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영, 다시는 시언이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네 입으로 약속했잖냐. 그런데 이게 뭐냐? 너 양심은 있어? 예전에 시언이 그렇게 힘들게 만든 걸로도 모자랐어?”“죄송합니다.”하원영은 고개를 푹 숙였다. 사과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약속을 어긴 건 사실이었다. 주병찬이 자신을 얼마나 몰아붙이든, 하원영은 감수할 생각이었다.아버지가 저렇게까지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며 주시언도 괴로웠다. 하지만 자신이 택한 일이었으니 어떤 결과가 오든 피할 생각은 없었다.주시언은 하원영을 다시 제 옆으로 끌어당기고 주병찬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아버지, 전부 제가 한 일입니다. 벌을 주신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아버지 뜻 거스른 적 거의 없고, 이렇게 간절히 부탁드린 적도 없습니다.”“오늘 한 번만 제 뜻을 들어주십시오. 저희 결혼, 허락해 주십시오.”하원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주시언이 왜 자신을 위해 여기까지 하는지 알 수 없었다.정말 현다영의 말처럼 아직도 자신을 좋아하는 걸까. 하지만 자신이 그런 마음을 받아도 되는 사람일까.“허락? 내가 이 결혼을 허락할 것 같으냐!”주시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병찬이 버럭 소리쳤다.평소의 여유로운 태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잇새로 짓씹듯 흘러나온 목소리는 차갑고 날카로웠다.“내일 당장 이혼해.”“아버지...”“여자 하나 때문에 집안도 버리고, 네 아버지 체면도 짓밟고, 네 앞날까지 내던지겠다면 마음대로 하거라.”주병찬은 시선을 돌렸다.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어 있었지만, 입가에는 오히려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 그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주시언과 하원영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주 짧은 순간, 두 사람 모두 흔들렸다.주병찬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주시언, 네가 다 컸다는 건 나도 안다. 네 선택까지 내가 일일이 막을 수는 없겠지. 그러니 잘 생각해.”“내일 아침 이혼하든가.”“아니면 지금 이 여자 손 잡고 여기서 나가든가.”주시언이 입을 열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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