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실을 나서던 중, 이현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길게 진동햇다.아무 생각 없이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한 이현은, 다시 핸드폰을 주머니 속에 집어 넣었다.그리고는 은하 옆으로 다가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장착했다.“매점 갈래? 초코우유 사줄까?”“뭐래. 녹은 초콜릿 같이 생긴 게.”은하의 대답에 태하는 웃음을 참으며 큭큭거렸고, 민희는 박장대소를 터뜨렸다.“대박, 녹은 초콜릿이래! 푸하하하.”그때, 은하의 눈에 한 남학생들 무리가 포착됐다. 얼마 전, 박찬희와 함께 창고 사건에 가담한 학생들이었다. 교내 봉사를 하며 한동안 은하를 피해 다니던 그들 역시 예상하지 못한 듯 우물쭈물 대기 시작했다.대장이 없어진 지금, 그들은 나약하기 그지 없었다.하지만, 자리에 멈춰 선 은하가 돌처럼 굳기 시작했다.“은하야, 왜 그래?”“은하야?”이현은 그들의 눈을 매섭게 노려보며 입술까지 짓씹었다. 당장 눈 앞에서 꺼지라는 뜻.무리들은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고, 이현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행동했다.“녹은 초콜릿은 좀 심했다. 나 매점 안 가. 흥.”잠시 후, 이번에는 태하의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은 이영주.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어, 왜?”“야, 백이현은 이제 내 전화도 안 받더라?”“왜 전화 했는데?”“나 아빠가 유학 가래. 근데 가기 싫단 말이야. 니들이 좀 도와줘라. 응?”“할 말 없어. 끊는다.”한편, 은하의 앞 자리에 앉은 민희는 등까지 돌려가며 속닥거렸다.“은하야. 백이현 말이야, 요즘 좀 달라진 것 같지 않아?”“몰라.”“예전엔 이 사람 저 사람 시비만 걸고 다니더니, 확실히 온순해 진 것 같아.”“온순은 개풀. 몰라. 짜증나.”“근데, 넷이 친구 하자는 거. 생각해보니까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민희야… 너까지 진짜 왜 그래?”“그렇잖아. 태하는 워낙에 착한 애고, 백이현도 덩달아 착해 지려는 거면 뭐.”“…휴. 난 모르겠다.”친구라는 단어는 어차피 애초부터 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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