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그럼 내 부모님의 악담도 지금처럼 퍼붓고 폭행까지 했단 말인가.나는 고개를 돌려 그 말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찾으려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이미 허기찬이 그분에게 다가가 여러 가지를 캐묻고 있었다. 아, 이런 고마울 때가.나는 본능적인 당혹감으로 차준호를 올려다보았고, 그는 거 보라는 듯 오만한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차준호가 슬쩍 손짓을 하며 허기찬에게 신호를 보내던 바로 그때, 저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졌다.“큰일이네, 허 변호사. 김희주 의원이 도망치려고 하는 것 같은데.”차준호의 연기는 아카데미상을 받을 만큼 완벽했고, 그 눈동자엔 살기까지 돋아 있었다. 그건 마치 정글 속에서 먹잇감을 발견한 최상위 포식자의 눈빛과도 같았다.“내가 왜 도망가? 누가 와도 날 체포 못 해.”“언젠가 구치소부터 가게 될 테니 기대하십시오. 의원님.”순간, 차준호가 이 일과 별개로 김희주와 해결해야 할 빚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허기찬은 내 몸을 걱정하는 듯하면서 김희주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했다.“사람을 핸드백으로 때려서 눈밭에 넘어뜨렸으니, 폭행에 폭언에 이건 범죄잖아요?”격앙된 어조로 그리 말을 늘어놓자, 주변 공기가 긴장감으로 차올랐다. 김희주는 뭐라 말을 더 하려 했지만, 몰려드는 사람들과 커져가는 사이렌 소리에 입을 다물고 그녀 역시 보좌진들의 부축을 받으며 부들거렸다.그 순간, 나의 뇌리에는 과거의 조각들이 유리 파편처럼 파고들었다.어린 시절 내 부모 때문에 동네가 썩어간다고 조롱했던 사건과 더불어, 부모님과 언성을 높이던 사람도 종종 있었는데. 그게 설마 김희주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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