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입, 또 한 입.눈에 힘을 주고 도시락만 응시하는 사이, 느릿느릿 숟가락이 무의미하게 입속을 오갔다. 발끈해서 당장이라도 대표실을 뛰쳐나갈까 하다가도, 이 잔인한 상황을 지혜롭게 이용해야만 한다는 냉정한 자각이 머릿속을 울렸다.그동안 살면서 부모를 잃은 어린 내게 김희주도 그렇고, 동쪽 동네 사람들이 쏟아낸 말들은 대단하리치만큼 잔인했었다. 언제까지 사정 봐줘야 하냐고, 지긋지긋하다며 빨리 개발 좀 하자고. 어르신들이 집세를 내지 못하자 진짜 주인들은 모조리 내게 책임을 떠넘겼다. 모두들 떠나지 못하게 내가 발목을 잡은 건 아니었는데.“대표님이 무슨 신이라도 되신 듯, 저에게 구세주 역할을 하고 싶으신가 보네요?”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우기에는 차준호에게 휘둘린 자신이 안쓰러워, 일단 날이 선 가시를 그에게 뱉어 보았다.“그래, 현재 난 김희주가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이지.”그동안 도국과 이아준이 부지를 매입하려 발버둥을 쳐도 이미 늦었다고 했었다. 이미 팔렸다는 집도, 주인이 누구인지 도통 알 수 없다는 집도 허다했다. 남은 어르신들은 모두 세입자여서 더 이상 대항할 힘조차 없었다.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세종동을 둘러싼 모든 갈등이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설마, 정확하게 3년.지독한 소름이 온몸의 솜털을 훑고 지나갔다. 차준호는 그럼 지난 3년 동안 세종동의 부지를 남모르게 늘려간 걸까. 김희주가 상대하기 가장 껄끄러운 절대적인 존재가 바로 CC그룹이니, 내게 3년간 거대한 우산이 되어 거짓 평화를 선사한 셈이었다. 결국 차준호가 모든 판의 키를 쥐고 있다는 것을 그제야 뼈저리게 알아차리게 되었다.“그래서, 제가 밥도 잘 먹고 대표님 말씀 잘 들으면 해피엔딩의 길로 이끌어 주신다는 거네요?”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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