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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4

제661화

한민혁은 눈치가 빨랐다.영상을 찾는 자들이 사고를 꾸민 장본인이거나, 그 영상을 이용해 큰일을 벌이려는 자들이라는 것쯤은 진작 알아챘다.그래서 터무니없이 높은 값을 불렀다. 상대가 요구한 대로 영상 일부만 잘라 먼저 보내고 급한 돈부터 챙겼다.한민혁은 제게 뜻밖의 횡재가 굴러들어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선택 하나 때문에 목숨까지 위태로워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얼마 전부터 구매자가 사람을 풀어 자신을 찾고 있다는 소문이 인터넷에 돌았다.정말 거래만 할 생각이었다면 굳이 사람까지 보내 추적할 리 없었다. 한민혁은 곧바로 영상을 숨기고 이곳저곳을 전전했다.친척이 사는 어촌은 외지고 사람의 발길도 뜸했다. 한동안 몸을 숨기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고작 며칠 만에 그들이 들이닥쳤다.한민혁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놈들은 친척들을 모조리 바다에 던져 버렸다. 그나마 자신을 살려 둔 건 아직 영상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지금 여기서 영상까지 빼앗기면 자신도 곧 죽은 목숨이었다.“끝까지 입 다물겠다는 거야? 정말 죽고 싶어?”한민혁이 계속 잡아떼자 조수석의 남자는 끝내 인내심을 잃었다. 그는 군용 칼로 한민혁의 뺨을 길게 그었다.상처에서 솟은 피가 순식간에 목까지 흘러내렸다. 입이 막힌 한민혁은 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한 채 몸부림쳤다.“그만 건드려. 데려가서 지태 형한테 넘겨. 산 사람 입이라면 어떻게든 열 수 있겠지.”운전자가 말리자 남자는 그제야 손을 멈췄다. 그는 휴지를 꺼내 칼끝의 피를 닦으며 차갑게 코웃음 쳤다.깊은 밤이라 산길은 어두웠고 승합차는 위험할 만큼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다음 굽잇길에 들어선 순간, 옆길에서 픽업트럭 한 대가 갑자기 튀어나왔다.두 차는 그대로 부딪칠 뻔했다.운전자는 급히 핸들을 꺾어 승합차를 가드레일에 들이받았다. 가까스로 충돌은 피했지만, 차가 뒤집힐 만큼 크게 흔들렸다.갑자기 나타난 픽업트럭도 미끄러지듯 회전하더니 승합차 앞을 가로막았다.“젠장!”칼을 든 남자는 충격으로 머리를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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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송준호는 한민혁 바로 옆에 앉아 있었다.두 사람 앞 테이블에는 온갖 음식이 한가득 놓여 있었다. 밥과 볶음 요리, 면 요리, 디저트와 과일은 물론이고 튀김과 과자까지 없는 게 없었다.송준호는 면 한 그릇과 밥 한 그릇을 앞에 두고 번갈아 가며 정신없이 먹었다.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지켜보는 사람까지 군침이 돌 정도였다.한민혁도 하루 넘게 굶은 터라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하지만 지금 제 처지가 어떤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달아나려 했지만 몸을 일으키자마자 거칠게 끌려 돌아왔다.마침 면 그릇을 들고 국물을 마시던 송준호도 함께 딸려 갔다. 하마터면 국물을 온몸에 뒤집어쓸 뻔했지만 재빨리 몸을 피했다. 대신 국물이 바닥에 와르르 쏟아졌다.송준호가 불쾌한 표정으로 한민혁을 노려보았다.“뭐 하는 짓이야?”한민혁은 그제야 자신의 손목에 굵은 밧줄이 묶여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밧줄의 반대쪽 끝은 송준호의 손목에 연결돼 있었다.“저... 화장실이 급해서요...”한민혁이 벌벌 떨며 대답했다.송준호는 차갑게 말했다.“나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그는 짜증스러운 얼굴로 몸을 숙여 바닥에 쏟아진 국물을 닦았다.직원을 부르면 금세 치워 줄 일이었지만 송준호는 결벽증이 있었다. 자신이 어지른 건 직접 말끔하게 치워야 직성이 풀렸다.겁에 질린 한민혁도 얼른 바닥에 무릎을 꿇고 옆에서 거들었다. 정리를 마친 뒤에야 송준호는 다시 자리에 앉아 식사를 이어 갔다.한민혁은 말없이 지켜보며 연신 침을 삼켰다.“배고프면 너도 먹어.”송준호가 무심하게 말했다.허락이 떨어지자 한민혁은 반색하며 큼직한 케이크 조각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입에 넣기 직전 다시 송준호의 눈치를 살폈다.일부러 자신을 골탕 먹이려는 건지, 다른 속셈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먹어. 독 같은 건 안 들었으니까. 여긴 공항이야.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나도 빠져나가기 힘들어.”송준호는 음식을 우겨 넣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제야 안심한 한민혁은 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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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한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가 곧바로 다시 저었다.송준호는 어이가 없어 그의 뒤통수를 툭 때렸다.“지금 당장 널 넘겨 버릴 수도 있다는 거 알아?”“...제 몸에 있긴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드릴 수가 없어요.”한민혁은 난감한 얼굴로 옷자락을 걷어 올렸다. 복부에는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남아 있었다.그는 물건을 몸 안에 숨겨 둔 상태였다. 송준호도 그건 예상하지 못했는지 잠시 굳었다.한민혁은 얼른 고개를 숙이고 애원했다.“제발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이 나라를 빠져나갈 수 있게 해 주세요. 저한테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건 압니다. 그래도 이걸 빼앗기면 그 사람들이 저를 살려 둘 것 같지 않아서...”송준호는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예전의 공회라면 무고한 사람을 함부로 해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한민혁을 찾아갔을 때 가족들이 모두 자취를 감춘 걸 보고, 송준호는 임지태가 이번 일에 얼마나 독하게 나섰는지 알아차렸다.그는 더 묻지 않았다. 얼굴만 무겁게 굳었다.같은 날 저녁, M국.은주희도 송준호에게서 연락을 받자 곧장 강지현과 김태하를 찾아갔다. 하지만 문을 연 사람은 김태하뿐이었다. 방 안에도 그 혼자였다.“지현이는?”은주희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두 사람은 며칠 내내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 다녔다. 벌써 저녁인데 강지현이 혼자 어디를 갔는지 궁금할 만했다.“신규 사업 출범 행사에 갔어요.”김태하가 무심하게 대답했다.은주희가 놀란 기색을 보이자 그가 덧붙였다.“제가 가라고 했어요.”강지현은 지현우와 함께 진행 중인 사업이 있었다. 오늘은 지씨 가문에서 새 프로젝트를 공식적으로 선보이는 날이라 투자자들을 초청해 연회를 열었다.당장 사업 때문이 아니더라도 인맥을 넓힐 좋은 기회였다.하지만 지현우가 직접 전화했는데도 강지현은 망설임 없이 참석을 거절했다. 김태하가 몇 번이나 설득하고 나서야 마지못해 행사장으로 향했다.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주호석도 오늘 행사에 관해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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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정작 본인은 이미 M국 전체를 뒤덮고도 남을 만큼 질투에 휩싸여 있었다.은주희가 눈치를 살피다가 슬쩍 말을 꺼냈다.“그래도 아내가 이렇게 늦게 돌아오는데 데리러는 가야 하지 않겠니? 게다가 이런 중요한 소식이면 지현이도 누구보다 빨리 알고 싶을 거고.”이번 말은 김태하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었다.김태하가 고개를 들었다. 어두웠던 눈에 금세 빛이 돌고 가슴이 작게 들썩였다. 잠시 뒤 그가 애써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어머니 말씀이... 맞네요.”말투는 침착했지만 몸은 달랐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난 김태하는 침실로 들어가 외투를 챙겼다.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 순식간에 현관까지 갔다.은주희는 그 빠른 움직임에 잠시 멍해졌다가, 문 닫히는 소리를 듣고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평소에는 그렇게 침착한 아이가 강지현만 관련되면 이성도 냉정함도 모조리 잃어버렸다.연회장은 술잔과 웃음소리로 떠들썩했다.강지현은 지씨 가문 사람들과 한바탕 인사를 나누고 지현우와 함께 테이블로 돌아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사람들이 앞다투어 술잔을 들이밀었다.강지현은 애초에 얼굴만 비추고 적당히 자리를 뜰 생각이었다.하지만 주호석도 연회에 참석해 있었다. 그는 강지현을 데리고 투자자들 사이를 돌며 적극적으로 인사를 시켰다. 대충 얼굴만 비추고 빠져나가게 둘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다행히 강지현은 이런 자리에 익숙했다. 주호석과도 손발이 잘 맞아, 연회 내내 별다른 잡음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렸다.김씨 가문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일은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그때 지현우가 강지현 앞을 막아서며 술잔을 대신 받았다.“죄송하지만 강지현 씨는 이미 술을 많이 마셨습니다. 더는 곤란하니, 마음만 제가 대신 받겠습니다.”지씨 가문의 체면이 있는 만큼 사람들도 더는 억지로 술을 권하지 않았다. 하지만 놀려 대는 말까지 멈추지는 않았다.“지 대표님, 역시 멋지십니다. 제대로 흑기사 노릇을 하시네요!”“지 대표님이 직접 술을 대신 마셔 주다니,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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