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로운은 인상을 찌푸린 채 잔뜩 화난 차설아를 올려다보며 울상을 지었다.“미안해, 여보! 무릎을 꿇으라면 꿇을게. 무슨 벌이든 다 받을게. 근데 다시는 손도 못 대게 하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아? 정말 나를 산송장으로 만들 셈이야?”차설아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워버렸다. 거칠게 오르내리는 어깨만이 그녀의 분노를 대변하고 있었다.송하나와 심성빈이 아파트로 돌아왔을 때, 이솔이는 테이블 앞에 엎드려 블록으로 제 몸만 한 ‘성’을 쌓고 있었다.도어락 소리가 들리자마자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하던 놀이도 내팽개치고 아장아장 달려와 그들의 품에 쏙 안겼다.“이모, 삼촌 왔어요!”달콤하고 보드라운 목소리가 귓가에 닿자 송하나의 마음이 눈 녹듯 사르르 녹아내렸다.그녀는 허리를 굽혀 아이를 안아 올리고는 말랑말랑한 볼에 얼굴을 비비며 한없이 다정한 말투로 속삭였다.“우리 이솔이, 오늘 정말 얌전하게 잘 지냈네?”그때, 주방에서 이유식을 들고 나오던 가정부가 웃으며 거들었다.“두 분 나가신 뒤로 이솔 양은 쭉 얌전히 블록 쌓기만 했어요. 울지도 않고 보채지도 않아서 어찌나 기특하던지요.”이후 며칠간 최이솔은 심성빈의 집에서 완전히 적응한 듯했다.아이는 송하나에게 푹 빠져 있었다. 밥을 먹을 때도 옆에 꼭 붙어 앉고 TV를 볼 때도 품 안으로 파고들었으며 낮잠을 잘 때는 옷자락을 꽉 쥐어야만 안심하고 눈을 감았다.원래 온화하고 마음이 여린 송하나는 아이들을 유난히 좋아했다.며칠 뒤면 최로운과 차설아가 이솔이를 데려갈 걸 알면서도 그녀는 이것저것 아이한테 잔뜩 사주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지 못했다.예쁜 원피스며 동화책 전집, 지능 개발 장난감과 건강한 아기 간식까지...이것저것 따져보지도 않고 사들인 물건들로 어느새 방의 절반이 꽉 차버릴 지경이었다.그야말로 친딸처럼 정성껏 보살피는 모습이었다.심성빈은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다.카펫에 앉아 아이와 눈을 맞추며 블록을 쌓는 모습, 꼼꼼하게 이유식을 떠먹여 주는 모습, 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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