니까?] [부탁 하나만 할게요. 조만간 밥 살게요.]얼마 지나지 않아서 지훈이 비밀번호를 보내왔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이담은 주저 없이 옆집인 지훈의 집 앞으로 다가갔다. 익숙하게 도어락 커버를 올리고 비밀번호를 눌렀다.띠리릭- 경쾌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지훈이 여유롭게 앞치마를 풀며 현관으로 걸어 나왔다. 이담과 시선이 마주친 지훈의 눈길이 곧 등 뒤에 선 안나에게 닿았다.지훈이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지훈이 앞치마를 대충 접어서 손목에 걸치며 무심하게 물었다. “왜 이제 와?”누가 들어도 아주 오래된 연인처럼 자연스러운 말투였다.안나는 순간 눈앞이 아찔해졌다. 아니, 정확히는 진혁의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고개를 돌린 이담이 안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안 비서님, 남아서 저녁이라도 먹고 가실래요?”“아, 아닙니다.”이담이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다급해진 안나가 불쑥 입을 열었다. “사모님, 아직 정식으로 이혼하신 건 아니지 않습니까.”지훈이 안나를 빤히 쳐다보며 맞받아쳤다. “그래서 제가 상간남이라도 된다는 겁니까?”이담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한 번만 도와달라니까 연기를 이렇게까지 잘한다고?’“그 인간은 바람을 피워도 되고, 난 안 될 이유라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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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의사가 펜으로 차트 위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 안에는 ‘가족사’와 ‘이혼’이 적혀 있었다.“민 선생님, 저 심각한 상태인가요? 그땐 정말로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거든요.” 이담은 무릎 위 가방을 꽉 쥔 채 불안한 듯 물었다.의사인 이담조차 자신의 마음은 스스로 치료할 수 없었다.민효령이 펜 뚜껑을 닫으며 대답했다. “심리 평가 수치는 아직 정상 범위입니다. 다만 적대감 수치가 높고 경미한 우울증 증세가 있네요.” “특정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오랫동안 스스로를 억눌러 오신 것 같습니다. 사람이 감정을 계속 억누르다 보면 마음의 병을 얻기 쉽죠.”이담은 묵묵히 듣기만 했다.“살인 충동을 느낀 건 그때 한 번뿐이었나요?”이담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특정 인물을 향한 것이었습니까?”“네.”“특정 인물에게만 나타나는 스트레스 반응이네요.” 민효령이 한 손으로 턱을 괴며 분석했다. “특정 대상이나 상황에만 나타나는 반응으로, 외부 자극 때문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이담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확실히, 그날 문초연이 일부러 자극하지만 않았어도 다 끝내버리겠다는 생각으로 칼을 들진 않았을 거야.’민효령이 처방전을 적어 내밀었다. “신경 안정제를 처방해 드릴게요. 병원이나 약국에서 편하게 타시면 됩니다.” “참, 카톡으로 연락처 하나 남겨주세요.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저한테 연락을 주시고요.”“네, 감사합니다.”이담은 민효령의 연락처를 저장했다.상담 센터에서 나선 이담은 병원으로 돌아가서 명월의 도움으로 약을 처방받았다. 사무실에 돌아오자마자 급하게 진료를 봐야 했던 터라, 약봉투를 책상 위에 올려둔 채 서둘러 진료실로 향했다.마침 지훈이 정우를 찾으러 사무실에 들렀을 땐, 정해령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최 선생님 찾아요? 오늘 반차 냈어요.” 용건을 단번에 눈치챈 정해령이 먼저 입을 열었다.지훈이 짧게 대답하고 돌아서려던 찰나, 이담의 책상 위로 시선이 멎었다.한약과 양약이 섞인 약봉투. 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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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내가 왜 너랑 결혼했냐고?” 이담이 차갑게 웃었다. “하씨 가문 사모님 자리를 노린 게 아니라고 했을 땐 믿지도 않았잖아? 이제 와서 이유를 묻는 게 무슨 소용인데?”“나한텐 의미가 있어.” 진혁이 한 걸음 다가서며 말했다. “적어도 대답은 들어야겠어.”이담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대꾸했다.“대답을 원해? 그래. 그때 너랑 결혼한 거, 돈 때문이었어.”잔뜩 가시가 돋은 이담의 태도에 진혁이 목소리를 낮췄다.“그건 네 진심이 아니잖아.”“아니면 내가 진짜 널 좋아해서 결혼한 줄 알았어?”진혁은 침묵하더니 잠시 후 되물었다.“아니었어?”멈칫하던 이담은 시선을 거두고 더 이상 진혁을 쳐다보지 않았다.“애초에 할머님이랑 거래한 것도 다 하씨 가문 사모님 자리 때문이었어. 아버지는 우리 집안을 다시 일으키고 싶어 했고, 난 그 딸이니까.” “돈과 권력을 가진 남자를 선택해서 우리 집안을 살리려 한 게 뭐가 잘못인데?”진혁은 그 말이 진심인지 확인하려는 듯 이담을 응시했다.아주 찰나였지만, 이담은 진혁의 얼굴에 스친 짙은 좌절감을 보았다. 눈동자에 남아 있던 마지막 온기마저 사라진 듯했다.‘하지만 이제 와서 흔들릴 이유도, 마음이 약해질 이유도 없지.’“원하는 대답 들었잖아. 이제 다신 찾아오지 마.”이담이 몸을 돌려 나가려고 하자, 진혁이 손을 뻗어 팔을 붙잡았다.‘이제 정말 지긋지긋해.’이담이 지친 목소리로 내뱉었다.“하진혁, 난 이제 다 필요 없어. 제발 나 좀 내버려 둬.”“내버려 두라고?”붉게 충혈된 눈으로 감정을 억누르던 진혁이 되물었다.“내가 안 놔주면?”“하진혁...”진혁이 이담의 뒷목을 감싸 쥐며 자신의 품으로 바짝 당겼다.“내가 말했잖아. 사별은 있어도 이혼은 없다고. 내가 죽기 전까진.”이담의 안색이 차갑게 굳어졌다.“미쳤어?”“그래, 미쳤어.”진혁이 피식 웃으며 이담의 뺨을 감싸 쥐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손길이지만, 이담은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네가 다른 남자랑 있는 꼴을 생각하면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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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이담의 난처한 입장을 눈치챈 지훈이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는 탓하지 않으실 겁니다.”“알고 있어요.” 이담이 지훈을 보며 가볍게 미소 지었다. “이 사람과의 일은 제가 알아서 해결할게요.”진혁이 눈썹을 살짝 까딱였다.“그러시죠.” 지훈이 미련 없이 진료실을 빠져나갔다.진혁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 이담의 손을 자신의 커다란 손바닥 안에 꽉 쥐면서 물었다.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데?”이담이 손을 빼내며 가볍게 웃었다. “한번 맞혀봐.”진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진혁. 오늘 네 행동, 나한테 마음이라도 생긴 걸로 받아들여도 돼?” 이담이 진혁의 양복 옷깃을 반듯하게 펴주며 웃었지만, 눈빛은 싸늘했다. “나한테 마음이 생겨서 이혼을 못 하는 거냐고.”진혁이 눈을 가늘게 떴다. “어떨 것 같아?”이담이 웃음기를 거두곤 손가락으로 진혁의 가슴을 꾹 찔렀다. “그렇게 잘난 하진혁 대표가 본인 감정 하나 똑바로 표현 못 해?”진혁의 등이 뻣뻣하게 굳으면서 눈빛이 잘게 흔들렸다.“아쉽지만, 너무 늦었어.” 이담이 손을 거두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이 모든 일이 터지기 전에, 네가 나한테 빠졌다는 걸 알았다면 뛸 듯이 기뻤겠지.”“네가 나 하나만 바라봤다면 우리 집도 진작에 다시 일어섰을 거고, 문초연 따위가 낄 자리도 없었을 테니까.”“이담아.” 진혁의 가슴은 돌덩이를 얹은 듯 답답해졌다. “그렇게 비꼬지 마.”이담이 진혁을 지나쳐 옆의 의자에 앉으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바라봤다. “듣기 싫으면 가든가.”한 걸음 다가선 진혁이 몸을 숙이더니, 양손으로 책상을 짚고 이담의 퇴로를 막았다. “이런 식으로 날 밀어내면 내가 포기할 것 같아?”이담이 시선을 돌렸다. “마음대로 해.”진혁이 이담을 가만히 응시했다. 변함없이 아름다운 얼굴도, 텅 빈 눈동자에 서린 싸늘한 무관심도 모두 진짜였다. 하지만 이제 진혁은 그 모든 걸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 집에서 나와.” 진혁의 손끝이 이담의 긴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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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제 동생 일은 어떻게...” 이담이 멈칫하더니 물었다. “어제 다 들었어요?”“원래 들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지훈이 팔짱을 끼며 대답했다. “남편분이 하진혁일 줄은 몰랐네요.”이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제가 돕겠습니다.”“도와준다고요?” 이담이 되물었다. “한 번 도와주는 건 몰라도 계속 도와줄 순 없잖아요? 게다가 교수님 제자라는 것 말고는 우리 아무 사이도 아닌데, 왜 저 때문에 하진혁이랑 척을 지려고 하는데요?”지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냥 하진혁이 꼴 보기 싫어서 그럽니다. 됐습니까?”“그건 고 선생님 사정이고,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요.” 이담이 캐리어 손잡이를 뽑아 들곤 지훈을 쳐다봤다. “그런 말 해준 건 고맙지만, 전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정신이 또렷하거든요.”이담은 캐리어를 끌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안나가 이담을 발견하자 다가와서 짐을 받아들었다.이담은 말 없이 차 문을 열고 뒷좌석에 탔다.발코니에 서 있던 지훈은 차가 오피스텔 단지를 빠져나가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봤다.그때 주머니 속 핸드폰이 울렸다. 꺼내서 화면을 보니 진경훈이었다.그 시각, 이담은 안나의 안내를 받아 금산 요양센터 꼭대기 층에 위치한 호텔식 VIP 병실로 향했다.하룻밤 입원비만 수천만 원에 달하는 이곳은, 고위 공직자나 재계 인사들, 유명 연예인들이 요양이나 산후조리를 위해 찾는 최고급 호텔형 병실이었다.병원이라기보다는 완벽한 고급 리조트에 가까웠다.침실 여섯 개와 욕실, 거실만 해도 네 개나 됐고, 대형 발코니와 서재, 접견실까지 갖춰져 있었다.안나가 도어록에 이담의 지문을 등록하며 말했다. “사모님 지문이 등록됐으니 지내시는 동안에는 자유롭게 출입하시면 됩니다.”이담은 짧게 대답한 뒤 안으로 들어섰다.화려한 거실에서는 간병인 여럿이 청소를 하고 있었다.안나를 발견한 간병인들이 ‘안 비서님’이라고 하며 인사했다.“이분은 심하빈 환자의 보호자이신 사모님입니다.”나이가 지긋한 간병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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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이담은 진혁의 차를 지나쳐 명월의 차로 다가갔다. 창문을 내린 명월이 고개를 내밀면서 물었다.“심 과장님, 여긴 어쩐 일이에요?”“제 동생이 여기 입원해 있거든요.”명월이 뭔가 말을 하려던 순간, 맞은편에 세워진 차로 시선이 향했다. 차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멈칫하던 명월은 차에서 내린 남자의 모습이 왠지 낯이 익다고 느꼈다.이내 예전 집에서 열린 연회에서 수많은 손님들 사이로 진혁을 멀리서 스쳐 본 기억이 떠올랐다. 워낙 존재감이 강한 사람이라 한 번 본 것만으로도 기억에 남았다.이담의 곁으로 다가온 진혁이 자연스럽게 허리를 감싸 안으며 물었다.“새 친구야?”당황한 명월이 이담을 쳐다봤다.이담이 가볍게 미소 지었다.“맞아. 강성시에서 사귄 첫 친구야.”말을 마친 이담이 진혁의 품에서 빠져나오면서 쏘아붙였다.“난 친구 차 타고 갈 테니까, 굳이 나 데려다줄 필요는 없어.”진혁이 이담을 응시하더니 화를 내는 대신 피식 웃었다.“편한 대로 해.”이담은 조수석 문을 열고 명월의 차에 올랐다.진혁은 멀어지는 차를 묵묵히 지켜봤다. 평온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눈빛은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차가 도로를 달리던 중, 명월이 참지 못하고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방금 같이 있던 분이 설마 심 과장님의...”“곧 전남편 될 사람이에요.”“저렇게 잘생겼는데 이혼하는 게 안 아쉬워요?”명월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이담이 창밖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잘생기면 뭐해요.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는데. 애초에 엮이지 말았어야 할 인연이었어요.”“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고요?” 명월이 곧바로 혀를 찼다. “그럼 당장 이혼해야죠!”이담은 희미하게 웃을 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그 후 며칠 동안, 이담은 금산 요양센터 VIP 병실에 머물렀다. 진혁도 약속대로 이담을 털끝 하나 건들지 않았다.이담은 출퇴근할 때를 제외하곤 줄곧 자신의 방이나 하빈의 병실에만 틀어박혀서 지냈다. 진혁과 얼굴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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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주변 사람들은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사석이었다면 다들 신나서 입방아에 올렸을 뒷얘기였다. 상류층치고 스캔들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밖으로 나돌며 여자를 만나거나 혼외자가 있는 정도는 재벌가 사모님들 사이에서 흠도 아니었다.다만 대놓고 입 밖에 꺼내지 않을 뿐이었다.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자신과 시댁의 체면을 위해 모른 척 눈감아주는 게 암묵적인 룰이었다.하지만 이담은 달랐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치부를 들춰낸 건, 대놓고 진혁을 망신 주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하씨 가문의 심기를 건드릴 수는 없었기에, 다들 숨죽인 채 눈치만 살폈다.그때 소준우 회장이 나서서 넉살 좋게 분위기를 수습했다.“사모님 농담이 꽤 짓궂으십니다.”농담이 아니라는 건 모두가 알았지만, 소준우의 체면을 봐서 대충 웃어넘기는 분위기였다. 사람들이 흩어진 뒤, 샴페인 잔을 내려놓은 진혁이 이담의 앞을 막았다.“준희 상황을 뻔히 알면서 왜 그런 말을 한 거야?”“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이담이 팔짱을 꼈다. “하씨 가문에서 손자를 원한다면, 준희를 양자로 들이면 되잖아?”“준희가 안쓰러우면 네 호적에 올려. 꼬박꼬박 아빠라고 불렀던 정을 봐서라도.”진혁의 가슴이 거칠게 들썩거렸지만, 그래도 겉으로는 평온을 유지했다.“그땐 내가 준희와 어떤 사이인지, 네가 오해할 줄 몰랐어.”이담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이제 와서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이내 웃음기를 거둔 이담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파티가 시시하네. 난 먼저 갈게.”이담이 진혁을 지나쳐 걸음을 떼려던 순간, 진혁이 팔을 붙잡았다.“같이 가.”이담은 대답하지 않았다.진혁은 소준우에게 인사를 남기고 일찍 자리를 떴다. 이담은 건물을 빠져나가는 내내 딴생각에 잠겨 있어서 발걸음이 무거웠다.‘일부러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줬으니 불같이 화를 낼 줄 알았는데.’‘예전 같았으면 문초연 모자 일이라면 앞뒤 안 가리고 날 탓했을 텐데.’생각에 빠져 걷던 이담은 앞서가던 진혁이 멈춰 선 걸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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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이담이 멈칫했다.진혁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어넘겼다.“담백한 걸 좋아해? 다시 만들어 줄게.”진혁이 주방으로 향했다.주먹을 꽉 쥐고 일어난 이담이 소리쳤다.“네가 만든 아침 안 먹어. 이딴 짓 할 필요 없다고!”진혁의 동작이 멈칫하더니, 아예 못 들은 사람처럼 대꾸했다.“아침 먹고 출근해.”이담은 식탁 위에 있던 접시들을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진혁은 곧장 주방에서 나와 깨진 접시 조각을 훑어본 뒤, 다가가서 이담의 손바닥을 펼치고 살폈다.“다치진 않았어?”큰 소리가 나자 밖에서 대기하던 안나와 경호원들이 놀라 뛰어 들어왔다. 난장판이 된 바닥을 본 안나가 입술을 달싹였지만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안나와 경호원들은 별다른 상황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다시 밖으로 물러났다.입술을 깨물며 진혁의 손을 뿌리친 이담은 끝내 진혁을 쳐다보지 않았다.진혁은 이담이 화풀이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진혁의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았다.“화나는 게 있으면 나한테 풀어. 네 몸은 다치게 하지 말고.”이담은 더 이상 진혁과 입씨름하지 않고 체념해 버렸다.진혁이 뭘 해도 꿈쩍도 안 할 테니, 아예 저항을 포기하는 편이 나았다.진혁이 대체 어디까지 참을 수 있는지 두고 볼 참이었다....병원에 도착한 이담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고승범의 전화를 받았다. 안데르 교수 팀이 나노 치료 프로젝트에 합류했는데, 다음 주쯤 강성시로 올 테니 이담도 함께 참석하라는 내용이었다.안데르 교수와는 일면식만 있을 뿐 따로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안데르 교수가 합류한다면 프로젝트의 성공은 사실상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었다.이담은 흔쾌히 수락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발을 들이려던 순간, 지훈과 시선이 마주쳤다.이담이 멈칫하곤 지훈의 곁에 서며 인사했다.“고 선생님.”지훈이 층수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오후에 제 진료 어시스트로 들어오셔야 합니다.”“제가요?” 이담이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 “최 선생님이 어시스트 아니에요?”“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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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오후, 신경과 예약 환자는 10여 명 남짓이었다. 모두 지훈을 지명한 환자들이었고, 그중 몇몇은 이미 지훈에게 진료를 받아왔던 환자들이었다.이담은 곁에서 차트를 기록했고, 지훈은 다른 검사 결과를 검토하며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했다.수술 여부와 적절한 수술법을 판단하는 과정이었다.60대로 보이는 편마비 증상이 있는 환자가 보호자의 휠체어를 타고를 타고 진료실로 들어왔다. “고 선생님.”지훈이 환자와 보호자를 알아보며 물었다. “주 선생님 가족분들이신가요?”“네, 맞습니다.”중년 여성이 고개를 떨구며 자책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작년에 남편이 신경과에 입원했을 때, 당시 주임 교수님께서 고 선생님께 의견을 구하셨죠.” “그때 고 선생님 수술 권유를 따랐더라면 남편이 지금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여자는 후회로 몸을 떨며 울먹였다. 곁에는 성인이 된 아들과 딸이 함께 있었다. 아들은 어머니를 달래고 있었지만, 옆에 서 있던 딸은 말 없이 간간이 지훈을 훔쳐볼 뿐이었다.이담이 지훈을 곁눈질로 살폈다. 그는 말 없이 펜라이트를 들고 일어나서 환자에게 다가가 동공 반응을 살폈다.“고 선생님은 여기 병원에서 제일 젊은 뇌신경 분야 전문가시잖아요.” “당시엔 저희가 병의 심각성을 잘 몰라서 선생님 충고를 안 들었거든요. 그런데 저희 남편... 이제 회복될 수 있을까요?”“퇴원하고 나서 발작 증세가 있었습니까?”“네, 혈압약을 꾸준히 챙겨 먹긴 했는데... 며칠 전부터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고 의식이 흐려지더니 결국 이렇게 한쪽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됐습니다.”지훈이 책상 위에 놓인 MRI 영상을 집어 들었다. “뇌동맥경화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입니다. 작년에 신경과에서 검사했을 땐 혈전으로 인한 협착이었습니다.” “그때 최소침습수술을 동의하셨더라면 지금처럼 악화되지는 않았을 겁니다.”“다 제 잘못이에요. 제 탓이에요.” 중년 여성이 얼굴을 감싸 쥐고 울음을 터뜨렸다. 옆에 있던 아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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