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호의 서늘한 경고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나 역시 이젠 한계에 다다랐다고 느끼고 있던 게 사실이었다.잠시 답장을 쓸까 말까 고민하던 찰나, 정적을 깨고 천막 안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들이닥쳤다.“잠시만요, 길 좀 비켜주십시오.”“야외용 대형 온풍기, 여기 설치하겠습니다.”“그 외에 더 필요한 거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갑작스러운 상황에 이아준이 확인에 나섰다. 이윽고 상황을 파악한 그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내게로 다가와 싱겁게 웃어 보였다.“김 비서가 보낸 거냐고 물어봤더니, 허기찬이라는 사람이 지시했다는데? 차 대표가 보낸 모양이야.”내 부담을 덜어주려는 듯 차준호 본인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가 뒤에서 부린 이들이 벌써 이곳 주변을 빈틈없이 장악해 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순식간에 라온초등학교 운동장을 완벽한 행사장으로 탈바꿈시켜 놓았다.흐트러진 테이블과 의자가 보기 좋게 정돈되고 육중한 온풍기가 일제히 가동되자, 시리기만 하던 천막 안은 금세 봄날처럼 포근해졌다.‘대표님이 나서주면, 정말 다 해결되네.’뼛속까지 스미던 추위도, 마음 밑바닥에서부터 서서히 줄어들고 있던 의욕도. 왠지 차준호가 손을 대면 이 낙후된 동네 어르신들의 골치 아픈 문제까지 전부 깨끗하게 해결해 줄 것만 같았다.밥도 잘 챙겨 먹고, 그저 제 말만 잘 들으면 전부 해결해 주겠다고 그가 말했었는데. 그러면 나 역시 자존심 따위는 내려놓고 그에게 굽실굽실 잘 보이며,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흘러가면 그만인 상황이었다.이아준이 앰프 스피커를 연결하며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동안, 나는 커다란 솥 안의 설렁탕을 휘휘 저으며 딴생각에 빠진 채 멍하니 주변을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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