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바로 이강우였다.이강우는 몸에 꼭 맞는 어두운색 정장을 차려입고 반듯하게 서 있었는데 눈 밑에 짙은 다크써클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오랫동안 기다린 듯한 모습이었다.평소의 강압적이고 날 서 있던 분위기가 사라져서인지 조금 쓸쓸하고 적적해 보였다.송하나가 안에서 나오는 걸 본 순간, 이강우는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애써 마음을 다잡고 걸음을 내딛지 않았다.그저 십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묵묵히 지켜볼 뿐이었다.시선이 마주치자 주위가 고요해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한참 뒤 이강우가 먼저 침묵을 깨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곧 떠난다고 들었어.”송하나는 시선을 내려뜨린 채 고개를 끄덕이며 덤덤한 어조로 대꾸했다.“네.”이강우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억누르며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별다른 목적이 있어서 찾아온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그냥 조심히 가라고, 그 말을 하러 온 거야.”송하나는 시선을 들어 이강우를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고마워요. 그럴게요.”이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해야 할 말은 다 했고,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얼굴도 보았으니 그곳에 더 머무를 수는 없었다.자신의 얼굴을 보는 것이 송하나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고, 또는 송하나가 자신을 더 싫어하게 만들 수도 있으니 말이다.이강우는 마음을 추스른 뒤 천천히 몸을 돌리며 떠날 준비를 했다.그런데 발을 떼는 순간, 등 뒤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강우 씨.”송하나가 이강우를 불렀다.겨우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몸이 얼어붙으면서 발걸음이 그대로 멈췄고, 그 자리에서 꿈쩍할 수 없었다.송하나가 이름을 불러주는 건 아주 오랜만이었다.송하나는 이강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담담하면서도 솔직하게 또박또박 말했다.“나 이제 강우 씨를 미워하지 않아요. 사실 미워하지 않은 지 꽤 됐어요.”그동안 송하나가 매번 이강우에게 차갑게 굴고 일부러 이강우와 거리를 둔 건 증오나 원망 때문도, 과거를 잊지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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